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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쿳따까 니까야

불소행찬佛所行讚 제2권 9.추구태자품推求太子品

9.추구태자품推求太子品

왕정이우비王正以憂悲 왕의 근심과 슬픔 때문에

감절사대신感切師大臣 왕사王師와 대신이 감동하여

여편책량마如鞭策良馬 마치 좋은 말에 채찍질을 가하듯 하였고

치결약신류馳駃若迅流 빨리 달리기 급히 흐르는 강물 같았네.

 

신피불사로身疲不辭勞 몸은 피로했으나 괴로움 마다 않고

경예고행림逕詣苦行林 어느새 고행림에 다다라서는

사속오의식捨俗五儀飾 세속의 다섯 가지 차림새 버리고

선섭제정근善攝諸情根 모든 마음과 根을 잘 추슬렀다네.

 

입범지정려入梵志精廬 범지들의 깨끗한 집에 들어가

경례피제선敬禮彼諸仙 그 모든 선인들께 경례하였네.

제선청취좌諸仙請就座 모든 선인들 자리에 앉기 청하여

설법안위지說法安慰之 법을 설명하여 그들을 위로하였네.

 

즉백선인언卽白仙人言 그들은 곧 선인들에게 말하였네.

의유소자문意有所諮問 “우리는 의논하여 물을 일 있소.

정칭정반왕淨稱淨飯王 깨끗하여 정반왕淨飯王이라 이름한 이

감자명승주甘蔗名勝胄 감자甘蔗 종족의 훌륭한 후손이라오.

 

아등위사신我等爲師臣 우리는 그의 스승이요 신하로서

법교전요사法教典要事 법을 가르치고 중요한 일 맡아 보네.

왕여천제석王如天帝釋 그 왕은 저 천제석과 같고

자여도연다子如闍延多 그 아들은 사연다闍延多와 같네.

 

위도로병사爲度老病死 늙음ㆍ병듦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출가혹투차出家或投此 집을 나와 이곳에 몸을 던졌소.

아등위피래我等爲彼來 우리들은 그를 위해 여기 왔나니

유존응당지惟尊應當知 오직 존귀하신 분 마땅히 알아야 하오.”

 

답언유차인答言有此人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였네.

장비대인상長臂大人相 “그런 사람 있는데 긴 팔에 큰 사람 모습 하였네.

택아등소행擇我等所行 그는 우리들이 선택해 수행하는 일이

수순생사법隨順生死法 나고 죽는 법을 따른다 하여 버렸네.

 

왕예아라람往詣阿羅藍 저 아라람阿羅藍에 나아가

이구승해탈以求勝解脫 훌륭한 해탈을 구하고 있네.”

기득정실이旣得定實已 그들은 확실한 소식을 듣고

준숭왕속명遵崇王速命 왕의 신속한 명령을 받들었네.

 

불감계피로不敢計疲勞 감히 그 피로함을 헤아리지 않고

심로이치진尋路而馳進 길을 찾아 빨리 달려 나갔네.

견태자처림見太子處林 숲 속에 있는 태자를 보니

실사속의식悉捨俗儀飾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렸네.

 

진체유광요眞體猶光曜 진실한 몸의 광명 빛남이

여일출오운如日出烏雲 태양이 검은 구름 벗어난 것 같았네.

국봉천신사國奉天神師 나라에서 천신처럼 받드는 스승과

집정법대신執正法大臣 바른 법을 맡아 보는 대신은

 

사제속위의捨除俗威儀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리고

하승이보진下乘而步進 말에서 내려 나아갔다네.

유왕바마첩猶王婆摩疊 마치 바마첩婆摩疊왕과

선인바사타仙人婆私咤 바사타婆私吒 선인이

 

왕예산림중往詣山林中 숲 속으로 나아가

견왕자라마見王子羅摩 왕자 라마羅摩를 본 것처럼

각수기본의各隨其本儀 저마다 본래의 예법을 따라

공경례문신恭敬禮問訊 공경하고 예배하며 인사를 하였네.

 

유여숙가라猶如儵迦羅 마치 저 숙가라儵迦羅와

급여앙기라及與央耆羅 앙기라央耆羅가

진심가공경盡心加恭敬 정성을 다하고 공경을 더하여

봉사천제석奉事天帝釋 제석천왕을 받드는 것 같았네.

