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3-26
3 우설雨雪 비와 눈
26 야설夜雪 밤 눈
작모음운흑昨暮陰雲黑 어제 늦게 흐린 구름 컴컴하더니
금소서설차今宵瑞雪遮 오늘밤에 상서로운 눈 퍼붓는다.
복송경애애覆松輕藹藹 솔 덮어 가벼운 것 수북하더니
타죽세소소打竹細蕭蕭 대 때리면 가늘게 우수수한다.
전촉성시아剪燭成詩雅 촛불 심지 자르며 아담한 시 이루었고
의상입몽요欹床入夢饒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파창비력쇄破窓飛礫碎 깨어진 창엔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산주표壞壁散珠飄 파벽[壞壁]엔 흩어진 진주 휘날린다.
예월훈렴백翳月薰簾白 가린 달 발의 흰 것 통하고
미풍교장요微風攪帳搖 미풍微風은 휘장을 흔들어댄다.
고병등도단靠屏燈熖短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삽관수침소插鑵水沈燒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일완융화명一碗融和茗 한 그릇 녹여서 차에 섞으면
전래경적요煎來境寂寥 달리는 데 지경이 적요寂寥해진다.
►서설瑞雪 상서祥瑞로운 눈. 복 눈.
설날에 오는 눈을 상징적으로 ‘설밥’이라 했다.
옛사람들은 정월 초하루에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들 징조라 하여 길조吉兆로 여겼다.
그래서 이를 한자말로 ‘서설瑞雪’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서설은 꼭 설날 내린 눈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설날 포근하게 내리는 눈은 ‘설밥’이라고 한다.
서설이 고고하고 깨끗한 느낌이라면 설밥은 친근하고 풍성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말이나 글의 분위기에 따라서 골라 쓸 수 있는 말들이다.
►애애藹藹 애울藹鬱 ‘우거질 애藹’ (달빛이)희미稀微한 模樣.
화기가)부드럽고 포근하여 平和로운 氣運이 있는 模樣.
① 성하고 많은 모양. 초목이 우거진 모양.
애애왕다길인藹藹王多吉人 임금님에게 좋은 사람들 애애하시니
유군자명維君子命 군자들에게 명하사
미우서인媚于庶人 백성들을 사랑하게 하시도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권아卷阿>
애애화예란藹藹花蘂亂 우거지듯 한 꽃술이 어지럽고
비비봉접다飛飛蜂蝶多 이리저리 나는 벌 나비 많구나.
/<두보杜甫 絶句 6首>
②화기和氣 있는 모양.
③향기로운 모양/<초사楚辭 구탄九歎>
●매창소월梅窓素月 매화 창가에 뜬 달/성삼문成三問(1418-1456)
온온인사옥溫溫人似玉 옥처럼 따뜻한 사람 같고
애애화여설藹藹花如雪 꽃잎 우거짐 마치 눈인 듯
상간량불언相看兩不言 마주보며 서로 말 없어도
조이청천월照以靑天月 푸른 하늘엔 달빛 가득
●선조대왕 어필 <제작 1567-1608>
공정득풍수空庭得楓樹 빈 뜨락에 단풍나무
애애벽령롱藹藹碧玲瓏 무성하게 우거져 영롱한 모습이로다.
청녀시신수靑女試新手 청녀靑女를 시험해보자 하니
반림생눈홍半林生嫩紅 숲에서는 어린 붉은 싹이 자라도다.
►소소蕭蕭
① 바람이나 빗소리가 쓸쓸함.
풍소소혜역수한風蕭蕭兮易水寒 바람은 쓸쓸히 불고 역수 차가워라,
장사일거혜불부환壯士一去兮不復還 장사도 이 물처럼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구나.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 형가荊軻>
황촌고목소기연荒村古木嘯飢鳶 거친 마을 고목에서 주린 솔개가 울고
노적소소박모천蘆荻蕭蕭薄暮天 갈대 바람 쓸쓸히 해는 저문다.
/<정염鄭 등와령망관악登瓦嶺望冠岳>
② 말 울음소리.
