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3-23
3 우설雨雪 비와 눈
23 설효雪曉 눈 온 새벽3首
1
만정설색백개개滿庭雪色白暟暟 뜰에 가득한 눈빛 희기 개개한데
경수은화차제개瓊樹銀花次第開 옥나무 은빛 꽃이 차례로 된다.
향효추창빈착안向曉推窓頻著眼 새벽 되어 창 밀고서 자주 눈을 돌리니
천봉수처옥최외千峯秀處玉崔嵬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玉이 높게 쌓였구나.
뜰에 가득한 눈 色은 희고도 아름다워
옥 나무에 은빛 꽃이 차례로 피어나네.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의 빼어난 곳에 玉이 높게 쌓였도다.
►개개暟暟 아름다운 덕. 근심하여 슬퍼하는 소리
‘비출 개暟’ 비추다. 비치다. 아름답다
►‘구슬 경瓊’ 옥玉. 구슬. 붉은 옥玉.
►銀花 눈꽃(雪花)
►‘나타날 저, 붙을 착著’ 뜰. 집 안의 빈터. 나타나다, 나타내다. 분명分明하다
►최외崔嵬 산이 우뚝하고 험준함. (집이나 정자亭子가) 크고 높음.
2
아사원안와설시我似袁安卧雪時 나는 원안袁安 같아서 눈 올 때 누웠으며
소정용소권렴지小庭慵掃捲簾遲 작은 뜰도 쓸기 싫고 발 걷는 것도 더디었네.
만래풍일모첨난晚來風日茅簷暖 늦게 오는 풍일風日에 띠 처마 따뜻하면
한간전산락분지閑看前山落粉枝 한가히 앞산의 분지粉枝 떨어지는 것 보리라.
내가 後漢때 사람 袁安처럼 눈 속에 누웠을 때
조그마한 뜰을 쓸거나 주렴을 걷기도 싫네,
늦바람과 햇살에 띳집의 처마 따뜻해질 때
한가히 앞산 보니 가지에서 떡가루 쏟아지네.
►원안袁安 後漢때 사람으로 어려움에도 절의를 지켜 굽히지 않았음
위인엄중유위爲人嚴重有威 미달시未達時
락양대설洛陽大雪 인다출걸식人多出乞食 안독강와불기安獨僵臥不起
락양령안행지안문洛陽令按行至安門 견이현지見而賢之 거위효렴舉爲孝廉
/<후한서後漢書>75
원안이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던 때에
눈이 많이 내려 굶주리게 되었는데 원안은 집에 혼자 틀어박혀 잠을 잤다.
이따금 저잣거리를 시찰하던 현령이 눈을 치우지 않은 집을 발견하고는
굶어 죽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을 치우고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집은 원안의 집이었다.
현령은 원안에게 왜 밖으로 나가 먹을 것을 구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원안은 큰 눈으로 사람들이 곤경에 처했으니
밖에 나가면 폐를 끼치게 된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감복한 현령은 원안을 효렴으로 천거하여 벼슬을 얻어 公卿에 이름.
원안 자신을 포함하여 4세대에 걸쳐 삼공을 배출한
후한의 명문가 여남汝南 원씨袁氏의 시조이다.
3
동리금국퇴한지東籬金菊褪寒枝 동쪽 울타리 금국金菊의 퇴색된 늘어진 가지
상친천지개개수霜襯千枝个个垂 서리가 천 가지에 붙어서 낱낱이 늘어져 있다.
상득야래중압설想得夜來重壓雪 생각하면 밤 동안 무겁게 눈에 눌려서
종금불입화도시從今不入和陶詩 이제부터는 도연명 시 화운和韻에도 들지 못하리.
동쪽 울타리 금 국화에 빛바랜 차가운 가지는
차가운 속옷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놓은 듯
밤 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을 생각해 보니
도연명의 화운시에 나가려해도 들지 못하리.
►금국金菊 노란 국화菊花.
►‘바랠 퇴褪’ 빛이 바램. 엷어지다. (꽃이)지다. (옷을)벗다 퇴색褪色하다
►속옷 친(츤)襯 속옷. 가까이하다
불교용어로 달친나達襯拏의 준말. 남에게 재물을 베풂, 또는 그 재물
●설효雪曉 눈 내린 새벽/한용운韓龍雲(1879-1944)
효색통판옥曉色通板屋 새벽 눈빛이 판자 집에 스며드니
총총불가유怱怱不可遊 바쁘게 유람 다닐 수가 없네
층곽고운거層郭孤雲去 층층 성곽 위에 구름 한 점 가고
난봉잔월수亂峰殘月收 어지러운 봉우리 잔월이 넘어가네
한정요옥수寒情遶玉樹 차가운 본성이 옥수를 에워싸니
신몽과창주新夢過滄洲 창주를 지나는 새로운 꿈을 꾸네
풍기종성급風起鍾聲急 바람 일어나서 종소리 급히 울고
건곤력력부乾坤歷歷浮 천지가 뚜렷하게 떠 있구나.
►창주滄洲
위魏나라 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210-263)이 <위정충권진왕전爲鄭沖勸晉王箋>에서
임창주이사지백臨滄洲而謝支伯 창주를 굽어보며 지백에게 사례하고
등기산이읍허유登箕山以揖許由 기산에 올라가 허유에게 절한다
라고 쓴 글에서 유래했으며 이후 산수 좋은 은사隱士의 거처로 쓰이게 되었다.
원래 해변가 은隱者의 거처를 말하는데 남조南朝 제齊의 시인 사조謝朓(464-499)가
선성宣城에 부임하여 창주의 풍류를 즐겼다는 고사에서 기인한다.
당시唐詩에서 강남江南의 유벽幽僻한 주군州郡을 가리킬 때 곧잘 쓰는 표현이 되었다.
왕여혜순배往與惠詢輩 옛날 혜원惠遠 및 허순許詢과 함께
중년창주기中年滄州期 중년에 창주에서 살기로 약속했지/두보杜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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