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5권 9-9
9 목木 나무
9 령상로송嶺上老松 고갯마루의 늙은 소나무
세한백초조령후歲寒百草彫零後 추운 날씨에 온 풀이 시들어 떨어진 뒤
지유령상송독수只有嶺上松獨秀 고갯마루에 소나무만이 빼어나네.
간배풍우로유장幹排風雨老逾壯 줄기는 비바람 물리쳐 늙어 더욱 굳세고
근반석상언불부根盤石上偃不仆 큰 바위에 뿌리내려 누워 넘어지지 않네.
옹종부중승여묵臃腫不中繩與墨 혹이 생겨 먹줄에 들어맞지 않았으니
기괴흡수귀신우奇怪恰受鬼神祐 기괴함이 귀신의 도움 받은 듯하네
군불견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춘전도리경선연春前桃李競嬋姸 봄 앞에서 복사와 오얏이 아리따움 다투다가
불일우피춘풍수不日又被春風瘦 며칠 못가 또 봄바람에 시들어 버림을
자린참렬친매태紫鱗慘裂襯莓苔 붉은 비늘 모질게 터지고 이끼가 끼니
대지륜곤지여수大枝輪困知汝壽 굽고 꺾인 큰 가지의 그대 오래 산 걸 알겠네.
►‘엎드릴 부, 엎드릴 복/종 복仆’
►선연嬋姸 몸맵시가 날씬하고 아름답다.
►자린紫鱗 물고기를 아름답게 일컫는 말
►참렬慘裂 처참하게 갈라지다.
►‘속옷 친, 속옷 츤襯’
<영마루의 노송
모든 초목이 겨울을 타는데
영마루의 솔 하나 그대로구나
줄기는 비바람에 늙을수록 굳세고
너럭바위에 뿌리내려 기운 채로 견딘다.
혹이 있으니 먹줄은 맞지 않을 터
생김새가 그런 것도 신령의 보호라
그대 보지 않았던가.
봄을 다퉈 피던 살구 복숭아
봄바람에 며칠 안 가 지고 말던 것을
보굿마다 터져서 이끼는 끼었지만
굵은 가지 휜 것으로 장수할 걸 알겠구나.
/이문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 중에서
►보굿(순 우리말)
굵은 나무줄기의 두껍고 비늘같이 생긴 껍데기.
늙은 소나무 밑동을 보면 금이 쩍쩍 벌어져 있다.
갑옷의 미늘이나 물고기 비늘 모양의 굵은 껍데기가 조각조각 붙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데
힘을 주어 잡아떼면 그 껍데기가 한 조각씩 떨어져 나온다.
이때 떨어져 나오는 껍데기를 ‘보굿’이라 하고 보굿 안쪽의 속껍질을 ‘보굿켜’라고 한다.
한편 고기잡이 그물에 매달아 그물이 뜨게 하는 가벼운 물건도 보굿이라 하는데
물에 잘 뜨는 합성수지나 코르크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옛날엔 나무에서 떼어낸 보굿을 그물에 달아서 썼던 것으로 보인다.
●서새풍우西塞風雨 서쪽 변방의 비바람/쌍명재雙明齋 이인로李仁老(1152-1220)
추심립택자린비秋深笠澤紫鱗肥 가을 깊으니 갓 못에 자주 빛 비늘 살찌고
운진서산편월휘雲盡西山片月輝 구름 걷히니 서쪽 산에 조각달이 빛나네.
십폭포범천경옥十幅蒲帆千頃玉 열 폭 부들 돛단배 일천 이랑에 아름답고
홍진응부도사의紅塵應不到蓑衣 도롱이 덮고 이르러 홍진에 응하지 않네./<東文選 卷20>
►서새풍우西塞風雨
당나라 장지화張志和가 벼슬을 버리고 스스로 <연파조수煙波釣叟>라 하여 배를 타고 살며 어부가를 짓기를
서새산전백로비西塞山前白鷺飛 서새 산 앞에 백로가 나는데
도화류수궐어비桃花流水鱖魚肥 복사꽃 흐르는 물에 궐어가 살찐다.
청약립록사의만靑篛笠綠蓑衣晩 푸른 대 푸른 삿갓 도롱이 옷 쇠하여
사풍세우불수귀斜風細雨不須歸 비낀 바람 가랑비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이인로李仁老(1152-1222) 자는 미수眉叟, 호는 와도헌臥陶軒.
►입택笠澤 중국 太湖의 異名.
태호는 매우 큰 호수로 입택笠澤 또는 동정호洞庭湖라고 한다.
►포범蒲帆 부들로 만든 돛.
►홍진紅塵 속세의 티끌, 번거롭고 속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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