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13-6
13 서화書畫 글씨와 그림
6 제유황고목도題幽篁古木圖 그윽한 대와 고목 그림에 쓰다
군불견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진실릉이강기괴晉室陵夷綱紀壞 진晉나라 왕실 쇠락하여 법도가 무너져서
풍류고사상청화風流高士尙清話 풍류롭다는 높은 선비들 청담淸談만 숭상하는 것을
우불견又不見 또 보지 못했는가?
전국쟁웅형정퇴戰國爭雄刑政頹 전국戰國 때 크기를 다투느라 형정刑政이 무너졌는데
칠원오리담골계漆園傲吏談滑稽 칠원漆園의 거만한 아전 익살을 떨어댔네.
혹애방광유죽림或愛放曠遊竹林 혹은 방광放曠하여 竹林에 놀길 좋아하고
혹이고목의회심或以槁木擬灰心 혹은 몸을 고목에 비유하고 마음은 죽은 재에 비유하네.
고인막의불부작古人邈矣不復作 옛 사람 아득히 멀어 다시는 지을 수 없는데
공여천재류방책空餘千載留方册 공연히 천년 세월에 대쪽 책만이 남아 있네.
금관차화사묘묘今觀此畫思杳杳 이제 이 그림을 보니 생각이 아득해져
청흥이재풍진표清興已在風塵表 맑은 흥취 언제 벌써 풍진 세상 밖에 있네.
유황소슬엽상전幽篁蕭瑟葉相戰 그윽한 대 소슬하여 잎새 서로 달달 떨고
고목사아지상료古木査牙枝相繚 고목 등걸 엉크러져 가지 서로 얽혀 있네.
광근고간여유정狂根枯幹如有情 미친 뿌리 마른 줄기도 정 있는 것 같은데
반절한지여유성半折寒枝如有聲 반쯤 부러진 찬 가지도 소리 있는 듯싶네.
정소허당전일폭淨掃虛堂展一幅 빈 당堂을 깨끗이 쓸고 한 폭을 펼쳐 놓았더니
소벽여문천뢰명素壁如聞天籟鳴 흰 벽에서 자연의 소리[天籟] 울음을 듣는 것 같네.
량공능사설천공良工能事泄天工 양공良工의 능통한 일 天工에서 빼내어
척아만고진토흉滌我萬古塵土胸 이내 만년 티끌 낀 가슴을 깨끗이 씻어 주네.
위언여가이위귀韋偃與可已爲鬼 위언韋偃이나 여가與可가 이미 귀신이 되었거니
아수하필전고종阿誰下筆傳高蹤 그 누가 붓을 잡아 높은 자취 전하였나?
요상함호연묵시遙想含毫吮墨時 멀리 생각하니 털 물고 먹 빨 때에
지견죽목망소지只見竹木忘所知 다만 대와 나무만 보고 아는 것 잊었으리.
기독망지역망아豈獨忘知亦忘我 어찌 홀로 아는 것만 잊나, 나마저 잊었으리.
물아량망소연좌物我兩忘翛然坐 물과 나[物我] 둘 다 잊고 초연히 앉았다가
수유변화무궁서須臾變化無窮緒 잠간 새 변화의 무궁한 끝 일어나네.
묘재호망부동처妙在毫芒不動處 묘한 것은 털끝만큼도 안 움직이는 곳에 있으니
득지어심응재수得之於心應在手 마음에 이걸 얻으면 반응 되는 건 손에 있어
필구조화의헌거筆驅造化意軒舉 붓은 조화造化를 몰고 뜻은 높게 들려 있네.
일지일간불경사一枝一幹不經思 한 나뭇가지 한 줄기 생각이야 같지 않네만
사파반굴유륜서娑婆盤屈有倫序 너울너울 서리고 굽힌 게 엄연히 차례가 있네.
리회명조막가상理會冥造莫可狀 어둠 속의 조화를 이해는 해도 표현 못해
진도극칙단형어真到極則但形語 지극한 법칙에 곧장 이르면 다만 말에 형용되느니
담연상대절리미澹然相對絕離微 담담하게 서로 대해서 미세한 것도 끊어 버리는 것
화사기심묘여허畫師機心妙如許 화공畫工의 움직이는 마음 묘하기 그와 같네.
