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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3-27

매월당 시집 제4권 3-27

3 우설雨雪 비와 눈

 

27 춘설희제春雪戲題 봄눈에 장난으로 쓰다 3首

 

1

천여말흑지여은天如抹黑地如銀 하늘은 검정 칠한 것 같고 땅은 은빛 같은데

천점만점부준순千點萬點浮逡巡 천점 만점 떠돌며 갈팡질팡하누나.

창외창송수도내窓外蒼松誰道耐 창밖의 푸른 소나무 누가 견딘다고 일렀더냐?

일야봉송화발신一夜髼鬆華髮新 하룻밤에 더부룩해진 흰 털이 새롭다.

 

►준순逡巡 ‘뒷걸음질 칠 준逡’ ‘돌 순/순행할 순, 따를 연巡’

(나아가지 못 하고) 뒤로 멈칫멈칫 물러남. 어떤 일을 斷行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함.

 

►수도誰道 누가 말을 하는가?

 

●국사원적일國師圓寂日 국사께서 입적하신 날/무의無衣 혜심惠諶(1178-1234)

 

춘심원락정무애春心院落淨無埃 봄 깊은 절집은 깨끗해 먼지 없고

편편잔화점록태片片殘花點綠苔 조각조각 진 꽃이 초록 이끼 점 찍네

수도소림소식절誰道少林消息絶 소림 소식 끊겼다 그 누가 말하는가

만풍시송암향래晩風時送暗香來 저녁 바람 이따금 암향 보내오느니

 

(소림소식少林消息 소림사 달마대사로부터 전해온 깨달음의 소식)

 

●금릉즉사金陵卽事/정총鄭摠(1358-1397)

 

도화락진류화비桃花落盡柳花飛 복사꽃 다 떨어지니 버들개지 날리는데

연자초래객미귀燕子初來客未歸 제비가 돌아와도 나그네는 돌아가지 못하누나

수도금릉가려지誰道金陵佳麗地 금릉 땅 아름답다 그 누가 말했던가

사친무일부점의思親無日不霑衣 어버이 그리워서 날마다 옷깃을 적시네

 

►봉송髼鬆 머리털이 흩어져 부스스하다.

‘흐트러질 봉髼’ (머리털이)흐트러지다. 헝클어지다. 事物이 헝클어짐의 比喩

‘더벅머리 송鬆’ 더벅머리 (머리털이)헝클어지다. 거칠다, 푸석푸석하다

 

●만경蔓徑 넝쿨 무성한 길/金時習

 

참암석경초용용巉嵒石徑草茸茸 깎아지른 바위 샛길엔 풀들이 보송보송하고

삼각형만호각송芟却荊蔓護却松 가시나무 덩굴은 베어내 소나무를 보호했다네.

객지장영금이구客至將迎今已久 손님오시면 맞이할 준비해 놓은 지 이미 오래

만산풍우선봉송滿山風雨蘚髼鬆 온 산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이끼만 더부룩하다네.

 

►화발華髮 하얗게 센 머리털. 백발白髮. 늙은이.

최련김전교最憐金典校 가장 어여쁘구나, 김 전교여.

화발복산거華髮卜山居 백발 되어 산을 골라 살고 있네.

/<변중량卞仲良 기김부령寄金副令>

 

●하처난망주何處難忘酒 술 한 잔 마다하기 힘들 때/이행李荇(1478-1534)

 

하처난망주何處難忘酒 어떤 때 술 한 잔 마다하기 정말 힘들까

만천풍우진蠻天風雨辰 남쪽 하늘에 비바람이 마구 몰아치던 어느 날

부휴만리몽浮休萬里夢 내 청운의 푸른 꿈이 짧게 끝났음을 느낄 때

적막백년신寂寞百年身 내 한평생이 너무도 답답하고 쓸쓸하다 느낄 때

 

울울피금권鬱鬱披襟倦 너무도 우울하여 누구에게 흉금을 털어놓기도 피곤할 때

침침포슬빈沈沈抱膝頻 너무도 침통하여 무릎을 껴안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 때

차시무일잔此時無一盞 이런 때 술 한 잔 들이키지 않는다면

화발좌래신華髮坐來新 흰머리는 절로절로 마구 새로 나겠지

 

●화발華髮 하얗게 센 머리털/동주東州 이민구李敏求(1589-1670)

 

춘래화발와강타春來華髮臥江沱 봄이 돌아오니 흰 머리로 강 물가에 누워서

려사천중부초가旅思千重付楚歌 천 겹의 나그네 시름 초나라 노래에 맡기네.

일하음서수리소日下音書愁裏少 하늘 아래 세상 편지는 시름 속에 줄어들고

천애붕우몽중다天涯朋友夢中多 ​하늘 끝의 벗과 친구들 꿈 가운데 늘어나네.

 

참우자수추영록慙紆紫綬趨榮祿 자색 인끈에 영화의 봉록 뒤쫓음이 부끄러워

억향청산방벽라憶向靑山傍薜蘿 청산으로 나아가 벽라 곁에 살리라 생각하네.

지절일년위소계持節一年違素計 부절 잡은 지 1년에 평소 계획 어긋났으니

욕수은악로장하欲酬恩渥老將何 두터운 은혜 갚으려하나 늙었으니 어이할까.

 

 

2

표묘요교원공박縹渺夭矯遠空薄 아득하고 요염妖艶하게 먼 하늘이 얇은데

임염섬점매화액荏苒閃點梅花額 덧없이 번쩍이며 매화 이마에 점찍는다.