 

왕자역수경王子亦隨敬 왕자도 또한 그들을 따라

왕사급대신王師及大臣 왕사와 대신을 공경하는 것

여제석안위如帝釋安慰 마치 저 제석천왕이

숙가앙기라儵迦央耆羅 숙가라와 앙기라를 위로하듯 하였네.

 

즉명피이인卽命彼二人 왕자는 곧 그 두 사람에게 명하여

좌어왕자전坐於王子前 자기 앞에 앉으라 하였는데

여부나바수如富那婆藪 마치 저 부나富那와 바수婆藪 두 별이

량성시월방兩星侍月傍 달 곁에서 모시고 있는 듯 했네.

 

왕사급대신王師及大臣 그 왕사와 대신은

계청어왕자啓請於王子 왕자에게 청하여 여쭈었네.

여비리파저如毘利波低 어피사연다語彼闍延多

마치 사연다闍延多에게 말하는 비리파저毘利波低처럼

 

부왕념태자父王念太子 “부왕께서 태자를 생각하시는 마음

여리자관심如利刺貫心 예리한 바늘에 심장을 찔린 듯하여

황미발광란荒迷發狂亂 정신을 잃고 광란의 병세 일으켜

와어진토중臥於塵土中 하염없이 먼지 속에 누워 계신다네.

 

일야증비사日夜增悲思 낮이나 밤이나 슬픈 생각 더하여

류루상여우流淚常如雨 언제나 눈물 비 오듯 흘리다가

칙아유소명勅我有所命 우리에게 명령한 바 있으니

유원류심청唯願留心聽 원컨대 마음 기울여 들어주소서.

 

지여악법정知汝樂法情 ‘나는 너의 법을 좋아하는 뜻 알아

결정무소의決定無所疑 결정코 의심한 적 없었건만

비시입림수非時入林藪 적절치 못한 시기에 숲으로 들어갔으니

비련요아심悲戀嬈我心 슬픔과 그리움에 내 마음 어지럽구나.

 

여약념법자汝若念法者 네가 만일 법을 생각한다면

응당애민아應當哀愍我 마땅히 나를 가엾게 여겨야 하리.

망관원유정望寬遠遊情 바라건대 멀리 떠난 情을 늦추어

이위아현심以慰我懸心 내 마음 속에 매달린 근심 위로해서

 

물령우비수勿令憂悲水 근심과 슬픔의 물[水]로 하여금

붕괴아심안崩壞我心岸 내 마음의 언덕을 무너뜨리게 하지 말라.

여운수초산如雲水草山 구름ㆍ물ㆍ풀ㆍ산에

풍일화박재風日火雹災 바람ㆍ해ㆍ불ㆍ우박의 재앙처럼

 

우비위사환憂悲爲四患 근심과 슬픔은 네 가지 걱정거리 되어

표건소괴심飄乾燒壞心 마음을 날리고 말리며 태우고 깨뜨리나니

차환식토읍且還食土邑 우선은 돌아와 나라 살림 돌보다

시지경유선時至更遊仙 때가 되면 다시 숲에 노닐라.

 

불고어친척不顧於親戚 모든 친척들을 돌보지 않고

부모역기연父母亦棄捐 부모도 또한 버렸는데

차기명자비此豈名慈悲 그것을 어떻게 자비慈悲로써

복호일체야覆護一切耶 일체를 덮어 보호한다 하겠는가.

 

법불필산림法不必山林 법은 반드시 山林에만 있는 것 아니니

재가역수한在家亦脩閑 집에 있더라도 한가함 닦고

각오근방편覺悟勤方便 이치를 깨닫고 힘써 방편 구하면

시즉명출가是則名出家 그것을 곧 출가라 하리라.

 

체발복염의剃髮服染衣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 입고

자방산수간自放山藪閒 스스로 산과 숲에 노닐더라도

차즉회외포此則懷畏怖 두려움 품고 살아간다면

하족명학선何足名學仙 어떻게 신선을 배운다 말하리.

 

원득일포여願得一抱汝 원컨대 한 번 너를 안고서

이수우기정以水雨其頂 물을 그 정수리에 쏟고

관여이천관冠汝以天冠 하늘 관冠을 너에게 씌워

치어산개하置於傘蓋下 일산을 받쳐 그 밑에 두고

 

촉목일관여矚目一觀汝 물끄러미 너를 바라본 뒤에

연후아출가然後我出家 비로소 나는 출가하리라.