필경속사나득지畢竟俗士那得知 필경 속된 선비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
시유산동고악저時有山童敲樂杵 때마침 산동山童이 있어 약 절구를 두드리네.
►유황幽篁 깊고 고요한 죽림[대숲].
‘대숲 황’ 대숲. 대의 이름. 피리(악기의 하나)
●죽리관竹裏館/왕유王維(699-761)
독좌유황리獨坐幽篁裏 그윽한 죽림 속에 홀로 앉아
탄금복장소彈琴復長嘯 거문고 뜯고 다시 휘파람 분다
심림인부지深林人不知 깊은 숲속에 아무도 모른다.
명월래상조明月來相照 이윽고 달이 빛을 안고 찾아온다./망천집輞川集
●모옥독서도茅屋讀書圖/전유교錢維喬
원산층첩수부소遠山層疊樹扶疏 먼 산은 겹겹으로 층졌고 나무는 우거졌는데
추수한만자독서秋水閑漫自讀書 가을물 한가하고 느긋하여 스스로 책을 읽노라
정대유황무일사靜對幽篁無一事 고요히 그윽한 죽림 마주하니 아무 일 없어
차심여물공여여此心與物共如如 이 마음 사물과 더불어 함께 여여하네
►능이陵夷 능陵은 구릉을, 이夷는 평하平下를 뜻함.
‘구릉丘陵이 歲月이 지나면서 平平해진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성盛하다가 나중에는 쇠퇴衰退함을 이르는 말.
►강기綱紀 법강法綱과 풍기風氣. 삼강오상三綱五常과 기율紀律.
강기숙정綱紀肅正 나라의 법과 풍속, 풍습에 대한 기율紀律을 엄히 바르게 함
►고사高士 고인古人.
인격人格이 높고 性品이 깨끗한 선비.
특히 산속에 숨어 살며 世俗에 물들지 않은 德望 있는 선비를 이른다.
►청담淸談 위진魏晉 시대 선비들이 老莊의 空理에 대하여 논하던 일.
죽림칠현竹林七賢은 특히 유명하다.
►형정刑政 정치政治와 형벌刑罰.
刑事에 關한 行政 곧 犯罪 豫防에 關한 一般的 方策을 施行하는 行政.
►칠원오리漆園傲吏 칠원의 거만한 아전. 장자莊子(BC369?-BC289?).
오리傲吏는 옻나무 밭은 관리하는 말단 벼슬자리.
‘오傲’ 자기 멋대로 행동하여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음.
莊子는 일찍이 몽蒙(河南省)의 漆園 관리였다.
楚王이 宰相으로 迎入하려 하였으나 莊子는 나를 더럽히지 말라고 하며 응하지 아니하였다.
곽박郭璞 <유선시遊仙詩>의 “칠원유오리漆園有傲吏”에 따른 逆의 표현.
“莊周는 漆園에 언건偃蹇[엎드려 잠을 잠]하고
노래老萊는 임굴林窟에 파사婆娑하였네”/곽박郭璞 <객오客傲>
“朱文公(朱熹)은 이르기를
余 平生 王摩詰의 詩에 漆園傲吏가 아니다 云云한 것을 사랑하였다”
/宋나라 나대경羅大經 <학림옥로鶴林玉露>
오리성은傲吏成隱
일찍이 몽蒙이란 곳에서 칠원漆園의 벼슬아치가 되었던 장주莊周를 이른다.
장주가 칠원의 벼슬아치로 있을 때 초楚 위왕威王이 그가 어질다는 말을 듣고 使者를 보내
후한 폐백을 주고 재상으로 맞이하려 하자 장주가 웃으면서 그 사자에게 이르기를
“나를 더럽히지 말고 빨리 가거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史記 卷63>
<史記 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에 “莊子者蒙人也 名周 周嘗爲蒙漆園吏”라 하였다.
●망천집輞川集 제19수 칠원漆園 옻나무 밭/왕유王維
고인비오리古人非傲吏 장자는 옻나무 밭 관리나 할 분이 아닌데
자궐경세무自闕經世務 자신의 세상살이를 게을리 했을 뿐이라네.
