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34
3 술회述懷
34 우음偶吟 우연히 짓다
만안청산불세정滿眼靑山不世情 눈에 가득한 푸른 산 세상 물정 아니어서
다사이결세한맹多事已結歲寒盟 다사롭게 이미 歲寒의 맹세 맺었네.
포단오궤명창정蒲團烏几明窓靜 부들방석 검은 책상 밝은 창이 고요한데
지장청향세애횡紙帳清香細靄橫 종이 휘장 맑은 향기 아지랭이 가로 끼었네.
진외극지신로대塵外極知身老大 세상 티끌 밖의 몸 늙은 줄 잘 알건마는
인간무처립공명人間無處立功名 세상에는 어딜 가나 공명 세울 곳이 없구나.
모운초권천여수暮雲初捲天如水 저녁 구름 처음 걷혀 하늘이 물 같은데
시청장공안일성時聽長空鴈一聲 때때로 높고 먼 하늘[長空]에서 기러기 소리 듣는구나(鴈↔雁)
우음偶吟 문득 읊음
눈에 보이는 청산은 세상물정과 다르니
많은 일들에 절조를 지키겠노라 이미 맹세했다네.
부들방석과 옻칠한 책상으로 창문 햇살이 비쳐 조용하고
종이 방장으로 고운 아지랑이처럼 청초한 향기가 퍼지네.
속세를 떠나 불편하게 살아서 꽤 늙었으리라 알고 있겠지만
인간세상 그 어디도 부귀공명만 누릴 곳은 없다네.
저물녘의 구름이 걷혀가니 하늘은 흐르는 물 같고
가끔씩 넓은 하늘에서 들리는 외마디 기러기울음.
►세한맹歲寒盟 절조節操를 변치 않겠다는 굳은 맹세.
자왈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세한歲寒 연후지송백지후조야然後知松栢之後彫也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나중에 시듦을 안다.
/<論語 자한子罕>편
►포단蒲團 부들 풀(菖蒲)로 둥글게 틀어서 짠 방석方席. 僧侶가 坐禪할 때 주로 쓰는 방석.
►오궤烏几 검은 책상. 옻칠한 서탁書卓
►지장紙帳 겨울철 外風 차단용 종이 방장房帳.
►‘아지랑이애靄’ 아지랑이. 구름이 모이는 모양. 눈이 오는 모양. (비 우雨)+(뵐 알謁 알→애)
►극지極知 잘 알다
►‘기러기 안鴈↔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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