두류마선왕頭留摩先王 두류마頭留摩 선왕先王과

아누도아섭阿㝹闍阿涉 아누사아섭阿㝹闍阿涉

 

발사라바휴跋闍羅婆休 발사라바휴跋闍羅婆休

비발라안제毘跋羅安提 바발라안제毘跋羅安提

비제하사나毘提訶闍那 비제하사나毘提訶闍那

나라습파라那羅濕波羅 나라습파라那羅濕波羅

 

여시등제왕如是等諸王 이와 같은 모든 왕들은

실개저천관悉皆著天冠 모두 다 하늘 관 쓰고

영락이엄용瓔珞以嚴容 영락으로 용모를 장엄하는가 하면

수족관주환手足貫珠環 손과 발에는 구슬 가락지 끼었네.

 

채녀중오락婇女衆娛樂 채녀 무리들과 즐거움 나눴지만

불위해탈인不違解脫因 해탈의 인因을 어기지 않았으니

여금가환가汝今可還家 너도 이제 집으로 돌아와

숭습어이사崇習於二事 두 가지 일 숭상하고 익혀야 하리라.

 

심수증상법心修增上法 마음으로 증상법增上法 닦는 것과

위지증상주爲地增上主 이 땅의 증상주增上主 되는 것이다.’

수루약즉아垂淚約勅我 눈물 흘리면서 우리에게 명령하여

령선여시언令宣如是言 이러한 말을 전하게 하였네.

 

기유차칙지旣有此勅旨 이미 이러한 왕의 명령 있었나니

여응봉교환汝應奉教還 그대는 그 분부 받들어 돌아가야 하리.

부왕인여고父王因汝故 부왕께서는 그대로 말미암아

몰닉우비해沒溺憂悲海 근심과 슬픔의 바다에 빠져 있다네.

 

무구무소의無救無所依 구원할 이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으며

무유자개석無由自開釋 스스로 헤어날 길 또한 없나니

여당위선사汝當爲舩師 그대는 마땅히 뱃사공 되어

도착안은처渡著安隱處 안온한 곳으로 건네주소서.

 

비림마왕자毘林摩王子 비림마毘林摩 왕자와

이라미발기二羅彌跋祇 나미羅彌와 발기跋祇 두 사람은

문부칙공명聞父勅恭命 아버지의 명령을 공손히 들었나니

여금역응연汝今亦應然 그대도 이제 그러해야 하리.

 

자모국양은慈母鞠養恩 자비하신 어머니 기른 은혜는

진수보망극盡壽報罔極 한평생 갚더라도 끝이 없건만

여우실기독如牛失其犢 마치 소가 송아지를 잃은 듯

비호망면식悲呼忘眠食 애닯게 불러대며 자고 먹는 것 잊었다네.

 

여금응속환汝今應速還 그대는 마땅히 빨리 돌아가

이구아생명以救我生命 그 생명 구해드려야 하네.

고조리군애孤鳥離群哀 제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새의 슬픔과

룡상독유고龍象獨遊苦 홀로 노니는 큰 코끼리의 괴로움처럼

 

빙의자실음憑依者失蔭 기대고 의지할 그 그늘 잃었나니

당사위구호當思爲救護 마땅히 구호救護할 방법 생각해야 하네.

일자해유고一子孩幼孤 오직 하나 둔 아들 어리고 혼자라

조고막지고遭苦莫知告 고통을 당하여도 알릴 줄 모른 채

 

면피경경고勉彼煢煢苦 그 외로운 괴로움에 애쓰는 것은

여인구월식如人救月蝕 마치 월식月蝕을 구원하는 사람 같네.

거국제사녀擧國諸士女 온 나라 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

별리고치연別離苦熾然 이별의 괴로움 불꽃처럼 치솟네.

 

탄식연충천歎息煙衝天 탄식하는 연기가 하늘을 찔러

훈혜안령암熏慧眼令闇 지혜의 눈을 가려 어둡게 하였으니

유구견여수唯求見汝水 오직 그대의 물로 불을 꺼서

멸화목개명滅火目開明 눈 열려 밝게 보기를 구하네.”

 

보살문부왕菩薩聞父王 보살은 부왕의 간절한 분부와

절교고비지切教苦備至 하나하나의 괴로움 낱낱이 절실함을 듣고

단좌정사유端坐正思惟 단정히 앉아 바로 생각하다가

수의손순답隨宜遜順答 이치를 따라 공손히 대답했네.

 

아역지부왕我亦知父王 “나도 또한 부왕의

자념심과후慈念心過厚 자비로운 생각과 후덕한 마음 알지만

외생로병사畏生老病死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두려워서

고위망극은故違罔極恩 망극한 그 은혜를 어긴 것이네.

