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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2권 8-22

매월당 시집 제2권 8-22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22 주의晝意 낮 뜻

 

취훤초색란분피驟暄草色亂紛披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이 어지럽게 덮이고

수각남헌일오시睡覺南軒日午時 자다 깨니 남쪽 마루 해가 한낮일세.

갱무세연래교아更無世緣來攪我 다시는 세상 연분 날 귀찮게 구는 것 없네

신심련도화영아身心鍊到化嬰兒 몸과 마음 수양되어 어린아이에 이르렀다.

 

 

한낮에 든 생각

 

날이 따뜻해지며 여기저기 풀숲이 어지럽게 무성하고

볕드는 방에서 잠들었다 깨어나니 해가 중천에 떴네.

더 이상 속세의 인연에 흔들리는 내가 아닐지니

심신을 연마하고 나자 티 하나 없는 젖먹이가 됐다네.

 

 

►취훤驟暄 갑자기 훤해지다. 가파르게 온도가 오름.

‘달릴 취驟’ 달리다. 빠르다. 몰아가다

‘온난할 훤暄’ 온난溫暖하다. 따뜻하다. 말리다, 건조乾燥시키다

 

►‘헤칠 피披’ 헤치다, 열다. 펴다. (끈을)풀다. 개척開拓하다

 

►‘흔들 교攪’ 흔들다. 어지럽히다. 어지럽다

(재방변扌=手)+(깨달을 각, 깰 교覺)

각覺 (배울 학學)+(볼 견見) ‘깨달다’ ‘깨우치다’, ‘터득하다’

 

 

 

●주의晝意 한낮의 생각/금시습金時習

 

정화음전일여년庭花陰轉日如年 정원의 꽃그늘 맴도는 하루는 일년과 맞먹고

일침청풍치만전一枕淸風直萬錢 단 잠에 맑은 바람은 만냥의 가치라네

인세기회파록몽人世幾回芭鹿夢 이 세상에 몇번이나 덧없는 꿈을 꾸었나

상응종부도림천想應終不到林川 이 같은 생각도 끝내 자연 속 삶에는 미치지 못하네

 

 

►파록몽芭鹿夢=초록몽蕉鹿夢(樵鹿夢)/<열자列子> 第3篇 주목왕周穆王6

초록몽樵鹿夢(꿈으로 현실을 판단하지 마라)

옛날 중국 鄭나라의 한 나무꾼이 사슴을 잡아 파초 잎으로 덮어 두었다가

이후 숨겨둔 곳을 찾지 못하자 꿈같은 일이라 여겼는데

지나던 행인이 이 꿈 이야기를 듣고 사슴을 찾아 가져가 버렸다.

 

그날 나무꾼의 꿈에 다시 행인이 가져간 것을 현몽으로 알게 되었고

송사訟事를 거쳐 사슴의 반을 나누어 가졌다는 우화寓話

 

꿈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꿈을 소재로 한 우화寓話로

이 세상에서의 득실은 꿈같이 덧없는 것임을 비유했다.

 

 

정인유신어야자鄭人有薪於野者 정나라 사람이 들에 나가 땔나무를 하다가

우해녹遇駭鹿 무엇에 쫓겨 달려오는 사슴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어이격지御而擊之 폐지斃之 나무꾼은 사슴을 막대기로 쳐서 잡았다.

 

공인견지야恐人見之也 그리고는 혹시나 남의 눈에 뜨일까 염려하여

거이장제황중遽而藏諸隍中 죽은 사슴을 물이 없는 웅덩이에 급히 숨기고

복지이초覆之以蕉 불승기희不勝其喜 그 위에 섶나무를 덮어놓고는 무척 기뻐했다.

 

아이유기소장지처俄而遺其所藏之處

그런데 갑자기 그것을 감추어 둔 자리가 어디인지 잊어 버렸다.

 

수이위몽언遂以爲夢焉 드디어 그것은 꿈이었나 보다고 체념하고 말았다.

 

순도이영기사順塗而詠其事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그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웅얼거리고 있었다.

 

방인유문자傍人有聞者 어떤 사람이 그 웅얼거리는 까닭을 듣고

용기언이취지用其言而取之 그 말에 따라 감추어 둔 사슴을 찾아 가지고

기귀旣歸 집으로 돌아가서

고기실인왈告其室人曰 그 아내에게 말하기를

 

향신자몽득녹이부지기처向薪者夢得鹿而不知其處

어떤 사람이 나무를 하다가 꿈에 사슴을 얻어서 감추어 두었는데 그 감추어 둔 곳을 모르고 있었소.

