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행찬佛所行讚 제2권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6.차닉환품車匿還品
수유야이과須臾夜已過 잠시 뒤에 밤은 이미 지나고
중생안광출衆生眼光出 중생들 눈빛이 비추어 나오는 곳
고견림수간顧見林樹閒 숲 나무 사이를 돌아보니
발가선인처跋伽仙人處 발가跋伽 선인이 사는 곳이었네.
림류극청광林流極淸曠 넓은 숲속 흐르는 물 너무도 맑고
금수친부인禽獸親附人 짐승들은 사람을 가까이 따르니
태자견심희太子見心喜 태자는 그것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형로자연식形勞自然息 온몸의 고달픔 저절로 풀렸네.
차즉위상서此則爲祥瑞 ‘이것은 곧 상서로운 일이리니
심획미증리心獲未曾利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이익 얻으리라.‘
우견피선인又見彼仙人 다시 또 저 선인을 보니
시소응공양是所應供養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한 사람이었네.
병자호기의幷自護其儀 그 선인 스스로 위의威儀를 지키고
멸제고만적滅除高慢迹 잘난 체 교만스런 자취조차 없었네.
하마수마두下馬手摩頭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금이도아汝今已度我 “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하고
자목시차닉慈目視車匿 자비스런 눈으로 차닉車匿을 바라보니
유청량수세猶淸涼水洗 마치 청량한 물로 씻은 듯했네.
준족치약비駿足馳若飛 “준마가 나는 듯 치달릴 때
여상계마후汝常係馬後 너는 언제나 말 뒤를 따랐지.
감여심경근感汝深敬勤 너의 깊은 공경과 부지런함과
정근무해권精勤無懈惓 게으름 없는 노력에 감동하노라.
여사부족계餘事不足計 다른 일이야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유취여진심唯取汝眞心 오직 너의 참 마음만 취할 뿐이지.
심경형감근心敬形堪勤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애썼으니
차이금시견此二今始見 이 두 가지를 이제야 비로소 보았노라.
인유심지성人有心至誠 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신력무소감身力無所堪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력감심부지力堪心不至 힘이 견딘다 해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거늘
여금이구비汝今二俱備 너는 이제 그 둘을 다 갖추었구나.
연기세영리捐棄世榮利 세간의 영화와 이익 던져 버리고
진보수아래進步隨我來 발을 내딛어 나를 따라 왔구나.
하인불향리何人不向利 어떤 사람인들 이익을 향하지 않으랴.
무리친척리無利親戚離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여금공수아汝今空隨我 너는 이제 부질없이 나를 따라서
불구현세보不求現世報 현재 세상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구나.
부인생육자夫人生育子 대개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것
위이소종사爲以紹宗嗣 조상의 代 잇기 위함이며
소이봉경왕所以奉敬王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위이보은양爲以報恩養 길러준 은혜를 갚으려 함이니라.
일체개구리一切皆求利 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여독배리유汝獨背利遊 너만 홀로 이익을 등지고 노는구나.
지언불번다至言不煩多 지극한 말은 번잡하지 않나니
금당략고여今當略告汝 내 이제 간략히 너에게 말하리라.
여사아이필汝事我已畢 너는 나를 섬기는 일 이미 끝났으니
금차승마환今且乘馬還 오늘 아침에 이 말 타고 돌아가거라.
자아장야래自我長夜來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소구처금득所求處今得 구하던 것 이제야 얻었느니라.”
즉탈보영락卽脫寶瓔珞 곧 바로 보배 영락을 풀어
이수어차닉以授於車匿 차닉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구지시사여具持是賜汝 “너에게 주나니 잘 간직하라.
이위여우비以慰汝憂悲 이것으로 너의 슬픔 위로하노라.”
보관정마니寶冠頂摩尼 보배관 꼭대기의 마니摩尼 보석
광명조기신光明照其身 그 빛나는 광명은 온몸을 비추었네.