 

수부중소생誰不重所生 누군들 낳아준 부모 소중하지 않으랴만

이종별리고以終別離故 그러나 마침내 이별하고 마는 것을

정사생상수正使生相守 아무리 살아서 서로를 지킨다 해도

사지막능류死至莫能留 죽음에 이르면 붙들 수 없다네.

 

시고지소중是故知所重 그러므로 소중한 줄 뻔히 알면서도

장사이출가長辭而出家 영원히 하직하고 집을 나왔지만

문부왕우비聞父王憂悲 부왕의 근심하고 슬퍼하심 들으니

증련절아심增戀切我心 더욱 그리움에 내 마음 끊어지네.

 

단여몽잠회但如夢暫會 그러나 꿈 속에서 잠깐 만난 것과 같아

숙홀귀무상倏忽歸無常 어느새 속절없이 無常으로 돌아가리니

여당결정지汝當決定知 중생들의 그 성질 같지 않음을

중생성부동衆生性不同 그대들은 확실히 알아야 하리.

 

우고지소생憂苦之所生 근심과 괴로움 생기는 것

불필자여친不必子與親 자식과 어버이 사이에만 있는 것 아니건만

소이생리고所以生離苦 살아서의 이별 괴로워하는 까닭은

개종치혹생皆從癡惑生 모두가 어리석은 미혹 때문이라네.

 

여인수로행如人隨路行 마치 사람이 길을 따라 갈 적에

중도잠상봉中道暫相逢 도중에서 잠깐 서로 만났다가

수유각분석須臾各分析 얼마 안 가 제각기 갈라지듯이

괴리본자연乖理本自然 어긋나는 이치는 원래 그러하다네.

 

합회잠성친合會暫成親 서로 모여 잠깐 동안 친하더라도

수연리자분隨緣理自分 인연의 이치를 따라 저절로 헤어지는 법

심달친가합深達親假合 그러므로 친한 것의 거짓 만남 깊이 깨달아

불응생우비不應生憂悲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아야 하리.

 

차세위친애此世違親愛 이 세상에선 친한 이의 사랑을 어기는 것이나

타세갱구친他世更求親 저 세상에선 다시 친한 이 구하는 것

잠친부괴리蹔親復乖離 잠깐 동안 친하다가 다시 헤어지는 것을

처처무비친處處無非親 간 곳마다 친하지 않은 사람 없다네.

 

상합이상산常合而常散 언제나 만났다간 이별하나니

산산하족애散散何足哀 흩어지고 헤어진들 무엇 슬프리.

처태점점변處胎漸漸變 어머니 태에서도 차츰차츰 변화하여

분분사갱생分分死更生 시시각각으로 죽고 산다네.

 

일체시유사一切時有死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나니

산림하비시山林何非時 산림山林인들 어찌 때가 없으리.

시시수오욕侍時受五欲 때를 기다려 5욕을 누리고

구재시역연求財時亦然 재물 구하는 때도 또한 그러하다네.

 

일체시사고一切時死故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으니

제사법무시除死法無時 죽는 법 없애면 그런 때로 사라지리.

욕사아위왕欲使我爲王 나를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자애법난위慈愛法難違 사랑하는 그 법을 어기기 어렵다네.

 

여병복비약如病服非藥 병들어 약 아닌 것 먹는 것과 같나니

시고아불감是故我不堪 그러므로 나는 차마 높은 자리의

고위우치처高位愚癡處 어리석은 위치에서 방일放逸하면서

방일수애증放逸隨愛憎 사랑하고 미워함 따를 수 없네.

 

종신상외포終身常畏怖 몸 마치도록 언제나 두려워하고

사려형신피思慮形神疲 여러 생각에 몸과 정신 피로해

순중심위법順衆心違法 대중 마음 따르고 법 어기는 것

지자소불위智者所不爲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으리.

 

칠보묘궁전七寶妙宮殿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아름다운 궁전

어중성화연於中盛火然 그 속엔 이글이글 불꽃이 타고

천주백미반天廚百味飯 하늘 부엌의 온갖 맛있는 음식도

어중유잡독於中有雜毒 그 속엔 갖가지 독이 있다네.

 

련화청량지蓮華淸涼池 연꽃이 피어 있는 맑고 시원한 못도

어중다독충於中多毒虫 그 속에는 수많은 독한 벌레 있나니

위고위재댁位高爲災宅 자리 높아도 재앙 있는 집이라면

혜자소불거慧者所不居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 살지 않으리.

