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맹롱음아盲聾瘖啞 “소경·귀머거리·벙어리여,
묘절기의杳絕機宜 방편의 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하여
진이견여불견盡爾見與不見 여러분이 보고서도 보지 못하는 것과
문여불문聞與不聞 듣고서도 듣지 못하는 것과
설여불설說與不說 말하고서도 말하지 못하는 것
설두일시여이소각료야雪竇一時與爾掃卻了也
모두를 설두는 그대들을 위해 일시에 쓸어버렸다.
직득맹롱음아견해直得盲聾瘖啞見解 기의계교機宜計較
그러므로 소경·귀머거리·벙어리라는 견해나 방편 등의 계교가
일시묘절一時杳絕 총용불착總用不著
일시에 완전히 끊겨서 도무지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
저개향상사這箇向上事 이 끝없는 초월의 일[向上事]은
가위진맹진롱진아可謂真盲真聾真啞 무기무의無機無宜
소경·벙어리·귀머거리로서 방편 따위가 전혀 없다고 할 만하다.
천상천하天上天下 감소감비堪笑堪悲 “천상천하에 가소롭고 불쌍하다”고 하여
설두일수태일수닉雪竇一手抬一手搦
설두는 한 손으로는 추켜 올랐다가 또 한 손으로는 깎아내렸다.
차도且道 말해보라,
소개십마笑箇什麼 비개십마悲箇什麼 무엇이 우습고 무엇이 불쌍한가.
감소시아각불아堪笑是啞卻不啞 벙어리라고 비웃었으나 병어리가 아니며
시롱각불롱是聾卻不聾 귀머거리라고 비웃었으나 귀머거리가 아니다.
감비명명불맹각맹堪悲明明不盲卻盲 불쌍하게도 분명 봉사가 아니었으나 눈이 멀었고
명명불롱각롱明明不聾卻聾 분명 귀머거리가 아니었으나 귀가 먹었다.
리루불변정색離婁不辨正色 “이루도 본래의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데” 하였다.
불능변청황적백不能辨青黃赤白 정시할正是瞎
청·황·적·백·흑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봉사이다.
리루離婁 황제시인黃帝時人 이루는 황제 때의 사람으로
백보외百步外 능견추호지말能見秋毫之末 기목심명其目甚明
백보 밖에서도 터럭 끝을 볼 수 있으리 만큼 밝은 눈을 지녔지만
황제黃帝 유어적수침주游於赤水沈珠 황제가 적수가에서 노닐다가 구슬을 빠뜨려버려
령리주令離朱 심지불견尋之不見 이를 離朱에게 찾으라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
령끽후令喫詬 심지역부득尋之亦不得 설구契詬에게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
후령상망심지방획지後令象罔尋之方獲之 그 후 상망에게 찾으라고 하였더니 구슬을 찾아냈다 한다.
고운故云 그러므로 風穴이 말했다.
상망도시광찬란象罔到時光燦爛 “상망이 가면 광채가 찬란하고
리루행처랑도천離婁行處浪滔天 이루가 가는 곳엔 하늘까지 물결이 넘실거린다.”
저개고처일착這箇高處一著 이처럼 높은 경지의 한 수는
직시리루지목直是離婁之目 역변타정색부득亦辨他正色不得 사
이루의 눈으로서도 본래의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데
광기식현사師曠豈識玄絲 사광師曠인들 어찌 현묘한 음률을 알랴.
주시강주진경공지자周時絳州晉景公之子 사광자자야師曠字子野
주周나라 때 강주絳州 진晋의 경공景公에게는 아들 사광이 있었는데 字는 子野이다.
(일운一云 진평공지악태사야晉平公之樂太師也)
선별오음륙률善別五音六律 격산문의두隔山聞蟻鬥
그는 5음音 6律을 잘 알았으며 산 너머에서 개미 싸우는 소리까지도 들었다.
시진여초쟁패時晉與楚爭霸 이때 진나라와 초楚나라 사이에 패권 다툼이 있었다.
사광유고금師曠唯鼓琴 사광은 오직 거문고를 뜯고 있으면서도
발동풍현撥動風絃 거문고 줄이 바람에 움직이는 것을 보고
지전초필무공知戰楚必無功 초나라의 싸움에서 진나라가 이기지 못할 것을 알았다.
수연여시雖然如是 설두도雪竇道 그런데도 설두가 말하길
타상미식현사재他尚未識玄絲在 “그(사광)는 아직도 현묘한 음률을 모른다.”한 것은
불롱각시롱저인不聾卻是聾底人
(5음 6률을 잘 구별하는 것처럼) 귀먹지 않았지만 마치 귀먹은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저개고처현음這箇高處玄音 직시사광直是師曠 역식부득亦識不得
이 높은 곳의 현묘한 음률은 사광이라 해도 알지 못하였다.
설두도雪竇道 설두가 말했다.