 

오금득지吾今得之 그래서 내가 지금 그것을 찾아서 가지고 왔소.

피직진몽자의彼直眞夢者矣 그의 꿈은 진짜였소.

 

실인왈室人曰 그 말을 듣고 아내가 말하였다.

 

약장시몽견신자지득녹사若將是夢見薪者之得鹿邪

당신이야말로 그 나무꾼이 사슴을 잡는 것을 꿈에 본 것이겠죠.

 

거유신자사詎有薪者邪 어찌 땔나무꾼의 꿈이었겠습니까?

 

금진득녹今眞得鹿 시약지몽진사是若之夢眞邪

지금 진짜로 사슴을 얻었으니 당신의 꿈이 진짜가 아니었겠느냐고 하니

 

부왈夫曰 남편이 말하기를

오거득녹吾據得鹿 내가 실제로 사슴을 얻었으니

 

하용지피몽아몽사何用知彼夢我夢邪

무엇 때문에 그것이 그 나무꾼의 꿈이든 나의 꿈이든 알 必要가 있는가?

 

 

신자지귀薪者之歸 불염실녹不厭失鹿

땔나무꾼은 집에 돌아와서도 그 사슴을 잃은 것을 아까워했는데

 

기야진몽장지지처其夜眞夢藏之之處 그날 밤에 진짜로 사슴을 감추어 둔 데를 꿈꾸고

우몽득지지주又夢得之之主 또 그것을 얻어서 가지고 간 사람도 꿈에 보았다.

 

상단爽旦 안소몽이심득지案所夢而尋得之

그래서 밝은 날 이른 아침에 꿈에서 본 곳으로 가서 사슴을 달라고 했고 그는 주지 않았다.

 

수송이쟁지遂訟而爭之

두 사람은 마침내 官에 소송을 제기하여 사슴을 自己 것이라 다투었고

 

귀지사사歸之士師 관官에서는 그것을 司法官에게 맡겼다.

 

사사왈士師曰 재판관이 말하기를

약초진득녹若初眞得鹿 망위지몽妄謂之夢

그대는 처음에 진짜로 사슴을 얻고도 망령되게 그것을 꿈으로 생각했고

 

진몽득녹眞夢得鹿 망위지실妄謂之實

진짜로 꿈에서 사슴을 얻은 것은 妄靈되게 그것을 現實이라고 생각했다.

 

피진취약녹彼眞取若鹿 저 사람은 진짜로 그대의 사슴을 가져가고도

이여야쟁녹而與若爭鹿 그대와 사슴을 다투고

실부우위몽인인녹室夫又謂夢認人鹿 저 사람의 아내는 또 꿈으로 남의 사슴을 認定하면서도

무인득녹無人得鹿 남에게 사슴을 얻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금거유차녹今據有此鹿 지금 이 사슴이 실제로 있는 것을 根據로 하여

청이분지請二分之 이 사슴을 둘로 나누어 한 쪽씩 가지도록 판결한다.

 

이문정군以聞鄭君 이 소문이 정나라 군주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정군왈鄭君曰 정나라 君主는 말하였다.

 

희嘻 아,

사사장복몽분인녹호士師將復夢分人鹿乎

재판관도 역시 남의 사슴 한 마리를 둘로 나누어 가지라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방지국상訪之國相 그리고 군주는 이 사건을 나라의 재상宰相에게 물었다.

국상왈國相曰 재상이 말했다.

 

몽여불몽夢與不夢 신소불능변야臣所不能辨也

꿈과 꿈이 아닌 것을 臣으로서는 分別할 수 없습니다.

 

욕변각몽欲辨覺夢 유황제‧공구唯黃帝‧孔丘

현실과 꿈을 분별하고자 하면 오직 黃帝나 孔子가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금망황제‧공구今亡黃帝‧孔丘 숙변지재孰辨之哉

지금 黃帝와 孔子는 世上에 없으니 누가 그것을 分別하겠습니까?

 

차순사사지언가야且恂士師之言可也

역시 재판관의 말에 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서 ‘초록몽蕉鹿夢’은 인생의 득실이 꿈과 같이 허무한 것임을 비유하여 쓰인 말이다.

이 이야기는 노자의 청허무위淸虛無爲 사상이 녹아 있는 것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한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과 비교해볼 만하다/<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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