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3-35
3 우설雨雪 비와 눈
35 음청陰晴 흐렸다 갰다 한다
종일음청주폐문終日陰晴晝閉門 종일 흐렸다 갰다 하여서 낮에 문을 닫았는데
원봉소우세혼혼遠峯疎雨細昏昏 먼 봉우리 가랑비에 어둑어둑하다.
화연초색격림벽和煙草色隔林碧 연기 섞인 풀빛 수풀 너머에서 푸르고
수석간성당침훤漱石澗聲當枕喧 돌에 부딪는 시내 소리 베개에 닿아 시끄럽다.
하지불감위표은何地不堪爲豹隱 어느 땅에 표범처럼 숨어 견디지 못하리
유산심처즉도원有山深處即陶園 산 깊은 곳 있으면 그것이 도원陶園이라네.
소당인정분향좌小堂人靜焚香坐 작은 당堂에 사람 고요한데 향 피우고 앉아서
득구청음사령원得句清吟似嶺猿 시귀詩句 얻어 맑게 읊는 것 고개의 원숭이 같다.
►음청陰晴 청음晴陰, 청음淸陰. 흐린 날과 갠 날. 흐림과 막음.
►혼혼昏昏 어두운 模樣. 어리석은 모양. 마음이 흐린 모양.
감차호경무연주堪嗟好景無緣住 이런 좋은 경치에 오래 머물 인연 없어
종일혼혼위구망終日昏昏爲口忙 온 종일 혼혼하게 먹고 살기 바쁘다니
/<김돈시金敦時 등명사燈明寺>
►수석漱石 수석침류漱石枕流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뜻으로
말을 잘못해 놓고 그럴 듯하게 꾸며대는 것 또는 이기려고 하는 고집固執이 셈.
►도원陶園 진晉의 處士 도잠陶潛의 전원田園
거거지향로去去指鄕路 한발 한발 고향 길을 향하며
유유출국문悠悠出國門 유유히 성문을 나서노라
리장륜백전離膓輪百轉 떠나는 심정 진정할 길 없어
정루우쌍번征淚雨雙翻 슬픈 눈물 두 뺨에 비 오듯
록수연유중綠樹煙猶重 푸른 나무엔 내 서리고
창애일점돈蒼崖日漸暾 푸른 언덕엔 해가 돋누나
환인앵설교喚人鶯舌巧 사람을 부르느라 꾀꼬리 노래 부르고
송객조성훤送客鳥聲喧 손을 전송하느라 새들 지저귄다
원별란심서遠別亂心緖 멀리 이별하니 마음 심란하고
조행여수흔早行餘睡痕 일찍 길 떠나니 잠이 덜 깼구나
귀참불가완歸驂不可緩 돌아가는 말 늦출 수 없으니
황초만도원荒草滿陶園 우거진 풀 도원에 가득하네
/동국이상국전집 제6권 89 이규보李奎報(1168-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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