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합궁우비품合宮憂悲品
차닉견마환車匿牽馬還 차닉이 말을 끌고 돌아올 때
망절심비색望絕心悲塞 절망한 심정 슬픔에 막혀
수로호읍행隨路號泣行 길을 따라 울부짖고 걸어가는데
불능자개할不能自開割 스스로 능히 눈을 뜰 수 없었네.
선여태자구先與太子俱 지난번에 태자를 모시고 가다가
일숙지경로一宿之徑路 하룻밤 지새운 길이었는데
금사태자환今捨太子還 지금은 태자 버리고 혼자서 돌아가니
생탈천음고生奪天蔭故 살아서 천음天蔭(太子)을 빼앗겼다네.
배회심고련俳佪心顧戀 배회하는 그 마음 달랠 길 없어
팔일내지성八日乃至城 여드레 만에야 겨우 성문에 이르렀네.
량마소체준良馬素體駿 좋은 말은 원래 몸체가 뛰어나
분신유위상奮迅有威相 기운 떨치는 위엄스런 모습 있었네.
척촉고첨앙躑躅顧瞻仰 주저하면서 돌아보고 우러르나
부도태자형不睹太子形 그 태자의 모습 보이지 않네.
류루사체수流淚四體垂 눈물을 흘리고 온몸은 늘어져
초췌실광택憔悴失光澤 초췌한 모습 윤기마저 잃었네.
선전통비명旋轉慟悲鳴 빙빙 돌면서 한숨 쉬고 슬피 울어
일야망수초日夜忘水草 밤낮으로 물이나 풀 먹는 것조차 잊었네.
유실구세주遺失救世主 세상 구제할 주인을 잃고
환귀가비라還歸迦毘羅 가비라迦毘羅 성으로 되돌아 왔다네.
국토실곽연國土悉廓然 나라는 모두 텅 비어 있어
여입공취락如入空聚落 마치 빈 마을로 들어가는 듯
여일은수미如日隱須彌 또 해가 수미산須彌山에 가려
거세실훈명擧世悉曛冥 온 세상이 모두 어두워진 것 같았네.
천지부징청泉池不澄淸 샘이나 못물은 맑음을 잃고
화과불영무華果不榮茂 꽃과 열매는 무성하지 못하며
항로제사녀巷路諸士女 거리마다 모든 남자와 여자들
우척실환용憂慼失歡容 근심 걱정에 웃는 모습 잃었네.
차닉여백마車匿與白馬 차닉은 흰 말과 더불어
창앙행부전悵怏行不前 비통하고 억울함에 걸음 더디네.
문사불능답問事不能答 무슨 말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은 채
지지약시행遲遲若尸行 느릿느릿 걷는 발길 상여꾼 걸음일세.
중견차닉환衆見車匿還 차닉은 돌아오는데
불견석왕자不見釋王子 태자의 모습 보이지 않자
거성대호읍擧聲大號泣 많은 사람들 소리 내어 크게 울부짖음이
여기라마환如棄羅摩還 마치 라마羅摩 버리고 돌아올 때 같았네.
유인래로방有人來路傍 어떤 사람은 길가로 와서
경신문차닉傾身問車匿 몸 기울여 차닉에게 물었네.
왕자세소애王子世所愛 “왕자는 온 세상이 사랑하는 분
거국인지명擧國人之命 온 나라 백성들의 목숨 같다네.
여첩도장거汝輒盜將去 너 혼자 남 몰래 모시고 가더니
금위하소재今爲何所在 지금은 어느 곳에 머물고 계신가.”
차닉억비심車匿抑悲心 차닉이 슬픈 마음 억누르고
이답중인언而答衆人言 많은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네.
아권련추축我眷戀追逐 “간절히 생각하고 뒤쫓으면서
불사어왕자不捨於王子 나는 왕자를 버리지 않았으나
왕자연기아王子捐棄我 왕자는 도리어 나를 버리고
병사속위의幷捨俗威儀 또 세속의 위의마저 내던지셨네.
