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漢詩/도연명陶淵明

5言詩 2. 구일한거九日閒居

5言詩 2. 구일한거九日閒居 중양절에 한가로이 지내며

[序]

여한거余閑居 나는 한가롭게 살고 있어도

애중구지명愛重九之名 중양절重陽節의 이름을 좋아한다.

 

추국영원秋菊盈園 가을 국화는 정원에 가득해도

이지료미유而持醪靡由 술을 마련할 수 없어

공복구화空服九華 중양절의 국화를 헛되이 바라보다

기회어언寄懷於言 가슴의 회포를 시에 부친다.

 

 

세단의긍다世短意恆多 인생은 짧고 뜻은 항상 많으니

사인락구생斯人樂久生 이 사람도 오래 사는 것을 좋아한다

 

일월의진지日月依辰至 일월은 때맞춰 다가오고

거속애기명舉俗愛其名 온 세상에서는 중양절이란 이름을 좋아한다

 

로처훤풍식露淒暄風息 이슬은 차가우니 따뜻한 바람은 그치고

기철천상명氣澈天象明 공기는 맑고 하늘도 밝아진다

 

왕연무유영往燕無遺影 가버린 제비는 그림자도 없고

래안유여성來雁有餘聲 날아오는 기러기 그 소리가 들린다

 

주능거백려酒能祛百慮 술은 온갖 걱정 물리치고

국위제퇴령菊為制頹齡 국화는 나이를 억제시켜준다

 

여하봉려사如何蓬廬士 그러나 오두막집 가난한 선비는 어찌하랴,

공시시운경空視時運傾 시대가 기울어져가는 것을 헛되이 보는 것을

 

진작치허뢰塵爵恥虛罍 속세의 천한 선비 술잔이 빈 것이 부끄럽고

한화도자영寒華徒自榮 한화 즉 국화는 헛되이 스스로 성하다

 

감금독한요歛襟獨閒謠 옷깃을 여미고 혼자 한가히 노리를 부르니

면언기심정緬焉起深情 끝없이 깊은 생각 일어나는구나

 

서지고다오棲遲固多娛 숨어사니 정말 즐거움이 많고

엄류기무성淹留豈無成 머물러 오래 사니 어찌 이루는 것이 없을까

 

 

생은 짧으니 생각은 항상 많고

나는 오래 사는 것이 좋다네.

 

해와 달은 시절 따라 이르고

세속에서는 중양절重陽節이란 이름을 좋아하네.

 

이슬은 차가워지고 따뜻한 바람 잦아드니

공기는 맑고 하늘의 기상은 밝아지네.

 

제비가 떠나가 그림자조차 없고

기러기 찾아와 울음소리 끊이지 않네.

 

술은 백가지 근심을 떨어 없애고

국화는 늙음을 억제해 준다네.

 

어찌하여 초가집 속의 선비는

시절의 바뀜을 속절없이 바라보나!

 

먼지 쌓인 술잔은 술독이 빈 것을 부끄러워하고

국화는 헛되이 스스로 피어나네.

 

옷깃을 여미고 홀로 한가히 노래하니

깊은 생각이 아득히 일어나네.

 

은거하는 몸에는 본래 즐거움 많거늘

오래 머물며 어찌 이룬 것이 없는가?

 

►중양절重陽節

음력9월 9일의 명절로서 액운을 막기 위하여 주머니에 수유를 넣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이 있다.

9월 9일은 9가 겹치므로 ‘重九’라고 하는데 九가 양陽의 수數이므로 ‘중양重陽’이라고 한 것이다.

 

►세단世短 인생은 짧다.

►사인斯人 이 사람. 도연명 자신을 말함.

►일월日月 해와 달. 여기서는 중양절을 말한다.

►진辰 시각. 별의 총칭.

►거속애기명舉俗愛其名 세속에서는 그 이름을 사랑한다. ‘거속舉俗 세상사람 모두’ ‘기명其名 중양절’

 

►훤풍暄風 따스한 바람. 여름 바람을 말한다.

