寒山詩 303
여가본주재천태余家本住在天台 내가 사는 집이 본디 천태산天台山에 있는데
운로연심절객래雲路烟深絶客來 구름길에 안개가 짙게 끼어 나그네 발길 끊겼네.
천인암만심가둔千仞巖巒深可遁 까마득하게 높은 바위산이 깊어 숨을 만하고
만중계간석루대萬重溪㵎石樓臺 겹겹이 산골짜기를 돌아내린 시냇물이 돌 樓臺 앞으로 흐르네.
화건목극연류보樺巾木屐沿流步 자작나무 껍질 두건에 나막신 신고 물 따라서 걸으며
포구려장요산회布裘藜杖繞山回 베옷 갖옷에 명아 지팡이 짚고 산을 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네
자각부생환화사自覺浮生幻化事 덧없는 인생이 환상幻想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나니
소요쾌락실선재逍遙快樂實善哉 즐겁게 슬슬 거닐며 다니는 것이야 말로 참으로 좋은 일이로다
余家本住在天台 내 집은 본래 천태산
雲路煙深絶客來 구름길 안개 깊어 오가는 이 없네
千仞巖巒深可遯 천 길 깊은 바위산 숨어있을 만하고
萬重谿澗石樓臺 만 갈래 시내 돌 누대에 오르네(㵎=澗)
樺巾木屐沿流步 자작나무 두건에 나무신 신고 물길 따라 걸으며
布裘藜杖繞山廻 베옷에 명아주 지팡이 짚고 산을 둘러 돌아오네(廻=回)
自覺浮生幻化事 떠 흐르는 꿈만 같은 모든 일
逍遙快樂實善哉 소요하며 즐거우니 참으로 좋구나!
내 집이 본래 하늘 마당에 있었거니
구름길에 안개 깊어 오가는 이 끊겼네.
천길의 바위산곡 하도 깊어 뒷걸음치게 하고
만겹의 골짜기 물 돌 누대를 감아 흐르네.
나무껍질 두건에 나막신 끌며 물 따라서 걷고
베옷에 나무 지팡이 짚고 산 돌아 집으로 오네.
이 생이 꿈이고 환상인 것을 깨닫고 보니
느긋하게 걷는 것이 즐겁고 아름답네.
►운로雲路 구름이 오고가는 길.
산의 길이 높고 멀어 구름 속에 깊이 들어감을 형용함.
►연심煙深 안개가 짙게 끼어있다.
►암만巖巒 높고 험준한 산들이 죽 잇대어 있는 모양.
‘메 만, 메 란(난)巒’ 산. 둥근 봉우리.
►‘달아날 둔(돈)遯’ 숨다. 달아나다(≒遁)
►간㵎 산골 물(山夾水) (澗의 俗字). 한㵎 넓어 끝이 없다(廣也無涯) (澖과同字)
►화건樺巾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巾.
‘자작나무 화樺’ 자작나무. 벚나무.
‘수건 건巾’ 헝겊, 피륙. 두건頭巾
►목극木屐 ‘나막신 극屐’ 나막신. 나무를 깎아 만든 신발.
►연류보沿流步 물가를 따라가며 산책하다.
‘연류沿流’ 흐르는 시내. ‘연沿’ 물 따라가다. 좇다. 따르다.
►포구布裘 베옷. ‘구裘’ 갖옷.
►려장藜杖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청려장靑藜杖).
가벼워 노인의 지팡이로 애용된다.
►환화幻化 우주 만물이 환상과 같이 변화하는 일.
►소요逍遙 마음 내키는 대로 거닒. 슬슬 거닐어 돌아다님.
►선재善哉 찬탄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