체두피법복剃頭被法服 머리 깎고 法服을 입더니
수입고행림遂入苦行林 마침내 고행림으로 들어가셨소.”
중인문출가衆人聞出家 많은 사람 태자의 출가 소식 듣고서
경기기특상驚起奇特想 뜻밖의 생각에 너무 놀랐네.
오인이제읍嗚咽而啼泣 오열하고 흐느끼며 슬피 울적에
체루교류하涕淚交流下 콧물과 눈물 뒤섞여 흘러내렸네.
각각상고어各各相告語 그들은 저마다 서로 물었네.
아등작하계我等作何計 우리는 장차 어찌 하면 좋은가.
중인함의언衆人咸議言 여러 사람들 다함께 의논해 말했네.
실당추수거悉當追隨去 “우리들 모두 뒤쫓아 가자.
여인명근괴如人命根壞 마치 사람의 몸과 목숨 끊어지면
신사형신리身死形神離 몸과 정신 갈라짐과 같다네.
왕자시아명王子是我命 저 왕자는 우리의 목숨일진대
실명아기생失命我豈生 목숨을 잃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리.
차읍성구림此邑成丘林 그 없으면 이 도시는 쓸쓸한 언덕
피림성곽읍彼林城郭邑 그 있으면 저 수풀도 도시 이루리.
차성실위덕此城失威德 이 城은 이제 위엄과 덕 잃어서
여살비리다如殺毘梨多 마치 비리다毘梨多를 죽인 것 같다네.”
성내제사녀城內諸士女 성 안에 사는 모든 남녀들
허전왕자환虛傳王子還 왕자가 돌아온다는 헛소문 들었네.
분치출로상奔馳出路上 서로 다투어 길 위로 나왔으나
유견마공귀唯見馬空歸 말만 속절없이 돌아온 것 보고
막지기존망莫知其存亡 그의 살고 죽음 알 길이 없어
비읍종종성悲泣種種聲 슬피 우는 그 소리 다양하였네.
차닉보견마車匿步牽馬 차닉은 말을 끌고 돌아와서는
허희수루환歔欷垂淚還 흐느껴 슬피 울며 눈물지었네.
실태자우비失太子憂悲 태자를 놓쳐 버린 걱정과 슬픔에다
가증포구심加增怖懼心 두려운 마음 그 위에 더했네.
여전사파적如戰士破敵 마치 군사가 적군에게 패했을 때
집원송왕전執怨送王前 붙잡혀 왕의 앞에 끌려가듯 하였네.
입문루우하入門淚雨下 성문에 들어서자 눈물은 비 오듯
만목무소견滿目無所見 눈에 글썽거려 아무 것도 보이는 것 없었네.
앙천대제곡仰天大啼哭 하늘을 우러러 크게 통곡할 때
백마역비명白馬亦悲鳴 흰 말도 또한 슬피 울었네.
궁중잡조수宮中雜鳥獸 궁중에 있던 온갖 새와 짐승들
내구제군마內廏諸群馬 마구간에 있던 모든 말들도
문백마비명聞白馬悲鳴 흰 말이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장명이응지長鳴而應之 길게 울어 응답하였네.
위호태자환謂呼太子還 태자 돌아온 줄 알고 부르짖었다가
불견이절성不見而絕聲 그가 보이지 않자 소리 그쳤네.
후궁제채녀後宮諸婇女 후궁後宮과 모든 채녀婇女들
문마조수명聞馬鳥獸鳴 말 ㆍ새ㆍ짐승의 우는 소리 듣고는
란발면위황亂髮面萎黃 머리는 산발한 채 낯빛은 누렇게 뜨고
형수순구건形瘦脣口乾 얼굴은 여윈 데다 입술은 바싹 마르며
폐의불완탁弊衣不浣濯 옷이 더러웠으나 빨 생각조차 않고
구예불욕신垢穢不浴身 몸은 때로 얼룩져도 목욕하지 않았네.