우기일미관偶寄一微官 어쩌다 옻나무 밭 말단관리직을 맡게 되니
파사수주수婆娑數株樹 몇 그루 옻나무 사이에서 덩실덩실 춤췄다오.
‘칠원漆園’ 옻나무 동산.
다음의 ‘椒園’과 함께 왕유의 輞川別莊 중 가장 깊숙한 곳.
●망천집輞川集 제20수 초원椒園 산초나무 동산에서.
계존영제자桂尊迎帝子 계화주 부어 제왕의 자제분을 맞고
두야증가인杜若贈佳人 약재인 두약을 미인에게 드립니다.
초장전요석椒漿奠瑤席 산초로 빚는 술을 향초 자리 깐 제단에 올리니
욕하운중군欲下雲中君 그대여 구름을 뚫고 여기 내려오소서.
►방광放曠 방달放達. 언행言行에서 거리낌이 없음.
말과 행동의 구속을 받지 않음. 마음이 너그러워 일에 구애되지 않음.
군가용방광君家容放曠 그대 집에서는 방광을 용납하나
각공해금시却恐駭今時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 오히려 두렵네.
/박은朴誾 <만리뢰萬里瀨> 2首
►골계滑稽
滑 : 반드러울 활, 미끄러울 활, 교활할 활, 어지러울 골, 흐릴 골, 다스릴 골.
말이 매끄럽고 익살스러워 웃음을 자아내는 일.
지식이 풍부하여 어떠한 어려운 문제도 쉽사리 해답을 하는 것.
<史記 색은索隱>에 골滑은 난亂, 계稽는 同으로 변첩辯捷한 사람이
非를 시로 是를 비로 말하여 능히 同異를 혼란하게 함을 이름.
안사고顔師古는 골계는 전리專利의 칭稱으로
골은 난, 계는 애礙로 변란하여 유체함이 없음을 이름.
재치가 있어서 말이 유창함.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우습게 하는 말이나 짓. 익살.
►회심灰心
모든 욕망慾望ㆍ정열情熱ㆍ의기義氣 따위가 일지 않는 재처럼 사그러진 싸늘한 마음.
►막의邈矣 아득하다.
막의진범격邈矣塵凡隔 아득한 인간 세상의 먼지는 가로막혀서
소연심지청翛然心地淸 마음속이 자유롭고 맑아진다네./윤선도尹善道 <소은병小隱屛>
►방책方册 목판木板과 죽간竹簡. 서적.
►묘묘杳杳 멀어서 아득함.
►풍진표물風塵表物 속세를 벗어난 사람
►소슬蕭瑟 쏴쏴. 휘휘[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소리] 소슬하다.
(풍경이) 적막하다. 쓸쓸하다. 처량하다. 스산하다.
►상료相繚 서로 감싸고 있는 모습
‘감길 료(요)繚’ 감기다. 두르다. 비틀다
►천뢰天籟 천연天然ㆍ自然의 소리. 곧 바람 소리, 빗소리 따위.
아주 뛰어난 시문詩文.
►양공良工 재주가 있는 장색匠色. 가사袈裟를 짓는 바느질꾼.
►천공天工 하늘의 調和로 이루어진 재주. 화공化工. 하늘이 百姓을 다스리는 調和.
►위언韋偃·여가與可
<당조명화록唐朝名錄>에 “韋偃美畫 尤可於松石 筆刀逕捷 이라 하였고
여가與可는 <宋史 예원전藝苑傳>에 “文同字與可 最善畫竹”이라 하였다.
위언韋偃(?-?) 당唐대의 화가.
두보杜甫와 동시대에 장안 두릉杜陵 사람으로 촉(쓰촨성)에서 우거萬居한 일이 있다.
8세기 중기에 활약 했으며 특히 화마畫馬, 山水, 죽수竹樹, 松石 등의 그림에 뛰어났다.
화면의 일부에 간략簡略한 묘사가 있고 산은 직접 먹으로, 물은 손으로 비벼서 그렸다고 전해진다.
중기 당의 조방粗放한 발묵화풍潑墨畫風의 선구적인 화가라고 할 수 있다.
