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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쿳따까 니까야

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上卷 第五

5. 경면왕경鏡面王經 第五

문여시聞如是 이와 같이 들었다.

불재사위국佛在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부처님께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중비구이식시衆比丘以食時 지응기입성욕구식持應器入城欲求食 자념언自念言

비구들이 식사 때가 되어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다가 스스로 생각했다.

 

금입성심조今入城甚早 ‘지금 성에 들어가면 때가 너무 이르다.

아조녕가도이범지강당我曹寧可到異梵志講堂 우리들이 어찌 이교도異敎徒인 범지의 강당에 갈 수 있겠는가.’

여상로래편취좌與相勞徠便就坐 이리하여 비구들은 서로 위로하면서 각자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시시是時 제범지자공쟁諸梵志自共諍 생결불해生結不解

이때 범지들은 자신들끼리 언쟁이 붙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전상방원轉相謗怨 그들은 점차 서로 이렇게 비방하고 원망했다.

아지시법我知是法 여지하법汝知何法 “우리는 이러한 법을 아는데 너희는 무슨 법을 아느냐?

 

아소지합어도我所知合於道 우리가 아는 법은 도에 합치되지만

여소지합하도汝所知合何道 너희가 아는 법은 무슨 도에 합치되느냐?

 

아도법가의행我道法可猗行 우리의 법은 훌륭히 수행할 수 있지만

여도법난가친汝道法難可親 너희의 법은 친밀하기 어렵다.

 

당전설착후설當前說著後說 앞의 말을 할 때는 뒤의 말에 집착하고

당후설반전설當後說反前說 뒤의 말을 할 때는 앞의 말을 번복하며

다설법비여중담불능거多說法非與重擔不能擧

많은 설법을 하여 참으로 역량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실행에 옮기기 어렵게 한다.

 

위여설의불능해爲汝說義不能解 너희에게 뜻을 말해 주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여정지법극무소유汝定知法極無所有 여박부하대汝迫復何對

너희는 분명 법에는 전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 터이니 너희는 도무지 어떻게 대답하려느냐?”

 

이설극전상중해以舌戟轉相中害 피일독보이삼被一毒報以三

이렇게 범지들은 설전舌戰을 벌여 점차 서로 상대방을 해쳐 하나의 피해를 입으면 셋으로 갚아 주었다.

 

제비구문자조원언諸比丘聞子曹怨言 비구들은 이들이 이렇게 다투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여시역불선如是亦不善 “이와 같은 행동도 옳지 않다.

자언역부증子言亦不證 그대의 말 또한 도를 안 것이 아니다.

자조정각기좌子曹正各起座 그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라.”

 

도사위구식到舍衛求食 비구들은 사위성에 이르러

식경거장응기食竟擧藏應器 걸식하여 식사를 마치고 발우를 챙긴 다음

환도기수입원還到祇樹入園 위불작례爲佛作禮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서 부처님께 예배를 올렸다.

 

실좌일면悉坐一面 편여사구설便如事具說

그리고 모두 한 쪽에 앉아 성에서 겪은 일을 부처님께 사실대로 모두 말씀드렸다.

 

념시조범지학자고念是曹梵志學自苦 “이 범지들이 배우는 도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시당득해何時當得解 어느 때나 해탈할 수 있겠습니까?”

 

불언佛言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시조범지是曹梵志 비일세치명非一世癡冥 이 범지들은 이 一生에 있어서만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구원過去久遠 시염부리지是閻浮利地 유왕有王 명왈경면名曰鏡面

아주 오랜 과거에 이 염부리에는 경면이라고 하는 왕이 있었다.

 

시칙사자時勅使者 령행아국계무안인令行我國界無眼人 실장래지전하悉將來至殿下

왕은 어느 날 사자에게 명하여 자기 나라 안에 사는 눈이 없는 장님들을 모두 대궐로 데려 오게 했다.

 

사자수칙즉행使者受勅卽行 장제무안인도전하將諸無眼人到殿下 이백왕以白王

사자는 분부를 받고 즉시 길을 떠나 장님들을 대궐로 데려 와서 왕에게 보고하였다.

 

왕칙대신王勅大臣 실장시인거悉將是人去 시기상示其象

왕은 대신에게 명하여 장님들을 데리고 가서 코끼리를 보여 주게 하였다.

 

신즉장도상구臣卽將到象廏 일일시지一一示之 령착상令捉象

대신은 장님들을 코끼리가 있는 우리로 데리고 가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여주고 코끼리를 만져 보게 하였다.

 

유착족자有捉足者 미자尾者 미본자尾本者 복자腹者 협자脅者 배자背者 이자耳者 두자頭者 아자牙者 비자鼻者

그러자 발을 만지는 사람, 꼬리를 만지는 사람, 꼬리의 밑둥치를 만지는 사람, 배를 만지는 사람,

옆구리를 만지는 사람, 등을 만지는 사람, 귀를 만지는 사람, 머리를 만지는 사람, 어금니를 만지는 사람,

코를 만지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다.

 

실시이悉示已 편장예왕소便將詣王所 이렇게 코끼리를 모두 보여 준 다음 왕에게 데리고 갔다.

왕실문王悉問 왕이 모두에게 물었다.

여조심견상불汝曹審見象不 “너희들도 코끼리를 잘 보았느냐?”

대언對言 아실견我悉見 “저희들은 잘 보았습니다.”

 

왕언王言 하류何類 “대체 어떻게 생겼더냐?”