 

고석선승왕古昔先勝王 먼 옛날 선조들 중 훌륭한 왕은

견거국다건見居國多愆 임금 자리에 있으며 허물 많고

초독가중생楚毒加衆生 중생에게 괴로움 주는 것 보고

염환이출가厭患而出家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네.

 

고지왕정고故知王正苦 그러므로 왕이란 진정 괴로운 자니

불여행법안不如行法安 법 닦아 편안한 것만 못하네.

녕처어산림寧處於山林 산림 속에서 편안히 살면서

식초동금수食草同禽獸 차라리 짐승들처럼 풀을 먹으리.

 

불감처심궁不堪處深宮 깊숙한 구중궁궐 견디지 못해

흑사동기혈黑蛇同其穴 검은 뱀과 같은 동굴 쓴다네.

사왕위오욕捨王位五欲 왕위와 다섯 가지 탐욕 버리고

임고유산림任苦遊山林 괴로움 견디며 산림에 노닌다네.

 

차즉위수순此則爲隨順 이것은 곧 이치를 그대로 따름이라

락법점증명樂法漸增明 즐거운 법은 차츰차츰 밝음을 더하리라.

금기한정림今棄閑靜林 이제 한적하고 고요한 숲을 버리고

환가수오욕還家受五欲 집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탐욕 누리면

 

일야고법증日夜苦法增 밤낮으로 괴로운 법만 더하리니

차즉비소응此則非所應 그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으리.

명족대장부名族大丈夫 이름 있는 종족의 대장부로서

락법이출가樂法而出家 법을 좋아해 집을 떠나서

 

영배명칭족永背名稱族 영원히 이름 있는 종족 등지고

건대장부지建大丈夫志 대장부의 그 뜻을 꿋꿋이 세워

훼형피법복毀形被法服 모습 허물어 法服을 입고

락법유산림樂法遊山林 법을 좋아해 산림에 노니네.

 

금부기법복今復棄法服 이제 다시 이 법복 버리고

유위참괴심有違慚愧心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어김 있으면

천왕상불가天王尚不可 천왕의 궁전이라도 오히려 불가하거늘

황귀인승댁況歸人勝宅 더구나 사람의 좋은 집으로 돌아가겠는가.

 

이토탐에치已吐貪恚癡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이미 뱉었는데

이부환복식而復還服食 또 다시 그것을 도로 먹는 것은

여인반식토如人反食吐 토한 것을 도로 먹는 사람 같나니

차고안가감此苦安可堪 그 괴로움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여세사피소如世舍被燒 마치 세간의 집에 불이 붙었을 적에

방편치주출方便馳走出 방편으로 그곳을 탈출했다가

수유환부입須臾還復入 도로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 같나니

차기위힐부此豈爲黠夫 그를 어찌 슬기로운 장부라 하리오.

 

견생로사과見生老死過 남[生]ㆍ늙음ㆍ죽음의 허물 깨달아

염환이출가厭患而出家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는데

금당환부입今當還復入 이제 다시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우치여피동愚癡與彼同 그 어리석음이 저것과 다름없으리.

 

처궁수해탈處宮修解脫 궁중에 있으면서 해탈을 닦는 것

즉무유시처則無有是處 도저히 그리 될 수 없다네.

해탈적정생解脫寂靜生 해탈은 적정寂靜함에서 생기는 것이고

왕자여초벌王者如楚罰 왕이란 혹독한 형벌과 같다네.

 

적정폐왕위寂靜廢王威 적정함은 왕의 위엄 떨어지게 하는 것

왕정해탈괴王正解脫乖 왕이란 정녕코 해탈과 어긋난다네.

동정유수화動靜猶水火 움직임과 고요함은 물과 불 같나니

이리하득구二理何得俱 두 이치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으랴.

 

결정수해탈決定修解脫 정녕 해탈을 닦으려면

역불거왕위亦不居王位 왕의 자리에 있지 않아야 하리.

약언거왕위若言居王位 만일 왕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겸수해탈자兼修解脫者 겸하여 해탈까지 닦는다고 한다면

 

차즉비결정此則非決定 그것은 결정된 것 아니요

결정해역연決定解亦然 결정된 견해 또한 그러하나니

기비결정심旣非決定心 이미 결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혹출환부입或出還復入 집을 나왔다가도 다시 들어가리.