실사장엄구悉捨莊嚴具 치장하던 도구도 모두 버리고
훼췌불선명毀悴不鮮明 헐고 여위어 선명하지 않았네.
거체무광요擧體無光耀 온몸은 전혀 광택이 없어
유여세소성猶如細小星 마치 스러져 가는 별과 같았네.
의상괴람루衣裳壞襤縷 옷은 낡고 헐어 남루하기가
상여피적형狀如被賊形 도적 맞은 사람과 다름없었네.
견차닉백마見車匿白馬 체읍절망귀涕泣絕望歸
차닉과 흰 말이 눈물 흘리며 절망하고 돌아온 것 보고는
감결이호도感結而號咷 슬픔에 겨워 울부짖는 모습이
유여신상친猶如新喪親 금방 어버이 잃은 사람 같았네.
광란이소요狂亂而搔擾 미쳐 치닫고 어지럽게 날뜀이
여우실기도如牛失其道 소가 제 갈 길을 잃은 듯했네.
대애구담미大愛瞿曇彌 대애大愛 구담미瞿曇彌는
문태자불환聞太子不還 태자가 돌아오지 않았단 말 듣고
송신자투지竦身自投地 몸을 솟구쳤다 스스로 땅에 던져
사체실상괴四體悉傷壞 온몸이 다 상하고 부서졌네.
유여광풍최猶如狂風摧 비유하면 마치 사납게 몰아친 바람에
금색파초수金色芭蕉樹 황금빛 파초나무 찢겨진 것 같았네.
우문자출가又聞子出家 그는 또 태자의 출가 소식 듣고는
장탄증비감長歎增悲感 길게 탄식하며 슬픈 정 더하였네.
우선세연발右旋細軟髮 오른 쪽으로 감아 돈 가늘고 연한 털은
일공일발생一孔一髮生 한 털구멍에 털 하나씩 났는데.
흑정선광택黑淨鮮光澤 검고 깨끗하여 반짝반짝 빛나고
평주이쇄지平住而灑地 바르게 서 있으면 땅에까지 치렁거렸네.
하의합천관何意合天冠 무슨 마음으로 天冠과 함께
체착초토중剃著草土中 풀 우거진 땅바닥에 벗어 던졌나.
용비사자보傭臂師子步 통통한 팔과 사자 걸음걸이에
수광우왕목脩廣牛王目 눈은 소 눈처럼 길고 넓었고
신광황금염身光黃金炎 황금 불꽃인 듯 빛나는 몸에
방억범음성方臆梵音聲 가슴은 네모지고 음성은 梵天 같았네.
지시상묘상持是上妙相 이렇게 훌륭하고 묘한 모습 지닌 분이
입어고행림入於苦行林 저 고행림으로 들어가셨네.
세한하박복世閒何薄福 이 세간은 얼마나 복이 엷기에
실사성지주失斯聖地主 이렇게도 거룩한 왕을 잃었나.
묘망유연족妙網柔軟足 묘한 망網 있는 부드럽고 연한 발은
청정련화색淸淨蓮花色 맑디맑은 연꽃 빛을 지녔거늘
토석자극림土石刺蕀林 맨 땅이며 돌이며 가시덤불을
운하이가도云何而可蹈 어떻게 그 발로 밟을 것인가.
생장어심궁生長於深宮 깊은 궁중에 태어나 자라날 때엔
온의세연복溫衣細軟服 곱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옷 입고
목욕이향탕沐浴以香湯 향내 나는 더운물에 목욕하고는
말향이도신末香以塗身 가루 향을 온몸에 발랐었는데
금즉치풍로今則置風露 이제는 바람 불고 이슬 내리니
한서안가감寒暑安可堪 저 추위와 더위를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화족대장부華族大丈夫 빛나는 종족에서 대장부로 태어나
표정승다문摽挺勝多聞 우뚝하고 훌륭하며 아는 것도 많네.
