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漢詩/도연명陶淵明

5言詩 25. 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계묘세십이월중작여종제경원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계묘년 12월에 시를 지어 사촌 동생 경원에게 주다

 

침적형문하寢迹衡門下 행적을 감추고 누추한 집에 은거하며

막여세상절邈與世相絕 세상과 멀리 떨어져 단절하며 지낸다.

고목막수지顧目莫誰知 둘러보아도 아무도 아는 이 없고(目↔盻)

형비주상폐荊扉晝常閇 사립문은 낮에도 항상 닫아둔다.

 

처처세모풍淒淒歲暮風 세모의 바람 쌀쌀하고

예예경일설翳翳經日雪 종일 눈이 내리니 어두컴컴하다.

경이무희성傾耳無希聲 귀 기울여도 조그만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재목호이결在目皓已潔 내다보니 세상이 이미 새하얗구나.

 

경기침금수勁氣侵襟袖 매서운 찬 기운은 옷깃 소매로 파고들고

단표사루설簞瓢謝屢設 변변찮은 식사조차 자주 거른다.

소삭공우중蕭索空宇中 적막하고 텅 빈 집에는

료무일가열了無一可悅 기뻐할 일 하나도 없다네.

 

역람천재서歷覽千載書 천년을 내려오는 책 두루 펼쳐보니

시시견유렬時時見遺烈 때때로 옛 어진 이들을 만난다.

고조비소반高操非所攀 높은 지조 따를 수 없겠지만

유득고궁절謬得固窮節 잘 못하나마 곤궁 속에서 절조를 지키려 한다.

 

평진구불유平津苟不由 벼슬길 따르지 않을 바에는 은거하여

서지거위졸栖遲詎為拙 농사짓는 것이 어찌 못나다 하겠는가?

기의일언외寄意一言外 말한 것 이외의 뜻을 부치니

자계수능별茲契誰能別 뜻이 맞는 사람을 누가 구별할 수 있을까?

 

►계묘세癸卯歲 진晉 안제安帝 원흥元興 2년(403)

►종제從弟 4촌 동생.

►경원敬远 도경원陶敬远. 도연명의 4촌 동생.

►침적寢迹 행방을 감추다. 은거함을 말한다.

►형문衡門 한 개의 횡목을 가로질러서 만든 허술한 대문. 누추한 집을 말한다.

 

►‘멀 막邈’ 멀다.

►고목顧目 주위를 돌아보다.

►형비荊扉 사립문.

►예예翳翳 어두컴컴하다.

►경일설經日雪 하루 종일 내린 눈.

 

►경이傾耳 귀를 기울이다.

►무희성無希聲 조그만 소리도 들리지 않다. ‘희希’는 작다.

►호이결皓已潔 이미 하얗다. ‘호결皓潔’은 맑고 깨끗하다.

►경기勁氣 매서운 한기.

►단표簞瓢 변변치 않은 음식.

일단식一簞食 일표음一瓢飲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論語 옹야雍也 11>

 

►사루설謝屢設 자주 거르다. ‘사謝’는 사양하다. ‘설設’은 진설하다.

►소삭蕭索 스산하다. 적막하다. ‘노 삭, 찾을 색, 채소 소索’은 쓸쓸하다.

►요무了無 전혀 없음.

►유열遺烈 후세에 길이 남는 공적. 고상한 지조를 가진 현사賢士.

►‘더위잡을 반攀’ 기어오르다.

 

►‘그릇될 류/유謬’ 그르치다[謙辭]

►고궁절固窮節 곤궁 속에서 절조를 고수하다.

►평진平津 평탄한 큰길. 즉, 벼슬길을 말한다.

►‘진실로 구/구차할 구苟’ 만약.

►‘말미암을 유, 여자의 웃는 모양 요由’ 따르다.

 

►서지栖遲 은거하다. 서식하다.

►‘어찌 거詎’ 어찌.

►‘맺을 계, 애쓸 결, 부족 이름 글, 사람 이름 설契’ 부합하다.

►‘나눌 별别’ 식별하다.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진晉 안제安帝 원흥元興 2년(403년) 12월, 39세 때 지은 시이다.

도연명은 융안 5년(401년) 겨울 생모 맹씨가 사망하자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403년에는 봄에 남쪽 발에서 몸소 밭을 갈았으며 12월에 이 시를 지어 사촌동생 경원에게 부쳤다.

남쪽 밭에서 밭을 갈은 것에 대하여는 403년 봄에 <계묘세시춘회고전사癸卯歲始春懷古田舍>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