 

아금이결정我今已決定 그러나 나는 이제 이미 결정한지라

단친속구이斷親屬鉤餌 친족들의 갈고리와 미끼를 끊고

정방편출가正方便出家 바른 방편으로써 집을 나왔나니

운하환부입云何還復入 어떻게 돌아가 다시 들어가겠는가.”

 

대신내사유大臣內思惟 대신은 가만히 생각하였네.

태자대장부太子大丈夫 ‘태자는 진정 대장부로서

심식덕수순深識德隨順 깊이 알고 덕 있어 이치를 따르니

소설유인연所說有因緣 그가 하는 말에 이유가 있구나.’

 

이고태자언而告太子言 그런데도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네.

여왕자소설如王子所說 ‘만일 왕자의 말씀과 같다면

구법법응이求法法應爾 법을 구하는 법이 마땅히 그렇겠지만

단금비시시但今非是時 그러나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이네.

 

부왕쇠모년父王衰暮年 부왕은 늙고 쇠한 연세이기에

념자증우비念子增憂悲 아들을 생각하면 근심과 슬픔 더해지니

수왈락해탈雖曰樂解脫 아무리 해탈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반갱위비법反更爲非法 그것은 도리어 법 아님이 될 것이네.

 

수악출무혜雖樂出無慧 비록 집 나오는 것 좋아도 지혜롭지 못했으니

불사심세리不思深細理 깊고 자세한 이치 생각하지 않고

불견인구과不見因求果 그 인因은 보지 않고 果만 구하여

도사현법환徒捨現法歡 부질없이 현재 즐거움 버리나이까.

 

유언유후세有言有後世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 말하고

우부유언무又復有言無 어떤 이는 뒷세상이 없다 말하나

유무기불판有無旣不判 있고 없음을 판단하지 못하면서

하위사현락何爲捨現樂 어찌하여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나이까.

 

약당유후세若當有後世 만일 뒷세상이 있다고 하면

응임기소득應任其所得 기어코 그것을 얻어내야 하겠지만

약언후세무若言後世無 만일 뒷세상이 없다고 하면

무즉위해탈無卽爲解脫 없음 그것이 곧 해탈이 되네.

 

유언유후세有言有後世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불설해탈인不說解脫因 그 해탈의 인因은 말하지 않나니

여지견화난如地堅火暖 마치 땅은 단단하고 불은 따뜻하며

수습풍표동水濕風飄動 물은 축축하고 바람은 움직이는 것과 같다네.

 

후세역부연後世亦復然 뒷세상도 또한 그러하여서

차즉성자이此則性自爾 이는 곧 본성이 그러할 뿐이네.

유설정부정有說淨不淨 어떤 이는 깨끗함과 깨끗하지 않음은

각종자성기各從自性起 제각기 自性에서 일어난다네.

 

언가방편이言可方便移 방편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말하지만

차즉우치설此則愚癡說 이것은 곧 어리석은 말이네.

제근행경계諸根行境界 모든 根과 行의 경계는

자성개결정自性皆決定 모두 그 자성이 결정된 것이네.

 

애념여불념愛念與不念 애착하여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

자성정역연自性定亦然 자성의 결정 또한 그러하네.

로병사등고老病死等苦 늙음ㆍ병듦ㆍ죽음 따위의 괴로움

수방편사연誰方便使然 그 누가 방편으로 그렇게 시켰는가.

 

위수능멸화謂水能滅火 이른바 물은 능히 불을 멸하고

화령수전소火令水煎消 불은 물을 끓여서 잦아지게 하나니

자성증상괴自性增相壞 자성이 늘어나면 서로서로 무너지고

성화성중생性和成衆生 자성이 어우러져 중생을 만드네.

 

여인처태중如人處胎中 사람이 어머니 태 안에 있을 때

수족제체분手足諸體分 손발과 모든 몸이 나누어지고

신식자연성神識自然成 신식神識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수유위지자誰有爲之者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이겠는가.

 

극자수령리蕀刺誰令利 가시는 그 누가 뾰족하게 하였는가

차즉성자연此則性自然 그것도 자연 그대로의 성질이라네.

급종종금수及種種禽獸 또 갖가지 날짐승과 길짐승들

무욕사이자無欲使爾者 그렇게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니네.

 

제유생천자諸有生天者 모든 존재로서 하늘에 나는 것은

자재천소위自在天所爲 자재천自在天이 그렇게 만든 것이요

급여조화자及餘造化者 그 밖의 변화로 만들어진 이는

무자력방편無自力方便 자기 힘으로서의 방편이 없다네.