덕비명칭고德備名稱高 덕 갖춘 이름 높이 칭송 받고
상시무소구常施無所求 항상 베풀면서 바라는 것 없었는데
운하홀일조云何忽一朝 어떻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걸식이활신乞食以活身 걸식하는 생활로 연명하는가.
청정보상와淸淨寶牀臥 맑고 깨끗한 보배 침대에 눕히고
주악이각혼奏樂以覺惛 음악을 연주하여 잠을 깨웠는데
기능산수간豈能山樹閒 어떻게 거친 숲 속에서
초토이자신草土以藉身 풀과 흙으로 자리를 하신단 말인가.
념자심비통念子心悲痛 아들 생각하는 마음 슬프고 가슴 아파
민절이벽지悶絕而躄地 괴로움에 혼절하여 땅바닥에 쓰러지자
시인부령기侍人扶令起 모시는 사람들 붙들어 일으켜
위식기목루爲拭其目淚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네.
기여제부인其餘諸夫人 그 밖에 다른 여러 부인들
우고사체수憂苦四體垂 근심과 괴로움에 온몸은 늘어지고
내감심참결內感心慘結 북받치는 슬픈 감정에 마음이 응어리져
부동여화인不動如畫人 꼼짝하지 않는 것 그림 속사람 같았네.
시야수타라時耶輸陁羅 그때 부인 야수다라耶輸陀羅는
심책차닉언深責車匿言 차닉을 심하게 꾸짖으며 말했네.
생망아소흠生亡我所欽 “내 사랑하는 이 생이별하였구나.
금위재하소今爲在何所 지금 그 이는 어디 있는가.
인마삼공행人馬三共行 사람과 말 셋이 함께 갔는데
금유이래귀今唯二來歸 이제는 겨우 둘만 돌아오다니
아심극황포我心極惶怖 내 마음 지극히 놀랍고 두려움에
전률부자안戰慄不自安 벌벌 떨려 스스로 걷잡을 수 없구나.
종시부정인終是不正人 너는 끝내 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불닐비선우不昵非善友 친하지도 않으며 착한 벗도 아니다.
불길종강폭不吉縱强暴 흉악하게 사나움을 함부로 부려
응소용제위應笑用啼爲 웃음으로 대했건만 울음으로 갚는가.
장거이제환將去而啼還 웃으며 데려 갔다가 울면서 돌아왔으니
반복불상응反覆不相應 엎치락뒤치락 서로 어긋나기만 하네.
애념자재반愛念自在伴 사랑하는 생각과 스스로 짝하더니
수욕자심작隨欲恣心作 욕심이 일어나자 방자한 맘 생겼구나.
고사성왕자故使聖王子 그러므로 성스러운 왕자로 하여금
일거불부귀一去不復歸 한번 가고 돌아오지 못하게 해놓고
여금응대희汝今應大喜 너는 지금 매우 기뻐하지만
작악이과성作惡已果成 나쁜 짓 지었으니 이미 과보 이루어졌네.
녕근지혜원寧近智慧怨 차라리 지혜로운 원수와 친할지언정
불습우치우不習愚癡友 어리석은 벗과는 사귀지 말 것을
가명위량붕假名爲良朋 거짓으로 착한 벗이라 이름 하면서
내실회원결內實懷怨結 속으로는 원한을 품었었구나.
금차승왕가今此勝王家 이제 이 훌륭한 王家가
일단실파괴一旦悉破壞 하루아침에 모두 무너지고 말았네.”
차제귀부인此諸貴夫人 그리고 저 모든 귀부인들도
우췌훼형호憂悴毀形好 근심에 시달려 곱던 얼굴 망가졌다네.
체읍기식절涕泣氣息絕 슬피 울부짖다 정신 잃을 땐
우루광류하雨淚撗流下 눈물 비 오듯 하염없이 쏟아진다네.
부주상재세夫主尚在世 지아비 세상에 있을 때에는
의지여설산依止如雪山 설산雪山처럼 의지하였네.
