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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錄/趙州錄

조주선사趙州禪師의 십이시가十二時歌

조주선사趙州禪師의 십이시가十二時歌

►계명축鷄鳴丑 닭 우는 축시丑時(01~03)

수견기래환루愁見起來還漏逗 깨어나서 추레한 모습을 근심스레 바라본다.

군자편삼개야무裙子褊衫箇也無 군자裙子도 편삼褊衫도 하나 없고

가사형상사사유袈裟形相些些有 가사袈裟는 형체만 겨우 남았네.

 

곤무요고무구裩無腰袴無口 속옷에는 허리 없고 바지에는 주둥아리가 없다.

두상청회삼오두頭上靑灰三五斗 머리에는 푸른 재가 서너 말

비망수행리제인比望修行利濟人 도 닦아서 중생 구제하는 이 되렀더니

수지변작부즉류𠺕誰知變作不喞𠺕 누가 알았으랴! 변변찮은 이 꼴로 변할 줄을.

 

►평단인平旦寅 이른 아침 인시寅時(03~05)

황촌파원실난론荒村破院實難論 황량한 마을 부서진 절은 참으로 형언키조차 어려운데

해재죽미전무립解齋粥米全無粒 재공양은 치워버리고 죽 끓일 쌀 한 톨도 없다.

 

공대한창여극진空對閑窓與隙塵 무심한 창문과 가는 먼지만 괜스레 바라보나니

유작조물인친唯雀噪勿人親 참새 지저귀는 소리 뿐, 친한 사람 아무도 없다.

 

독좌시문낙엽빈獨坐時聞落葉頻 호젓이 앉아 때때로 떨어지는 낙엽소리 듣는다.

수도출가증애단誰道出家憎愛斷 누가 말했던가, 출가인은 애증을 끊는다고

사량불각누첨건思量不覺淚沾巾 생각하니 모른 결에 눈물 적신다.

 

►일출묘日出卯 해뜰녘 묘시卯時(05~07)

청정각번찬위번뇌淸淨却飜贊爲煩惱 청정함이 뒤집혀 번뇌가 되고

유위공덕피진만有爲功德被塵幔 유위공덕有爲功德은 속진俗塵에 덮이나니

무한전지미증소無限田地未曾掃 무한전지無限田地를 일찍이 쓸어본 바 없어라.

 

찬미다칭심소攢眉多稱心少 눈썹 찌푸릴 일만 많고 마음에 맞는 일은 적나니

파내동촌흑황로尀耐東村黑黃老 참기 어려운 건 동촌東村의 거무튀튀한 늙은이(어려울 파尀)

공리불증장득래供利不曾將得來 보시 한번 가져온 일이란 아예 없고

방려끽아당전초放驢喫我堂前草 내 방 앞에다 나귀를 놓아 풀을 뜯긴다.

 

►식시진食時辰 공양 때의 진시辰時(07~09)

연화도로망사린煙火徒勞望四隣 사방 인근에서 밥 짓는 연기만 부질없이 바라보노라

만두추자전연별饅頭鎚子前年別 만두와 찐 떡은 작년에 이별하였고

금일사량공연진今日思量空嚥津 오늘 생각해보며 공연히 군침만 삼킨다.

 

지념소차탄빈持念少嗟嘆頻 생각을 지님은 잠깐이요 잦은 한탄이로다.

일백가중무선인一百家中無善人 백 집을 뒤져봐도 좋은 사람 없어라.

래자기도멱차끽來者祇道覓茶喫 찾아오는 사람은 오직 마실 차를 찾는데

부득차당거우진不得茶噇去又嗔 차 마시지 못하고 가면서는 발끈 화를 낸다.

 

►우중사禺中巳 오전의 사시巳時(09~11)

삭발수지도여차削髮誰知到如此 머리 깎고 이 지경에 이를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무단피청작촌승無端被請作村僧 어쩌다가 청을 받아 촌중 되고 보니

굴욕기처수욕사屈辱飢悽受欲死 굴욕과 굶주림에 처량한 꼴, 차라리 죽고 싶어라.

 

호장삼흑리사胡張三黑李四 오랑캐 장가와 검은 얼굴 이가는

공경부증생사자恭敬不曾生些子 공경하는 마음은 조금치도 내지 않고

적래홀이도문두適來忽爾到門頭 아까는 불쑥 문 앞에 와서 한다는 말이

유도차차겸차지唯道借茶兼借紙 차 좀 꾸자, 종이 좀 빌리자고 할 뿐이네.

 

►일남오日南午 해가 남쪽을 향하는 오시午時(11~13)

다반륜환무정도茶飯輪還無定度 차와 밥을 탁발하여 도는 데는 정한 법도가 없으니

행각남가도북가行却南家到北家 남쪽 집에 갔다가 북쪽 집에 다다르고

과지북가불추주果至北家不推註 마침내 북쪽 집에 이르러서는 그 수를 헤일 수 없다.

 

고사염대맥초苦沙鹽大麥酢 쓴 가루소금과 보리 초장

촉서미반제와거蜀黍米飯虀萵苣 기장 섞인 쌀밥에 상추무침

유칭공양부등한唯稱供養不等閑 오로지 아무렇게나 올린 공양이 아니라며

화상도심수견고和尙道心須堅固 스님이라면 모름지기 도심이 견고해야 된다고.