 

약유소유생若有所由生 만일 무엇으로 인하여 생겨남이 있다면

피역능령멸彼亦能令滅 그것은 또 그것을 멸하게 하리니

하수자방편何須自方便 어떻게 반드시 스스로의 방편으로써

이구어해탈而求於解脫 해탈을 구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유언아령생有言我令生 어떤 이는 ‘나[我]가 있어 생기게 하고

역부아령멸亦復我令滅 또한 나가 있어 멸하게 한다고 말하고

유언무유생有言無由生 어떤 이는 원인 없이 생겨나는 것이라서

요방편이멸要方便而滅 반드시 방편으로써 멸할 수 있다고 말하나니

 

여인생육자如人生育子 마치 사람이 아들 낳아 기를 때

불부어조종不負於祖宗 조상들을 저버리지 않고

학선인유전學仙人遺典 선인仙人의 남긴 법을 배운다거나

봉천대사사奉天大祠祀 하늘을 받들어 큰 제사를 올리는 것

 

차삼무소부此三無所負 이 세 가지에 저버림이 없다면

즉명위해탈則名爲解脫 그것을 곧 해탈이라 한다네.

고금지소전古今之所傳 예부터 지금까지 전傳하는 바는

차삼구해탈此三求解脫 이 세 가지로 해탈을 구하네.

 

약이여방편若以餘方便 만일 달리 방편을 쓰려 한다면

도로이무실徒勞而無實 한낱 괴롭기만 하고 실속이 없으리라.

여욕구해탈汝欲求解脫 그대 만일 해탈을 구하고자 하거든

유습상방편唯習上方便 오직 위에서 말한 방편을 익혀야 하리.

 

부왕우비식父王憂悲息 그러면 부왕의 근심과 슬픔 그치게 되고

해탈도득신解脫道得申 해탈의 道 또한 이루어지리니

사가유산림捨家遊山林 집을 버리고 산림에서 유행하다가

환귀역비과還歸亦非過 도로 돌아가는 것도 허물 아니리.

 

석엄바리왕昔奄婆梨王 옛날 엄바리奄婆梨왕은

구처고행림久處苦行林 오랫동안 고행림에 머물다가

사도중권속捨徒衆眷屬 그 제자들과 권속들 버리고

환가거왕위還家居王位 집으로 돌아가 왕의 자리 이었다네.

 

국왕자라마國王子羅摩 국왕의 아들 라마羅摩는

거국처산림去國處山林 나라를 버리고 산림에 머물다가

문국풍속리聞國風俗離 나라 풍속이 어지럽단 말 듣고

환귀유정화還歸維正化 다시 돌아가 바른 교화 펼쳤네.

 

바루바국왕婆樓婆國王 바루바婆樓婆 국왕은

명왈두루마名曰頭樓摩 이름을 두루마頭樓摩라 했는데

부자유산림父子遊山林 부자가 함께 산림에서 머물다가

종역구환국終亦俱還國 결국엔 함께 나라로 돌아갔네.

 

파사주모니婆私晝牟尼 바사주婆私晝 모니牟尼와

급여안저첩及與安低疊 안저첩安低疊은

산림수범행山林修梵行 산림에 들어가 梵行 닦다가

부역귀본국父亦歸本國 아버지만 또한 본국으로 돌아갔네.

 

여시등선승如是等先勝 이와 같은 훌륭한 조상들

정법선명칭正法善名稱 바른 법으로 훌륭한 명성 떨쳤는데

실환왕령국悉還王領國 모두 왕이 통치하는 나라로 돌아가니

여등조세간如燈照世閒 마치 등불이 세상을 비추는 것 같았네.

시고사산림是故捨山林 그러므로 이 산림을 버리고

정법화비과正法化非過 바른 법으로 교화함은 허물이 아니라네.”

 

태자문대신太子聞大臣 그때 태자는 그 대신의

애어요익설愛語饒益說 다정한 말과 유익한 말을 듣고

이상리불란以常理不亂 마땅한 이치로써 어지럽지 않게

무애이상서無閡而庠序 걸림 없고 질서정연하게

 

고지안은설固志安隱說 굳건한 뜻과 안온한 말로써

이답어대신而答於大臣 그 대신에게 대답하였네.

유무등유예有無等猶豫 “뒷세상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망설이는

이심의혹증二心疑惑增 두 가지 마음은 의혹만 더하나니

 

이작유무설而作有無說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대해

아불결정취我不決定取 나는 이미 결정하여 취取하지 않네.