안의여대지安意如大地 마음 편하여 大地와 같았는데
우비태지사憂悲殆至死 이제는 근심과 슬픔에 거의 죽게 되었구나.
황차창유중況此窗牖中 더구나 이 우리 같은 방 속에서
비읍장규자悲泣長叫者 구슬피 울부짖는 이 사람이랴.
생망기소천生亡其所天 살아서 지아비 잃어 버렸으니
시고하가감是苦何可堪 그 고통 어떻게 감당하리오.
고마여무의告馬汝無義 흰 말아, 너는 의리義理도 없구나.
탈인심소중奪人心所重 남의 마음 속 소중한 이를 빼앗아 갔네.
유여암명중猶如闇冥中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원적겁진보怨賊劫珍寶 도적이 보물을 겁탈해간 것 같네.
승여전투시乘汝戰鬪時 그 이가 너를 타고 싸움할 때
도인봉리전刀刃鋒利箭 칼이나 창이나 또 예리한 화살까지도
일체실능감一切悉能堪 너는 일체를 다 견뎌냈거늘
금유하불인今有何不忍 지금은 어찌하여 참지 못했나.
일족지수승一族之殊勝 이 온 겨레의 훌륭한 그 분을
강탈아심거强奪我心去 내 마음 버려둔 채 억지로 빼앗아 갔다네.
여시폐악충汝是弊惡虫 너는 더럽고 나쁜 짐승
조제부정업造諸不正業 바르지 못한 짓 다 짓고 말았구나.
금일대오호今日大嗚呼 오늘은 너무도 크게 울부짖어
성만어왕궁聲滿於王宮 그 소리 이 궁중에 가득하였네.
선겁아소념先劫我所念 내 소중한 분 빼앗아 갈 때
이시하이아爾時何以瘂 그때는 어찌하여 벙어리 되었던가.
약이시유성若爾時有聲 만일 그때 소리라도 질렀더라면
거궁실응각擧宮悉應覺 온 궁중 사람 모두 다 깨었을 텐데
이시약각자爾時若覺者 그때 만일 깨나기만 했더라도
불생금고뇌不生今苦惱 지금 이런 고통 없었을 텐데.”
차닉문고언車匿聞苦言 차닉이 이같이 괴로운 말 듣고
음기이식결飮氣而息結 맥이 빠지고 숨이 막혔네.
수루합장답收淚合掌答 눈물 거두고서 합장하고 대답하되
원청아자진願聽我自陳 “원컨대 제 설명을 들어보소서.
막혐책백마莫嫌責白馬 저 흰 말을 나무라지 마시고
역막에어아亦莫恚於我 또한 저를 꾸짖지 마십시오.
아등실무과我等悉無過 우리들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천신지소위天神之所爲 그것 모두 다 하늘신의 짓이었으니
아극외왕법我極畏王法 저는 너무나 왕법이 두려웠지만
천신소구핍天神所驅逼 하늘 신에게 핍박당하여
속견마여지速牽馬與之 어느새 말을 끌어다 내게 잡히고
구거질여비俱去疾如飛 날아가는 것처럼 함께 달릴 때
염기령무성厭氣令無聲 기운 눌러 소리도 못 치게 하고
족역불촉지足亦不觸地 발 또한 땅에 닿지 않았답니다.
성문자연개城門自然開 잠겼던 성문은 저절로 열렸고
허공자연명虛空自然明 어둡던 허공도 저절로 밝아졌습니다.
사개천신력斯皆天神力 이것은 모두가 하늘신의 힘이니
기시아소위豈是我所爲 어찌 이것이 우리가 한 짓이겠습니까.”
야수타문설耶輸陁聞說 야수다라가 이 말을 듣고
심생기특상心生奇特想 마음에 이상하단 생각 들었다.
천신지소위天神之所爲 그것이 다 하늘 신이 한 짓이라면
비시사등구非是斯等咎 이것은 저들의 잘못이 아닌 것을.
