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13-4
13 서화書畫 글씨와 그림
4 항룡해호도降龍解虎圖 용을 항복받고 호랑이를 화해시키는 그림
차아산경전기구嵯峨山逕轉崎嶇 높고 험한 산길이 더욱 기구해졌는데
편시고승유희시便是高僧遊戲時 그게 곧 고승高僧의 유희遊戱할 때일세.
보발항룡담수정寶鉢降龍潭水靜 바리때로 용을 항복받으니 못물이 고요하고
금고해호로송기金鈷解虎老松𣣱 금 인두로 범을 화해시키니 노송나무 삐딱하네.
공산우과매태활空山雨過苺苔滑 빈 산에 비 지나가니 이끼가 미끄럽고
소동춘심화목기小洞春深花木奇 작은 골에 봄이 깊으니 꽃나무도 기이하네.
견설진중다소사見說塵中多少事 말 들으면 세상에는 많고 적은 일 있다지만
일생원자부증지一生元自不曾知 한평생을 처음부터 미처 알지 못하였네.
►항룡해호도降龍解虎圖
‘항룡降龍’ 불법佛法으로 신룡神龍을 항복시키다.
‘解虎’ 싸우는 범들을 화해시키다.
‘항룡복호降龍伏虎 용을 굴복시키고 범을 제압하다’
항룡발해호석降龍鉢解虎錫 용을 항복 받은 발우와 범 싸움 말린 석장이여
양고금환명역력兩鈷金環鳴歷歷 양쪽 쇠고리는 역력히 울리는 도다.
/증도가證도歌
►차아嵯峨 (산이) 높고 험險함.
‘우뚝 솟을 차, 울쑥불쑥할 치嵯’ 우뚝 솟다. (산이)가파르다
‘높을 아峨’ 높다. 높게 하다. 위엄威嚴이 있다, 위의威儀가 당당堂堂하다
고원불가견故園不可見 장안長安 두릉杜陵 고향은 볼 수 없는데
무수울차아巫岫鬱嵯峨 무산巫山의 봉우리만 울연히 높이 솟았네.
/두보杜甫 <강매江梅>
추입양강수불파秋入陽江水不波 가을 들어 강물 잔잔한데
능운석탑호차아凌雲石塔皓嵯峨 구름에 치솟은 석탑 우뚝하구나.
/박규수朴珪壽 <강양죽지사江陽竹枝詞>
►기구崎嶇 산길이 험險함. 고생스러움. 팔자가 사나움.
처세處世하기 어려운 모양. 세상살이가 순탄順坦하지 못하다.
용강상산고가람龍江上山古伽藍 경기도 양수리兩水里 강 위 산의 옛 절,
세경기구입취삼細徑崎嶇入翠杉 오솔길 기구하게 푸른 삼나무 숲으로 드네.
/서거정徐居正 <기수종사윤선로寄水鍾寺允禪老>
●산민山民 화전민/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1651-1708 효종2~숙종34)
하마문인거下馬問人居 말에서 내려 인가를 찾아가 보니
부녀출문간婦女出門看 아낙네가 사립문을 나와 내다보네.
좌객모옥하坐客茅屋下 나그네인 나 처마 밑에 앉았노라니
위아구반찬爲我具飯餐 나 먹으라고 밥상을 차려 내어 놓네.
장부역하재丈夫亦何在 남편은 어디 갔느냐 하니
부리조상산扶犂朝上山 아침 일찍 쟁기 메고 산으로 갔다 하네.
산전고난경山田苦難耕 화전 일구기 어렵고 힘들어
일만유미환日晩猶未還 해 저물도록 돌아오지 못한다 하는구나.
사고절무린四顧絶無隣 사방을 둘러봐도 이웃 하나 없고
계견의층만鷄犬依層巒 개와 닭 같은 가축도 산비탈을 오르내리네.
중림다맹호中林多猛虎 숲 속에는 사나운 범이 우글거려
채곽불영반採藿不盈盤 나물조차 마음대로 못 뜯는다는구나.
애차독하호哀此獨何好 슬프다 이 외진 곳 홀로 무엇이 좋아
기구산곡간崎嶇山谷間 이 험한 산골에서 묻혀 사는고
낙재피평토樂在彼平土 저 너른 들판에 살면 오죽 좋으련마는
욕왕외현관欲往畏縣官 가고자 해도 고을 원님 무서워서 갈 수 없다 하네.
두보杜甫의 <삼리삼별三吏三別> 詩와 같은 내용이다.
공자과태산측孔子過泰山側 공자께서 태산 옆을 지나는데
유부인곡어묘자이애有婦人哭於墓者而哀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부자夫子 식이청지式而聽之 공자가 수레 앞 가로나무를 잡고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하고
사자로문지왈使子路問之曰 슬피 우는 연유를 자로를 시켜서 물었다.
