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王維의 도원행桃源行
어주축수애산춘漁舟逐水愛山春 고깃배로 물 따라 내려가니 사랑스런 봄 산
양안도화협거진兩岸桃花夾去津 옛 나루를 끼고 양 언덕엔 복사꽃이 피어있다(去↔古)
좌간홍수부지원坐看紅樹不知遠 붉은 나무를 바라보다 멀리 온 줄 몰랐더니
행진청계불견인行盡青溪不見人 청계靑溪를 다 지나도 사람은 아니 보인다
산구잠행시외호山口潛行始隈隩 산 어귀로 가만히 들자 깊은 협곡이 시작되고
산개광망선평륙山開曠望旋平陸 산이 열려 확 트이자 문득 평야가 펼쳐있다
요간일처찬운수遙看一處攢雲樹 멀리서 보니 한 곳에 구름과 나무가 어리어 있고
근입천가산화죽近入千家散花竹 가까이 들어서니 많은 집이 꽃과 대나무 사이에 흩어있다
초객초전한성명樵客初傳漢姓名 나무꾼이 처음으로 한나라 성명을 알려주는데
거인미개진의복居人未改秦衣服 주민은 아직도 진秦나라 때의 옷을 입고 있다
거인공주무릉원居人共住武陵源 그들은 다 함께 무릉도원에서 살면서
환종물외기전원還從物外起田園 세상 밖에 다시 전원을 일으켰구나
월명송하방롱정月明松下房櫳靜 달 밝은 소나무 아래 창들은 고요한데
일출운중계견훤日出雲中雞犬喧 구름 속에 해가 뜨자 닭소리 개소리 요란하네
경문속객쟁래집驚聞俗客爭來集 속세의 객이 왔다는 소식에 놀라 다투어 몰려와서는
경인환가문도읍競引還家問都邑 서로 이끌고 집으로 가선 사는 마을을 물어본다
평명려항소화개平明閭巷埽花開 동트자 골목길은 꽃을 쓸어 열리고
박모어초승수입薄暮漁樵乘水入 저물 무렵 고기잡이와 나무꾼은 물길을 타고 돌아온다
초인피지거인간初因避地去人間 처음엔 피난처로 인간세상을 떠났다가
급지성선수불환及至成仙遂不還 신선 되어 끝내 돌아가지 않았구나
협리수지유인사峽裏誰知有人事 누가 알았으랴, 이 협곡 속에 사람이 살줄을
세중요망공운산世中遙望空雲山 세상에서 멀리 바라보면 그저 구름 속의 산뿐인 것을
불의령경난문견不疑靈境難聞見 신선세계 듣고 보기 어려운 줄 의심치 않지만
진심미진사향현塵心未盡思鄉縣 세속의 마음 다하지 못해 고향마을 생각한다
출동무론격산수出洞無論隔山水 골짝을 나가서는 산과 물이 막고 있어도
사가종의장유연辭家終擬長游衍 집 떠나 와서 오래도록 노니리라 생각했네
자위경과구불미自謂經過舊不迷 지나온 옛길을 잃지 않으리라 여겼건만
안지봉학금래변安知峰壑今來變 어찌 알았으리, 산골짝이 오늘처럼 변할 줄을
당시지기입산심當時只記入山深 그때 산 깊이 들어간 것만 기억나니
청계기곡도운림青溪幾曲到雲林 청계靑溪 몇 굽이를 돌아 구름 자욱한 숲에 이르렀던가(曲↔度)
춘래편시도화수春來遍是桃花水 봄이 되어 모두가 복사꽃 떠 있는 물인데
불변선원하처심不辨仙源何處尋 도원桃源 길 모르겠네, 어디 가서 찾을지.
►去↔古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좌간홍수부지원坐看紅樹不知遠
‘坐’는 ‘인위因爲’ 즉 이유나 원인을 뜻한다. ‘홍수紅樹’는 앞 구의 ‘桃花’ 즉 복숭아나무를 가리킨다.
►불견인不見人 ‘홀치인忽値人’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외오隈隩 ‘굽이 외隈’는 구비, ‘물굽이 오, 거처 욱隩’는 깊음을 뜻한다.
따라서 ‘외오隈隩’는 굽이굽이 좁고 깊은 협곡을 지칭한다.
►평륙平陸 평지平地를 뜻한다.
►초객초전한성명樵客初傳漢姓名
‘초객樵客’은 나무꾼을 뜻하는데 ‘어부漁父’와 함께 세속과 거리를 둔 은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길을 잃고 무릉도원에 들어온 자들을 대개 ‘樵客’ ‘漁父’로 표현하였다.
►무릉원武陵源 도화원桃花源을 지칭한다. 晉代 陶潛의 〈桃花源記〉에
선세피진시란先世避秦時亂 우리의 선조가 秦나라 시대의 난리를 피하여
솔처자읍인래차절경率妻子邑人來此絶境 처자와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세상과 단절된 이곳으로 들어와서
불부출언不復出焉 수여외인간격遂與外人間隔 다시는 나간 적이 없으니 마침내 바깥세상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문금시하세問今是何世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물으니
내부지유한무론위진乃不知有漢無論魏晉 위진魏晉시대는 물론 漢나라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라고 하였다.
►물외物外 세상 밖 즉 ‘別天地’를 뜻한다.
►방롱房櫳 ‘난간 롱(농)櫳’은 창문을 뜻하며 ‘房櫳’은 일반적으로 집이나 창문을 통칭한다.
►급지성선及至成仙 ‘경문성선更聞成仙’으로 되어 있는 本도 있다.
►曲↔度로 되어 있는 本도 있다.