혐책심소제嫌責心消除 꾸짖던 마음 어느새 사라지고
치연대고식熾然大苦息 불길 같던 심한 괴로움도 이내 그쳐
벽지칭원탄躄地稱怨歎 땅바닥에 쓰러져 원망 어린 탄식할 때
쌍수조분괴雙輸鳥分乖 한 쌍의 원앙새가 이별한 듯하였네.
아금실의호我今失依怙 “나는 이제 의지할 곳 잃었구나.
동법행생리同法行生離 같은 법 행하다 살아서 이별했네.
락법사동행樂法捨同行 그는 법만 좋아해 同行을 버렸으니
하처경구법何處更求法 나는 어디서 다시 법을 구하리.
고석제선승古昔諸先勝 옛날의 모든 훌륭한 이들 중에
대쾌견왕등大快見王等 대쾌견왕大快見王 같은 이들은
사개부처구斯皆夫妻俱 모든 다 부처夫妻가 함께
학도유림야學道遊林野 도道를 배우면서 숲 속에 놀았거늘
이금사어아而今捨於我 이제 그이는 나를 버린 채
위구하등법爲求何等法 어떤 법을 구하려 한단 말인가.
범지사사전梵志祠祀典 범지들 제사 지내는 법에는
부처필동행夫妻必同行 부처가 반드시 같이 행하게 되어 있었네.
동행법위인同行法爲因 함께 법을 행하여 그 인因을 짓고
종즉동수보終則同受報 죽으면 똑같은 과보 받거늘
여하독법간汝何獨法慳 그대는 어찌 혼자만 법을 아껴
기아이척유棄我而隻遊 나를 버리고 혼자서 노니는가.
혹견아질악或見我嫉惡 혹은 내가 시샘하는 것 보고
갱구무질자更求無嫉者 다시 시샘 없는 여자 구하려 함인가.
혹당혐박아或當嫌薄我 혹은 또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갱구정천녀更求淨天女 깨끗한 하늘아씨 구하려 함인가.
위하승덕색爲何勝德色 어떤 훌륭하고 덕 있는 여자 위해
수습어고행修習於苦行 그런 고행을 닦고 익히는가.
이아박명고以我薄命故 나는 기박한 운명이기에
부처생별리夫妻生別離 부부로서 살아서 이별했지만
라후라하고羅睺羅何故 라후라羅睺羅는 무슨 까닭에
불몽어슬하不蒙於膝下 부모 슬하에서 사랑 받지 못하는가
오호불길사嗚呼不吉士 아아, 이 원망스런[不吉] 사람이여
모유이심강貌柔而心剛 얼굴은 부드럽고 마음은 굳세어라.
승족성광영勝族盛光榮 훌륭한 이 겨레의 광영光榮으로서
원증유종앙怨憎猶宗仰 원수들도 오히려 높이고 우러렀네.
우자생미해又子生未孩 아기 나서 아직 걸음마도 못하는데
이능영기사而能永棄捨 그것마저 영원히 버릴 수 있었는가.
아역무심장我亦無心腸 나 또한 심장도 창자도 없는 사람
부기유산림夫棄遊山林 지아비 날 버리고 숲 속에 노닐건만
불능자민몰不能自泯沒 이 목숨 차마 끊지 못하다니
차즉목석인此則木石人 이 몸은 나무나 돌 같은 사람인가.”
언이심미란言已心迷亂 이런 넋두리 끝에 마음이 혼미하여
혹곡혹광언或哭或狂言 혹은 웃기도 하고 혹은 미친 말하며
혹징시침사或瞪視沈思 혹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며
경인부자승哽咽不自勝 흐느껴 울면서 자신을 가누지 못하다가
철철기태진惙惙氣殆盡 근심 깊어 숨결이 거의 끊겨
와어진토중臥於塵土中 그만 땅바닥에 쓰러져 누워 있었네.
제여채녀중諸餘婇女衆 그밖에 다른 모든 채녀들
견생비통심見生悲痛心 그것을 보자 슬프고 아픈 마음 일었네.
