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진세팔월중어하전사확丙辰歲八月中於下田舍穫
병진년 8월 무논의 농막에서 추수를 하며
빈거의가색貧居依稼穡 오직 농사짓고 먹는 가난한 살림
육력동림외戮力東林隈 온 식구가 힘을 합해 밭을 가네
불언춘작고不言春作苦 춘경의 괴로움은 견디겠으나
상공부소회常恐負所懷 기대하던 타작 망칠까 두려웁네
사전권유추司田眷有秋 농사 감독관이 추곡 익은 것보고
기성여아해寄聲與我諧 희롱조로 풍작이라 내게 말했으나
기자환초포饑者歡初飽 굶주리던 나도 포식할 기쁨에 넘쳐
속대후명계束帶候鳴雞 의관 갖추고 달 울기만 기다리네
양즙월평호揚檝越平湖 노를 젓고 잔잔한 호수를 건너
범수청학회汎隨淸壑迴 출렁출렁 맑은 계곡 따라 돌면
울울황산리鬱鬱荒山裏 울창한 숲이 욱은 깊은 산중에
원성한차애猿聲閑且哀 원숭이 울음 애처롭고 한적하다
비풍애정야悲風愛靜夜 슬픈 바람에 고요한 밤 더욱 그립고
임조희신개林鳥喜晨開 숲 속에 새들이 날 트이자 즐거워하듯
왈여작차래曰余作此來 내가 이렇듯 은퇴하여 농사 지은 지
삼사성화퇴三四星火頹 이미 12년의 세월이 지났노라
자년서이로姿年逝已老 몸이나 나이는 이미 늙었으나
기사미운괴其事未雲乖 나의 뜻만은 변함이 없네
요사하조옹遙謝荷蓧翁 아득히 하조옹 바라보고 감사하니
요득종군서聊得從君棲 그대 덕택에 내가 물러나 쉬노라.
►병신丙辰 의희義熙 12년(416). 도연명이 52세 때.
►하손下潠 남리南里에 있는 지명.
►‘거둘 확, 땅 이름 호穫’ 수확.
►빈거의가색貧居依稼穡 농사를 짓고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생활.
►부소회負所懷 자기가 생각하는 정신적 자유에 위배됨.
►사전司田 농사를 관장하는 관리.
►권유추眷有秋 가을 추수를 점검하러 옴. ‘돌볼 권 眷’은 눈을 돌리다. ‘유추有秋’는 가을에 수확이 있음.
►기자환초포饑者歡初飽 주린 자가 비로소 배불리 먹고 즐거워하는 것.
도연명을 비롯 지금까지 주리던 자들이 수확을 즐거워함.
►속대束帶 의복을 바로 하다.
►평호平湖 멀리 열린 호수.
►‘넓을 범, 소리 가늘 핍汎’ 물 위에 뜬 모양.
►울울鬱鬱 울창한 모양.
►성화퇴星火頹 성화는 화성. ‘무너질 퇴頹’는 떨어지다. 가을이 되면 서쪽으로 기울어서 떨어진다.
►자년姿年 모양과 나이.
►하조옹荷蓧翁 <논어 미자편>에 나오는 은자隱者.
그는 지팡이에 삼태기를 걸어 등에 메고 농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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