<희위언위쌍송도가戱韋偃爲雙松圖歌>위언이 그린 쌍송도를 해학적으로 노래하다
/두보杜甫(712-770)
천하기인화고송天下幾人畵古松 천하에 몇 사람이 老松을 잘 그릴까?
필굉이로위언소畢宏已老韋偃少 필굉畢宏은 이미 늙었고 위언韋偃은 젊다네.
절필장풍기섬말絶筆長風起纖末 붓을 놓자 긴 바람이 가는 붓끝에서 일어나니
만당동색차신묘滿堂動色嗟神妙 가득한 사람들 낯빛 변하며 신묘함을 감탄하네.
량주참렬태선피兩株慘裂苔蘚皮 두 그루 소나무, 이끼 낀 껍질 처참하게 갈라졌고
굴철교착회고지屈鐵交錯廻高枝 굽은 쇠가 뒤엉킨 듯 높은 가지에 감겨져 있네.
백최후골룡호사白摧朽骨龍虎死 흰 줄기는 썩은 뼈대 꺾여 龍虎가 죽은 듯하고
흑입태음뢰우수黑入太陰雷雨垂 검은 잎은 太陰에 들어 우레와 비가 드리운 듯하구나.
송근호승게적막松根胡僧憩寂寞 소나무 뿌리에는 胡僧이 적막히 쉬고 있으니
방미호수무주착厖眉皓首無住著 흰 눈썹 흰머리에 집착이 하나도 안 보이네.
편단우견로쌍각偏袒右肩露雙脚 오른쪽 어깨 드러내고 두 발도 맨발인데
엽리송자승전락葉裏松子僧前落 솔잎 속의 솔방울 스님 앞에 떨어지네.
위후위후수상견韋侯韋侯數相見 위후韋侯여! 위후韋侯여! 우리 자주 만나니
아유일필호동견我有一匹好東絹 내게 좋은 비단 한 필 있어
중지불감금수단重之不減錦繡段 소중히 여김 금수단錦繡段 못지않다오.
이령불식광릉란已令拂拭光凌亂 이미 잘 털고 닦음에 빛이 현란하니
청공방필위직간請公放筆爲直幹 부디 그대는 붓을 대어 곧은 줄기의 소나무 그려 주게
/<杜少陵詩集 卷9>
여가與可 문동文同(1018-1079) 호 금강도인錦江道人·소소선생笑笑先生.
쓰촨성[四川省] 쯔저우[梓州] 융타이[永泰] 출생. 石室先生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1049년 우수한 성적으로 진사에 급제하여 중앙과 지방의 관직을 역임하고
사봉원외랑司封員外郞 ·비각교리秘閣校理를 거쳐 능주陵州 ·진주陳州 등지의 태수를 지내고
1078년 호주湖州태수가 되어 다음해 부임하던 도중에 죽었다.
世人이 문호주文湖州라고 부르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시문과 글씨, 죽화竹畵에 뛰어났으며 사마광司馬光, 소동파蘇東坡 등은 문동을 매우 존경하였다.
소식蘇軾은 그에게서 대나무 그리는 법을 배웠으며 친한 벗이었다.
인품이 조운고결操韻高潔하였고 박학博學하여 성경星經 ·地理 ·방약方藥 ·음률音律에 통달하였으며
시문 이외에 글씨에도 전篆 ·예隸 ·행行 ·초草 ·비백飛白을 잘하였다.
문동의 四絶이라고 하여 ‘1詩, 2楚詞, 3草書, 4畵’라고 하는데
그의 묵죽墨竹은 ‘소쇄蕭灑의 자태가 풍부하다’는 평을 받았으며
담묵淡墨으로 휘갈겨 그린 고목枯木그림은 ‘풍지간중風旨簡重’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후세에 묵죽墨竹의 개조開祖라고 추앙받았다.
시문집에 <단연집丹淵集>(4권)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여가금흉형탈진與可襟胸逈脫塵 여가의 마음 속은 멀리 티끌을 벗어났나니
설당분득십분신雪堂分得十分新 설당에서 나누어 얻으매 온전히 새롭구나.