 

►일질미日昳未 해 기우는 미시未時(13~15)

자회불천광음지者回不踐光陰地 이때에는 양지 그늘 교차하는 땅을 밟지 않기로 한다.

 

증문일포망백기曾聞一飽忘百飢 한번 배부르매 백번 굶주림을 잊는다더니

금일로승신변시今日老僧身便是 오늘 이 노승의 몸이 바로 그렇도다.

 

불습선불론의不習禪不論義 선禪도 닦지 않고 경經도 논하지 않나니

포개파석일리수鋪箇破席日裏睡 헤진 자리 깔고 햇볕 쐬며 낮잠 잔다.

 

상료상방도솔천想料上方兜率天 생각커니 저 하늘의 도솔천이라도

야무여차일적배也無如此日炙背 이처럼 등 구워주는 햇볕은 없으리로다.

 

►포시신晡時申 해 저무는 신시申時(15~17)

야유소향예배인也有燒香禮拜人 오늘도 향 사르고 예불하는 사람은 있어

오개로파삼개영五箇老婆三箇癭 노파 다섯에 혹부리 셋이라.

 

일쌍면자흑준준一雙面子黑皴皴 한 쌍의 부부는 검은 얼굴이 쭈글쭈글(틀 준皴)

유마차실시진油麻茶實是珍 유마차라! 참으로 진귀하구나.

금강불용고장근金剛不用苦張筋 금강역사여, 애써 힘줄 세울 필요 없다네.

 

원아래연잠맥숙願我來年蠶麥熟 내 바라보노니 내년에 누에 오르고 보리 익거든

나후라아여일문羅喉羅兒與一文 라훌라 아이한테 돈 한 푼 주어 봤으면.

 

►일입유日入酉 해 지는 유시酉時(17~19)

제각황량갱하수除却荒涼更何守 쓸쓸함 밖에 무얼 다시 붙들랴.

운수고류정위무雲水高流定委無 고상한 운수납자 영영 끊기고

역사사미진상유歷寺沙彌鎭常有 절마다 찾아다니는 사미승은 언제나 있다.

 

출격언불도구出格言不到口 격식을 벗어난 말 입에 오르지 않나니

왕속모니자손후枉續牟尼子孫後 석가모니를 잘못 잇는 후손이로다.

 

일조주장랄려一條拄杖揦藜 한 가닥 굵다란 가시나무 주장자는(손으로 헤칠 랄/날揦)

부단등산겸타구不但登山兼打狗 산에 오를 때뿐 아니라 개도 때린다.

 

►황혼술黃昏戌 황혼녘 술시戌時(19~21)

독좌일간공암실獨坐一間空暗室 컴컴한 빈 방에 홀로 앉아서

양염등광영불봉陽燄燈光永不逢 너울대는 등불을 영영 보지 못하고

안전순시김주칠眼前純是金州漆 눈앞은 온통 깜깜한 금주金州의 옷칠 일세.

 

종불문허도일鍾不聞虛度日 종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럭저럭 날만 보내니

유문로서료즐추唯聞老鼠鬧喞啾 들리는 소리라곤 늙은 쥐 찍찍대는 소리뿐

빙하갱득유심정憑何更得有心情 어디다가 다시 마음을 붙여 볼까나

사량념개파나밀思量念箇波羅蜜 생각다 못해 한번 바라밀을 뇌워 본다.

 

►인정해人定亥 잠자리에 드는 해시亥時(21~23)

문전명월수인애門前明月誰人愛 문 앞의 밝은 달, 사랑하는 이 누구인가

향리유수와거시向裏唯愁臥去時 집안에서는 오직 잠자러 갈 때가 걱정이리라.

물개의상저심개勿箇衣裳著甚蓋 한 벌 옷도 없으니 무얼 덮는 담

 

유유나조오계劉維那趙五戒 유가 유나維那와 조가 5계五戒는

구두설선심기괴口頭說善甚奇怪 입으로는 덕담하나 정말 이상하구나.

임이산승낭경공任儞山僧囊罄空 내 걸망을 비게 하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문저도연총불회問著都緣總不會 모든 인연 물어보면 전혀 모르는구나.

 

►반야자半夜子 한밤중 자시子時(23~01)

심경하증득잠지心境何曾得暫止 마음경계가 잠시라도 언제 그칠 때 있더냐.

사량천하출가인思量天下出家人 생각하니 천하의 출가인 중에

사아주지능유기似我住持能有幾 나 같은 주지가 몇이나 있을까

 

토탑상파로폐土榻床破蘆蕟 흙 자리 침상 낡은 갈대 돗자리(풀이름 발, 멍석 폐蕟)

로유목침전무피老楡木枕全無被 늙은 느릅나무 목침에 덮개 하나 없다네.

존상불소안식향尊像不燒安息香 부처님 존상에는 안식국향 사르지 못하고

회리유문우분기灰裏唯聞牛糞氣 잿더미 속에서는 쇠똥냄새만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