즉탈치장중卽脫置掌中 곧 그것을 벗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여일요수미如日曜須彌 마치 해가 須彌山을 비추듯 했네.
차닉지차주車匿持此珠 “차닉이여, 너는 이 구슬 가지고
환귀부왕소還歸父王所 곧 나의 부왕 계신 곳으로 돌아가라.
지주례왕족持珠禮王足 이 구슬 가져다 왕의 발에 예배하고
이표아건심以表我虔心 나의 정성된 마음을 나타내다오.
위아계청왕爲我啓請王 부디 사랑하고 그리는 정 버리시라고.
원사애련정願捨愛戀情 나를 대신해 왕에게 청하여라.
위탈생로사爲脫生老死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고입고행림故入苦行林 일부러 苦行林에 들어왔을 뿐
역불구생천亦不求生天 하늘에 태어나기 구하는 것 아니니
비무앙련심非無仰戀心 우러러 그리는 맘 없는 건 아니지만
역불회결한亦不懷結恨 또한 어떤 원한 품은 것도 아니니라.
유욕사우비唯欲捨憂悲 오직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자 할 뿐이네.
장야집은애長夜集恩愛 오랜 세월 동안 은혜와 애욕 쌓아봐야
요당유별리要當有別離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나니
이유당리고以有當離故 언젠가는 갈라져야 하기 때문에
고구해탈인故求解脫因 해탈할 그 인因을 구하는 것이라네.
약득해탈자若得解脫者 만일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영무리친기永無離親期 영원히 어버이 떠나는 일 없을 것이고
위단우출가爲斷憂出家 근심 끊기 위해 집 나왔나니
물위자생우勿爲子生憂 아들 위해 근심하지 말라 하여라.
오욕위우근五欲爲憂根 5욕이란 근심의 근본이 되니
응우착욕자應憂著欲者 마땅히 5욕에 대한 집착을 근심하라.
내조제승왕乃祖諸勝王 우리 조상으로서 모든 훌륭한 왕은
견고지불이堅固志不移 뜻이 굳고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았네.
금아습여재今我襲餘財 이제 나는 그 재산 물려받았지만
유법사비의唯法捨非宜 오직 법뿐이요 법 아닌 것 버렸다네.
부인명종시夫人命終時 대개 사람은 목숨이 끝날 때
재산실유자財產悉遺子 그 재산 모두 아들에게 넘기는데
자다탐속리子多貪俗利 아들들 대부분 세속의 이익 탐하지만
이아락법재而我樂法財 나는 그보다 법의 재물 좋아한다네.
약언년소장若言年少壯 만일 나이가 젊고 건장할 때는
비시유학시非是遊學時 공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당지구정법當知求正法 마땅히 알라. 바른 법 구함에는
무시비위시無時非爲時 때이건 때 아니건 가릴 것 없다네.
무상무정기無常無定期 무상하여 정해진 기약 없는데
사원상수사死怨常隨伺 죽음의 원수는 항상 따르며 엿보나니
시고아금일是故我今日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때야말로
결정구법시決定求法時 결정코 법을 구할 때라 생각한다네.
여상제소계如上諸所啓 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
여실위아선汝悉爲我宣 너는 나를 위해 모두 아뢰고
유원금부왕唯願今父王 오직 바라는 건 부왕으로 하여금
불부아고련不復我顧戀 다시는 나를 돌이켜 생각 말라 하라.
약이형훼아若以形毀我 일부러 나를 헐어 비방함으로써
령왕할애자令王割愛者 왕에게 애정을 끊게 할 수 있다면
여신물석언汝愼勿惜言 너는 얼마든지 내 말을 하여
사왕념부절使王念不絕 왕께서 그리 생각게 하라.”
차닉봉교칙車匿奉教勅 차닉은 태자의 분부 받들고
비색정혼미悲塞情惛迷 슬픔에 겨워 정신이 아득해져
합장이호궤合掌而䠒跪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 꿇고 앉아(‘무릎 꿇을 호䠒’)
환답태자언還答太子言 태자의 말에 다시 대답하였네.
