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83
다소반수인多少般數人 많든 적든 사람들은 누구나
백계구명리百計求名利 온갖 계교計巧로 명예와 이익을 구하네.
심탐멱영화心貪覓榮華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영화榮華를 찾고
경영도부귀經營圖富貴 하는 일마다 부귀富貴를 꾀하네.
심미편시헐心未片時歇 마음은 잠시도 쉬지 못하니
분돌여연기奔突如煙氣 내달리는 것이 치솟는 연기와도 같네.
가권식단원家眷寔團圓 집안 식구들이 진실로 화합하여
일호백낙지一呼百諾至 한 사람이 소리치면 여러 사람이 이에 따르네.
불과칠십년不過七十年 그러나 기껏 일흔 살을 넘기지 못하고
빙소와해치冰消瓦解置 얼음 녹고 기와가 깨지듯 버려지네.
사료만사휴死了萬事休 죽고 나면 온갖 일이 그만이니
수인승후사誰人承後嗣 누가 그 뒤를 이을 것인가.
수침니탄환水浸泥彈丸 진흙 탄알을 물에 담가 봐야
방지무의지方知無意智 비로소 보잘것없는 것임을 알리라.
많든 적든 사람들은 누구나
갖가지 계책으로 명리를 구하나니
탐욕스런 마음으로 영화를 찾고
손대는 일마다 부귀를 꾀하네
잠시도 쉴 새 없이 바쁜 마음은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 닮았네
집안의 식구들이 진실로 화합하여
한번 부름에 백 대답이 이르지만
기껏해야 칠십년을 채우지 못하고
얼음이 녹고 기왓장이 부서지듯
죽으면 모든 일이 그쳐버리니
누구라서 뒷일을 이을 것인가
물속에 진흙 탄환 담가보고서야
뜻도 없고 지혜도 없음을 바로 알리라
►반般 가지. 종류.
►편시片時 잠시. 잠깐.
►분奔 달리다. 급히 가다.
►돌突 갑자기. 갑작스럽다. 쑥 나오다. 부딪치다.
►식寔 진실로, 이, 이것, 참으로 진실로(眞實-) '실實'로 된 본도 있다.
►낙諾 허락. 승낙. 대답.
►치置 방치하다. 버려두다.
►후사後嗣 대代를 잇는 자식. ‘사嗣’ 자손. 후손.
이 시는 ‘무상無常’을 노래했다.
이 시에서 언급한 ‘명리’ ‘영화’ ‘부귀’ 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애써 추구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가 영속성이 없어 물거품과 같은 것들이다.
심지어는 ‘가정의 화목和睦도 영원하지가 않다’고 이 시는 노래한다.
불경佛經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온갖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어 있으므로
수명이 헤아릴 수 없이 길다 치더라도 반드시 다해 없어질 날이 있을 것이다.
또 흥성한 자는 반드시 쇠하고 만나면 헤어질 때가 반드시 오며
젊음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건강하던 몸은 병이 들게 마련이다.
이리하여 여러 괴로움의 밑바닥에 유전流轉해 쉴 사이가 없게 된다.
이같이 삼계三界는 모두 무상하고 온갖 미혹迷惑의 생존에는 즐거움이 없다.
/<涅槃經>
위의 경經에서 말한 대로 삼계三界 안에 있는 것들은 모든 것이 무상하다.
이는 삼계를 벗어난 곳에 이르러야 비로소 모든 것이 영원하다는 말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을 주고 영원한 것은 즐거움을 준다.
‘얼음 녹듯 기왓장 부서져 버려지듯
죽고 나면 모든 일 그쳐버리니’
어찌해야 하는가?
사람들이 그토록 사투를 벌이며 획득했던 ‘명리’ ‘영화’ ‘부귀’
가문의 번창과 화목 등이 한번 죽고 나면 그뿐
저승 갈 때 단 한 가지도 가져갈 수 없음을
“진흙 탄알 물에 넣어 보면
비로소 알리라, 의지도 지혜도 없음을.”
하고 한산은 시로 말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들은
물속의 진흙 탄알’과 같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러니 어찌해야 하겠는가?
한산은 그 답을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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