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82
한산무루암寒山無漏巖 한산자에게 煩惱에 빠지지 않는 바위 같은 心志가 있으니
기암심제요其巖甚濟要 그 바위 참으로 도움이 되고 중요하네.
팔풍취부동八風吹不動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대는 온갖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으니
만고인전묘萬古人傳妙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그 奧妙함을 전해 왔네.
적적호안거寂寂好安居 조용하고 쓸쓸해서 편안하게 지내기 좋고
공공리기초空空離譏誚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으니 비웃고 꾸짖는 일에서 벗어났네.
고월야장명孤月夜長明 쓸쓸하고 외롭게 떠 있는 달이 밤새도록 밝게 빛나고
원일상래조圓日常來照 둥근 해도 언제나 와서 비춰 주네.
호구겸호계虎丘兼虎溪 호구虎丘의 도생道生과 호계虎溪의 혜원慧遠 같은 고승高僧도
불용상호소不用相呼召 부를 필요 없네.
세간유왕부世間有王傅 세상에는 왕의 스승이었던 소광疏廣 같은 사람도 있지만
막파동주소莫把同周召 주공周公과 소공邵公에 비할 비가 못되네(召↔邵)
아자둔한암我自遁寒巖 내 한암寒巖에 숨어든 뒤로
쾌활장가소快活長歌笑 늘 명랑하고 활발하게 노래 부르고 웃었네.
寒山無漏巖 寒山의 이 煩惱 없는 바위여!
其巖甚濟要 生死 나루 건너는 나룻배일세.
八風吹不動 여덟 바람 불어도 꿈쩍 않나니
萬古人傳妙 萬古에 모든 사람 그 妙를 傳해왔다.
寂寂好安居 고요하고 閑暇해 安居에 便安하고
空空離譏誚 비고 그윽해 남의 是非 떠났다.
孤月夜長明 차고 긴 밤이면 달 더욱 외롭고
圓日常來照 때로는 둥근 달빛 한층 情답네.
虎丘兼虎谿 虎丘의 道生이나 虎谿의 慧遠
不用相呼召 그들 불러 說法하고 웃을 것 없다.
世間有王傅 또 世上에는 임금 스승 있지만
莫把同周召 저 周公과 召公에 비기지 말라.
我自遁寒巖 내 이 寒巖 틈에 숨어 살 적부터
快活長歌笑 언제나 快活하게 노래하고 웃느니라.
한산에 번뇌 없는 바위
그 바위는 곧 나루터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만고에 묘함을 전하네
고요하여 머물기 좋고
텅 비어 시비를 벗어났네
외로운 달이 밤을 밝히고
둥근 해가 언제나 비추네
호구 언덕 호계 계곡
서로 불러 빗댈 것 없네
세상에 왕의 스승 있다고
주공과 소공 같다 하지 마오
나 한산에 숨은 뒤로
즐거이 노래하며 웃고 있네
►무루암無漏巖 한암寒巖을 가리킴. 번뇌 없는 한암.
‘샐 루(누)漏’ 번뇌. 새다. 틈이 나다
‘유루有漏’의 대칭으로 ‘누漏’는 누설의 뜻을 가지며 ‘번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모든 번뇌가 끊임없이 흐르기를 종기가 터져
새어 나오는 것 같기 때문에 번뇌를 ‘漏[새어 나옴]라 한다.”
번뇌가 이미 다 끊어진 상태를 ‘無漏[새어나옴이 없음]’라 함./<대승의장>
►제요濟要 긴요緊要하다.
‘건널 제濟’ 쓸모가 있다. 유익하다.
►팔풍八風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세상의 바람.
‘팔풍八風’=8法ㆍ8世風
8법이 세간에서 소애소증所愛所憎함이 되어 능히 인심을 선동하는지라
고로 風으로써 비유를 삼으며 일컬어 8風이라 한다.
이利(이익) 쇠衰(쇠약) 훼毁(비방) 예譽(명예)
칭稱(칭찬) 기譏(참소) 고苦(고통) 락樂(즐거움)
“망념이 생기지 않는 것이 선禪이요, 앉아서 본성을 보는 것이 정定이다.
본성이란 네게서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요,
정定이란 경계境界를 대해도 무심無心한 것이니 팔풍八風도 동요시킬 수가 없다.”
/<대주선사어록>
<오등회원五燈會元>8 남악횡룡南嶽橫龍
問 여하시조사등如何是祖師燈 무엇이 이 조사등祖師燈입니까?
師曰 팔풍취불멸八風吹不滅 8風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다.
曰 임마즉암명불생야恁麽則暗冥不生也 이러하시다면 곧 暗冥이 나지 않겠습니다.
師曰 백일몰한인白日沒閑人 백일白日에 한인閑人이 없다.
►공공空空 무루암無漏巖은 空하여 한 물건도 없음을 말함.
“육근, 육진, 육식이 공空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구해도 볼 수 없고,
이름을 공이라 하며, 구함 또한 얻지 못하니 공공空空이라 한다.”