여칙구선언如勅具宣言 “분부대로 갖추어 말씀드리면
공경증우비恐更增憂悲 대왕의 근심과 슬픔 더할 것이요
우비증전심憂悲增轉深 근심과 슬픔이 더욱더 심해지면
여상닉심니如象溺深泥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으리이다.
결정은애괴決定恩愛乖 결정코 은혜와 애욕을 등진다면
유심숙불애有心孰不哀 마음 있는 이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리오.
금석상최쇄金石尚摧碎 금석金石도 오히려 부서지겠거늘
하황닉애정何況溺哀情 하물며 슬픈 감정에 빠진 이리오.
태자장심궁太子長深宮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소락신세연少樂身細軟 젊고 호강하여 몸이 부드럽나니
투신자극림投身刺蕀林 가시덤불 숲 속에 부드러운 몸 던져
고행안가감苦行安可堪 그 고행 어떻게 견딜 수 있으리오.
초명아색마初命我索馬 처음에 나에게 명하여 말 준비케 하셨을 때
하정심불안下情甚不安 제 마음 매우 불안하였지만
천신견구핍天神見驅逼 천신이 저를 못 견디게 재촉해
명아속장엄命我速莊嚴 저로 하여금 빨리 장엄하게 하였네.
하의령태자何意令太子 내 무슨 뜻이 있어 태자로 하여금
결정사심궁決定捨深宮 결정코 깊은 궁전 버리게 하였으랴.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 이 가비라위迦毘羅衛 나라의
합경생비통合境生悲痛 온 백성 모두 다 비통해 하네.
부왕년이로父王年已老 부왕께서는 이미 나이 늙으셨고
념자애역심念子愛亦深 아들 생각하는 사랑 또한 깊나니
결정사출가決定捨出家 결정코 집 버리고 나간다면
차즉비소응此則非所應 그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오.
사견무부모邪見無父母 삿된 견해 지녀 부모도 없다 하면
차즉무부론此則無復論 그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것 없지만
구담미장양瞿曇彌長養 구담미瞿曇彌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유포형고건乳哺形枯乾 젖 먹여 키우느라 육신이 쪼그라들었네.
자애난가망慈愛難可忘 그 자비와 사랑 잊기 어렵나니
막작배은인莫作背恩人 부디 은혜를 등지는 이 되지 마소서.
영아공덕모嬰兒功德母 어린 아이 기르는 어머니의 공덕은
승족능봉사勝族能奉事 훌륭한 종족이라면 받들어 섬기나니
득승이부기得勝而復棄 뛰어난 것 얻었다가 다시 버리면
차즉비승인此則非勝人 그것은 곧 훌륭한 이 아니옵니다.
야수다승자耶輸陁勝子 야수다라耶輸陀羅의 훌륭한 아들은
사국장정법嗣國掌正法 나라를 이어받고 바른 법 맡았으나
궐년상유소厥年尚幼少 그 나이 아직은 어리디 어리니
시역불응사是亦不應捨 그도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네.
이위사부왕已違捨父王 이런 이치 어기고 부왕을 버리고
급종친권속及宗親眷屬 종친과 권속들을 모두 다 버렸으나
물부유기아勿復遺棄我 부디 더 이상 나만은 버리지 마오.
요불리존족要不離尊足 나는 결코 존귀한 분 떠나지 않을 것이오.
아심회탕화我心懷湯火 내 마음은 뜨거운 불 품은 듯하여
불감독환국不堪獨還國 혼자서는 궁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금어공야중今於空野中 이제 텅텅 빈 저 들판에다
기연태자귀棄捐太子歸 태자를 버리고 돌아간다면
즉동수만제則同須曼提 마치 저 수만제須曼提가
기사어라마棄捨於羅摩 라마羅摩를 버린 것과 다름없으리.