유여성련화猶如盛蓮花 마치 한창 피어나는 고운 연꽃이
풍박최령위風雹摧令萎 바람이나 우박에 쓰러지는 것 같았네.
부왕실태자父王失太子 그 父王은 태자를 잃은 뒤에
주야심비련晝夜心悲戀 밤이나 낮이나 슬프고 그리운 마음에
재계구천신齋戒求天神 재계齋戒하고 하늘 신께 빌기를
원령자속환願令子速還 원컨대 자식이 빨리 돌아오게 해달라 했네.
발원기청이發願祈請已 이렇게 발원하고 기도한 뒤에
출어천사문出於天祠門 하늘 신을 모신 사당 문을 나오다가
문제제곡성聞諸啼哭聲 사람들 울부짖는 소리 듣고서
경포심미란驚怖心迷亂 놀라고 두려운 맘 혼란스러워
여천대뢰진如天大雷震 마치 하늘에서 천둥치고 번개 일 때
군상란분치群象亂奔馳 코끼리 떼 어지럽게 달리듯 하였네.
견차닉백마見車匿白馬 또 차닉과 흰 말을 보고
광문지출가廣問知出家 두루 물어 태자가 집 떠난 줄 알고
거신투어지擧身投於地 온 몸을 땅에 던져 쓰러졌으니
여붕제석당如崩帝釋幢 마치 제석의 깃대가 무너지듯 하였네.
제신서부기諸臣徐扶起 여러 신하들 부축해 일으키고
이법권령안以法勸令安 법으로써 권하며 위로하였네.
구이심소성久而心小醒 얼마쯤 지나자 정신이 조금 깨어나
이고백마언而告白馬言 먼저 흰 말을 보고 하소연하였네.
아수승여전我數乘汝戰 “나는 자주 너를 타고 나가 싸울 때
매념여유공每念汝有功 언제나 너의 공을 생각했었는데
금자증악여今者憎惡汝 지금은 네가 미운 것이
배어애념시倍於愛念時 사랑할 그 때보다 배나 더하다.
소념공덕자所念功德子 내 사랑하는 공덕이 있는 아들
여첩운령거汝輒運令去 네가 태우고 멀리 달려가
척저산림중擲著山林中 깊은 숲 속에 던져 버린 뒤
유자공래귀猶自空來歸 그를 두고 너 혼자 돌아오다니.
여속지아왕汝速持我往 너는 빨리 나를 데려다 주던가
불이왕장환不爾往將還 아니면 네가 가서 데리고 오너라.
불위차이자不爲此二者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하지 않으면
아명장부존我命將不存 내 목숨은 장차 살아남지 못하리.
갱무여방치更無餘方治 이 병은 다른 방법으론 고칠 길 없나니
유대자위약唯待子爲藥 오직 기다리는 아들만이 약이 될 뿐이니라.
여산도범지如珊闍梵志 마치 저 산자珊闍 범지가
위자사살신爲子死殺身 제 아들 죽자마자 목숨을 끊었듯이
아실행법자我失行法子 나도 행과 법 있는 아들을 잃었으니
자살령무신自殺令無身 스스로 죽어 내 몸을 없애리라.
마누중생주摩㝹衆生主 저 중생의 임금 마누魔㝹도 또한(토끼 새끼 누㝹)
역당위자우亦當爲子憂 그 아들을 위해 항상 근심했거늘
황부아상인況復我常人 하물며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야
실자능자안失子能自安 아들을 잃고 어찌 스스로 편할 수 있으리.
고석아사왕古昔阿闍王 또 옛날의 저 아사阿闍왕은(망루 도, 사리 사闍)
애자유산림愛子遊山林 사랑하는 아들이 숲속에서 유행할 때
감사이명종感思而命終 너무 슬퍼하다 목숨을 마친 뒤에
즉시득생천卽時得生天 저 하늘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네.
오금불능사吾今不能死 그런데 내가 지금 죽지 못하면
장야주우고長夜住憂苦 긴긴 밤을 근심하고 괴로워하리.
