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5권 10-9
10 화초花草
9 정초庭草 뜰의 풀.
정초삼삼하일장庭草毿毿夏日長 뜰의 잡초들 긴 여름날에 길고 길게 자라고
고저첨영과동장高低簷影過東墻 높고 낮은 처마의 그림자 동쪽 담장을 지나네.
주인다병경순지酒因多病經旬止 술로 인한 병이 늘어나 열흘을 금하고 지내다
서치궁수루질장書値窮愁累帙藏 궁핍한 시름의 편지를 만나 불경 책을 묶었네.
소진도선재수불蘇晉逃禪齋綉佛 소진은 좌선을 피해 수놓은 부처께 재계하고
관녕부해좌려상管寧浮海坐藜床 관영은 명아주 평상에 앉아서 바다에 떠있네.
방광근칙구매몰放曠謹敕俱埋沒 거리낌 없는 언행 경계하며 모두 땅에다 묻고
귀록공류지반장鬼錄空留紙半張 헛되이 머무는 귀신 명부를 종이 반에 베푸네.
►삼삼毿毿 털이 긴 모양, 버들가지 같은 것이 가늘고 길게 늘어진 모양. ‘털 길 삼毿’
►궁수窮愁 궁핍을 겪는 근심.
►소진蘇晉 당唐 나라 때 호부시랑戶部侍郞을 지낸 사람.
남전藍田 사람으로 불도를 배우면서 중 혜징慧澄과 친했고 수놓은 미륵불 하나를 모시고는
‘이 부처님이 미즙米汁(쌀뜨물 곧 술)을 좋아하시니 내 마음에 꼭 맞다.’ 했음.
소진장재수불전蘇晉長齋繡佛前 소진은 부정不淨한 것을 피한다면서 오래 수놓은 부처 앞에 절하면서
취중왕왕수도선醉中往往受逃禪 술에 취했을 때는 가끔 참선을 핑계하여 주는 술잔을 사양했네.
/두보杜甫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관영管寧(158-241)
삼국 시대 위나라 북해北海 朱虛 사람. 자는 유안幼安이다.
어려서 고아가 되어 어렵게 공부했고 여러 번 조정의 부름이 있었지만 끝내 나가지 않았다.
화흠華歆 병원邴原과 가깝게 지냈다.
일찍이 화흠과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고관대작의 수레가 지나가자 화흠이 책을 덮고 바라보는 것을 보고
세상의 富貴榮華에 뜻을 주었다고 하여 같이 쓰던 방석을 갈라 절교했다는 관녕할석管寧割席 이야기가 유명하다.
후한 말에 전란을 피해 요동遼東 땅에 가서 30여 년을 살았는데
평상에 꿇어앉아 글을 읽어 무릎에 닿은 상床의 바닥이 뚫어졌다고 한다.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중에 귀향했다.
관녕화흠공원중서채管寧華歆共園中鋤菜 견지유편금見地有片金
관녕과 화흠 두 사람이 밭일을 하고 있었는데, 흙속에 금 조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관휘서여와석부이管揮鋤與瓦石不異 화착이척거지華捉而擲去之
관녕은 마치 돌멩이나 기와를 본 것처럼 여겼는데, 화흠은 그것을 집어 만져보고는 던져버렸다.
우상동석독서又嘗同席讀書 유승헌면과문자有乘軒冕過門者
또 둘이 같은 자리에 앉아 글을 읽었는데, 때마침 고관이 수레를 타고 지나갔다.
녕독여고寧讀如故 흠폐서출간歆廢書出看
관녕은 독서를 계속하였는데, 화흠은 독서를 중단하고 밖에 나가 구경하였다.
영할석분좌왈寧割席分坐曰 관녕은 거적을 둘로 쪼개어 앉을 자리를 나누며 말하였다.
자비오우야子非吾友也 “너는 내 친구가 아니다.”/<世說新語 德行篇>
►방광放曠 言行에 거리낌이 없음.
►근칙謹敕 삼가하여 스스로 경계警戒함.
►귀록鬼錄 귀신鬼神 명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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