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삼계무법하처구심三界無法何處求心
“삼계에 법이 없는데 어디에서 마음을 찾겠느냐?”는
설두송득일사화엄경계雪竇頌得一似華嚴境界
설두스님의 노래(三界唯心)는 마치 화엄華嚴의 경계와 같다.
유자도有者道 어느 사람은 말하길
설두무중창출雪竇無中唱出 “설두스님이 무無 속에서 노래를 하였다”는데
약시안피탄저若是眼皮綻底 종불임마회終不恁麼會
눈꺼풀 뜬 놈이라면 이처럼 이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두거타방변雪竇去他傍邊 첩량구도貼兩句道 설두스님은 거기에 두 구절을 더하여
백운위개白雲為蓋 “흰 구름은 일산이요,
류천작금流泉作琴 흐르는 물소리는 비파여라” 하였다.
소내한견조각蘇內翰見照覺 유송운有頌云
소내한蘇內翰(소동파)이 동림조각東林照覺선사를 뵙고 깨침의 송을 읊었다.
계성편시광장설溪聲便是廣長舌 시냇물 소리 장광설長廣舌이요,
산색기비청정신山色豈非清淨身 산색인들 어찌 청정법신 아니랴.
야래팔만사천게夜來八萬四千偈 밤사이 팔만사천의 게송을(어젯밤 깨달은 오묘한 이치)
타일여하거사인他日如何舉似人 다른 날 어떻게 사람에게 일러줄까?
설두雪竇 차류천借流泉 작일편장설두作一片長舌頭
설두스님은 흐르는 물소리를 빌어 한바탕 설법을 했다.
소이도所以道 일곡량곡무인회一曲兩曲無人會
그러므로 “한두 곡조도 아는 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불견구봉건화상도不見九峰虔和尚道 듣지 못하였느냐? 구봉도건九峰道乾스님의 말을.
환식득명마還識得命麼 “목숨[命]을 아느냐?
류천시명流泉是命 흐르는 물은 목숨이요
담적시신湛寂是身 맑고 고요한 것은 몸이며
천파경기시문수가풍千波競起是文殊家風 일천 파도가 다투어 일어나는 것은 문수의 가풍이요
일선청공一亙晴空 시보현경계是普賢境界 하나같이 맑은 허공은 보현의 경계이다.”
류천작금流泉作琴 “흐르는 물소리 비파여라.
일곡량곡무인회一曲兩曲無人會 한두 곡조도 아는 이 없다”하였는데
저반곡조這般曲調 야수시지음시득也須是知音始得
이러한 곡조는 모름지기 지음知音이어야 알 수 있으며
약비기인若非其人 도로측이徒勞側耳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부질없이 귀만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고인도古人道 옛사람은 이르길
롱인聾人 야창호가곡也唱胡家曲 “귀머거리가 胡家曲(멋진 노래)를 부를 순 있으나
호오고저총불문好惡高低總不聞 좋고 나쁨과 높낮이를 전혀 듣지 못한다.” 하였다.
운문도雲門道 운문스님이 말했다.
거불고舉不顧 즉차호即差互
“말해주어도 돌아보지(거론하는 즉시 간파) 않으니 서로가 어긋났다.
(►차호差互 交錯이니 서로 뒤섞여서 얼크러짐)
의사량擬思量 하겁오何劫悟
이를 생각으로 헤아린다면 어느 세월에 깨닫겠는가?”
거시체舉是體 고시용顧是用 거량은 본체이며 돌아보는(간파하는) 것은 작용이니
미거이전未舉已前 말하기 이전과
짐조미분이전견득朕兆未分已前見得 조짐이 나뉘기 전에 볼 수 있다면
좌단요진坐斷要津 핵심이 되는 길목[要津] 마저도 꽉 막을 수 있다.
약짐조재분견득若朕兆纔分見得 편유조용便有照用
만약 짐조가 겨우 나뉨을 보아 얻으면 곧 조용照用이 있고
약짐조분후견득若朕兆分後見得 락재의근落在意根
만약 조짐이 나뉜 뒤에 본다면 사량분별[意根]에 떨어진다.
설두특쇄자비雪竇忒殺慈悲 갱향니도更向你道
설두스님은 자비심이 대단하여 다시 그대들에게
각사우과야당추수심卻似雨過夜塘秋水深
“비 개인 밤 못엔 가을 물이 깊다”고 말해주었다.