아역부작리루我亦不作離婁 “나는 이루도 되지 않으며
역부작사광亦不作師曠 사광도 되지 않으리라.
쟁여독좌허창하爭如獨坐虛窗下 툭 트인 창 아래 홀로 앉아
엽락화개자유시葉落花開自有時 시절 따라 낙엽지고 꽃 피는 것만 같겠느냐.”
약도차경계若到此境界 수연견사불견雖然見似不見
이 경계에 이르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 듯하며
문사불문聞似不聞 설사불설說似不說
들어도 들리지 앉는 듯하며 말해도 말하지 않는 듯하다.
기즉끽반飢即喫飯 곤즉타면困即打眠 임타엽락화개任他葉落花開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면서 낙엽이 지는 대로 꽃이 피는 대로 맡겨둔다.
엽락시시추葉落時是秋 화개시시춘花開時是春 각각자유시절各各自有時節
낙엽이 지면 가을이오, 꽃이 피면 봄이라, 각기 스스로 시절이 있다.
설두여이일시소탕료야雪竇與爾一時掃蕩了也
이는 설두가 그대들을 위해 일시에 소탕해준 것이다.
우방일선도又放一線道 운云 그런 다음 또 한 길을 열어 놓고서 말했다.
환회야무還會也無 “알겠느냐?”
설두력진신피雪竇力盡神疲 지도득개무공철추只道得箇無孔鐵鎚
그런 다음 설두는 힘이 다하고 정신이 흐릿하여 다만 “구멍 없는 철추”라고 했으니
저일구這一句 급착안간急著眼看 방견方見 약의의若擬議 우차과又蹉過
이 한 구절은 탁 알아차려야 비로소 보이니 머뭇거리면 결국 빗나가버린다.
사거불자운師舉拂子云 원오는 불자를 들고 말했다.
환견마還見麼 “보았느냐?”
수고선상일하遂敲禪床一下 운云 말을 마치고서 선상을 한 차례 치고 다시 말을 이었다.
환문마還聞麼 “들었느냐?”
하선상운下禪床云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상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말했다.
환설득마還說得麼 “말할 수 있겠느냐?”
►황제黃帝(前2717-前2599)
고화하부락련맹수령古華夏部落聯盟首領 옛 화하華夏 부락연맹의 수령이니
중국원고시대화하민족적공주中國遠古時代華夏民族的共主 오제지수五帝之首
중국 원고시대遠古時代 화하민족의 공주共主며 5帝의 으뜸이며
피존위중화인문초조被尊爲中華人文初祖
피존被尊하여 중화인문中華人文의 초조初祖라 함.
거설타시소전여부보지자據說他是少典與附寶之子 설에 의하면 그는 이 少典과 부보의 아들이며
본성공손本姓公孫 후개희성後改姬姓 본성은 공손인데 후에 희성으로 고친지라
고칭희헌원故稱姬軒轅 고로 일컬어 희헌원이라 함.
거헌원지구居軒轅之丘 호헌원씨號軒轅氏 헌원의 언덕에 거주한지라 호가 헌원씨며
건도어유웅建都於有熊 역칭유웅씨亦稱有熊氏 유웅에 건도한지라 또한 명칭이 유웅씨임.
야유인칭지위제홍씨也有人稱之爲帝鴻氏 또 어떤 사람은 그를 일컬어 제홍씨라 함.
사재황제인유토덕지서史載黃帝因有土德之瑞 고호황제故號黃帝
사史의 기재記載에 황제는 土德의 瑞祥이 있기 때문에 고로 호가 黃帝임.
황제이통일화하부락여정복동이구려족黃帝以統一華夏部落與征服東夷九黎族
황제는 화하華夏의 부락을 통일하고 동이東夷 구리족九黎族을 정복하여
이통일중화적위적재입사책而統一中華的偉績載入史冊
중화中華를 통일한 위적偉績이 사책史冊에 재입載入되었음.
황제재위기간黃帝在位期間 파백곡초목 播百穀草木 대력발전생산大力發展生產
황제가 재위하던 기간에 백곡百穀과 초목을 퍼뜨렸고 大力으로 생산을 발전했고
시제의관始制衣冠 건주차建舟車 처음으로 의관衣冠을 제정했고 주거舟車를 건조했고
제음률制音律 창의학등創醫學等 음률을 제정했고 의학 등을 창시했음/百度百科
►추호秋毫
가을철에 털갈이를 하며 가늘어진 새의 털을 가리키며
매우 적은 양 또는 손에 쥐기도 힘들 정도로 미세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선림보훈음의禪林寶訓音義> 추호秋毫
장자왈莊子曰 장자에 가로되
추수생모지미秋獸生毛至微 추수는 털을 생성하면서 지극히 미세하다.
►황제유어적수침주黃帝游於赤水沈珠
‘珠’ <장자>에는 ‘玄珠’(=道)로 되어 있다.
