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세유월중우화戊申歲六月中遇火 무신년 6월 화재를 만나다
초려기궁항草廬寄窮巷 초가집을 궁벽한 골목에 붙이고서
감이사화헌甘以辭華軒 달갑게 화려한 집 사양하여 왔었다.
정하장풍급正夏長風急 한여름에 긴 바람 급히 닥쳐와
림실돈소번林室頓燒燔 수풀 속의 집 단번에 불타올랐다.
일택무유우一宅無遺宇 온 집 방 한 칸 남지 않아
방주음문전舫舟蔭門前 문 앞의 배 안에서 이슬 피한다.
초초신추월迢迢新秋月 길고 긴 초가을 저녁
정정월장원亭亭月將圓 울롱한 달이 둥글어져 가는구나.
과채시복생果菜始復生 과일 채소는 이미 다시 돋아났고
경조상미환驚鳥尙未還 놀란 새들은 아직도 안 돌아온다.
중소저요념中宵竚遙念 밤중에 우두커니 서서 먼 일 생각하니
일반주구천一盼周九天 깜짝할 틈에 아홉 겹 하늘 다 돌아낸다.
총발포고개總髮抱孤介 머리 묶고서부터 고고한 절개 품고서
엄출사십년奄出四十年 어느새 40년이 넘어섰구나.
형적빙화왕形迹憑化往 몸은 변화 따라 지나가지만
령부장독한靈府長獨閒 마음은 언제나 유독히 한유하다.
정강자유질貞剛自有質 곧고 굳음 본래 바탕 있어서
옥석내비견玉石乃非堅 옥이나 돌은 굳은 게 아닌 셈이라.
앙상동호시仰想東戶時 동호씨東戶氏 시절 우러러 생각하거니와
여량숙중전餘糧宿中田 그적엔 남은 양곡을 밭 가운데 남겨 두었고
고복무소사鼓腹無所思 배 두드리며 생각하는 일이란 있지도 않았으며
조기모귀면朝起暮歸眠 아침에 일어나고 저물면 돌아가자고는 했다.
기이불우자旣已不遇玆 그러한 시절 만나지 못하였으니
차수관아원且遂灌我園 잠시 내 밭에 물이나 주자.
►초려草廬 짚이나 갈대 따위로 지붕을 인 집. 自己 집을 겸손謙遜하게 이르는 말.
►궁항窮巷 좁고 으슥한 뒷골목. 외딴 시골 땅.
►화헌華軒 호화스러운 차. 귀인이 타는 차.
►초초迢迢 까마득히 멀다.
►정정亭亭 늙은 몸이 꾸정꾸정한 모양模樣. 산이 솟아 있는 모양模樣이 우뚝함.
►구천九天 대궐大闕 안. 가장 높은 하늘. 하늘을 아홉 方位로 나누어 이르는 말.
1. 중앙中央을 균천鈞天, 東쪽을 창천蒼天, 서西쪽을 호천昊天, 남南쪽을 염천炎天, 북北쪽을 현천玄天이라 하고
동남東南쪽을 양천陽天, 西南쪽을 주천朱天, 동북東北쪽을 변천變天, 서북西北쪽을 유천幽天이라 한다.
2. 지구地球를 중심中心으로 회전回轉(廻轉)하는 아홉 개의 천체天體.
일천日天, 월천月天, 수성천水星天, 금성천金星天, 화성천火星天,
목성천木星天, 토성천土星天, 항성천恒星天, 종동천宗動天이다.
3. 조선朝鮮 초기初期 무가巫歌의 하나.
‘구천九天’은 신령神靈의 이름이며 곡조曲調 옆에 가사歌詞 대신代身 관악기管樂器의 口音이 붙어 있는
평조平調의 노래로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전傳한다.
►영부靈府 ‘신령神靈한 곳’이라는 뜻으로 마음을 이르는 말.
이 시는 진晉 안제安帝의 의희義熙 4년(408) 도연명의 나이 44세에 지은 시이다.
이때 도연명은 상경에 살고 있었는데 6월 중순에 화재로 그의 집이 소실되어 배에서 지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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