자지곡야子之哭也 일사중유우자壹似重有憂者
“부인께서 곡을 하는 것이 몹시 중첩된 근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왈而曰 연然 “그렇습니다.
석자昔者 오구사어호吾舅死於虎 옛날 나의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돌아 가셨고
오부우사언吾夫又死焉 다음에는 남편이 물려 죽었으며
금오자우사언今吾子又死焉 이번에는 아들이 또 물려 죽었습니다.”
부자왈夫子曰 공자께서 말하길
하위부거야何爲不去也 “그럼 어찌하여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습니까?”
왈曰 무가정無苛政 “그러나 이곳은 가혹한 정치가 없습니다.”
부자왈夫子曰 공자가 말하였다.
소자지지小子識之 “얘들아 명심하여라.
가정맹어호야苛政猛於虎也 가혹한 정치는 백성에게 있어서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禮記 檀弓 下篇>
►보발항룡담수정寶鉢降龍潭水靜 바리때로 용을 항복받으니 못물이 고요하고
항룡발降龍鉢 본행경(불본행집경41 및 42)에 이르되
불타가 처음 법륜을 굴려 화신당火神堂에서 가섭迦葉을 항복시켰다.
위화威火(威德의 불)를 놓아 그 화룡火龍의 독화毒火를 멸하자
사면이 일시에 통연洞然하여 치성熾盛했다.
오직 여래가 앉은 바의 곳이 적정寂靜함이 있고 화광이 보이지 않으므로 화룡이 보고 나서
점차 불타의 처소로 향하다가 바로 곧 몸을 솟구쳐 불발佛鉢 속에 들어갔다.
이때 세존이 손으로 발우를 받쳐 들고 빈라가섭頻螺迦葉의 처소에 이르렀다.
육조스님이 보림사寶林寺에 계실 때 절 앞뜰에 큰 용소龍沼가 있어서 거기에 독룡이 살면서
수풀을 휘젓고 사람에게 나투는 것을 보시고 육조스님께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네가 다만 큰 몸을 나툴 줄 알되 작은 몸은 나투지 못하는구나.
신룡神龍이라면 마땅히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그 큰 독룡이 홀연히 없어지더니 작은 몸을 나투어 물 위어 다시 떠올랐다.
그때 육조스님이 발우를 내밀면서 "노승의 발우 속으로 들어와 보아라." 하니
그 독룡이 헤엄쳐서 다가오므로 육조스님께서
그 작아진 독룡을 바루에 담아 법당으로 가셔서 상당하여 설법하시니 그 용이
드디어 몸을 벗어 화거하여 제도를 받았다고 하여 '용을 항복받은 발우'라 하는 것이다.
/수카 다르마
►금고해호로송기金鈷解虎老松𣣱 금 인두로 범을 화해시키니 노송나무 삐딱하네.
‘아 의, 기울 기欹’ (俗字 𣣱)(同字 㿲, 𥀴)
아!(감탄사) 기울다. 비뚤어지다. 기대다. 의지依支하다
승조가 산길을 가다 보니 범 두 마리가 길가에서 서로 싸우고 있으므로
두 범이 상할 것을 염려하여 육환장으로 두 범 사이를 떼어 놓으면서
"싸울 일이 뭐 있나, 서로 잘 지내거라."하면서
육환장으로 범 대가리를 툭툭 건드리니 서로 헤어져 갔다.
►매태苺苔 이끼
‘딸기 매苺’ 딸기. 이끼
►춘심春深 봄기운이 짙다. 봄이 무르익다.
●춘원春怨 봄을 원망하며/이매창李梅窓(1573-1610 선조6~광해군2)
죽원춘심조어다竹院春深鳥語多 대숲의 집에 봄이 깊으니 새 소리 늘어나고
잔장함루권창사殘粧含淚捲窓紗 남은 화장에 눈물 머금고 비단 창을 거두네.
요금탄파상사곡瑤琴彈罷相思曲 아름다운 거문고로 상사곡의 연주를 마치니
화락동풍연자사花落東風燕子斜 꽃 떨어지는 봄바람에 제비 새끼 비껴가네.
●화춘심和春深/백거이白居易(772-846)
其二
하처춘심호何處春深好 어디에서 무르녹은 봄을 좋아할까?
춘심빈천가春深貧賤家 빈천에 쪼들리는 집에 봄이 깊었으나
황량삼경초荒凉三徑草 황량한 뜰 안 길 풀이 마구 자랐고
냉락사린화冷落四隣花 사방 둘레에 시들은 꽃 흩어졌네
노곤귀용력奴困歸傭力 남편은 밭갈이에서 지쳐 돌아왔거늘
처수출임거妻愁出賃車 아낙은 나가 고생스런 품팔이 하네
도궁평로험途窮平路險 곤궁에 빠진 그들에겐 평탄한 길도
거족극포사擧足劇褒斜 포야褒斜 언덕보다 험난하여 걷기 힘드네
(포야褒斜 섬서성의 험준한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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