합궁념오자合宮念吾子 온 궁중도 모두 내 아들 생각함이
허갈여아귀虛渴如餓鬼 몹시 목마른 아귀餓鬼 같으리.
여인갈탐수如人渴探水 목마른 사람이 물을 얻어
욕음이탈지欲飮而奪之 마시려 하다가 빼앗긴 것처럼
수갈이명종守渴而命終 목마름 지키다가 목숨 마치면
필생아귀취必生餓鬼趣 반드시 아귀 세계에 태어나리라.
금아지허갈今我至虛渴 나는 지금 몹시 목말라 하다가
득자수부실得子水復失 물 같은 아들 얻은 뒤에 다시 잃어 버렸네.
급아미명종及我未命終 그런데도 나는 아직껏 살아 있으니
속어아자처速語我子處 내 아들 있는 곳 빨리 말하라.
물령아갈사勿令我渴死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목마른 채 죽어
타어아귀중墮於餓鬼中 저 아귀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
아소지력강我素志力强 나는 본래부터 뜻과 힘이 굳세어
난동여대지難動如大地 대지大地와 같이 움직이기 어려웠네.
실자심조란失子心躁亂 아들 잃은 마음이 급하고 어지러워
여석십차왕如昔十車王 저 옛날 십차왕十車王 같네.
왕사다문사王師多聞士 많이 들어 아는 것 많은 王師와
대신지총달大臣智聰達 또 지혜롭고 총명한 대신들
이인권동왕二人勸諌王 그 두 사람이 왕에게 간諫하되
불완역부절不緩亦不切 느리지도 않았고 격렬하지도 않았네.
원자관정념願自寬情念 “원컨대 스스로 너그럽게 마음 가져
물이우자상勿以憂自傷 근심하다 스스로 몸 상하지 마소서.
고석제승왕古昔諸勝王 옛날의 모든 훌륭한 왕들은
기국여산화棄國如散花 나라 버리기 흩어지는 꽃처럼 했네.
자금행학도子今行學道 이제 아드님은 도를 수행하거늘
하족고우비何足苦憂悲 어찌하여 괴롭게 근심하고 슬퍼하십니까?
당억아사기當憶阿私記 마땅히 저 아사타阿私陀의 예언 기억해보면
리수자응연理數自應然 이치와 분수 스스로 그러했을 뿐이라오.
천락전륜성天樂轉輪聖 하늘 음악도 저 전륜성왕轉輪聖王도
소연불루청蕭然不累淸 숙연해져 청정한 마음 방해하지 못했네.
기왈세계왕豈曰世界王 어떻게 저 세계의 왕이
능이금왕심能移金王心 금옥 같은 그 마음 움직일 수 있으리오.
금당사아등今當使我等 그러나 지금 우리들을 시켜
추구도기소推求到其所 그분 계신 곳을 뒤좇아 찾게 해주시면
방편고동쟁方便苦諌諍 방편으로써 애써 간諫해
이표아단성以表我丹誠 우리들의 붉은 정성 나타내서
요망강기지要望降其志 반드시 그 뜻을 굽히게 하여
이위왕우비以慰王憂悲 대왕의 근심과 슬픔 위로하리다.
왕희즉답언王喜卽答言 그러자 왕은 기뻐하며 곧바로 답하였네.
유여등속행唯汝等速行 “바라건대 그대들은 속히 가시오.
여사군타조如舍君陁鳥 마치 저 사군타舍君陀 새가
위자공중선爲子空中旋 새끼를 위해 공중을 맴돌 듯
아금념태자我今念太子 이제 내 태자를 생각하여
편연심역연便悁心亦然 걱정하는 마음도 또한 그러하다오.”
이인기수명二人旣受命 두 사람 명령 받고 떠나가자
왕여제권속王與諸眷屬 왕과 또 그 모든 권속들도
기심소청량其心小淸涼 그 마음 조금은 시원해지고
기선손음통氣宣飡飮通 기운이 펴져 음식도 먹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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