(►특쇄忒殺 너무 심함. ►야당夜塘 밤의 못)
차일송此一頌 증유인론량曾有人論量
이 송에 대해서 일찍이 어느 사람(소동파)은
미설두유한림지재美雪竇有翰林之才
“설두스님에게는 한림학사의 재예才藝가 있다”고 찬미하였다.
우과야당추수심雨過夜塘秋水深 “비 개인 밤 못엔 가을 물이 깊다”하니
야수시급착안간也須是急著眼看 여기에 착안하여 살펴보도록 하라.
갱약지의更若遲疑 즉토불견即討不見 다시 머뭇거리거나 의심한다면 찾을 수 없으리라.
►화엄경계華嚴境界 <화엄경>의 三界唯心
►안피탄저眼皮綻底 깨달음의 안목을 갖춘 이.
►종불終不 결코 ~하지 않다.
►소내한蘇內翰 蘇東坡(1036-1101)
지북송거사소식指北宋居士蘇軾 북송의 거사 소식蘇軾을 가리킴.
사천미산인四川眉山人 자자첨字子瞻 자호동파自號東坡 당송팔대가지일唐宋八大家之一
당송칭한림위내한唐宋稱翰林爲內翰 당ㆍ송에선 한림翰林을 일컬어 내한이라 했음.
공시사工詩詞 병천서화竝擅書畫 시사詩詞에 공교工巧했고 아울러 書畫에 뛰어났음(擅).
원풍삼년元豐三年(1080) 원풍元豐 3년에
방강주동림선원상총선사訪江州東林禪院常總禪師(嗣黃龍慧南) 어대담중유오於對談中有悟
강주 동림선원東林禪院 상총선사常總禪師를 참방하여 대담하던 중에 깨침이 있었다.
수증시게일수遂贈詩偈一首 드디어 시게 1수를 드렸으니
계성편시광장설溪聲便是廣長舌 계성溪聲이 곧 이 광장설廣長舌이거늘
산색기비청정신山色豈非淸淨身 산색인들 어찌 청정신이 아니랴
야래팔만사천게夜來八萬四千偈 야래夜來의 팔만사천 게를
타일여하거사인他日如何擧似人 다른 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거사擧似(들어 보임)할까.
토로기오경吐露其悟境 지금잉회자인구至今仍膾炙人口
그 깨친 경계를 토로했는데 지금토록 그대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됨.
유작遺作에 동파전집東坡全集 115卷 동파역전東坡易傳 9卷 동파서전東坡書傳 13卷
동파지림東坡志林 5卷 동파사東坡詞 1卷等
/불조통기佛祖統紀46 보등록普燈錄23 동파선생년보東坡先生年譜(東坡七集卷首) 송사宋史338
►조각照覺 조각상총照覺常總(1025-1091)
송대황룡파승宋代黃龍派僧 검주우계인劍州尤谿人(四川劍閣)
속성시俗姓施 자조각字照覺 우칭상총又稱常聰
십일세의보운사문조출가十一歲依寶雲寺文兆出家 종계사수구족계從契思受具足戒
11세에 보운사 문조에게 의지해 출가했고 계사契思를 좇아 구족계를 받았음.
후수황룡혜남後隨黃龍慧南 참구이십년參究二十年 병사기법竝嗣其法
후에 황룡혜남黃龍慧南을 따르며 참구하기 20년이었고 아울러 그의 법을 이었다.
혜남몰慧南歿 주륵담보봉사住泐潭寶峰寺 후이강주後移江州(江西九江)동림사東林寺
혜남이 죽자 늑담 보봉사에 住했고 후에 강주江州 동림사東林寺로 옮겼음.
원풍삼년元豐三年(1080)
칙개려산동림률사위선림 敕改廬山東林律寺爲禪林
칙명으로 여산 동림율사를 고쳐 선림으로 삼았는데
사봉명주석설법師奉命駐錫說法 스님이 명을 받들어 주석하며 설법했다.
기도이위응혜원지참其徒以爲應慧遠之讖 그 도중이 慧遠의 참讖에 응함으로 삼았으니
오멸칠백년후吾滅七百年後 내가 멸한 후 7백년 후
유육신대사혁오도량有肉身大士革吾道場 육신大士가 있어 나의 도량을 혁신하리라 했다 함.
수대양법화遂大揚法化 드디어 법화를 크게 날렸다.
