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14-1
14 문장文章
1 희위戱爲 장난으로 하다
문장어도미위존文章於道未爲尊 문장은 道보다 높은 게 못 되느니
삼백여편학공문三百餘篇學孔門 3백여편三百餘篇 다 배운 공자의 문하에 선
상야기여능두구商也起予能杜口 “상商이 날 일으켰다.”하며 입을 막았네.
대괴가아가무언大塊假我可無言 천지가 내게 문장을 빌려 주었으니 말이 없을 소냐!
풍연애애휘간담風煙藹藹揮肝膽 바람과 안개 자욱해서 간담을 휘저으니
주옥랑랑입토탄珠玉琅琅入吐吞 주옥珠玉 소리 낭랑琅琅하게 머금었다 배앝네.
천수경후응유분千首輕侯應有分 천수千首 짓고 후侯마저 경시輕視함이 응당 분수 있으리니
광가취묵자란번狂歌醉墨自瀾飜 미친 노래 취한 먹이 물결처럼 절로 뛰네.
►문장文章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언어단위.
1)글을 뛰어나게 잘 짓는 사람.
2)한 나라의 문명文明을 이룬 예악禮樂과 제도制度 또는 그것을 적어 놓은 글.
3)생각이나 감정感情을 말과 글로 표현表現할 때 완결完結된 內容을 나타내는 最小의 單位.
주어主語와 서술어敍述語를 갖추고 있는 것이 원칙原則이나 때로 이런 것이 생략省略될 수도 있다.
글의 경우境遇 문장文章의 끝에 ‘.’ ‘?’ ‘!’ 따위의 문장文章 부호符號를 찍는다.
‘철수는 몇 살이니?’ ‘세 살’ ‘정말?’ 따위이다.
4)1939년 2월에 창간創刊한 순 문예지文藝誌.
이태준의 주간主幹으로 발행發行된 當時의 가장 代表的인 문예지文藝誌로서
作品 發表와 古典 發掘 및 新人의 排出과 養成에 主力하여
우리나라 신문학사新文學史에 큰 功績을 남겼으며 1941년 4월에 폐간廢刊되었다.
►삼백여 편 <시경詩經> 311篇.
시삼백詩三百 일언이미지왈一言以薇之曰 시 3백 편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논어 위정편爲政篇>
<시경詩經>
고대 중국의 시가를 모아 엮은 五經의 하나로
본래는 3,000여 편이었다고 전하나 공자에 의해 305편으로 간추려졌다.
<사기>에 의하면 공자가 311편을 가려냈다 하나 이 중 여섯 편은 제목만 전한다.
►공문孔門 성문聖門.
공자孔子의 문하門下를 일컬으며 일반적으로 유교儒敎를 뜻함.
►상야기여商也起予 상商이 날 일으켰다.
자하문왈子夏問曰 자하가 물어 말하기를
교소천혜巧笑倩兮 공교로운 웃음에 입가가 예쁘며
미목반혜美目盼兮 아름다운 눈에 눈동자가 선명함이여!
소이위현혜素以爲絢兮 흰 비단에 채색을 했다하니
하위야何謂也 무엇을 이름입니까?
자왈子曰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 그리는 일은 바탕이 흰 뒤에 함이니라.’
왈례후호曰禮後乎 말하기를 ‘예가 다음이군요.’
자왈子曰
기여자起予者 상야商也 ‘나를 일으키는 자는 상이로다.
시가여언시이의始可與言詩已矣 비로소 가히 더불어 시를 말할 수 있도다‘
/<논어論語 팔일八佾>편
자하子夏가 물었다.
'예쁜 미소에 보조개가 있으니 더 예쁘구나,
예쁜 눈에 맑은 눈동자가 있으니 더 예쁘구나,
흰 얼굴로 화장을 하니 더 예쁘구나'라는 詩는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공자가 말했다
회사후소繪事後素
흰 바탕이 먼저 있고 난 후에 그림 그리는 일 함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자 자하子夏가 말했다.
사람에 있어서 예禮도 먼저 忠信한 마음이 있고 난 後의 일이란 말이죠?
공자가 말했다.
나의 뜻을 더욱 도드라지게 해주는 사람은 상商(자하)이로구나
비로소 너와 함께 시의 함축된 의미를 언급할만하도다
►두구杜口 함구緘口. ‘막을 두杜’ ‘봉할 함緘’
‘입을 다문다.’는 뜻으로 말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
두구탄성杜口呑聲
입을 닫고 소리를 삼킨다는 뜻으로 입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다.
두구과족杜口裹足 입을 다물고 발을 싸매다.
① 후환이 두려워 말이나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② 시류時流에 따라 바뀌는 세상 사람들의 각박한 마음.
