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3-30
3 우설雨雪 비와 눈
30 풍우련조風雨連朝 비바람 아침 내 연이었다
풍우련조계수생風雨連朝溪水生 비바람 아침 내 연이어 시냇물이 생겨서
분애격석인여생噴崖激石咽如笙 언덕에 뿜고 돌에 부딪쳐 목맨 생笙 같구나.
공첨적적뇌인몽空簷滴滴惱人夢 빈 처마에서 뚝뚝 떨어져 사람의 꿈을 방해하고
한수소소암조성寒樹騷騷喑鳥聲 찬 나무 와삭거려 새소리 벙어리로 만든다.
장하국경지언아墻下菊莖枝偃亞 담 아래의 국화 줄기 가지 들어 누웠고
봉전송뢰향총쟁峯前松籟響鏦錚 봉우리 앞의 솔 피리는 씽씽 하고 소리 나네.
유인불관다풍우幽人不管多風雨 유인幽人은 비바람 많은 것 관계 아니 하고
천득운산시이명擅得雲山詩以鳴 구름과 산 독점하여 시로써 노래한다.
►적적滴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모양
형용사 뒤에 붙어 그 정도를 강조하는 ‘유유油油’ ‘통통通通’ ‘삼삼森森’ 등과 같은 형용사 어미.
►뇌인惱人 남을 성나게[고뇌하게] 하다. 나무라다. 남을 원망하다.
기어세상고뇌인寄語世上苦惱人 고뇌하는 세상 사람들께 한 말씀 부치나니
신막등춘삼월자규루愼莫登春三月子規樓 부디 춘삼월 子規樓엘랑은 오르지들 마시오.
/단종端宗 <자규루子規樓>
●춘효우서春曉偶書/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56-?)
파내동류수불회叵耐東流水不回 어쩔거나! 물은 동쪽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고
지최시경뇌인래只催詩景惱人來 시심 돋우는 경치만 사람을 괴롭히네
함정조우세부세含情朝雨細復細 정을 머금은 아침 비는 가늘디가늘고
농염호화개미개弄艶好花開未開 요염한 고운 꽃은 필 듯 말 듯 하는구나
난세풍광무주자亂世風光無主者 어지러운 세상 경치는 보아 줄 주인이 없고
부생명리전유재浮生名利轉悠哉 덧없는 인생에게 명리는 한결 아득하도다
사량가한유령부思量可恨劉伶婦 아무리 생각해도 유령의 아내 원망스럽네
강권부랑소주배强勸夫郞疎酒盃 억지로 남편에게 술잔을 멀리 하게 하다니
►소소騷騷 몹시 어수선하다. 시끄럽다.
‘떠들 소騷’ 떠들다, 떠들썩하다. 근심하다. 급急하다
●야야곡夜夜曲/난설헌蘭雪軒 허초희許楚姬(1563-1589)
혜고절절풍소소蟪蛄切切風騷騷 여치는 몹시 간절하고 바람은 어수선한데
부용향퇴빙륜고芙蓉香褪氷輪高 연꽃 향기 엷어지고 얼음 같은 달은 높구나.
가인수파금착도佳人手把金錯刀 아름다운 사람이 금 가위를 손으로 잡고서
도등영야봉정포挑燈永夜縫征袍 긴 밤에 등잔불 돋우어 길 떠날 옷을 꿰매네.
●정수위추풍소패탄庭樹爲秋風所敗歎 뜰의 나무가 가을바람을 맞아 탄식하네.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1542-1607)
작야추풍하처래昨夜秋風何處來 지난밤의 가을바람은 어디서 몰려와
취아정전벽도수吹我庭前碧桃樹 우리 집 앞뜰의 벽도나무에 불어댔나.
단문처처부소소但聞凄凄復騷騷 바람 소리는 다만 처량하고 어수선하게 들리나
엽성여원이여소葉聲如怨而如訴 낙엽 구르는 소리는 원망에 찬 호소처럼 들리네.
조기시지단공지朝起視之但空枝 아침에 일어나니 텅 빈 나뭇가지만 보이고
엽락사산무종적葉落四散無蹤迹 낙엽이 사방으로 흩어져 자취도 남지 않았네.
춘화란만개만수春華爛熳開滿樹 봄꽃이 난만하게 활짝 핀 나무들이
절염찬찬경인목絶艶粲粲驚人目 빼어나게 찬란한 자태로 사람 눈 홀리게 함을.
유래성쇠자유시由來盛衰自有時 흥하고 망하는 까닭은 스스로 정한 시기가 있어서니
불시천공은후박不是天公恩厚薄 하느님이 후하게 봐주거나 야박한 탓이 아니라네.
로부우치불해사老夫愚痴不解事 늙은 내가 우둔하고 미련하여 세상일을 잘 못 풀어
요수행음공탄석繞樹行吟空嘆惜 나무를 빙빙 돌며 부질없이 애석해한다오.
●입서색시남부동료入西塞示南府同僚/하손何遜(?-517?)
로청효풍랭露淸曉風冷 이슬은 맑고 새벽바람은 찬데
천서강광상天曙江光爽 하늘이 밝아지니 강 빛 상쾌하네.