매화액상춘최장梅花額上春催粧 매화 이마 위에는 봄이 화장을 재촉하는데

난풍융야연고적暖風融冶鉛膏滴 따뜻한 바람 고운 납[鉛]과 기름 녹여 떨어뜨린다.

 

►표묘縹緲 끝없이 넓거나 멀어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함.

가물가물하고 희미하다. 소리가 연하고 길게 이끌리는 모양.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을미乙未 을미년 숲속에서 살 때 지은 시 15首

3 초하初夏/이언적李彦迪

 

우시계산사월천又是溪山四月天 또 계곡과 산자락은 초여름 날씨

일년춘사이망연一年春事已茫 일 년 중 봄날의 일들은 이미 흐릿해졌네.

교두독립공추창郊頭獨立空惆悵 들녘에 홀로 서있자니 허허롭고 서글퍼

회수운봉표묘변回首雲峯縹緲邊 뒤돌아보면 구름 낀 산봉우리 주변이 가물거리네.

 

►요교夭矯 구불구불하고 기세 있는 모양. 굽혔다 폈다 마음대로 되는 모양.

 

●평채주平蔡州 채주를 평정하다/유우석劉禹錫(772-842)

 

채주성중중심사蔡州城中眾心死 채주성에 민심이 이반하니

요성야락조하수妖星夜落照河水 요성이 밤에 떨어져 하수를 비추이네.

한가비장하천래漢家飛將下天來 한나라 비장군께서 말을 내려

맞추일휘문동개馬箠一揮門洞開 채찍을 휘두르시니 성문이 활짝 열렸네.

 

적도붕등망기배贼徒崩騰望旗拜 적도가 무너져 대장님 깃발에 절을 하니

유약군칩경춘뢰有若群蟄驚春雷 개구리 떼 봄 번개에 놀란 듯 하네.

광동면박등함거狂童面縛登檻車 미친놈을 두 손 묶어 함거에 올리고

대백요교수첩서大帛夭矯垂捷書 승리 알리려 늘어뜨린 큰 비단자락 펄럭이네.

 

상공종용래진무相公從容來鎮撫 상공께선 조용히 와 민심을 아우르고

상시교영부문노常侍郊迎負文弩 상시께선 교외로 나와 석궁수들 맞이하네.

사인귀업려리간四人歸業閭里間 사민이 본업으로 돌아가니 마을이 평화로워

소아도랑건아무小兒跳浪健兒舞 어린아이 팔짝팔짝 뛰고 건아들은 춤을 추네.

 

►임염荏苒 차츰차츰 歲月이 지나감. 事物이 점진적漸進的으로 變化함. 어른거림.

‘들깨 임荏’ 들깨. 잠두(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천연遷延하다

‘풀 우거질 염苒’ 풀이 우거지다. 성盛하다. 천연遷延하다

 

풍진임염음서절風塵荏苒音書絶 난리가 심해져 편지도 끊이고

관새소조행로난關塞蕭條行路難 변방이라 쓸쓸해 행로조차 어렵네.

/<두보杜甫 숙부宿府>

 

●잡시雜詩 5/도연명陶淵明

 

​억아소장시憶我少壯時 내 어릴 적 시절들을 돌이켜서 생각하면

무락자흔예無樂自欣豫 즐거운 일 없었어도 마냥절로 기뻤었지

맹지일사해猛志逸四海 큰 포부와 굳센 의지 온 세상에 떨치려고

건핵사원저騫翮思遠翥 날개 펴고 원대하게 날아가려 생각 했어

 

임염세월퇴荏苒歲月頹 저 무정한 세월들은 흘러 흘러 가버리니

차심초이거此心稍已去 이런 마음 사그러져 이미 떠나 버렸다네

치환무부오値歡無復娛 기쁜 때를 만난대도 더 이상은 안 즐겁고

매매다우려每每多憂慮 매일매일 근심걱정 점점 더욱 많아지네

 

기력점쇠손氣力漸衰損 내 기력은 점차 점차 쇠퇴하고 줄어드니

전각일불여轉覺日不如 하루하루 전과 같지 아니함을 잘 알겠어

학주무수유壑周無須臾 모든 것은 변해가며 한순간도 아니 쉬고

인아부득주引我不得住 이내 몸을 끌고 가니 멈출 수가 없었다네

 

전도당기허前塗當幾許 앞에 남은 인생길이 그 얼마나 되는 건지

미지지박처未知止泊處 끝이 나서 머무는 때 나는 알지 못 한다네

고인석촌음古人惜寸陰 옛사람은 일촌광음 소중하게 여겼거늘

념차사인구念此使人懼 이런 점을 생각하니 날 두렵게 만드는 군

 

►최장催粧 장가드는 것을 이른다.

무릇 장가들 때에는 혼인 하루 앞서 신부에게 단장을 재촉하는 뜻으로

관피冠帔와 화분花盆을 보낸다./<몽화록夢華錄>

 

당 나라 사람이 성혼하는 저녁에는 최장시가 있으므로

육창陸敞이 운안공주雲安公主를 위하여 최장시를 지었다.

 

 

3

니단종절홍구아泥團腫折紅求芽 진흙덩이 터지고 붉은 삽주 싹 나오는데

설즙눈소청태화雪汁嫩消靑苔花 눈물이 곱게 푸른 이끼 꽃을 녹여 내네.

농운만피벽천색濃雲謾被碧天色 짙은 구름 부질없이 푸른 하늘 빛 덮었고

랭기핍아황금다冷氣逼我黄金茶 찬 기운 나의 황금 차에 언 듯 다가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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