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頌과 着語】
맹롱음아盲聾瘖啞 소경·귀머거리·벙어리여
이재언전已在言前 이미 말 이전에 있다.
삼규구명三竅俱明 입·눈·귀 세 구멍이 모두 밝다.
이주일단료야已做一段了也 이미 하나가 되었다.
묘절기의杳絕機宜 방편의 길이 완전히 끊겼네.
향십마처모색向什麼處摸索 종적을 찾을 길이 없구나.
환주계교득마還做計較得麼 헤아릴 수 있겠느냐?
유십마교섭有什麼交涉 무슨 관계가 있으랴!
천상천하天上天下 천상천하에
정리자유正理自由 이치에 따라 자유자재하게 송을 하네.
아야임마我也恁麼 나도 이러한 걸.
감소감비堪笑堪悲 가소롭고 불쌍하여라.
소개십마笑箇什麼 비개십마悲箇什麼 무엇이 가소로우며 무엇이 불쌍하냐.
반명반암半明半暗 반은 밝고 반은 어둡다.
리루불변정색離婁不辨正色 이루離婁도 본래의 색을 분별하지 못하는데
할한瞎漢 눈먼 놈아.
교장불류종巧匠不留蹤 솜씨 좋은 기술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단적할端的瞎 분명 눈멀었구나.
사광기식현사師曠豈識玄絲 사광師曠인들 어찌 현묘한 음률[玄絲]을 알랴.
롱한聾漢 귀머거리 놈아.
대공불립상大功不立賞 위대한 공훈은 상을 주지 못한다.
단적롱端的聾 분명히 귀 먹었군.
쟁여독좌허창하爭如獨坐虛窗下 툭 트인 창 아래 홀로 앉아
수시임마시득須是恁麼始得 반드시 이처럼 해야 한다.
막향귀굴리작활계莫向鬼窟裏作活計 귀신의 굴속에서 살림살이를 하지 말라.
일시타파칠통一時打破漆桶 일시에 먹통을 타파해버렸다.
엽락화개자유시葉落花開自有時 시절 따라 낙엽지고 꽃 피는 것만 같겠느냐.
즉금십마시절即今什麼時節 지금은 무슨 시절인가?
절부득작무사회切不得作無事會 절대로 아예 일이 없다고 이해하지 말라.
금일야종조지모今日也從朝至暮 명일야종조지모明日也從朝至暮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이 없다.
부운復云 환회야무還會也無 다시 말하노니 “알았느냐?”
중설게언重說偈言 거듭 게송을 말하는군.
무공철추無孔鐵鎚 구멍 없는 철추로다.
자령출거自領出去 냉큼 꺼져라.
가석방과可惜放過 놓아준 것이 아깝다.
편타便打 (원오는) 쳤다.
►맹롱음아盲聾瘖啞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
‘벙어리 음瘖’ ‘벙어리 아啞’는 같은 뜻이지만 4言1句로 맞추기 위해 겹쳐 썼다.
►묘절기의杳絕機宜
종일 보고도 장님처럼 보지 않는 듯
종일 듣고도 귀머거리인양 듣지 않는 듯
종일 말하고도 벙어리 같은 모양이야말로 實相無相의 본체이다.
이는 사려분별의 밖이며 知解思量을 끊는 것으로서 그대로 混沌無爲이다.
‘杳’=杳然. 아득히 멀리.
‘絕機’ 더 이상 교화의 대상이 아니다.
무심도인으로써 봉사, 귀머거리, 벙어리는 佛祖조차도 교화할 수 없다.
‘機宜’ 시기. 알맞은 형편. 속세를 아득히 떠난 형편. 俗塵을 초월한 세계.
상대의 기질에 따라[應機] 거기 알맞게 가르치는 것[隨宜] ‘교화의 대상’
<莊子>에 남해의 숙儵, 북해의 홀忽이 중앙의 混沌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서
그 보답으로 눈귀코입도 없는 그를 위해 7구멍을 뚫어 주자 그만 죽고 말았다.