중유득족자언中有得足者言 명왕明王 상여주象如柱 그러자 발을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기둥 같더라고 하고

득미자왈得尾者曰 여소추如掃帚 꼬리를 만진 사람은 빗자루 같더라고 하고

득미본자언得尾本者言 여장如杖 꼬리 밑둥치를 만진 사람은 지팡이 같더라고 하고

득복자언得腹者言 여타如埵 배를 만진 사람은 둑과 같더라고 하고

득협자언得脅者言 여벽如壁 옆구리를 만진 사람은 벽과 같더라고 하고

득배자언得背者言 여고안如高岸 등을 만진 사람은 높은 언덕 같더라고 하고

득이자언得耳者言 여대기如大箕 귀를 만진 사람은 큰 키[箕]와 같더라고 하고

득두자언得頭者言 여구如臼 머리를 만진 사람은 절구와 같더라고 하고

득아자언得牙者言 여각如角 어금니를 만진 사람은 뿔과 같더라고 하고

득비자언得鼻者言 여색如索 코를 만진 사람은 동아줄과 같더라고 했다.

 

편부어왕전便復於王前 공쟁송상共諍訟象 제여아언諦如我言

이렇게 왕에게 모두 대답한 뒤 장님들은 서로 코끼리는 내가 말한 것과 같다느니 하면서 언쟁을 벌였다.

 

왕시시설게언王是時說偈言 왕은 이때 게송을 읊었다.

 

금위무안회今爲無眼會 지금 앞 못 보는 장님들이 모여서

공제자위제空諦自謂諦 공연히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여

견일언여비見一言餘非 하나를 보고 나머지는 틀렸다 하니

좌일상상원坐一象相怨 한 마리 코끼리 때문에 서로 비방하네.

 

불고제비구佛告諸比丘 이야기를 마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시시경면왕자是時鏡面王者 즉아신시卽我身是 “이때 경면왕은 나의 前身이고

시무안인자時無眼人者 즉강당범지시卽講堂梵志是 봉사들은 강당에 있던 범지들이다.

시시자조是時子曹 무지좌공쟁無智坐空諍 그때도 그들은 지혜가 없어 공연히 언쟁을 벌이더니

금자조역명今子曹亦冥 지금도 그들은 어리석어

공쟁空諍 무소익無所益 공연히 쓸데없는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불시시생시의佛是時生是義 구검차권具撿此卷 령제자실해令弟子悉解

위후세작명爲後世作明 령아경도구주令我經道久住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때에 이 경의 뜻을 요약하여 제자들로 하여금 자세히 알게 하시는 한편

후세 사람들을 위해 뜻을 밝힘으로써 우리 經法이 길이 머물도록 하셨다.

 

설시의족경說是義足經 이에 <의족경>을 말씀하셨다.

자명언시피불급自冥言是彼不及 어리석은 이가 자신은 옳고 남은 그르다 하니

착치일루하시명著癡日漏何時明 날로 어리석음에 빠져 어느 때에 해탈하겠느냐.

자무도위학실이自無道謂學悉爾 스스로 도가 없으면서 배움은 다 이렇다 하니

단란무행하시해但亂無行何時解 참된 수행 없이 갈팡질팡 어느 때에 해탈하겠느냐.

 

상자각득존행常自覺得尊行 늘 스스로 깨어 있어 존귀한 行을 얻으며

자문견행무비自聞見行無比 스스로 진리를 보고 들어 수행이 비길 데 없네.

이타계세오택已墮繫世五宅 이미 세상의 5宅에 떨어진 신세이니

자가기행승피自可奇行勝彼 스스로 훌륭한 수행으로 저들보다 나아야 하느니라.

 

포치주음치선抱癡住婬致善 어리석고 음란하면서 선행을 하려하고

이사학몽득도已邪學蒙得度 삿된 도를 배우면서 해탈을 얻으려 하네.

소견문체수사所見聞諦受思 보고 들은 대로만 옳다고 받아들이니

수지계막위가雖持戒莫謂可 비록 계를 지킨다 하더라도 옳다 할 수 없다네.

 

견세행막실수見世行莫悉修 세상 사람들 행실을 보니 모두 수행하지 않아

수힐념역피행雖黠念亦彼行 총명한 이들조차 범지들의 行을 닦네.

흥행등역경대興行等亦敬待 그러나 저들의 수행에도 공경히 대하여

막생상불급과莫生想不及過 나보다 못하다 낫다 생각해서는 안 된다네.

 

시이단후역진是已斷後亦盡 이런 집착 저런 집착 모두 끊어버리고

역기상독행득亦棄想獨行得 나만이 훌륭한 수행이라는 생각도 버려

막자지이치힐莫自知以致黠 스스로 지혜로운지조차 알지 못해도

수견문단행관雖見聞但行觀 그 보고 들음 오직 진리만 본다네.

 

실무원어량면悉無願於兩面 양 극단에 대하여 애착이 전혀 없어

태역태사원리胎亦胎捨遠離 나고 나지 않음 멀리 여의어 버렸네.

역량처무소주亦兩處無所住 양변兩邊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실관법득정지悉觀法得正止 진리를 보아 正道에 머문다네.

 

의수행소견문意受行所見聞 보고 들은 바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되

소사념소불상所邪念小不想 삿된 마음일랑 조금도 지니지 말라.

혜관법경견의慧觀法竟見意 지혜로 진리를 보아 마침내 뜻을 아니

종시득사세공從是得捨世空 이로부터 세속을 버리고 空을 얻었다네.

 

자무유하법행自無有何法行 스스로 어떤 법도 행하지 않으면서

본행법구의제本行法求義諦 본래 법을 행하여 진리를 구한다네.

단수계구위제但守戒求爲諦 단지 계행을 지키고 진리를 구하여

도무극중불환度無極衆不還 한량없는 중생을 건져 해탈을 얻게 하여라.

 

불설시의족경경佛說是義足經竟 비구실환희比丘悉歡喜

부처님께서 <의족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들은 모두 환희에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