<장자莊子 천지天地>
황제유호적수지북黃帝遊乎赤水之北 황제黃帝가 적수赤水의 北에 노닐다가
등호곤륜지구이남망登乎崑崙之丘而南望 곤륜崑崙의 언덕에 올라 남방을 觀望했다.
환귀유기현주還歸遺其玄珠 돌아오다가 그 현주玄珠를 유실遺失했는데
사지색지이부득使知索之而不得 지知를 시켜 그것을 찾게 했으나 얻지 못했고
사이주색지이부득使離朱索之而不得 이주離朱를 시켜 그것을 찾게 했으나 얻지 못했고
사끽후색지이부득야使喫詬索之而不得也 끽후喫詬를 시켜 그것을 찾게 했으나 얻지 못했다.
내사상망乃使象罔 상망득지象罔得之 이에 상망象罔을 시키니 상망이 그것을 얻었다.
황제왈黃帝曰 황제가 가로되
이재異哉 상망내가이득지호象罔乃可以得之乎
기이하다, 상망이 이에 가이可以 그것을 얻었는가.
►끽후喫詬 말이 많음(잘함)을 의인화 한 것.
‘마실 끽喫’ 마시다, 먹다, 피우다
‘꾸짖을 후(구)詬’ 꾸짖다, 욕을 하며 책망하다, 욕보이다, 부끄러움
►상망象罔 무형無形을 의인화 한 것.
<象罔은 어디 있는가?>/윤재웅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학장 2022.04.11
〈장자莊子〉 天地편에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황제가 곤륜산에 올랐다가 귀한 구슬을 잃어버렸다.
아는 것이 많은 지知로 하여금 찾게 했으나 찾지 못했다.
눈이 밝은 리주離珠를 시켜도 찾지 못했고 말솜씨 좋은 끽후喫詬를 보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멍청한 상망象罔을 시켰더니 상망이 귀한 구슬을 찾았다.
여기에 나오는 귀한 구슬(玄珠)은 道를 비유한 말이다.
참된 진리는 세속에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라도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세속적 가치에서 멀어진 사람이 진리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멍청한 상망’은 ‘망상罔象’으로도 불리는데 실제로 멍청한 게 아니라
유용하지 않은 듯 보이는 무용의 지혜를 일컫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금강경〉 해설에도 곧잘 인용된다.
“수보리야,
만약 복덕이라고 하는 모습이 실제로 있다면
여래는 얻은 복덕이 많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복덕의 실재 모습이 본래 없기 때문에 여래는 얻은 복덕이 많다고 말한 것이다.”
/제19 법계통화분(법계를 다 교화함)
〈금강경오가해〉 속 야부도천의 ‘송頌’이라는 양식에는
“망상罔象은 다만 無心으로 인해서 얻었으며
리누离婁(離珠)는 有心했기에 친한 이를 잃었도다.”고 돼 있다.
〈장자〉 천지편의 복잡한 캐릭터들을 정리하여 무심과 유심으로 대비시킨 것이다.
이는 〈금강경〉 전체를 관통하는 ‘相을 여읨’과‘ 여의지 않음’의 논법을 따른 것이다.
복을 짓되 복의 성품이 空함을 아는 게 중요하고
성품이 空함을 꿰뚫어 안다고 하더라도
복을 짓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맥락 속에 있는 이야기이다.
알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고 실천만 하고 알지 못해도 안 된다는 뜻이니
이게 바로 함허 득통 선사가 경책한 “大道와 더불어 서로 계합하지 못하는”상태인 것이다.
‘리누’는 독수리처럼 눈 밝은 사람으로 정평이 높은 사람이니
잃어버린 구슬을 찾을 수 있으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실패했다.
어디 '리누'만 실패하는가.
‘지’와‘ 끽후’ 역시 마찬가지다.
아는 것 많은 사람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요란하기만 할 뿐 문제 해결의 적임자는 아니다.
어리숙한 망상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한다.
상에 집착하는 사람,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보에만 빠져드는 확증편향주의자,
내편 네편 갈라서 차별하는 분리주의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 마음속에서 살아간다.
문제투성이의 세상사가 언제라도 한 번 평온한 적이 있었던가.
탐진치 삼독이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는 한 부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절대평화의 세계(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요원하다.
►풍현風絃
지풍취물체발성指風吹物體發聲 바람이 물체에 불어 발성함을 가리킴.
►초필무공楚必無功
<좌씨전左氏傳> 양공襄公18年
진인문유초사晉人聞有楚師 진晉나라 사람들이 초사楚師(초의 군대)가 있다 함을 들었다.
사광왈師曠曰 사광師曠이 가로되
불해不害 오취가북풍吾驟歌北風 우가남풍又歌南風
해害가 없다. 내가 북풍北風을 취가驟歌하고 또 남풍南風을 노래했다.
남풍불경南風不競 다사성多死聲 남풍은 다투지 않았고 사성死聲이 많았다.
초필무공楚必無功 초는 반드시 공功이 없다.
/2014-10-11 14: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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