금약독환궁今若獨還宮 지금 만일 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면
백왕당하언白王當何言 왕께 무엇이라 아뢸 것이며
합궁동견책合宮同見責 온 궁중 사람에게 꾸중 들을 때
부이하사답復以何辭答 또 다시 무슨 말로 대답하리까.
태자향고아太子向告我 아까 태자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수방편형훼隨方便形毀 방편으로 태자를 헐어 비방하라 하셨으나
모니공덕소牟尼功德所 어떻게 모니牟尼의 공덕 앞에서
운하이허설云何而虛說 거짓으로 꾸며 여쭙겠습니까.
아심참괴고我深慚愧故 저는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설역불능언舌亦不能言 혀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리니
설사유소설設使有所說 설사 무슨 할 말이 있다 한들
천하수부신天下誰復信 천하에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리오.
약언월광열若言月光熱 만일 달빛이 뜨겁다 말할 때
세간유신자世間有信者 세상에서 그 말을 믿는 이 있다면
탈유신태자脫有信太子 그는 혹 태자가 행하는 것이
소행비법행所行非法行 법다운 행 아니어도 믿을 것이오.
태자심유연太子心柔軟 태자의 마음은 부드럽고 연약하여
상자비일체常慈悲一切 언제나 모든 것을 자비롭게 대하시니
심애이기사深愛而棄捨 깊이 사랑하면서 버린다는 것
차즉위숙심此則違宿心 그것은 본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라네.
원가사환궁願可思還宮 원컨대 태자께서는 궁으로 돌아가시어
이위아우성以慰我愚誠 어리석은 제 정성을 위로하소서.”
태자문차닉太子聞車匿 태자는 차닉의 애처롭고 간절하여
비절고동언悲切苦諌言 입이 쓰도록 간하는 말 들었지만
심안전견고心安轉堅固 마음은 편안하고 더욱 굳고 단단해져
이부고지왈而復告之曰 다시 그에게 타일러 말하였다네.
여금위아고汝今爲我故 “너는 이제 나를 위한 까닭에
이생별리고而生別離苦 이별의 고통이 생겼으나
당사차비념當捨此悲念 마땅히 그러한 슬픈 생각 버리고
차자위기심且自慰其心 스스로 그 마음 달래야 하느니라.
중생각이취衆生各異趣 중생들은 제각기 다른 갈래로
괴리리자상乖離理自常 어그러져 떠나는 것 평범한 이치이니
종령아금일縱令我今日 내가 아무리 지금에 있어
불사제친족不捨諸親族 모든 친족 버리지 않는다 해도
사지형신괴死至形神乖 죽음에 이르러 몸과 정신 갈라짐을
당부운하류當復云何留 장차 어떻게 머물게 하겠는가.
자모회임아慈母懷妊我 자비스런 어머니 나를 가졌을 때
심애상포고深愛常抱苦 못내 사랑했으나 언제나 괴로움 품었고
생이즉명종生已卽命終 나를 낳은 뒤에는 곧 목숨이 끝나
경불몽자양竟不蒙子養 마침내 자식의 봉양 받아보지 못하였다.
존망각이로存亡各異路 삶과 죽음 각각 길이 다르나니
금위하처구今爲何處求 지금 어디 가서 다시 만나리.
광야무고수曠野茂高樹 넓은 들 우거진 높은 나무에
중조군취천衆鳥群聚拪 뭇 새들 떼 지어 깃들 적에
모집신필산暮集晨必散 저녁에 모였다가 새벽이면 흩어지듯
세간리역연世閒離亦然 이 세간의 이별도 그와 같다네.
부운흥고산浮雲興高山 높은 산에 걸려 있는 뜬구름
사집영허공四集盈虛空 사방에서 모여들어 허공을 메웠다가도
아이부소산俄而復消散 어느새 다시금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인리역부연人理亦復然 사람 사는 이치도 또한 그러하니라.
