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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3-24

매월당 시집 제4권 3-24

3 우설雨雪 비와 눈

 

24 풍우교작風雨交作 아이개제俄而開霽 2首

풍우가 섞여 치더니 조금 있다가 갰다

 

1

풍우엄시문風雨掩柴門 바람 비에 사립문 닫았는데

사산운무혼四山雲霧昏 사면 산엔 구름 안개 어둡다.

객능배민극客能排悶極 손[客] 있어 답답한 것 지극함을 제치고

빈가거훤번貧可袪喧煩 가난한 것 떠들고 시끄러움을 버릴 수 있네.

 

다조연초기茶竈煙初起 차 끓이는 아궁이엔 연기 처음 일고

향로화상온香爐火尙溫 향로에는 불이 아직도 따뜻하다.

흑운다루일黑雲多漏日 검은 구름에 햇살 많이 새어 나오고

창극사조돈窓隙射朝暾 창 틈으로 아침 햇빛 쏘아 돋는다.

 

►시문柴門 시비柴扉. 사립문.

 

시문야직柴門夜直 사립문을 밤에 지키는 것이

시이지임是爾之任 바로 너의 임무이거늘

여하도상如何途上 어찌하여 길 위에서

주역약차晝亦若此 대낮부터 짖어 대는가?

 

(조선시대 화원 김두량金斗樑(1696-1763)의 개 그림에 영조임금이 직접 글을 지어 주었던 글귀)

 

►운무雲霧 구름과 안개

사람의 눈을 가리고 또는 흉중을 막고 知識이나 判斷을 흐리게 하는 것의 比喩(譬喩)

 

►배민排悶 마음속의 번민煩悶을 물리침.

고림귀미득故林歸未得 고향에 있는 숲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배민강재시排悶强裁詩 억지로 시를 쓰며 시름을 잊네

/두보杜甫 <강정江亭>

 

●배민排悶 답답한 것을 물리치며/김시습金時習

 

뢰락동산일로옹磊落東山一老翁 화통한 동산의 한 늙은이

퇴연한와북창풍頹然閑臥北窓風 쓰러진 듯 북창 바람에 한가히 누워있다

초황도경음귀거草荒陶徑吟歸去 세 갈래 길에 풀은 거친데 귀거래사 읊으며

화낙지원오색공花落祗園悟色空 지원정사에 꽃이 지니 색공임을 알겠노라

 

인세기회운우변人世幾回雲雨變 인간 세상 몇 번이나 비구름 변하고

강산의구화도중江山依舊畫圖中 강산은 예처럼 그림 속에 있구나

일장정원혼무사日長庭院渾無事 날은 긴데 빈 뜰에는 아무 일도 없고

사의남헌간죽총徙倚南軒看竹叢 남쪽 마루로 옮겨 앉아 대숲을 바라보노라

 

●배민排悶 온갖 시름 다 잊고/육유陸游(1125-1210)

 

유연불각세시천悠然不覺歲時遷 유유자적 세월이 가는 것도 모르고

초수풍림계조선楚水楓林繫釣船 강가의 단풍 숲에 배를 묶어두었네

빈췌지여행권일貧悴只如行卷日 가난하게 사는 것은 과거 보기 전과 같고

쇠지홀과괘관년衰遲忽過挂冠年 사직한 뒤 늙은 날들 훌쩍 지나버렸네

 

한유야사기려거閑遊野寺騎驢去 이름없는 작은 절을 나귀 타고 돌아보고

권옹잔서청우면倦擁殘書聽雨眠 못 다 읽은 책 껴안고 빗소리에 잠을 자고

뢰유일주차자위賴有一籌差自慰 산가지로 점을 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소아필묵일편편小兒筆墨日翩翩 아이들과 글씨 쓰며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네

 

►훤번喧煩 제멋대로 떠들다. 앵앵대고 성가시게 굴다.

 

●한승寒蠅 겨울 파리/김시습 1

 

한승의벽상寒蠅倚壁上 겨울 파리 벽 위에 딱 붙어

집혈작고강戢趐作枯殭 날개 접고 마른 송장 되었네

변란인다질變亂人多嫉 소란만 일으켜 미움 받아

훤번비막양喧煩臂莫攘 앵앵대고 성가셔도 못 잡았던

 

풍한여진췌風寒如殄瘁 찬바람에 다 죽었나 했더니

실난우비상室暖又飛翔 따뜻한 방에서 다시 날아올라

물복중소활勿復重蘇活 더 이상 살아나지 말라며

심가지극장深呵止棘章 가시나무 손에 쥐고 혼쭐냈지

 

►조돈朝暾 아침에 떠오르는 해.

