悟道頌涅槃頌 ⓬
●월면만공선사月面滿空禪師(송만공宋滿空 1871-1946)
오도송悟道頌
공산이기고금외空山理氣古今外 빈 산 이치가 옛과 지금 밖이니
백운청풍자거래白雲淸風自去來 흰구름 맑은 바람은 스스로 오고가노라
하사달마월서천何事達摩越西天 달마대사는 무슨 일로 서천을 넘었는가
계명축시인일출鷄鳴丑時寅日出 닭은 축시에 울고 해는 인시에 뜨나니
►모든 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話頭를 가지고 홀로 참선에 열중하다가
1895년 아산군 鳳谷寺에서 새벽 범종을 치는 소리를 듣고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만공 스님은 입적을 하기 전 열반송을 남기지 않았다.
다만 거울 앞에서 자신과 나눈 마지막 독백이 지금껏 열반송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 만공! 자네와 나는 70여 년 동안 동고동락 해왔지만 오늘이 마지막 일세 그동안 수고했네.
그대와 나의 이승 인연이 다 되었네.
그럼 잘 있게“
►滿空禪師 傳法偈
운산무동별雲山無同別 구름과 산은 같지도 다르지도 않고
역무대가풍亦無大家風 또한 대가의 가풍도 없구나
여시무문인如是無文印 이와 같은 글자 없는 인印을
분부혜암여分付惠菴汝 혜암 너에게 주노라.
►경허(75대) - 만공(76대) - 전강(77대)으로 법맥이 이어졌다.
춘성은 한 때 그의 문하에서 수행하기도 했다.
●석우보화石友普化선사(1875-1958)
열반송涅槃頌
낭괄건곤방외척囊括乾坤方外擲 하늘과 땅을 바랑에 넣어 한 켠에 밀쳐놓고
장도일월수중장杖挑日月袖中藏 해와 달을 지팡이로 따서 소맷자락에 감추노라
일성종락부운산一聲鍾落浮雲散 한 줄기 종소리에 뜬구름 흩어지고
만라청산정석양萬蘿靑山正夕陽 만 갈래 청산에 비로소 석양이 비치나니
●한암중원漢岩重遠(1876-1951)
오도송悟道頌
어느 날 금강산 신계사의 보운강회普雲講會에서 우연히
보조普照국사의 <수심결修心訣>을 읽다가 제1차 깨달음을 얻었다.
1899년 24세 되던 해 한암은 전국의 고승들을 찾아 구도의 길에 나섰다.
그해 가을 김천 청암사에서 경허鏡虛 선사를 만나 가르침을 청하였다.
경허가 '금강경' 사구게四句偈를 일러주는데 갑자기 안광眼光이 홀연히 열리면서 깨달았다.
각하청천두상만脚下靑天頭上巒 다리 아랜 푸른 하늘이고 머리 위는 땅
본무내외역중간本無內外亦中間 본래 안과 밖은 없고 중간도 역시 없도다
파자능행맹자견跛者能行盲者見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고 장님이 보니
북산무어대남산北山無語對南山 북쪽 산은 말없이 남산을 바라보고 있도다.
위의 시는 1899년 해인사에서 한암의 난해한 처음 悟道頌이다.
즉 관습적인 관점을 바꾸면 다리 아래가 하늘이고 머리 위가 땅이다.
착화주중안홀명着火廚中眼忽明 부엌에서 불 지피다 홀연히 눈 밝으니
종자고로수연청從玆古路隨緣淸 이로부터 옛길이 인연 따라 분명하네.
약인문아서래의若人問我西來意 만일 누가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묻는다면
암하천명부습성岩下泉鳴不濕聲 바위 아래 물소리 젖는 일 없다 하리.
1912년(37세) 맹산 우두암에서
“아궁이에 불을 붙이다가 홀연히 발오發悟하니 처음 수도암에서 개오 할 때와 더불어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한 줄기 활로가 부딪치는 곳마다 분명했다.”
마침내 관문을 부수고 안목이 열린 것이다.
그리하여 ‘아!’ 하고는 위와 같은 연구聯句의 게송을 읊었다.
촌방난폐상의객村尨亂吠常疑客 삽살개 짖는 소리에 손님인가 의심하고
산조별명사조인山鳥別鳴似嘲人 산새들 울음소리 나를 조롱하는 듯,
만고광명심상월萬古光明心上月 만고의 빛나는 마음 달이
일조소진세간풍一朝掃盡世間風 하루아침에 세간의 바람 쓸어 버렸네.