박운암제출薄雲巖際出 엷은 구름은 바위 사이에서 피어오르고
초월파중상初月波中上 초생달은 파도 속에서 떠오르며
암암련장음黯黯連嶂陰 검은 連峰연봉 그늘은 어둡고
소소급말향騷騷急沫響 떠들썩하게 급류의 물소리 울린다.
회사급애랑迴査急礙浪 돌며 나가지 않는 뗏목은 갑자기 물결이 가로막고
군비쟁희광羣飛爭戲廣 무리 지어 나는 새는 다투어 넓은 하늘에서 희롱을 하네
이여본기객伊余本羈客 여기 나는 본래 길손이니
중규복심상重暌復心賞 거듭 그대에게 이별하고 마음으로 즐기는 幽賞의 여행길을 출발하려하네.
망향수일로望鄕雖一路 고향을 바라보면 길은 하나지만
회귀성이상懷歸成二想 돌아 갈 것을 생각하면 두 길을 생각하게 되네.
재석애명산在昔愛名山 나는 옛날 명산을 사랑해서
자지환독왕自知懽獨往 홀로 여행하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네.
정유내락백情遊乃落魄 사람들과 진심으로 교재하고 도량이 넓어져 작은 일에 초연하면
득성수이양得性隨怡養 타고난 성품이 모든 것을 따라서 길러지는 것이다.
년사이차타年事以蹉跎 그러나 해마다 일 때문에 뜻을 이룰 시기를 놓쳐서
생평임호탕生平任浩蕩 평소의 일을 대충 되는대로 하고 왔다.
방환양이로方還讓夷路 지금 돌아가는데 즈음해서 평탄한 길을 타인에게 양보하고
수지선어강誰知羨魚綱 내가 山水에 은거하는 생활을 취한다는 것을 누가 알까.
►‘나부낄 언/쓰러질 언偃’ 나부끼다. 쓰러지다. 눕다
►송뢰松籟 송풍松風 소나무 숲 사이를 스쳐 부는 바람.
‘세 구멍 퉁소 뢰(뇌)籟’ 세 구멍 퉁소(가는 대로 만든 목관 악기). 소리. 울림
►‘창 총, 칠 창鏦’ 창槍. (창으로)찌르다
►‘쇳소리 쟁錚’ 쇳소리. 징
►유인幽人 속세俗世를 피해 조용히 사는 이. 은자隱者. 은사隱士
●화노두유인和老杜幽人 노두(두보)의 <유인>에 화답하다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 연산군7~선조3)
유인재하허幽人在何許 그윽한 사람 어느 곳에 있는가
거세수동귀擧世誰同歸 온 세상 누구와 함께 돌아갈까.
중림원구분中林遠垢氛 숲 속은 속된 기운이 멀어지고
독립정기의獨立靜其儀 홀로 서니 그 거동은 고요하네.
채란이위패茝蘭以爲佩 향기로운 풀을 지니고 있으며
송계이위기松桂以爲期 소나무 월계수로써 기약한다네.
고심령도요苦心領道要 마음 다해 근본 이치 다스리고
초연형적유超然形迹遺 초연한 형상과 자취 남겼구나.
응룡신변화應龍神變化 용이 응하여 정신이 변화하고
정옥절하자貞玉絶瑕疵 옥의 정조로 결점을 끊었다네.
유시기백란有時騎白鸞 제 때에 흰 난새에 걸터앉아
유천략요지游天略瑤池 하늘에 떠서 요지를 다스리네.
탁발유반수濯髮洧盤水 유방의 강물에 머리털을 씻고
관일부상지觀日扶桑枝 부상나무 가지에서 해를 보네.
귀래적무영歸來寂無營 돌아와 꾀하지 않으니 고요하여
하손벽려의霞飧薜荔衣 벽려의 옷을 입고 술을 권하네.
아욕구운관我欲扣雲關[ 나는 관문의 구름 당기려 하고
문도탐현미問道探玄微 길을 묻고 미묘한 도리를 찾네.
원무근석수願無靳石髓 돌 골수 원망하며 원하지 않고
정건여옥지精虔茹玉芝 정기를 지키려 옥 영지를 먹네.
천년유여락千年有餘樂 천년의 많은 즐거움 남았는데
일개녕련비一介寧戀悲 한낱 어찌 슬퍼하고 기뻐하나.
●오수午睡/금석錦石 박준원朴準源(1739-1807 영조15~순조7)
전산우재헐前山雨纔歇 앞 산 비 막 그치자
창취영소각蒼翠映小閣 푸른 기운 작은 누각을 비추네.
유인면청주幽人眠淸晝 은자는 맑은 대낮에 잠을 자고
행화시자락杏花時自落 살구꽃이 이따금 저 혼자 진다.
►‘멋대로 할 천, 선양할 선擅’ 멋대로 하다. 천단擅斷하다(제 마음대로 처단하다)
'韓詩 > 매월당집梅月堂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월당 시집 제4권 3-32 (1) | 2024.01.29 |
---|---|
매월당 시집 제4권 3-31 (2) | 2024.01.29 |
매월당 시집 제4권 3-29 (2) | 2024.01.29 |
매월당 시집 제4권 3-28 (2) | 2024.01.29 |
매월당 시집 제4권 3-27 (2) | 2024.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