/성현成俔 <제소동파묵죽題蘇東坡墨竹> 2首
►고종高蹤 고상高尙한 행동거지行動擧止.
►망소지忘所知
향엄지한香嚴智閑(?-898)선사
위산영우潙山靈祐(771~853)의 제자로서
어렸을 때 백장회해百丈懷海에게 출가하였다.
키가 7척이나 되고 총명과 재주가 비상하여 향리에서는
관리가 되기를 권하였으나 마다하고 출가했다.
어느 날 아침에 위산이 향엄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지금껏 그대가 터득한 지식은 눈과 귀를 통해 타인의 견문과 경권이나 책자에서 얻은 것일 뿐이다.
나는 그것은 묻지 않겠다.
그대가 처음 부모의 태에서 나와서 東西를 아직 구분하지 못했을 때의 본분사를 일러보라.
내가 그대의 공부를 가늠하려 하노라.”
그는 이리 생각하고 저리 따져서 몇 마디 대답하여 보았으나 모두 아니라고만 하는 것이다.
자기 방에 가서 여러 가지 책들을 내어놓고 찾아보았으나
듣고 본 것을 제하고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탄식하기를
‘그림의 떡으로는 배부를 수 없다’하고 다시 위산에게 가르쳐 주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위산은 ‘내가 말하는 것은 나의 소견이지 너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하였다.
향엄은 방으로 돌아와 모든 서적을 몽땅 불태워 버렸다.
어떤 학인이 가까이 와서 한권 달라고 하니 향엄이 답하기를
“내가 평생 동안 이것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데 이것을 가져서 무엇 하려는가?”
가지고 있던 모든 서적을 모두 불살라 버리고
다시는 불법이고 뭐고 배우지 않고 되는대로 지내기로하고
울면서 위산을 하직한 후 南陽에 가서 慧忠국사의 유적을 보고 거기에 머물렀다.
하루는 그 산중에서 큰 역사가 있어 그도 같이 일을 하였다.
그때 돌맹이를 주워 던진 것이 대숲에 맞아 ‘딱’하는 소리를 듣고 크게 깨쳤다.
그는 목욕하고 향을 사르며 멀리 위산을 바라보면서 절하고 게송을 읊었다.
일격망소지一擊忘所知 한 번 부딪치는 소리에 아는 바를 잊었으니
갱불가수야更不假修冶 다시는 닦고 다스리지 않으리
동용양고로動容揚古路 안색을 바꾸고 옛길에서 떨쳐 일어나
불타초연기不墮悄然機 근심스러운 처지에 떨어지지 않네.
처처무종적處處無踪迹 곳곳에 자취를 남기지 않고
성색외위의聲色外威儀 소리와 빛은 위의(엄숙함)의 밖이니
제방달도자諸方達道者 모든 도를 아는 이들은
함언상상기咸言上上機 모두 다 말하길 최상의 기회라 하네.
그리고 곧 위산에 가서 법을 받고는 등주鄧州의 향암사香巖寺에서 교화 하였다.
그가 지은 게송이 이백여수가 남아 있다.
►망아忘我 몰아沒我, 무아無我
어떤 事物에 마음을 빼앗겨 自己自身을 잊어버림.
►물아양망物我兩忘
이근사표곡투향耳根似颷谷投響 과이불류過而不留 즉시비구사則是非俱謝
귀뿌리는 마치 회오리바람이 골짜기에 소리를 울리는 것 같아서
지나간 뒤 메아리가 머물지 않게 하면 말다툼도 함께 물러가리라.
심경여월지침색心境如月池浸色 공이불착空而不著 즉물아량망則物我兩忘
마음은 마치 밝은 달이 연못에 빛을 비추는 것과 같아서
비우고 집착하지 않으면 곧 외물과 나를 모두 잊으리라./채근담 後120
안회왈顏回曰 회익의回益矣 안회가 말했다. “저는 더 나아간 것 같습니다.”
중니왈仲尼曰 하위야何謂也 중니가 말했다. “무슨 말이냐?”
왈曰 회망인의의回忘仁義矣 안회가 말했다. “저는 仁義를 잊어버렸습니다.”
왈曰 가의유미야可矣猶未也 중니가 말했다. “좋기는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타일부견왈他日復見曰 다른 날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다.