소소마명蕭蕭馬鳴 말은 히힝 하며 울고
유유패정悠悠旆旌 깃발은 길게 나부끼도다./<시경詩經 소아小雅 거공車攻>
거린린車轔轔 마소소馬蕭蕭 수레소리 덜컹덜컹 말울음 히힝
행인궁전각재요行人弓箭各在腰 출정하는 장정들 저마다 허리에 화살 찼네.
/<두보杜甫 병거행兵車行>
어풍루외석양사馭風樓外夕陽斜 어풍루 누각 저쪽으로 석양은 기울어지고
객마소소영로사客馬蕭蕭嶺路賖 나그네의 말은 우는데 고갯길은 멀구나.
/<최형기崔亨基 노중기춘파路中寄春坡>
►괴벽壞壁 파벽破壁
●화자유민지회구和子由澠池懷舊/소식蘇軾(1037-1101)
인생도처지하사人生到處知何似 인생은 어디를 가나 무엇과 같은지 아는가?
응사비홍답설니應似飛鴻踏雪泥 날아가던 기러기가 눈밭을 밟는 것과 같다네.
니상우연류지조泥上偶然留指爪 눈밭 위에 우연히 발자국을 남겼을 뿐
홍비나부계동서鴻飛那復計東西 기러기가 날아가면 어찌 다시 동서를 알리요?
로승이사성신탑老僧已死成新塔 노스님은 이미 죽어 불탑 새로 지어졌고
괴벽무유견구제壞壁無由見舊題 벽은 무너져 옛날 적어 놓은 시 찾을 길 없네.
왕일기구환기부往日崎嶇還記否 지난날 힘들었던 일 아직 기억하는가?
로장인곤건려시路長人困蹇驢嘶 길은 멀고 사람은 지쳤는데 나귀는 절뚝대며 울어 댔었지.
►‘향초 훈薰’ 향초香草. 향내. 교훈敎訓
►‘발 렴(염)簾’ 발(햇빛 등을 가리는 물건). 주렴珠簾. 주막기(주막의 표지로 세우는 기)
►‘흔들 교攪’ 흔들다. 어지럽히다. 어지럽다
►‘흔들 요搖’ 흔들다. 흔들리다. 움직이다
►‘기댈 고靠’ 기대다. 의지依支하다. 어긋나다
►‘불꽃 도, 불꽃 염熖’ 불꽃
►적요寂寥 적적寂寂하고 쓸쓸함. 적막寂寞함.
●호상즉사湖上卽事 호수에서 즉흥으로 읊다/주대축朱大畜(?-?)
상후혼황초霜後渾黃草 서리 온 뒤 온갖 풀들 누렇게 시들고
인희호상도人稀湖上道 호수 가의 길에는 다니는 사람 없네.
요요심사한寥寥心事閒 쓸쓸한 속에서도 내 마음은 한가롭나니
욕공건곤로欲共乾坤老 하늘땅과 함께 늙어가고자 하기 때문이리라.
●야설夜雪/정관재靜觀齋 이단상李端相(1628-1669)
월은궁성종루지月隱宮城鍾漏遲 달이 숨은 궁궐 성에는 물시계 소리 더디고
만천비설락참차滿天飛雪落參差 하늘 가득 눈이 날리며 들쭉날쭉 떨어지네.
●야설夜雪/백거이白居易(772-846)
이아금침랭已訝衾枕冷 이부자리 차가움이 이상하여
부견창호명復見窗戶明 다시 보니 창이 밝네
야심지설중夜深知雪重 밤 깊어지자 눈 많이 내린 줄 아노니
시간절죽성時間折竹聲 대나무 꺾이는 소리 때때로 들리기 때문이네
●야설夜雪/東坡 소식蘇軾
석천동합죽무풍石泉凍合竹無風 돌 사이 샘물 얼어붙고 대숲엔 바람 없으며
야색침침만경공夜色沈沈萬境空 밤빛은 흐릿하여 온 풍경 보이지 않네.
시향정중한측이試向靜中閑側耳 시험 삼아 조용한 가운데 한가로이 귀를 기울여 보니
격창료란박비충隔窗撩亂撲飛蟲 창 너머에서 요란하게 날벌레 부딪치는 소리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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