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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3-31

매월당 시집 제4권 3-31

3 우설雨雪 비와 눈

 

31 잔설殘雪

 

격림잔설재隔林殘雪在 수풀 너머 잔설殘雪이 아직 있는데

천봉풍료초千峯風料峭 일천 봉우리에 바람 쌀쌀하여라.

소삼만목중蕭森萬木中 쓸쓸하고 수북한 일만 나무속에

시유산금규時有山禽叫 때때로 산새 있어 울부짖는다.

 

청차의참서聽此意慘棲 그것 듣고서 마음이 비참하여져

기가환자소起歌還自笑 일어나 노래 부르고 도로 웃었네.

 

인생천지간人生天地間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나니

소락위공명所樂爲功明 즐겨함은 공명功明하는 그것인데

내하기여사奈何棄如屣 어찌타 헌신짝 버리듯 하고

방광구학정放曠丘壑情 구학에서 방광放曠하려는 마음뿐인가?

 

이안일이퇴爾顏日以頺 네 얼굴은 날로 늙어가고

년광상체갱年光相遞更 세월은 서로 교대하여 바뀌지만

고의수소지固宜守素志 진실로 마땅히 처음 뜻 지켜서

담박종평생淡泊終平生 담박淡泊하게 이 평생 마쳐 보세나.

 

 

►잔설殘雪 숙설宿雪, 점설點雪

녹지 않고 남은 눈. 봄이 되어도 남아 있는 눈.

 

►요초料峭 이른 봄의 약간 추운 추위. 꽃샘추위

‘헤아릴 료(요)料’ 헤아리다, 생각하다. 되질하다. 말로 용량을 헤아리다. 요량料量하다

‘가파를 초峭’ 가파르다, 높고 험하다. 엄嚴하다. 가파른 비탈

 

●옥루탄屋漏歎 비새는 집에서 신세를 한탄함/金時習

 

옥누림령의부평屋漏淋泠意不平 장마철이라 천정에서 빗물이 새니 마뜩찮기만 하여

포서언와압수성拋書偃臥壓愁城 책을 던지고 벌러덩 드러누워 근심을 꾹꾹 눌러보네.

염섬소우천산명廉纖疏雨千山暝 오락가락 성긴 장마에 첩첩 산들이 어둑한데

료초장풍만수명料峭長風萬樹鳴 꽃샘추위에 멀리서 바람까지 불어와 숲속나무들이 잉잉대네.

 

지사흉금존절의志士胸襟存節義 지조 있는 선비의 마음속엔 절개와 의리가 있고

장부기개립공명壯夫氣槪立功名 대장부 기개는 세상에 공적과 명예를 우뚝 세우려 한다네.

공명절의개오사功名節義皆吾事 공명과 절의 모두는 내가 할 일이었는데

득실상경한막병得失相傾恨莫幷 그 둘 사이의 득과 실을 따져서 어우르지 못함이 한스럽다네.

 

●​​춘한春寒 봄추위/허암虛庵 정희량鄭希良(1469-1502 예종1~연산군8)

 

수국춘전박水國春全薄 수국에 봄기운이 아직은 옅어

한위미해엄寒威未解嚴 추위에 엄함이 풀리지 않았네

광풍유료초狂風猶料峭 매서운 바람이 싸늘하게 ​불고​

소우자렴섬小雨自廉纖 보슬비는 솔솔 가만히 내리네​

 

지벽경과소地僻經過少 궁벽한 곳이라 ​왕래가 뜸하고​

신고로병겸身孤老病兼 외로운 늙은이가 병까지 드니

미훤진가애微暄眞可愛 따사로움에 진정 애착을 느껴

자배좌모첨炙背坐茅簷​​ 처마 밑에서 해바라기 한다네

 

(​1500년 5월 김해로 이배되었다.

이듬해 유배에서 풀려나 직첩을 돌려받았으나 대간 홍문관직에는 서용될 수 없게 되었다.

그 해 어머니가 죽자 고양에서 수분守墳하다가 산책을 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소삼蕭森 가을바람이 불어서 마음이 쓸쓸하고 을씨년스러움.

나뭇가지가 엉성함. 나무에 가지가 없고 엉성함.

 

►공명功明 공훈과 명성.

►내하奈何 어찌함. 어떻게.

옛말에서처럼 물음씨끝 ‘-오’가 直接 붙어 ‘내하오’로만 쓰이는 옛글 투.

 

►‘신 사, 신 시屣’ 신, 짚신. (짚신으로)여기다

►방광放曠 방달放達. 언행言行에서 거리낌이 없음.

말과 행동의 구속을 받지 않음. 마음이 너그러워 일에 구애되지 않음.