원효 대사가 지은 <대승기신론소>
자비두구대사自非杜口大士 목격장부目擊丈夫
스스로 두구대사杜口大士와 목격장부目擊丈夫가 아니고서는
수능론대승어이언誰能論大乘於離言 누가 말을 여읜 대승大乘을 논할 수 있으며
기심신어절려자재起深信於絶慮者哉 어느 누가 생각이 끊어진 깊은 믿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소이마명보살所以馬鳴菩薩 무연대비無緣大悲
그런 까닭에 마명馬鳴 보살이 무연대비無緣大悲로써
상피무명망풍傷彼無明妄風 동심해이역표動心海而易漂
저 無明의 망령된 바람이 마음의 바다를 움직여서 쉽게 떠다니게 하는 것을 불쌍히 여기고
민차본각진성愍此本覺眞性 수장몽이난오睡長夢而難悟
이 本覺의 참된 성품을 장애해서 긴 꿈에 잠들어서 깨어나기 어렵게 한 것을 가엾게 여겨서
어시동체지력감조차론於是同體智力堪造此論
이에 동체지력同體智力으로 감내하면서 이 논을 지었다.
►대괴가아가무언大塊假我可無言 천지가 내게 문장을 빌려 주었으니 말이 없을 소냐!
‘대괴大塊’ 큰 덩어리. 지구地球. 대지大地. 천지. 자연. 조물주造物主.
대괴가아이문장大塊假我以文章 조물주는 나에게 문장을 지을 재주를 빌려 주었네.
/이백李白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부대괴재아이형夫大塊載我以形 무릇 대지는 나에게 형체를 주어
노아이생勞我以生 삶으로써 나를 수고롭게 하고
일아이로佚我以老 늙음으로써 나를 편안케 하며
식아이사息我以死 죽음으로써 나를 쉬게 한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
이지필연위신수已知筆硯爲身祟 붓과 벼루가 몸 탈의 빌미가 됨을 이미 알았거니
수사문장가아명誰使文章假我鳴 누가 내게 문장을 빌려 주어 울리게 했는고.
/성중엄成仲淹 <순부차시영운재용화기淳夫次示嶸韻再用和寄>
●십륙일야十六日夜 대풍한大風寒 열엿새 밤 큰바람에 춥기에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 연산군7~선조3)
원석초혼월상천元夕初昏月上天 정월 보름 밤 비로소 저물며 하늘에 달 오르니
아경흑운미천변俄頃黑雲迷天邊 조금 있다 검은 구름이 변방 하늘 어지럽히네.
삼경산설인부지三更霰雪人不知 자정 무렵 싸락눈 내림을 사람들 알지 못하고
효래홀작우성현曉來忽作雨聲懸 새벽되니 문득 비 오는 소리 멀리서 일어나네.
창망연무만계학蒼茫烟霧滿溪壑 창망한 연기와 안개 시내와 골짜기 가득하고
폐문수와증료곽閉門愁臥增寥廓 문 닫고 시름겹게 누우니 둘레 쓸쓸함 더하네.
후토니융수괄괄后土泥融水活活 뒷 땅의 진흙이 녹으며 강물은 콸콸 흐르는데
칩충욕동구맹작蟄蟲欲動句萌作 숨었던 벌레 움직이려 하고 많은 싹들 움트네.
여하음양부항쟁如何陰陽復抗爭 음과 양이 어떻게 하여 다시 버티어 다투면서
대괴애기하굉굉大塊噫氣何訇訇 대 자연의 숨 트는 소리가 어찌 쾅쾅 거리는가.
산림파도중규호山林波濤衆竅號 산과 숲의 큰 물결에 부르짖는 소리도 많은데
전축천거후만병前逐千車後萬兵 앞은 천의 수레요 뒤에는 일만 병사가 뒤 쫒네.
아구계당파고신我構溪堂頗苦辛 내가 자못 계당을 괴롭고 쓰라리게 얽었는데
직공취도황계빈直恐吹倒荒溪濱 다만 거친 시내 물가에 불어 넘어질까 두렵네.
계당수도아무한溪堂雖倒我無恨 골짜기 집이 비록 무너져도 나는 한이 없지만
애재동사구중인哀哉凍死溝中人 얼어 죽은 봇도랑 가운데 사람이 불쌍하구나.
/退溪先生文集卷之二 詩
►애애藹藹 애울藹鬱 ‘우거질 애藹’
1.(草木이)무성茂盛한 模樣.
2.(달빛이)희미稀微한 模樣.
3.(화기가)부드럽고 포근하여 平和로운 氣運이 있는 模樣.