/<제법무쟁삼매법문>
공지역공왈공공空之亦空曰空空 공도 또한 공함을 가로되 공공이다
<지도론智度論>46四
하등위공공何等爲空空 무엇 등을 공공이라 하는가?
일체법공一切法空 일체법이 공이며
시공역공是空亦空 이 공도 또한 공함이
시명공공是名空空 이 이름이 공공이다.
<영가증도가永嘉證道歌>
돈각료여래선頓覺了如來禪 여래선을 돈각하니
륙도만행체중원六度萬行體中圓 6度의 만행이 체 가운데 원만하다
몽리명명유륙취夢裏明明有六趣 꿈속에선 밝디 밝게 6趣가 있더니
각후공공무대천覺後空空無大千 깬 후엔 空空이라 대천도 없다.
►기초譏誚 유언비어. 헛소문.
‘비웃을 기譏’ 비웃다. 나무라다. 책하다.
‘꾸짖을 초誚’ 꾸짖다. 책망하다. 원망하다.
►호구겸호계虎丘兼虎谿
‘호구虎丘’ 소주蘇州에 있는 山.
지금의 쟝쑤성江蘇省 쑤조우蘇州 서북쪽에 있는 해용산海涌山을 말한다.
당조唐朝 때 기휘로 인해 무구武丘 또는 수구獸丘로 바꿔 불렀다.
여기서 동진의 僧 道生이 돌을 상대로 설법을 하였는데 모든 돌이 설법을 알아들었다고 한다.
‘호계虎溪’ 여산廬山에 있는 계곡.
쟝쑤성江蘇省 지우쟝九江 남쪽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 앞에 있다.
진晉나라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이곳에 머물 때 손님을 배웅하면서 계곡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전한다.
東晋의 고승 혜원慧遠이 여산에 들어간 지 30년.
손님을 전송할 때 한 번도 호계 밖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도연명과 육수정을 전송하면서 이야기 하느라고 호계를 지나와 버렸다.
그래서 세 사람은 뒤를 돌아보며 크게 웃었다.
<호계삼소虎溪三笑=제계삼소帝溪三笑>
육조시대의 고승 혜원慧遠(334-416 또는 335-417)과
시인 도연명陶淵明(352/365-427) 도사 육수정陸修靜(406-477)의 고사.
이것은 儒佛道의 진리가 그 근본에 있어 하나라는 것을 상징한 이야기였는데
虎溪三笑를 그린 그림을 ‘虎溪三笑圖라고 하여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지곤 했다.
이 이야기는 宋나라 진성유陳聖兪가 지은 <여산기廬山記>에 있는 이야기다.
東晋의 高僧 慧遠은 중국 淨土敎의 開祖로 알려져 있는데 보통 여산의 혜원이라고 부른다.
그는 처음에는 儒學을 배웠고 이어 道敎에 심취했었는데
스무 살이 지난 뒤에 중이 되어 여산에 東林精舍를 지어 불경 번역에 종사하는 한편
元興 원년에는 이 정사에 동지들을 모아 白蓮寺를 차렸다.
혜원이 있던 이 동림정사 밑에는 호계라 불리는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혜원은 찾아온 손님을 보낼 때 이 호계까지 와서
작별하도록 정하여 절대로 내를 건너가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때인가 유학자요, 시인인 陶淵明과 道士인 陸修靜을 보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무심코 이 호계를 지나고 말았다.
문득 생각이 나 이 사실을 안 세 사람은 마주 보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이 설화는 당대 이래 전하여지고 있으나 역사적인 사실로서는 의문이라는 설이 있다.
이 고사를 화제로 한 회화는 중국 송대의 석각石恪이 그린 것이 최초라고 하며
많은 화가들이 이 고사를 화제로 하여 작품을 남겼다.
►불용상호소不用相呼召
무루암無漏巖의 경치와 아취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어찌 호구虎丘·호계虎谿와 바꿀 수 있겠는가?
나는 이곳에 사는 것이 제일 즐겁다.
‘호소呼召’ 부르다. 소리치다.
►왕부王傅 왕의 스승. 한대漢代의 제왕부諸王府 소속의 관리.
한대漢代의 소광疏廣을 가리킴.
소광은 숙질叔侄의 직책뿐만 아니라 황태자 태부太傅·소부少傅의 직책까지 받았으나
사직하고 고향에 돌아가 천추千秋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졌다.
►동주소同周邵 주周나라의 주공周公 및 소공邵公. 둘 다 주周나라 成王의 스승.
주周나라 성왕成王 때 함께 정사를 돌본 주공周公 단旦과 소공召公 석奭의 병칭이다.
두 사람은 섬陝 지역을 나눠 다스렸는데
모두 아름다운 이름을 얻어 후세에 성인으로 칭송을 받았다.
►‘달아날 둔(돈)遯’ 달아나다(≒遁) 숨다. 은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