정지수고행淨智修苦行 깨끗한 지혜로 고행을 닦아

결정아자지決定我自知 결정코 내 스스로 아느니라.

 

세간유예론世閒猶豫論 세간의 설왕설래하는 주장들

전전상전습展轉相傳習 자꾸 퍼져 나가 서로 전하고 익히지만

무유진실의無有眞實義 거기에는 진실한 이치 없나니

차즉아불안此則我不安 그러므로 나는 그것 편안해 하지 않네.

 

명인별진위明人別眞僞 밝은 사람은 참과 거짓 분별하니

신기유타생信豈由他生 믿음이 어찌 남에 의해 생길 건가.

유여생맹인猶如生盲人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

이맹인위도以盲人爲導 장님이 사람을 인도하는 것 같네.

 

어야대암중於夜大闇中 깜깜한 밤 어둠 속에서

당부하소종當復何所從 또 어떻게 그 사람 따라야 하리.

어정부정법於淨不淨法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법에 대하여

세간생의혹世閒生疑惑 세상 사람들은 의혹을 내지만

 

설불견진실設不見眞實 설령 그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응행청정도應行淸淨道 청정한 道를 행하려 한다면

녕고행정법寧苦行淨法 차라리 苦行으로 깨끗한 법 행할지언정

비락행부정非樂行不淨 낙행樂行으로 부정함 저지르지 않으리.

 

관피상승설觀彼相承說 서로 전하는 그 주장을 관찰해보니

무일결정상無一決定相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한 모습 없네.

진언허심수眞言虛心受 진실한 말을 마음 비워 받으면

영리제과환永離諸過患 모든 근심을 영원히 여의네.

 

어과허위설語過虛僞說 잘못된 거짓말 말하는 것

지자소불언智者所不言 지혜로운 사람은 말하지 않네.

여설라마등如說羅摩等 그 이야기처럼 저 라마羅摩 등이

사가수범행捨家修梵行 집을 버리고 나와 범행 닦다가

 

종귀환본국終歸還本國 결국엔 본국으로 도로 돌아가

복습오욕자服習五欲者 다섯 가지 욕망을 익혔다면

차등위루행此等爲陋行 그것들은 곧 더러운 행이니

지자소불의智者所不依 지혜로운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다네.

 

아금당위여我今當爲汝 나는 이제 마땅히 그대들 위해

략설기요의略說其要義 그 중요한 이치를 간략히 말하리라.

일월추어지日月墜於地 저 해와 달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수미설산전須彌雪山轉 수미산須彌山과 雪山이 변하더라도

 

아신종불역我身終不易 나는 이 몸이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으리.

퇴입어비처退入於非處 물러나 나쁜 곳에 들어가기보다는

녕신투성화寧身投盛火 차라리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리니

불이의불필不以義不畢 그것은 이치[義]가 아니기 때문에

 

환귀어본국還歸於本國 내 끝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

입어오욕화入於五欲火 5욕의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표사요서이表斯要誓已 이렇게 간절한 서원 말하고 나서

서기이장사徐起而長辭 천천히 일어나 아주 작별하였네.

 

태자변봉염太子辯鋒炎 태자 말씀의 칼날 같은 불꽃은

유여성일광猶如盛日光 마치 한낮의 햇빛과 같아

왕사급대신王師及大臣 왕사나 대신의 말과 논리로는

언론막능승言論莫能勝 도저히 그분을 이겨낼 수 없었네.

 

상위계이진相謂計已盡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네.

유당사퇴환唯當辭退還 “계획이 끝났으니 하직하고 돌아가세.”

심경탄태자深敬嘆太子 그들은 태자를 매우 공경하고 찬탄하며

불감강핍류不敢强逼留 감히 억지로 만류하지 못하였네.

 

경봉왕명고敬奉王命故 그러나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불감속질환不敢速疾還 감히 서둘러 돌아오지도 못하고

배회어중로俳佪於中路 길 가운데에서 머뭇거리며

행매고지지行邁顧遲遲 돌아보고 돌아보며 발걸음 더뎠네.

 

선택힐혜인選擇黠慧人 총명하고도 슬기로우며

심체기오사審諦機悟士 자상하고 기미를 깨달은 사람 가려 뽑아(살필 체, 울 제諦)

은신밀사후隱身密伺候 몸을 숨기고 은밀히 안부를 살핀 뒤에

연후사이환然後捨而還 그제서야 그를 두고 돌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