세간본자괴世閒本自乖 세간은 본래 저절로 어그러지는 것이니
잠회은애전暫會恩愛纏 잠시 만나 은애恩愛로 얽히지만
여몽중취산如夢中聚散 꿈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불응계아친不應計我親 나의 친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네.
비여춘생수譬如春生樹 비유하면 봄철에 살아나는 나무가
점장가엽무漸長柯葉茂 점점 자라 가지와 잎 우거졌다가
추상수령락秋霜遂零落 가을 서리에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동체상분리同體尚分離 한 몸도 오히려 나뉘고 말거늘
황인잠합회況人暫合會 하물며 잠깐 동안 회합한 사람들이라도
친척기상구親戚豈常俱 그 친척이 어찌 언제나 함께하랴.
여차식우고汝且息憂苦 너는 우선 근심과 고통을 쉬고
순아교이귀順我教而歸 내 분부 받들어 궁전으로 돌아가라
귀의유존아歸意猶存我 돌아갈 뜻 없어 나와 있고 싶거든
차귀후경환且歸後更還 우선은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오라.
가비라위인迦毘羅衛人 저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 사람들
문아심결정聞我心決定 내 마음의 결정을 듣고도
고유념아자顧遺念我者 돌아보아 나를 생각는 자 있거든
여당선아언汝當宣我言 너는 마땅히 내 말을 일러주라.
월도생사해越度生死海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연후당래환然後當來還 그런 다음에야 마땅히 돌아가리라.
정원약불과情願若不果 만일 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멸산림간身滅山林閒 이 몸은 산림에서 죽고 말 것이라고.”
백마문태자白馬聞太子 그때 흰 말은 이 태자의
발사진실언發斯眞實言 이런 진실한 말을 듣고는
굴슬이지족屈膝而舐足 무릎 꿇고 태자의 발을 핥으며
장식루류련長息淚流連 길이 한숨 쉬며 눈물을 흘렸네.
륜장망만수輪掌網鞔手 수레바퀴[輪] 있는 손바닥과 막膜이 있는 손으로
순마백마정順摩白馬頂 흰 말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네.
여막생우비汝莫生憂悲 “너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아금참사여我今懺謝汝 나는 이제 너에게 감사한다.
량마지근로良馬之勤勞 훌륭한 말로서 수고하고 애썼으니
기공금이필其功今已畢 네가 도울 일은 이제 이미 끝났다.
악도고장식惡道苦長息 나쁜 세상 괴로움 길이 그치고
묘과현어금妙果現於今 현세에 묘한 결과 나타나리라.”
중보장엄검衆寶莊嚴劍 온갖 보배로 장엄한 검劒은
차닉상집수車匿常執隨 늘 차닉이 들고 따랐는데
태자발리검太子拔利劍 태자가 날카로운 그 검을 뽑았을 때
여룡요광명如龍曜光明 마치 龍의 빛나는 광명 같았네.
보관롱현발寶冠籠玄髮 보배 관冠을 썼던 검은머리를
합체치공중合剃置空中 모아 쥐고 끊어 공중에 던지니
상승응허경上昇凝虛境 위로 날아가 허공의 경계에 엉겨
표약란조상飄若鸞鳥翔 나부낌이 난鸞새가 나는 것 같았네.
도리제천하忉利諸天下 도리忉利의 모든 하늘 사람들
집발환천궁執髮還天宮 그 머리털 잡고 天宮으로 돌아갔나니
상욕봉사족常欲奉事足 언제나 그 발자취를 받들어 섬기고자 했거늘
황금득정발況今得頂髮 하물며 이제 그 머리털을 얻음에 있어서랴.
진심가공양盡心加供養 올바른 법이 다할 때까지
지어정법진至於正法盡 마음을 다해 공양 드렸다네.
태자시자념太子時自念 그때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다네.