 

 

2

황엽수류수黃葉隨流水 누른 잎새 물 따라서 흐르고

창태염단장蒼苔染短墻 푸른 이끼 단장短墻에 물들인다.

세간공업소世間功業少 세간世間의 공업은 적다하여도

물외성명향物外姓名香 물질 밖에 성명은 향기롭다.

 

우제봉만윤雨霽峯巒潤 비 개니 봉만峯巒은 윤택하고

운수송회량雲收松檜涼 구름 걷히니 송회松檜나무 서늘하다.

일신무장물一身無長物 한 몸에 대단한 물건 없어서

득구탐시낭得句探詩囊 시귀詩句 얻으면 시낭詩囊을 뒤진다.

 

►봉만峯巒 꼭대기가 뾰족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

 

●유대승암遊大乘庵/제월경헌霽月敬軒(1544-1633)禪師

 

봉만장호월峯巒藏好月 뾰족한 산봉우리 달이 반쯤 걸렸고

송음대청풍松陰帶淸風 소나무 그늘 아래 맑은 바람 있네

죽호래하운竹戶來何韻 대나무 창엔 무슨 소리 있는가

사양곡조남斜陽谷鳥喃 석양의 골짜기 새들 우짖네

 

►송회松檜 소나무와 전나무

 

●기덕조균부寄德操均父/반대림潘大臨(?-? 北宋)

 

문여이치도회벽文如二稚徒懷璧 문文은 주택과 손감이 헛되이 옥을 품은 것과 같고

무사삼명각창궁武似三明却韔弓 무武는 삼명이 활을 도로 활집에 넣어두는 것과 같지

송회참천서읍로松檜參天西邑路 서읍 가는 길에 소나무와 전나무가 하늘을 찌르는데

시시기마방방공時時騎馬訪龐公 때때로 말을 타고 녹문산으로 방덕공을 찾아가네

 

►시낭詩囊 시詩의 초고草稿를 넣는 주머니.

<이하시낭李賀詩囊>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지은 <이장길소전> 즉 이하의 짧은 전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하는 늘 등에 낡은 비단 주머니를 메고 노복 하나를 대동한 채 노새를 타고 외출했다.

좋은 시구가 생각나면 바로 써서 그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이하의 어머니는 하녀에게 먹과 종이를 가져오게 하고는

“내 아들이 이렇게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좋을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밤이 되면 이하는 낮에 써놓은 시 구절을 가지고

완전한 시 한 편을 완성한 다음 다른 비단 주머니에 넣었다.

 

이하의 시 주머니 이야기는 많은 시인에게 영감을 주어 그들의 작품에 인용되었다.

대부분 ‘금낭錦囊’ ‘시낭詩囊’으로 표현했고 ‘금시낭錦詩囊’이나 ‘해낭奚囊’으로도 썼다.

 

어느 쪽이든 심혈을 기울여 시를 짓는 모습이나 뱃속까지 가득 찬 재능을 가리킨다.

때로는 ‘금낭시錦囊詩’ ‘금낭시권錦囊詩卷’

‘금낭가구錦囊佳句’(비단 주머니에 든 아름다운 구절)

‘금리경인구錦里警人句’(사람을 놀라게 하는 비단 주머니 속 시 구절) 등으로 나타난다.

 

●향생박귀부지행민망이시위신차운鄕生朴歸父之行民望以詩爲贐次韻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7-1392)

►민망民望 염정수廉廷秀(?-1388) 자字

호거박귀부好去朴歸父 잘 떠나시라 박귀보

추심어도향秋深魚稻鄕 가을이 깊어 물고기가 살찌고 벼가 익는 고향으로

고인증마책故人贈馬策 벗들은 이심전심으로 그대에게 말채찍을 선물했고

진리세시낭津吏稅詩囊 나루터 진장은 시인의 시 주머니까지 세금 매기네.

 

염염가산근冉冉家山近 가물거렸던 그대의 고향 산천이 가까워지면

분분야국향紛紛野菊香 들판에는 국화 향기가 흩날릴 테지

차여역하사嗟余亦何事 아아, 나란 인간은 다만 무슨 일로

독차구회황獨此久徊徨 여기 혼자 남아서 이리도 오래 머뭇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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