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評 唱】
현사玄沙 참도절정진의상參到絕情塵意想 현사는 정진情塵과 의상意想을 끊고
정라라淨裸裸 적쇄쇄지처赤灑灑地處 방해임마도方解恁麼道
말끔히 훌훌 벗고 텅텅 비어 말끔한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이처럼 말할 줄 안 것이다.
시시제방是時諸方 렬찰상망列剎相望 그 당시의 여러 사찰에서 현사의 德風을 모두 우러러보았다.
심상시중도尋常示眾道 현사는 평소의 대중 법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제방로숙諸方老宿 진도접물리생盡道接物利生
“총림의 노스님들이 모두 사람을 제접하고 중생을 이롭게 한다고 말한다.
홀우삼종병인래시忽遇三種病人來時 작마생접作麼生接
홀연 다음 세 종류 병을 앓는 자가 오면 어떻게 맞이할까?”
환맹자患盲者 념추수불拈鎚豎拂 타우불견他又不見
장님에겐 백추를 잡고 불자를 세워도 그는 보지 못하며
환롱자患聾者 어언삼매語言三昧 타우불문他又不聞
귀머거리에겐 어언삼매를 해도 그는 듣지 못하며
환아자患啞者 교타설教他說 우설부득又說不得
벙어리에겐 말하도록 해도 말하지 못한다.
차작마생접且作麼生接 자, 이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약접차인부득若接此人不得 불법무령험佛法無靈驗
이 사람들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불법은 영험이 없는 것이다.
여금인如今人 요즈음 사람들이
약작맹롱음아회若作盲聾瘖啞會 이를 소경·귀머거리·벙어리로 안다면
졸모색불착卒摸索不著 끝까지 (현사스님의 의도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소이도所以道 막향구중사각莫向句中死卻 그러므로 “말 속에서 죽지 말라”고 했으니
수시회타현사의시득須是會他玄沙意始得 반드시 현사스님의 의도를 알아야 할 것이다.
현사상이차어접인玄沙常以此語接人
현사스님은 항상 이 말(본칙공안)을 가지고 사람을 제접 하였다.
유승구재현사처有僧久在玄沙處 어떤 스님이 현사의 처소에서 오랫동안 있었다.
일일一日 상당上堂 승문僧問 하루는 현사가 설법당에 오르자 이 스님이 물었다.
화상운和尚云
삼종병인화三種病人話 “스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병을 앓는 사람이라는 화두에 대해서
환허학인설도리야무還許學人說道理也無 학인이 그 도리를 말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렵니까?”
현사운玄沙云 허許 “해봐라.”
승편진중하거僧便珍重下去
스님이 대뜸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한마디 하고서 내려가 버렸다.
사운沙云 불시불시不是不是 현사가 말했다. “아니다. 아니다.”
저승회득타현사의這僧會得他玄沙意 이 스님은 현사의 뜻을 알았던 것이다.
후래법안운後來法眼云 그 뒤 법안문익法眼文益이 말했다.
아문지장화상我聞地藏和尚 거저승어舉這僧語
“나는 지장계탐地藏桂探(法眼의 스승)이 말하는 이 화두를 듣고서야
방회삼종병인화方會三種病人話
세 가지 병을 앓는 사람에 대한 화두를 깨닫게 되었다.”
약도저승若道這僧 불회不會 법안法眼 위십마각임마도為什麼卻恁麼道
이 스님이 현사의 뜻을 “몰랐다”면 법안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했는가.
약도타회若道他會 만일 이 스님이 알았다고 한다면
현사玄沙 위십마각도불시불시為什麼卻道不是不是
현사는 무엇 때문에 “아니다. 아니다.”라고 말했을까?
일일一日 지장도地藏道 하루는 지장계탐이 현사에게 말했다.
모갑某甲 문화상유삼종병인화聞和尚有三種病人話 시부是否
“스님께 세 가지 병을 앓는 사람이라는 화두를 말했다는데 그렇습니까?”
사운沙云 시是 “그렇다.”
장운藏云 지장계탐이 말했다.
규침현유안이비설珪琛現有眼耳鼻舌 화상작마생접和尚作麼生接
“규침珪琛에 눈·귀·코·혀가 나타나 있는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제접하겠오?”
(珪琛 왕과 제후들이 믿음의 표식으로 들고 있는 옥판)
현사편휴거玄沙便休去 그러자 현사는 더 이상 응답 않고 그만둬 버렸다.
약회득현사의若會得玄沙意 현사의 뜻을 알았다면
기재언구상豈在言句上 어찌 언구 위에 매이겠는가?
타회저他會底 자연수별自然殊別 그들(지장과 어떤 승)이 알았던 것은 참으로 각별하였다.
후유승後有僧 거사운문舉似雲門
뒤에 어떤 스님이 현사의 이 말을 들어 운문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문편회타의운門便會他意云 운문은 현사의 뜻을 바로 알고서 말했다.
여례배착汝禮拜著 “너는 절을 올리도록 하라.”
승례배기僧禮拜起 문이주장질門以拄杖挃
스님이 절하고 일어나자마자 운문은 주장자로 떠 밀쳤다.
저승퇴후這僧退後 문운門云 스님이 뒷걸음질을 치니 운문이 말했다.