장엄구실제莊嚴具悉除 ‘모든 장신구는 이제 다 없애고
유유소증의唯有素繒衣 다만 흰 비단 옷만이 남아 있는데
유비출가의猶非出家儀 이것도 집 떠난 자의 행색 아니다.’
시정거천자時淨居天子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지태자심념知太子心念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알고
화위렵사상化爲獵師像 사냥꾼 모습으로 변하여
지궁패리전持弓佩利箭 활을 지니고 예리한 화살을 차고
신피가사의身被袈裟衣 몸에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경지태자전徑至太子前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갔다네.
태자념차의太子念此衣 태자는 생각하기를
염색청정복染色淸淨服 ‘이 옷이야말로 물들인 청정한 옷이구나.
선인상표식仙人上標飾 선인仙人의 훌륭한 차림새이나
렵자비소응獵者非所應 사냥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즉호렵사전卽呼獵師前 곧 사냥꾼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연어이고왈軟語而告曰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러 말하였다네.
여어차의복汝於此衣服 “그대는 그 옷에 대하여
탐애사불심貪愛似不深 애착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소.
이아신상복以我身上服 내가 입은 이 옷을 드릴 테니
여여상무역與汝相貿易 그대 옷과 맞바꾸면 어떻겠소.”
렵사백태자獵師白太子 그 사냥꾼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비불석차의非不惜此衣 “이 옷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니
용모제군록用謀諸群鹿 이것으로써 모든 사슴 떼를 속여
유지령견취誘之令見趣 그들을 유인해 잡기 때문이라오.
구시여소수茍是汝所須 그러나 그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금당여교역今當與交易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바꿔 주겠소.”
렵자기무의獵者旣貿衣 사냥꾼은 그 옷을 바꿔 입고
환자부천신還自復天身 저절로 하늘 몸이 되어 되돌아갔다네.
태자급차닉太子及車匿 그때 태자와 차닉은
견생기특상見生奇特想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차필무사의此必無事衣 ‘이것은 반드시 선인의 옷[無事衣]이요
정비세인복定非世人服 정녕 이 세상 옷이 아니로구나.’
내심대환희內心大歡喜 태자는 內心 크게 기뻐해
어의배증경於衣倍增敬 그 옷에 대하여 배나 더 공경하고
즉여차닉별卽與車匿別 곧 바로 차닉과 이별한 뒤에
피착가사의被著袈裟衣 그가 준 袈裟로 갈아입었다네.
유약청강운猶若靑絳雲 그것은 마치 푸르고 붉은 구름이
위요일월륜圍繞日月輪 해나 달을 에워싼 것 같았는데
안상이체보安詳而諦步 편안하고 가벼워 가벼운 걸음으로
입어선인굴入於仙人窟 선인의 굴 속으로 들어갔네.
차닉자수촉車匿自隨矚 가물가물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
점은불부견漸隱不復見 차닉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태자사부왕太子捨父王 태자는 그 부왕을 버렸고
권속급아신眷屬及我身 그 권속들과 또 이 몸까지 버렸네.
애착가사의愛著袈裟衣 물들인 가사 옷 좋아하며 입고는
입어고행림入於苦行林 드디어 苦行林으로 들어가 버렸네.
거수앙호천擧首仰呼天 머리 들고 하늘 보며 울부짖다가
미민이벽지迷悶而躄地 정신이 아득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네.
기포백마경起抱白馬頸 다시 일어나 흰 말의 목을 껴안고
망절수로귀望絕隨路歸 절망하여 길을 따라 돌아올 때에
배회루반고俳佪屢反顧 어정어정 거리며 자꾸만 돌아보니
형왕심반치形往心反馳 몸은 가나 마음은 뒤로 달렸네.
혹침사실혼或沈思失魂 혹은 생각에 잠겨 정신을 잃기도 하고
혹부앙수신或俯仰垂身 혹은 머리 들었다 숙여 몸에 떨구며
혹도이부기或倒而復起 혹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등
비읍수로환悲泣隨路還 슬피 울며 길 따라 돌아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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