증여소식교유曾與蘇軾交遊 일찍이 소식蘇軾과 교유했다.
오년五年 신종칙주상국사지해선원神宗敕主相國寺智海禪院 고사불수固辭不受
5년 신종이 칙령해 상국사 지해선원을 주지하라 했으나 고사하고 받지 않았다.
내사자의급광혜선사지호乃賜紫衣及廣惠禪師之號
이에 자의紫衣 및 광혜선사廣惠禪師의 호를 주었음.
원우삼년元祐三年(1088) 사호조각선사賜號照覺禪師 륙년시적六年示寂 수壽67
원우元祐 3년(1088) 조각선사照覺禪師란 호를 주었고 6년에 시적했음. 나이 67
/선림승보전禪林僧寶傳24 석씨계고략釋氏稽古略4 속전등록續傳燈錄16
►광장설廣長舌 부처의 설법.
광장설상廣長舌相 불삼십이상지일佛三十二相之一 략칭광장설略稱廣長舌
광장설상廣長舌相이니 불타의 32상의 하나. 약칭이 광장설임.
제불지설광이장諸佛之舌廣而長 유연홍박柔軟紅薄
제불의 혀는 넓고 길며 유연하고 붉고 얇으며
능복면지발제能覆面至髮際 여적동색如赤銅色
능히 얼굴을 덮되 머리카락 가에 이르며 붉은 구리 색과 같음.
차상구유량종표징此相具有兩種表徵 이 상相은 두 가지 표징表徵(징표)을 갖추어 있음.
일어필진실一語必眞實 1은 언어가 반드시 진실하고
이변설무궁二辯說無窮 2는 변설이 무궁하여
비여인소능초월자非餘人所能超越者 여타의 사람이 능히 초월할 바가 아닌 것임.
<대지도론大智度論>8
약인설능복비若人舌能覆鼻 어떤 사람이 혀가 능히 코를 덮으면
언무허망言無虛妄 언어에 허망이 없거늘
하황내지발제何況乃至髮際 어찌 하물며 이에 머리카락 가에 이름이겠는가.
아심신불필불망어我心信佛必不妄語
나의 마음으로 부처는 반드시 망어를 하지 않음을 믿는다.
우안중아함사십일범마경又按中阿含四十一梵摩經
증일아함경팔增一阿含經八
태자서응본기경상등太子瑞應本起經上等
또 <중아함41> <범마경ㆍ증일아함경8><태자서응본기경상> 등을 안험하니
제제불지외除諸佛之外 전륜성왕역구유차상轉輪聖王亦具有此相
제불을 제한 외에 전륜성왕도 또한 이 상을 갖추고 있음.
►구봉건九峰虔 구봉도건九峰道虔(?-923)
오대승五代僧 속성류俗姓劉 복주인福州人(今屬福建)
참석상경제령지參石霜慶諸領旨 위시자爲侍者 친의수년親依數年
석상경제를 참하여 領旨(지취를 깨침)했고 시자가 되어 친히 의지하기 몇 년이었다.
경제귀적慶諸歸寂 중청도건계장석衆請道虔繼丈席
경제가 귀적歸寂하자 대중이 도건에게 청해 장석丈席을 이었다.
후천서주後遷瑞州(강서고안江西高安)구봉九峰 세칭구봉건世稱九峰虔
후에 서주瑞州(강서고안) 구봉으로 옮겼으며 세칭이 구봉건九峰虔.
만거석문晩居石門 도중익성徒衆益盛 만년에 석문에 거주했는데 도중이 더욱 성했다.
후거륵담이종後居泐潭而終 후에 늑담에 거주하다가 마쳤다.
졸시대각선사卒諡大覺禪師 죽어서의 시호는 대각선사
/전등록傳燈錄16 오등회원五燈會元6
►일긍청공一亘晴空 하늘 가득 찬 허공
►고인도古人道 생몰연대미상.
<련등회요聯燈會要>21 도량산여눌道場山如訥
승문僧問 여하득문성불수연如何得聞性不隨緣
중이 묻되 어찌해야 성性이 수연隨緣하지 않음을 얻겠습니까?
사운師云 여청간汝聽看 스님이 이르되 네가 들어보아라(聽看).
승작례僧作禮 중이 작례作禮했다.