여불시환맹汝不是患盲 “너는 눈멀지는 않았구나.”
부환근전래復喚近前來 승근전僧近前
다시 앞으로 가까이 오라고 부르자 스님이 다시 앞으로 가까이 왔다.
문운門云 여불시환롱汝不是患聾 운문이 말했다. “너는 귀 먹지는 않았구나.”
내운乃云 회마會麼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알았느냐?”
승운僧云 불회不會 “모르겠습니다.”
문운門云 여불시환아汝不是患啞 “너는 벙어리는 아니구나.”
기승어차유성其僧於此有省 스님이 이에 깨치는 바가 있었다.
당시약시개한當時若是箇漢 당시에 이 스님이 안목이 있었다면
등타도례배착等他道禮拜著 “절하라”고 말하였을 때
편여흔도선상便與掀倒禪床 바로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 버렸을 것이다.
기견유허다갈등豈見有許多葛藤 그랬더라면 어찌 운문의 수많은 말들을 들었겠는가?
차도운문여현사회처且道雲門與玄沙會處 시동시별是同是別
말해보라. 운문과 현사는 아는 바가 같았을까, 달랐을까?
타량인회처他兩人會處 도지일반都只一般
두 스님이 알았던 곳은 모두 한가지였다.
간타고인출래看他古人出來 작천만종방편作千萬種方便
옛사람들이(현사, 운문) 세상에 나와서 베푼 온갖 방편을 살펴보면
의재구두상意在鉤頭上
그 의도는 (낚시질하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낚싯바늘 끝에 있었다.
다소고구多少苦口 지령제인只令諸人 각각명차일단사各各明此一段事
참으로 입이 아프도록 말해주어서 여러분들 스스로가 ‘이 일’을 밝히게 하려고 하였다.
오조로사운五祖老師云 오조법연(五祖法演 1024-1104)이 말했다.
일인설득각불회一人說得卻不會 일인각회설불부득一人卻會說不得
“한 사람은 말해주어도 모르고(장님) 한 사람은 알아도 말하지 못한다(벙어리)
이인약래참二人若來參 여하변득타如何辨得他
이 두 사람이 찾아와서 참례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분별할까?
약변저량인부득若辨這兩人不得 두 사람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관취위인管取為人 참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해점거박부득재解粘去縛不得在
끈끈한 집착의 결박을 풀어주려고 해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약변득若辨得 재견입문纔見入門
이를 분별할 수 있다면 문에 들어서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아편착초혜향이두리주기조료야我便著草鞋向爾肚裏走幾遭了也
얼른 신발을 신고 상대의 뱃속으로 들어가 속셈을 헤아리리라.
유자불성猶自不省 그래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토십마완討什麼碗 무슨 때 지난 뒤에 밥그릇을 찾겠느냐.
출거出去 썩 꺼져 버려라.”
차막작맹롱음아회호且莫作盲聾瘖啞會好
현사의 이 말을 소경·귀머거리·벙어리로서 오인하지 말아야 한다.
약임마계교若恁麼計較 만일 이런 식으로 이치를 따진다면
소이도所以道 그래서(<유마경> 제자품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견색여맹등眼見色如盲等 이문성여롱등耳聞聲如聾等
“눈으로 색을 보아도 봉사와 같으며 귀로 소리를 들어도 귀머거리와 같다”
우도又道 또 장사경잠(長沙景岑 ?-868)이 말했다.
만안불시색滿眼不視色 눈에 가득하나 색을 보지 못하고
만이불문성滿耳不聞聲 귀에 가득하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문수상촉목文殊常觸目 문수보살은 항상 눈으로 보고
관음색이근觀音塞耳根 관음보살은 귀를 틀어막는다.
도저리到這裏 여기에 이르러서는
안견여맹상사眼見如盲相似 눈으로 보아도 봉사 같고
이문여롱상사耳聞如聾相似 귀로 들어도 귀머거리 같으니
방능여현사의부쟁다方能與玄沙意不爭多 현사의 의도와 어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제인환식맹롱음아저한자락처마諸人還識盲聾瘖啞底漢子落處麼
그대들은 소경·귀머거리·벙어리의 의도를 알겠느냐?
간취설두송看取雪竇頌 운云 설두의 송을 보아라.
►고구苦口 입이 쓸 때까지 많은 말을 하다.
반복간절지설反複懇切地說 반복하며 간절하게 설함.
►지장계침地藏桂琛
현사사비(835-908)·지장계침(867-928)·법안문익(885-958)·천태덕소(891-972)·
영명연수(904-975 ‘종경록’ ‘만선동귀집’)·용제소수(10세기)·남대수안(11세기)선사로 계승되었다.
고려시대 지종(930-1018)은 영명의 ‘선법’을 이어서 ‘법안종’을 성립했다.
►기조幾遭 幾回. 여러 번.
조遭는 량사量詞. 1. 주周 전轉 2. 차次. 회回
►토십마완討什麽碗 (밥 때가 지났는데)무슨 밥그릇을 찾고 있는가? ‘이미 늦었다’
►이근耳根 6근의 하나.
대어성경이생이식자對於聲境而生耳識者 즉이관야卽耳官也
성경聲境에 대해 이식耳識을 내는 것이니 곧 이관耳官임.
►부쟁다不爭多 不較多. 거의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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