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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조론肇論

열반무명론·구절십연자九折十演者 ​징출徵出 제4

징출徵出 제4

징徵은 책망하며 따진다는 의미이다.

 

앞에서 말하기를 '열반의 도는 정말로 유·무의 세계를 벗어났다'라고 하였다.

그 때문에 이를 책망하는 의도로 말하기를 '유·무의 두 법은 일체의 제법을 다 포섭하였다.

무엇 때문에 유·무의 밖에 따로 열반의 자체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지금 유명이 책망하고 따진 말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유학과 노장학에서의 유·무의 학설까지도 포괄적으로 들고

다시 소승의 유·무의 학설을 이끌어다가 여기에 견줌으로써

열반의 도는 유·무의 세계를 벗어났다 한 것을 힐난하였다

 

 

유명왈有名曰 유명은 말한다.

부혼원부판夫渾元剖判 만유참분萬有參分 혼원混元이 부판部判하여 만유가 세 분야로 나뉘었다.

유기유의부득불무有既有矣不得不無 이처럼 만유가 이미 있었다면 없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무자불무無自不無 필인어유必因於有

없어지는 무는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만유의 유를 의지해서 없어진다.

 

소이고하상경所以高下相傾 유무상생有無相生

그 때문에 고·하가 상대적으로 기움이 마치 유·무가 상대적으로 나옴과 같다.

 

차내자연지수此乃自然之數 수극어시數極於是

이는 자연의 이수理數로써 이수가 여기에서 극진함을 이룬다.

 

<註解>

여기서는 유·무가 상대적으로 발생함을 말하여 이로써 단정적인 유와 단정적인 무라 하였다.

혼돈의 근원(혼원)은 混沌의 一氣가 아직 나뉘기 이전의 상태이다.

이를 儒學의 周易에서는 太極無極이라 말하며 본론에서 말한 本無이다.

 

혼돈의 일기인 태극무극에서 음과 양이 처음 나뉘어

음의 陰儀인 대지와 양의인 하늘이 양의兩儀로 나뉘면 사람이 그 가운데 거처한다.

이를 天地人 三才라 하는데 즉 노자에서 말한

'一에서 二가 나오고 이에서 三이 나오고 삼에서 만물이 나온다'한 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만유가 셋으로 나뉘었다'라고 말하였으며 이를 '有'라고 말한다.

유가 이미 존재해 있기 때문에

變化遷流하여 춘하추동 사시절이 교대로 뒤바뀌면서 無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는 스스로 무가 되지 않고 반드시 유를 의지함으로써 무가 성립된다.

 

예를 들면 겨울의 추위 속에는 여름의 더위가 없고 더위 가운데는 추위가 없으며

밝은 해가 있는 대낮에는 밤의 어두움이 없고

밤의 어두움 속에는 밝은 해가 없어 밤과 낮이 서로 교대하는 것과 같다.

 

그 때문에 高下가 상대적으로 기우는 것을 비유하면 사시절이 공업을 이룬 계절은

뒤로 물러나면서 각 계절이 이룬 공업의 유·무가 상대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해진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천지의 이수理數가 여기에서 극진하였을 뿐이다.

 

 

이차이관以此而觀 화모소육化母所育

이로써 化母(조화의 모체)가 생육한 만물을 차례로 관찰해 보았더니

 

리무유현理無幽顯 회궤휼괴恢恑憰怪 무비유야無非有也(변할 궤恑)

이치가 그윽함과 환하게 나타남에 관계없이

광대함, 기이함, 변사變詐. 요망함, 이 모두가 有 아님이 없었다.

 

유화이무有化而無 무비무야無非無也 이러한 유가 변화하여 無가 되면 無 아님이 없었다.

연즉유무지경然則有無之境 리무불통理無不統

그렇다면 유·무의 경지로써 이치를 통괄하지 않음이 없다.

 

<註解>

화모가 생육한 만물을 차례로 관찰하였음을 말하였다.

화모는 음양 一氣로 생성한 만물을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생육했다'고 말하였다

 

일반적으로 음양에 있어서 발생된 만물은 광대하거나 기이하거나 변사스럽거나

요망함을 논할 것 없이 모두가 유이며 유형의 만물은 반드시 변화하여 소멸로 되돌아간다.

그 때문에 '유가 변하여 무가 된다'고 말하였다.

 

이는 실제 정말로 없는 무이다.

그 때문에 '무 아님이 없다'라고 말하였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유·무의 세계로써 이치를 통괄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세간의 법이 유·무의 두 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 것이다.

 

 

경왈經曰 경에서 말하였다.

유무이법有無二法 섭일체법攝一切法 유·무의 두 법이 일체법을 포섭한다.