►천상天象 천체의 형상.

►거祛 떨어 없애다. 내쫓다.

►퇴령頽齢 노쇠한 연령. 고령.

►봉려蓬廬=봉실蓬室. 쑥으로 지붕을 이은 집. 가난한 집.

 

►진작塵爵 먼지 쌓인 술잔.

►허뢰虚罍 비어 있는 술독. ‘술독 뢰(뇌)罍’

►한화寒華 추울 때 핀 꽃. 여기에서는 국화를 말한다.

►도자영徒自栄 헛되이 스스로 꽃 피우다.

►면緬 멀다. 아득하다.

 

►서지棲遲 은거하면서 시골에서 삶.

►엄류淹留 오래 머무름.

 

이 시는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원희元熙 원년元年(419) 도연명의 55세 때 지은 시이다.

의희義熙 14년(418)에 저작좌랑著作佐郞으로 부름을 받았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중양절(9월9일)을 맞아 사람들은 즐거워하지만 자신의 가난하여

술조차 마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은거하면서 이룬 것이 없어 한탄하는 모습이다.

 

 

●중구重九

음력으로 9월 9일은 9가 겹치는 날이어서 붙은 이름으로 중양절重陽節이라 하며

국화절菊花節, 귈, 산신山神의 탄신일誕辰日, 상국일賞菊日, 제비 돌아가는 날 등으로 부른다.

 

음양사상에 따르면 홀수[奇數]는 양陽에 속하며 양수陽數가 겹치는 날을 길일로 여긴다.

위魏나라 문제文帝가

‘구일여종요서九日與鍾繇書 9월 9일에 종요에게 주는 글’에서

세왕월래歲往月來 홀부구월구일忽復九月九日 세월이 흘러 9월 9일이 되었네.

구위양수九為陽數 이일월병응而日月並應 9는 양수로 일월이 서로 어우러져

속가기명俗嘉其名 세상에서 그 이름을 아름답게 여기네.

라고 한데서 이런 의미를 알 수 있다.

 

중구라는 이름은 도연명陶淵明이 ‘구일한거시서九日閒居詩序’에

여한거余閒居 애중구지명愛重九之名 내가 한가로이 지내면서 중구라는 이름을 좋아하는 것은

추국영원秋菊盈園 이지료미유而持醪靡由 가을 국화가 뜰에 가득 차고 술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한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맹호연孟浩然은 ‘과고인장過故人莊 친구의 별장에 들르다’ 시에서

대도중양일待到重陽日 환래취국화還來就菊花 ‘중양일이 오기를 기다려 국화를 다시 와서 보리라’ 했다.

 

한편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추국시秋菊時 사녀유상士女遊賞 약사화류略似花柳

“단풍이 들고 국화가 만발할 때 사람들이 이를 구경하는데 봄에 꽃과 버들을 구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라고 하여 봄에 꽃이나 버들을 감상하는 것과 대비하였다.

 

그리고 이문건李文楗이 쓴 <묵재일기黙齋日記>를 보면

음력 9월 9일에 대해 ‘중양절’이라는 표현보다 ‘중구’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구일한거>라는 시는 9월 9일 중양절을 맞아 국화가 활짝 피웠는데도

술을 마실 수 없는 데서 일어나는 감회를 지은 것이다.

 

특히 '인생은 짧은데 뜻은 늘 많아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바라는구나'와

'은거에도 본래 즐거움 많으니 오래 머문다 해서 어찌 이루는 게 없을까'

이 부분이 서로 대조되면서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도연명의 시는 살아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唐代에 이르러서 비로소 널리 추앙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漢詩 > 도연명陶淵明' 카테고리의 다른 글

5言詩 4. 유사천遊斜川  (0) 2025.02.13
5言詩 3. 귀전원거歸田園居  (0) 2025.02.11
5言詩 1. 형영신形影神  (0) 2025.02.11
도연명陶淵明 4言詩의 특색과 그 지위  (1) 2025.02.11
4言詩 9 귀조歸鳥  (0)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