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3-17
3 우설雨雪 비와 눈
17 설야雪夜 눈 오는 밤
분분비설쇄한첨紛紛飛雪洒寒簷 분분하게 나는 눈이 찬 처마에 뿌리는데
월색훈창영세렴月色薰窓映細簾 달빛이 창에 흐릿하게 가는 발에 비친다.
지로화소항자난地爐火燒炕子暖 땅 화로[地爐]에 불타서 구들[炕子]이 따뜻한데
옹금고와의염염擁衾高臥意懕懕 이불 두르고 높이 누워 마음 편안하다.
►‘마를 항/열릴 항, 마를 강炕’ 마르다. 굽다
►옹금擁衾 이불로 몸을 휩싸 덮음.
►염염懕懕 편안한 모양. 병을 앓는 모양
‘편안할 염懕’ 편안便安하다. 넉넉하다. 만족滿足하다
초하성중작初夏省中作/교산蛟山 허균許筠(1569-1618)
전원무몰기시귀田園蕪沒幾時歸 전원이 묵었는데 언제 돌아가려나?
두백인간관념미頭白人間官念微 흰 머리의 인간 벼슬 생각 적어지네
적막상림춘사진寂寞上林春事盡 적막한 상림원에 봄빛이 다하려 하기에
갱간소우습장미更看疎雨濕薔薇 다시 성긴 비에 젖은 장미 보노라
염염주수우래초懕懕晝睡雨來初 몽롱한 낮잠 비가 막 내리는데
일침훈풍전각여一枕薰風殿閣餘 머리 맡의 따뜻한 바람 전각에 남아도네
소리막최상오반小吏莫催嘗午飯 서리여, 점심밥 어서 먹으라 재촉을 마오
몽중방식무창어夢中方食武昌魚 꿈속에 한창 무창 물고기 먹고 있는데.
●설야雪夜 눈 오는 밤/철선鐵船 혜즙惠楫(1791-1858)禪師
일수한등독불경一穗寒燈讀佛經 불꽃하나 펄렁이는 등불아래 불경 읽다
부지야설만공정不知夜雪滿空庭 밤새 눈이 마당가득 내린 것을 난 몰랐네
심산중목도무뢰深山衆木都無籟 깊은 산속 뭇나무들 하나같이 고요한데
시유첨빙타석상時有檐氷墮石床 이따금씩 처마 끝의 고드름만 섬돌 위로 떨어지네
●설야雪夜/김광균(1914-1993)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설야雪夜 눈 내리는 밤
/설정雪汀 조문수曺文秀(1590-1647 선조23~인조25)
풍설고촌야風雪孤村夜 눈보라 치는 외딴 마을에 밤이 깃드니
시비인불개柴扉人不開 사립문 여는 사람 없어라
수련다병와誰憐多病卧 병들어 누운 이내 몸 누가 가련해하랴
갱겁소한래更㥘小寒來 소한이 오는 게 더욱 두렵구나
등암화생훈燈暗花生暈 등불은 어두워져라 불꽃이 가물거리고
로잔화은회爐殘火隱灰 화롯불은 쇠잔해져라 잔불도 재에 숨어드네
흥래지유처興來知有處 이 흥취 어디서 오는지 알겠노니
창외방신매牕外放新梅 창밖에 새로 핀 매화일세/<설정시집雪汀詩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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