 

군가용방광君家容放曠 그대 집에서는 방광을 용납하나

각공해금시却恐駭今時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 오히려 두렵네.

/<박은朴誾 만리뢰萬里瀨> 2首

 

●주덕송酒德頌 술의 덕을 칭송하는 노래/유령劉伶(유백륜劉伯倫)

 

유대인선생有大人先生 대인 선생이라는 분이 있어

이천지위일조以天地爲一朝 천지를 하루아침으로 여기며

만기위수유萬期爲須臾 만 백년을 순간으로 삼았다

 

일월위경유日月爲扃牖 해와 달을 빗장과 창문으로 여기며

팔황위정구八荒爲庭衢 광활한 천지를 뜰이나 길거리로 삼았다.

 

행무철적行無轍跡 다녀도 지난 자국이 없고

거무실려居無室廬 살아도 일정하게 사는 집이 없었다.

 

막천석지幕天席地 하늘을 휘장으로 땅을 자리로 삼으며

종의소여縱意所如 마음 가는 대로 따라 살았다.

 

지즉조치집고止則操巵執觚 머물러 있으면 크고 작은 술잔을 잡았고

동즉설합제호動則挈榼提壺 움직이면 술통과 술병을 꺼내었다

 

유주시무唯酒是務 오직 술만이 곧 할 일이니

언지기여焉知其餘 어찌 그 나머지를 알겠는가?

 

유귀개공자有貴介公子 부귀한 공자와

진신처사縉紳處士 벼슬아치 관리와 처사들이

문오풍성聞吾風聲 풍문에 들리는 소문을 듣고

 

의기소이議其所以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를 따져 논하니

내분몌양금乃奮袂揚衿 이에 소매를 떨치고 옷깃을 날리며

 

노목절치怒目切齒 눈을 부라리고 이를 갈면서

진설례법陳設禮法 예법을 늘어놓으며

시비봉기是非鋒起 칼날처럼 날카롭게 시비가 일어났다

 

선생어시先生於是 대인 선생은 이때에

방봉앵승조方捧甖承槽 막 작은 술 단지를 손에 들고 술통을 끼고 앉아

함배수료銜盃漱醪 술잔을 입에 물고 탁주를 마셨다

 

분염기거奮髥踑踞 수염을 털어내며 두 다리 쭉 펴고 앉아

침국자조枕麴藉糟 누룩을 베개 삼고 술 찌게미를 깔개 삼으니

 

무사무려無思無慮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어

기락도도其樂陶陶 즐거움이 흘러 가득하였다.

 

올연이취兀然而醉 멍하니 취해있기도 하고

황이이성恍爾而醒 흐릿하게 깨어있기도 해서

정청불문뢰정지성靜聽不聞雷霆之聲 조용히 들어봐도 우뢰소리 들리지 않고

숙시불견태산지형熟視不見泰山之形 충분히 보아도 태산의 형상이 보이지 않았다.

 

불각한서지절기不覺寒暑之切肌 추위와 더위가 살갗에 스며듦과

기욕지감정嗜慾之感情 기호와 욕심의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다

 

부관만물요요언俯觀萬物擾擾焉 만물을 굽어보니 어지러워

여강한지부평如江漢之浮萍 마치 장강이나 한수에 떠있는 부평초 같고

 

이호시측언二豪侍側焉 따지러 온 두 호걸들이 곁에 모신 듯 있었으니

여과라지명령如踝蠃之螟蛉 마치 나나니벌이 배추벌레 다루듯 하였다.

 

●석왕일惜往日 지난날을 애석해하다/미산眉山 한장석韓章錫(1832-1894 순조32∼고종31)

 

소시다명일少時多明日 젊을 때는 내일이 많았었는데

로거다작일老去多昨日 늙어가니 어제가 많아지도다

명일양성작明日揔成昨 내일이 모두 다 어제가 되니

금일즉순일今日卽瞚一 오늘은 바로 한 순간이네

 

만고적여차萬古積如此 만고 세월이 이와 같이 쌓이니

곤곤하시필滾滾何時畢 거침없이 흘러서 어느 때나 그치랴

황하부도류黃河不倒流 황하는 거꾸로 흐르지 않고

백일불서출白日不西出 밝은 해는 서쪽에서 뜨지 않나니

 

선각조지연先覺早知然 먼저 깨닫고 일찍 아는 것도 그러하고

진수비일술進修非一術 수양 정진의 방법도 오직 하나 뿐만은 아닐 터

달사수공업達士樹功業 통달한 사람은 공업을 수립하고

굉유사저술宏儒事著述 위대한 학자는 저술을 일삼나니

 