►흥상초묘興象超妙
‘흥상興象’은 興에 의하여 詩想을 일으킴을 뜻하고 ‘초묘超妙’는 범상하지 않은 초월적 詩想을 지칭한다.
즉 언어문자나 이성적 논리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오묘한 창작의 경지이다.
이 詩는 송촉본宋蜀本 <왕마힐문집王摩詰文集>의 제목 아래 注에는 왕유가 19세에 쓴 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왕유는 唐나라의 시인으로 서정시 형식을 완성한 시인으로
초년에 이미 산수전원에 대한 취향과 세속을 초월하려는 지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시는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거한 것으로 구성과 전개가 유사하다.
세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단락은 도화원에 이르는 과정이
둘째 단락은 도화원의 정황과 주민과의 만남을
셋째 단락은 도화원을 떠나온 뒤 다시 찾지 못한 사연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연명의 5언 고시와는 다른 도화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도연명이 전쟁과 부세賦稅와 같은 정치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자력으로 이룬
순박한 이상사회를 그리고 있는 데 반하여
왕유는 도화원의 경치와 마을 모습을 환상적 색채로 묘사하여 별천지 속의 仙境으로 상정하고 있다.
도화원에 대한 전설은 대략 위진남북조시대부터 유전되어 내려오면서
도연명의 기문記文과 詩를 뒤이어 많은 문인들이 후속 작품을 지었는데
왕유에 의하여 새로운 의경意境이 창출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평集評>
►송宋 진암초陳巖肖 <경계시화庚溪詩話> 卷下
무릉도원武陵桃源 진인피세어차秦人避世於此 무릉도원은 秦나라 사람들이 이곳에서 세상을 피하였는데
지동진시문어인간至東晉始聞於人間 동진시대부터 세상에 소문이 전해지기 시작하여
도연명작기陶淵明作記 차위지시且爲之詩 상의詳矣 도연명이 記文을 짓고, 또 그것을 시로 지었는데 상세하다.
기후작자상계其後作者相繼 그 후의 작자들이 계속 이어져
여왕마힐한퇴지류우양如王摩詰韓退之劉禹鍚 왕마힐王摩詰(왕유王維) 한퇴지韓退之(한유韓愈) 류우석劉禹錫
본조왕개보本朝王介甫 본조本朝(宋代)의 왕개보王介甫(王安石)가
개유가시皆有歌詩 모두 詩歌를 지으며
쟁출신의爭出新意 각상웅장各相雄長 다투어 새로운 意境을 창출하였는데 각기 장점이 있다.
►청淸 왕사정王士禎 <지북우담池北偶談> 卷14
도원시桃源詩 당송이래唐宋以來 〈도원시〉 당송이래로
작도원행최전자作桃源行最傳者 <도원행>을 지어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왕마힐한퇴지왕개보삼편王摩詰韓退之王介甫三篇 왕마힐, 한퇴지, 왕개보가 지은 세 편이다.
관퇴지개보이시觀退之介甫二詩 필력의사筆力意思 심가희甚可喜
한퇴지와 왕개보의 두 시를 보면 筆力과 意思가 매우 흡족할 만하다.
급독마힐시及讀摩詰詩 다소자재多少自在 그러나 마힐의 시를 읽게 되면 매우 자연스러워서
이공편여노력만강二公便如努力挽强 두 사람이 힘써 끌어 잡아당기려 해도
불면면적이열不免面赤耳熱 얼굴이 붉어지고 귀가 뜨거워지는 것을 면치 못할 것이다.
차성당소이고불가급此盛唐所以高不可及 이 점이, 성당의 시가 높아서 미칠 수 없는 이유이다.
►청淸 옹방강翁方綱 <석주시화石洲詩話> 卷1
고금영도원사자古今詠桃源事者 지우승이조극至右丞而造極 고불필언의固不必言矣
고금에 도화원에 대한 일을 읊은 것은 右丞(王維)에 이르러서 극치에 이르렀음은 진실로 말할 필요가 없다.
연차제영자然此題詠者 당송제현략유부동唐宋諸賢略有不同
그러나 이것을 제영한 작품에는 당송唐宋의 여러 작가들 사이에 대략 같지 않은 점이 있다.
우승급한문공류빈객지작右丞及韓文公劉賓客之作 즉직위성선則直謂成仙
우승右丞 한문공韓文公(韓愈) 류빈객劉賓客(劉禹錫)의 작품은 곧바로 “신선이 되었다[成仙]”고 말하고 있다.
이소문충지론而蘇文忠之論 그러나 소문충공蘇文忠公(蘇軾)의 論에는
즉이위시기자손則以爲是其子孫 그들의 자손들이요,
비즉피진지인非卽避秦之人 진秦나라를 피해 달아난 사람들이
지진상재야至晉尙在也 진晉나라 때까지 살아있던 것이 아니라고 하였으니
차설사근리此說似近理 이 설명이 사리에 가까운 듯하다.
개당인지시蓋唐人之詩 대개 당나라 사람들의 시는
단취흥상초묘但取興象超妙 다만 흥상興象과 초묘超妙만을 취하였으나(注12)
지후인至後人 내익연핵정사이乃益硏核情事耳 불필이차위분별야不必以此爲分別也
후대 사람들에 이르러서는 더욱 事情을 깊이 연구하였으니 반드시 이것으로 분별할 필요는 없다.
►왕유王維(699-761) 자字는 마힐摩詰. 山西省 太原 사람.
당唐나라 때의 詩人. 화가畫家. 남종문인南宗文人畫의 시조始祖.
자연自然을 소재素材로 한 5言絕句에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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