회익의回益矣 “저는 더 나아간 것 같습니다.”
왈曰 하위야何謂也 중니가 말했다. “무슨 말이냐?”
왈曰 회망례악의回忘禮樂矣 안회가 말했다. “저는 禮樂을 잊어버렸습니다.”
왈曰 가의유미야可矣猶未也 중니가 말했다. “좋긴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타일부견왈他日復見曰 다른 날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다.
회익의回益矣 “저는 더 나아간 것 같습니다.”
왈曰 하위야何謂也 중니가 말했다. “무슨 말이냐?”
왈曰 회좌망의回坐忘矣 안회가 말했다. “저는 坐忘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중니축연왈仲尼蹴然曰 중니가 깜짝 놀라 얼굴빛을 고치면서 말했다.
하위좌망何謂坐忘 “무엇을 좌망이라 하는가?”
안회왈顏回曰 안회가 말했다.
휴지체隳支體 “四肢百體를 다 버리고
출총명黜聰明 耳目의 감각작용을 물리치고
리형거지離形去知 육체를 떠나고
동어대통同於大通 지각작용을 없애서 대통의 세계와 같아졌을 때
차위좌망此謂坐忘 이것을 坐忘이라 합니다.”
중니왈仲尼曰 중니가 말했다.
동즉무호야同則無好也 “大通의 세계와 같아지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없게 되며
화즉무상야化則無常也 큰 도의 변화와 함께하면 집착이 없게 되니
이과기현호而果其賢乎 너는 과연 현명하구나.
구야청종이후야丘也請從而後也 나는 청컨대 너의 뒤를 따르고자 한다.”
/<莊子 大宗師> 六章
►소연翛然 유유자적하다. 자유롭다. 자유자재다. 아무런 구속이 없다. 마음대로이다.
① 빠른 모양.
람월도강료희이攬月倒江聊戱耳 이백이 달을 건지려다 강에 빠졌다는 것은 장난말일 뿐
승풍유혈편소연乘風遊穴便翛然 바람 타고 신선 사는 丹穴로 유람하러 문득 가고 말았구나.
/김극기金克己 <독임태학춘시권위시조지讀林太學椿詩卷爲詩弔之>
②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모양. 융통자재融通自在스러움.
존영진불첨尊榮眞不忝 존귀하고 영화로운 처지임에도 진실로 더럽히지 않았고
단아독소연端雅獨翛然 단정하고 아담하여 홀로 소연하였도다.
/두보杜甫 <곡위대부지진哭韋大夫之晉>
소연도신명翛然度晨暝 소연하게 새벽이나 저녁을 보내니
료이양소완聊以養疎頑 오로지 게으르고 고집스런 버릇 기르기 알맞네.
/석원감釋圓鑑 <유거幽居>
►사파반굴유륜서娑婆盤屈有倫序 너울너울 서리고 굽힌 게 엄연히 차례가 있네.
‘사파娑婆’ 춤을 추다.
‘춤출 사/사바 세상 사娑’ 춤추다. 너풀거리다. 앉다
‘할머니 파, 음역자 바婆’
‘사바娑婆’ 사바세계娑婆世界. 중생이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세상.
산스크리트어 sahā의 음사. 인忍·감인堪忍(참고 견딤)·능인能忍이라 번역.
안으로 여러 번뇌의 고통이 있고 밖으로는 寒暑風雨의 고통이 있어
이 여러 가지 고통을 참고 견디어 내야 하는 이 세상.
곧 괴로움이 많은 중생이 사는 이 세계.
‘반굴盤屈’ 서려서 엉클어짐.
‘윤서倫序’ 정定하여진 基準에서 말하는 前後, 左右, 上下 따위의 次例關係.
'韓詩 > 매월당집梅月堂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월당 시집 제4권 14-1 (1) | 2024.02.18 |
---|---|
매월당 시집 제4권 13-7 (2) | 2024.02.18 |
매월당 시집 제4권 13-5 (2) | 2024.02.16 |
매월당 시집 제4권 13-4 (0) | 2024.02.16 |
매월당 시집 제4권 13-3 (0) | 202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