복련경하보服鍊竟何補 양생법이 마침내 무슨 보탬 되리오

방광역무실放曠亦無實 거리낌 없는 행동도 실질이 없다네

황천부여충皇天賦余衷 하늘이 나에게 참된 마음 주었는데

기령자종일豈令自縱逸 어찌하여 스스로 방종하게 하겠는가

 

경리천경설鏡裏千莖雪 거울 속 수천 줄기 흰 머리칼은

조간증여칠朝看曾如漆 아침에 보았을 땐 검은 칠과 같았으니

감탄기배회感歎起徘徊 감개하여 탄식하고 일어나 배회하며

중야문실솔中夜聞蟋蟀 한밤중에 귀뚜라미 소리를 듣노라

/<미산집眉山集>

 

►구학丘壑 일구일학一丘一壑의 준말로 <漢書 서전상敘傳上>편에 유래한다.

언덕과 골짜기. 산수의 한적하고 청아한 정취, 자연에서 즐기는 삶, 은거 등을 의미.

 

어조어일학漁釣於一壑 한 산골짜기에서 물고기를 낚으니

즉만물불간기지則萬物不奸其志 만물이 그 뜻을 방해하지 않고

서지어일구棲遲於一丘 한 언덕에 노닐며 쉬니

즉천하불역기락則天下不易其樂 천하가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다.

 

노장老莊 사상에 대한 설명에서 나온 말로

현실 세계와 거리를 두고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하는 삶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전하여 구학은 산속 깊고 그윽한 곳,

자연의 한적하고 청아한 정취, 은자隱者들이 세상을 피해 사는 곳,

산수에 마음을 붙이고 사는 것 등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무너질 퇴/턱 퇴頺’ 무너지다, 무너뜨리다. 기울다, 기울어지다. 쇠衰하다, 쇠퇴衰退하다

►고의固宜 원래 …하는 것이 좋다.

 

►담박淡泊 욕심慾心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 맛이나 빛이 산뜻함.

재물ㆍ명예ㆍ사랑ㆍ미움 등에 끌리지 아니하는 담담하고 소박한 마음을 말한다.

 

담박지사澹泊之士 깨끗하고 욕심 없는 선비는

필위농염자소의必爲濃艶者所疑 반드시 사치스러운 자의 의심을 받게 되고

 

검칙지인檢飭之人 엄격한 사람은

다위방사자소기多爲放肆者所忌 방종한 자가 꺼리는 경우가 많으니

 

군자처차君子處此 군자는 이에 처하여

고불가소변기조리固不可少變其操履 조금도 그 지조와 행실을 바꾸지 말아야 하며

역불가태로기봉망亦不可太露其鋒芒 또한 그 날카로움을 너무 드러내지도 말지니라.

/<채근담菜根譚> 전집前集 98

 

●담박淡泊/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담박위환일사무淡泊爲歡一事無 담박함 즐기니 아무 일 없고

이향생리미전고異鄕生理未全孤 타향살이도 외롭지만은 않아

객래화하휴시권客來花下攜詩卷 손님 오면 꽃 아래로 시집 들고 가고

승거상간락념주僧去牀間落念珠 중 떠난 평상에는 염주가 떨어져 있네.

 

채협일고봉정비菜莢日高蜂正沸 해 높은 대낮 장다리 주변에 벌들이 윙윙대고

맥망풍난치상호麥芒風煖雉相呼 바람 따스하자 이삭 팬 보리밭에서 꿩들 서로 부르네.

우연교상봉린수偶然橋上逢鄰叟 우연히 다리 위에서 이웃 영감 만나

약공편주도백호約共扁舟倒百壺 조각배 타고 일백병 술을 마시자 약속했다네.

 

 

●잔설殘雪/박목월朴木月(1915-1978)

 

적막하구나.

적막하구나.

 

百里 二百里를 달려도

四方은 산으로 에워싸고

눈이 덮인 俗離山.

 

등을 붙이고

하루를 살 한 치의 땅이

어딜까.

 

부연 落葉松.

산모롱이를 돌면

해도 있는 듯 없는 듯

殘雪만 얼어서 우스스한 산모롱이

 

모롱이를 돌면

오늘은

報恩장

 

부옇게 추운 얼굴들이

마른 미역오리 명태마리

본목필을 교환하는

가난한 그들의 交易.

 

얼어서 애처러운 닭벼살.

 

적막하구나.

적막하구나.

 

二百里 三百里를 달려도

팔방은 눈으로 덮이고

 

등 붙일 한 치의 땅이 없는

俗離山

 

저무는 골짜기의 보라빛 눈, 벌판의 퍼런 눈

들 끝에 먼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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