混沌無差別의 本體에 作爲的인 것들은 본질을 잃게 한다.
►정리자유正理自由 이치의 세계에서 자유자재하다.
►감소감비堪笑堪悲
누구나 다 絶對無的인 본질을 지녔는데 이를 알지 못하니 우습고 슬픈 일이다.
►이루離婁 이주離朱. 황제黃帝 때 사람. 천리안의 소유자.
100보 밖의 털끝도 분간하고 천리 앞의 바늘도
보이는 시력을 가졌다는데 춘추시대 사람이라고도 함.
이루지명離婁之明 이루의 밝음과
공수자지교公輸子之巧 공수자의 교묘한 기술로도
불이규구不以規矩 원을 그리는 기구와 자를 쓰지 않으면
불능성방원不能成方圓 능히 네모와 원을 그리지 못한다.
/<맹자孟子> 이루離婁 上
►불변정색不辨正色
그런 인물도 ‘正色’ 곧 진짜 장님의 경지인 絶對 無를 볼 수가 없다.
‘正色’ 사물의 본래 모습.
►사광師曠 자字는 자야子野. 산서山西 홍동洪洞 사람. 청력이 뛰어났던 궁정 음악가.
춘추시대 진晉 平公 때의 눈 먼 악사樂師.
‘젊어서 공부하는 것은 뜨는 해의 밝음이요
늙어서 공부하는 것은 밤에 촛불 켠 밝음과 같다.’ 했음.
모든 음성·음률을 잘 분별하여 진이 제齊와 싸울 때 ‘
새들의 소리가 즐거우니 아마 제 나라 군사들이 도망가는가 보다.’ 했으며,
<금경禽經>을 지었음.
사광지총師曠之聰 불이륙률不以六律 불능정오음不能正五音
사광의 밝은 청각으로도 육률을 쓰지 않으면 오음을 바로 다루지 못한다.
/<맹자孟子> 이루離婁 上
춘추시저명악사春秋時著名樂師 도가道家 춘추 시 저명한 악사며 도가道家임.
타생이무목他生而無目 그는 출생하면서 눈이 없었으며
고자칭맹신故自稱盲臣 명신瞑臣고로 자칭 맹신盲臣ㆍ명신瞑臣이라 했다.
위진대부爲晉大夫 역칭진야亦稱晉野 진晉의 大夫가 되며 또 호칭이 진야晉野.
박학다재博學多才 박학하고 다재多才였으며
우정음악尤精音樂 선탄금善彈琴 더욱 음악에 정통했고 탄금을 잘했고
변음력극강辨音力極强 음을 분변하는 힘이 극히 강했다.
이사광지총문명어후세以師曠之聰聞名於後世 사광의 총명으로서 후세에 이름이 알려졌다.
►현사玄絲 현묘한 거문고 줄 소리. 本音. 眞如의 妙音. 하늘의 음악.
이런 음악도 오히려 진짜 귀머거리라야 귀 없이 들을 때에 비로소 들리는 것이다.
►쟁여독좌허창하爭如獨坐虛窓下 엽락화개자유시葉落花開自有時
아무것도 가릴 데 없는 휑한 창가에 홀로 앉아 자연의 법 그대로
잎이 지고 꽃이 피는 대 우주를 지켜보고 있는 편이 훨씬 낫다.
‘爭如’ 어찌 ~만 하랴. 어찌 ~함만 같겠는가?
‘虛窓’ 미닫이도 휘장도 없는 창.
소리도 형체도 없는 본연의 세계. 無一物의 세계.
이 아무것도 없는 세계야말로 실은 종횡무진의 대활약을 할 수 있는 경지를 암시했다.
►환회야무還會也無 그래 이젠 알았느냐? 아직 모르겠느냐?
►무공철추無孔鐵鎚 구멍 없는 무쇠 방망이(여기에서는 하나의 활구 공안이다)
어느 누구도 감히 손댈 수 없는 쇠뭉치와 같은 현사의 盲聾啞의 경지.
‘還會也無’의 목적어,
그러한 세계를 누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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