사운師云 스님이 이르되
롱인야창호가곡聾人也唱胡家曲(전등록傳燈錄15 작호가조作胡笳調)
귀 먹은 사람도 또한 胡家曲을 부르지만(전등록15엔 胡笳調)
호악고저자불문好惡高低自不聞
好惡高低를 스스로 듣지 못한다.
<여눌如訥> 오대선승五代禪僧
목유중동目有重瞳 수수과슬手垂過膝
눈에 중동重瞳이 있었고 손을 내리면 무릎을 지났다.
사취미무학嗣翠微無學(靑原下三世) 취미무학翠微無學(청원하3세)을 이었고
주안길住安吉(금절강안길북今浙江安吉北)도량산道場山
안길(지금의 절강 안길 북) 도량산道場山에 거주했다/전등록傳燈錄15
►호가곡胡家曲 북방의 이민족이 부는 풀피리소리.
음률이 기막히게 빼어난 곡.
제선록빈출호가곡삼자諸禪錄頻出胡家曲三字
여러 선록에 호가곡胡家曲 3자가 자주 나옴.
<조정사원祖庭事苑>1 호가곡胡家曲
호가胡家 당작호가當作胡笳 호가胡家는 마땅히 호가胡笳로 지어야 하나니
가笳 적지류笛之類 호인취지위곡胡人吹之爲曲
가笳(갈잎피리)는 피리 종류며 호인胡人이 그것을 불어 곡을 만듦.
한리릉답소무서운漢李陵答蘇武書云
한漢의 이릉李陵이 소무蘇武에게 답한 글에 이르되
호가호동胡笳互動 목마비명牧馬悲鳴
호가胡笳가 호동互動하고 목마牧馬가 비명悲鳴하다 했거니와
금차차이황오도今借此以況吾道
지금 이를 가차假借하여 오도吾道에 비황比況(況은 비유할 황)함이다.
신풍운新豐云 신풍新豊(洞山良价가 처음 新豊山에 駐錫했음)이 이르되
호가곡자불타오음胡笳曲子不墮五音 호가곡자胡笳曲子가 5音에 떨어지지 않는다,
운출청소임군취창시야韻出淸霄任君吹唱是也
운韻이 청소淸霄에서 나오나니 그대의 취창吹唱하는 대로 맡긴다 한 게 이것이다.
►짐조미분이전朕兆未分已前
지천지미분이전指天地未分以前 부모미생이전父母未生以前
천지가 나뉘지 아니한 이전, 부모가 나지 아니한 이전을 가리킴.
짐조朕兆 여징후조짐동의與徵候兆朕同義
짐조는 징후ㆍ조짐과 같은 뜻.
►론량論量 시비장단을 논하다. 頌을 검토하고 음미하다.
►한림지재翰林之才 제1급 문장가의 재능.
►지의遲疑 망설임. 주저함. 의심疑心하고 주저躊躇함.
유예불결猶豫不決 유예猶豫하며 결단하지 못함.
지遲는 유예猶豫
<조음취중제하남윤칙도早飮醉中除河南尹敕到>/백거이白居易(772-846)
아침 일찍 술을 마시고 취해 있을 때 하남윤으로 제수한다는 조서가 당도해서
설옹형문수만지雪擁衡門水滿池 대문은 눈에 막히고 연못에는 물이 가득 찼는데
온로묘후난한시溫爐卯後暖寒時 추위를 잊으려고 아침부터 화롯불 앞에 앉아
녹배신주상초취綠醅新酎嘗初醉 새로 빚은 술 몇 잔 맛을 보다 취해서
황지제서도부지黃紙除書到不知 벼슬을 내리는 조서가 당도한 것도 몰랐네
후봉자래성첨람厚俸自來誠忝濫 후한 녹봉 참으로 황송하고 외람되며
노신욕기상지의老身欲起尙遲疑 몸도 늙어 나아가기 망설여지지만
응수료각구중계應須了却丘中計 물러나 살아갈 방도 찾아봐야 하겠고
여가남혼삼경자女嫁男婚三徑資 아이들 짝 지운 뒤 쉴 곳도 마련해야 하겠네
태화太和 4년(830), 낙양洛陽에 있을 때 쓴 것이다.
조서를 받은 날은 섣달 28일이다.
백거이는 태화 7년(833) 4월에 풍병風病으로 스스로 하남윤에서 물러났으나
다시 태자빈객동도분사太子賓客東都分司가 되었다
/2014-09-04 11: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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