●만암종헌曼庵宗憲선사(1876-1956)
오도송悟道頌
보도번유인寶刀飜遊刃 보배 칼을 마음대로 쓰고
명경무전후明鏡無前後 밝은 거울은 앞뒤가 없도다.
량반일양풍兩般一樣風 두 가지 몰아 한 바람이
취도무근수吹到無根樹 뿌리 없는 나무에 불어 닿는다.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선사(1879-1944)
오도송悟道頌
남아도처시고향男兒到處是故鄕 남아 대장부는 머무는 곳이 바로 고향인 것을
기인장재객수중幾人長在客愁中 수많은 나그네 시름 속에서 애태웠네.
일성갈파삼천계一聲喝破三千界 한 소리 버럭 지르니 삼천세계가 깨지고
설리도화편편홍雪裡桃花片片紅 눈 속에 붉은 복사꽃 흩날리네.
●혜암현문慧庵玄門선사(1884-1985)
오도송悟道頌
어묵동정구語默動靜句 어묵동정의 글귀여
개중수감착箇中誰敢着 이 가운데 누가 감히 머물라고 하겠는가?
문아동정리問我動靜離 동정 여읜 곳을 내게 묻는다면
즉파기상종即破器相從 곧 깨진 그릇은 맞추지 못한다. 하리라
열반송涅槃頌
행장납의일지行狀衲衣一枝 누더기 한 벌과 지팡이 하나로
동주서주주무궁東走西走走無窮 동서를 끝없이 달리나니
방인약문하처주傍人若問何處走 어디로 달렸느냐 묻는다면
천하횡행무불통天下橫行無不通 천하를 가로질러 통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리
►혜암스님은 1985년 5월 19일 수덕사修德寺 염화실拈花室에서 세수世壽 1백1세,
법랍法臘 86세로 세연世緣을 거두고 열반에 들었다.
스님은 열반에 임해 마지막 가르침을 묻는 제자들에게
"무상無相 무공(無空 무비공無非空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대답으로 臨終偈를 대신했다.
無相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여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無空 그렇다고 허망한 것도 아니고
無非空 허망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자신의 견해로는 앞의 가르침이면 족하다는 자기 확신의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효봉曉峰선사(1888-1966)
열반송涅槃頌
오설일체법吾說一切法 내가 말한 모든 법
도시조병무都是早騈拇 그거 다 쓸데없는 군더더기
약문금일사若問今日事 누가 오늘 일을 물어온다면
월인어천강月印於千江 달은 저 천강에 잠긴다고 하리
생불생生不生 사불사死不死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데, 어찌 생일이 따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동산혜일東山慧日(1890-1965)
오도송悟道頌
화래화거기다년畵來畵去幾多年 그림을 그리고 그린 것이 몇 해던가
필두락처활묘아筆頭落處活猫兒 붓끝이 닿은 곳에 살아 있는 고양이로다
진일창전만면수盡日窓前滿面睡 온종일 창 앞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야래의구착로서夜來依舊捉老鼠 밤이 되면 예천처럼 늙은 쥐를 잡는다.
열반송涅槃頌
원래미증전元來未曾轉 원래 일찍이 바꾼 적이 없거늘
기유제이신豈有第二身 어찌 두 번째 몸이 있으랴
삼만육천조三萬六千朝 삼만 육천 일
반복지저한反覆只這漢 날마다 되풀이하는 다만 이 놈 뿐
●춘성春性선사(1891-1977)
열반송涅槃頌
팔십칠년사八十七年事 여든일곱 해의 일이
칠전팔도기七顚八倒起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고꾸라졌다 일어남이라
횡설여수설橫說與竪說 횡설과 수설이여
홍로일점설紅爐一點雪 붉은 화로 위의 한 점 눈송이로다
●경봉정석鏡峰靖錫선사(1892-1982)
오도송悟道頌
아시방오물물두我是訪吾物物頭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목전즉현주인루目前卽現主人樓 눈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가가봉착무의혹呵呵逢着無疑惑 허허 이제 만나 의혹이 없으니
우발화광법계유優鉢化光法界流 우담발화 꽃 빛이 온 누리에 흐르네
열반송涅槃頌
인생은 한바탕 연극이다.
나는 연극배우로 중 역할을 잘하고 떠난다.
야반 삼경에 문빗장을 걸어 잠그라
►해우소解憂所 작명하신 스님
►경봉선사는 1982년 7월 17일 오후 "야반삼경夜半三更에 대문 빗장을 만져 보거라" 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세수 91세, 법랍 75세로 열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