●마상馬上 말 위에서/연초재燕超齋 오상렴吳尙濂(1680-1707)
애애허리연譪譪墟里烟 모락모락 외딴 마을 밥 짓는 연기
추추야금어啾啾野禽語 들새의 서글피 우짖는 소리
창연모색래蒼然暮色來 아스라이 저문 빛 밀려드는데
귀인책마거歸人策馬去 말채찍 해 집으로 돌아가누나
●수유화茱萸花 산수유 꽃/곽진郭瑨(1568-1633 선조1∼인조11)
경절고고사백이勁節高孤似伯夷 굳센 절개가 백이처럼 고고하니
쟁춘도리긍동시爭春桃李肯同時 봄을 다투는 복사꽃 오얏꽃과 어찌 시기를 함께 하겠나
산원적막무인도山園寂寞無人到 동산은 적막하여 오는 이 없어도
애애청향지자지藹藹淸香只自知 짙고 맑은 향기를 스스로만 알뿐.
/<단곡집丹谷集>
►간담肝膽 간과 쓸개. 속마음을 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간담상조肝膽相照 마음과 마음을 서로 비춰볼 정도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것.
►주옥珠玉 구슬과 옥. 남의 시문을 칭찬하는 말로도 씀.
조파향연휴만수朝罷香煙携滿袖 조회 마치고 나니 소매에 향기 배었고
시성주옥재휘호詩成珠玉在揮毫 시상이 이루어지니 주옥은 붓 끝에 나타나는구나.
/두보杜甫 <화가지사인조조대명궁和賈至舍人早朝大明宮>
자자주옥字字珠玉
글자마다 주옥이라는 뜻으로 글씨가 한 글자 한 글자 묘하게 잘된 것을 이르는 말.
►낭랑琅琅 새가 지저귀는 맑은 소리.
옥이 서로 부딪쳐 울리는 맑은 소리. 또는 그와 같은 맑은 목소리.
●풀잎 단상/조지훈趙芝薰(1920-1968)
벽에 기대 한나절 조울다 깨면 열어 제친 창으로 흰구름 바라기가 무척 좋아라.
노수좌老首座는 오늘도 바위에 앉아 두 눈을 감은 채로 염주만 센다
스스로 적멸寂滅하는 우주 가운데 먼지 앉은 경經이야 펴기 싫어라
몽연蒙然이 어리는 골 아지랑이 피노니 떨기남게 우짖는 꾀꼬리 소리
이 골 안 꾀꼬리 고운 사투린 범패梵唄 소리처럼 낭랑琅琅하고나
벽에 기대 한나절 조울다 깨면 지나는 바람결에 속잎 피는 고목이 무척 좋아라
►광가狂歌 광구狂句.
음조ㆍ가사歌辭에 맞지 않게 마구 소리를 질러가며 부르는 노래.
●안구사雁丘詞 기러기 무덤에서/원호문元好問(1190-1257)
문인간問人間 세상 사람들에게 묻나니
정시하물情是何物 정이란 무엇이기에
직교생상허直敎生相許 삶과 죽음을 가늠하게 하는가?
천남지북쌍객天南地北雙客 천지간을 나는 한 쌍의 기러기 남과 북을 가로지르며
노시기회한서老翅幾回寒暑 지친 날개 펼쳐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던고
환락취이별고歡樂趣離別苦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가운데에서
시중갱유치아녀是中更有癡兒女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어
군응유어君應有語 임께서 응답해 주셔야지
묘만리층운渺萬里層雲 아득한 만리 하늘 구름만 첩첩하고
천산막경千山幕景 온 산에 저녁 눈 하염없이 내리는데
척영위수거隻影爲誰去 한 마리 외로운 새가 누구를 찾아 날아갈지를
횡분로橫汾路 분수 물가를 가로 날아도
적막당년소고寂莫當年蕭鼓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황연의구평초荒煙依舊平楚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네
초혼초사하차급招魂楚些何磋及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암제풍우山鬼暗啼風雨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끼네
천야투天也妬 하늘도 질투하는지
미신여未信與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앵아연자구황토鶯兒燕子俱黃土 꾀꼬리와 제비도 함께 황토에 묻혔네
천추만고千秋萬古 천추만고에
위류대소인爲留待騷人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던가
광가통음狂歌痛飮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듯이 노래 부르며
래방안구처來訪雁丘處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이 시는 금나라 황제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인 1205년에 쓴 것이다.
당시 그는 병주幷州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 분수汾水 가에서 우연히 기러기를 잡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원호문에게 말했다.
“내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요행히 도망을 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도망가지 않고
그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 버렸답니다.”
원호문은 이 이야기에 감동되어 죽은 한 쌍의 기러기를 사서 분수汾水 물가에 묻어 주고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라 칭하였다 한다.
그리고는 바로 이 매피당邁陂塘 중의 <안구사雁丘詞>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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