 

우칭삼무위자又稱三無為者 또 三無爲를 호칭하기도 하였는데 삼무위법이란

허공虛空 수연진數緣盡 비수연진非數緣盡 수연진자數緣盡者 즉열반야即涅槃也

허공무위와 數緣盡無爲와 非수연진무위인데 수연진무위가 바로 열반이다.

 

<註解>

여기서는 세간을 벗어나 삼승의 법을 인용하여 이 또한 유·무로써 통괄하였다

三無爲法이란 <유식론>에서 수립한 六種無爲 즉

첫째 虛空무위, 둘째 擇滅무위, 셋째 비택멸무위, 넷째 不動滅無爲,

다섯째 想受滅無爲, 여섯째 眞如無爲인데 이 가운데 세 무위에 해당한다.

 

<百法命門論解>에 허공무위는 진여의 이치에 비유하였는데 이는 마치 허공과 같아서

그 자체는 常住不變하며 택멸무위는 二乘이 색법을 분석해 없애고 증득한 열반인데

慧心所인 慧數를 의지해 무위를 간택하여 滅을 증득했기 때문임을 말하며

非택멸무위는 제법을 원만하게 성취한 진여의 이치는 본래 적멸하여 다시 소멸하지 않는다.

때문에 비택멸이라 말한다 하였는데 이는 바로 非數緣滅인 것이다.

 

<조론신소肇論新疏>에서는

'열반은 혜수慧數를 연유해서 소멸한 것은 아니다(非數緣滅)'라고 하였는데

이는 제법의 인연이 분리하여 스스로 소멸한 것을 말하므로

앞의 유학과 노장학에서의 유에서 무로 들어갔음을 말한다.

이는 본론의 의도가 아닌 듯도 싶다.

 

질문을 한 유명가는 무위로써 열반이라고 여겼었는데

지금 유·무의 밖에 따로 오묘한 열반의 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문에 질문을 하였던 것이다.

 

 

이론운而論云 그런데도 논에서는 말하기를

유무지표有無之表 별유묘도別有妙道 '유·무의 밖에 따로 오묘한 도가 있어

묘어유무妙於有無 위지열반謂之涅槃 유·무를 오묘하게 함을 열반이라 말한다.'라고 하였다.

 

청핵묘도지본請覈妙道之本 오묘한 도의 근본자체를 조사해 보자.

과약유야果若有也 수묘비무雖妙非無 정말로 유라면 오묘하다 해도 무는 아니며

수묘비무雖妙非無 즉입유경即入有境 오묘하다 해도 무가 아니라면 바로 유의 경지로 들어간다.

 

과약무야果若無也 무즉무차無即無差 무이무차無而無差 즉입무경即入無境

정말로 무라면 무는 즉시 차이가 없으며 무로써 차이가 없다면 바로 무의 세계로 들어간다.

 

총이괄지總而括之 이를 이치로써 총괄해 보고

즉이구지即而究之 3敎에 나아가서 근원을 참구해 보아도

무유이유이비무無有異有而非無 유와는 다르다 해서 비무는 없으며

무유이무이비유자無有異無而非有者 명의明矣 무와 다르다 해서 비유가 없었음이 분명하다.

 

<註解>

여기서는 질문할 의도를 거듭 서술하였다

儒學, 老莊學, 佛敎인 三敎의 이치가

세간과 출세간 유·무의 법을 거의 다 해괄 하였음을 말하였다.

 

그런데도 지금 논문에서는 말하기를

'유·무의 밖에 다른 오묘한 도가 있어 이를 열반이라 부른다.'라고 하였다

이를 믿기 어려운 바라고 하였다.

 

'조사해보자'한 다음부터는 질문의 의도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즉 오묘한 도의 자체가 정말로 있다면 오묘하다 할지라도 단정적인 유이며

단정적인 유라면 즉시 유의 경지로 들어가며

오묘한 도가 정말로 없다면 반드시 단정적인 무이며 무라면 무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로써 만법을 이치로 총괄하고 삼교에 나아가 그 근원을 참구해 보았더니

유·무의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어찌 유와 다르다 해서 다시 무가 아님(不無)을 말하고

무와 다르다 해서 다시 유가 아님(不有)을 말하는 자가 있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이왈而曰 유무지외有無之外 별유묘도別有妙道 비유비무非有非無

그런데도 '유·무의 밖에 따로 오묘한 도가 있어 비유비무이다.

 

위지열반謂之涅槃 를 열반이라 말한다.'라고 말하는가.

오문기어吾聞其語 미즉어심야未即於心也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뿐 마음에 일치하지 않는다.

 

<註解>

여기서는 질문가가 그 이치가 서로 위배됨을 책망하였다

비유비무라는 학설이 그 논변이 오묘하긴 하나

나는 그런 말만 들었을 뿐 마음에 화협하지 않아 실로 깨닫지 못하는 바라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