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불우부感士不遇賦 선비의 불우함에 대한 느낌을 부로 지음
[序]
석동중서작사불우부昔董仲舒作士不遇賦 옛날에 동중서董仲舒가 <사불우부士不遇赋>를 지었고
사마자장우위지司馬子長又為之 사마자장(사마천) 또한 이에 화답하여 <비사불우부悲士不遇赋>를 지었다.
여상어삼여지일余嘗於三余之日 나는 한가한 겨울밤이나 비 오는 여름날[三余之日]에
강습지가講習之暇 독기문讀其文 강학講習의 틈을 내어 그 글을 읽고
개연추창慨然惆悵 깊은 탄식을 하며 서글픈 감정을 금할 수 없었다.
부리신사순夫履信思順 생인지선행生人之善行 믿음을 지키고 순리에 따르는 것은 인간의 바른 행동이며
포박수정抱朴守靜 군자지독소君子之篤素 순박함을 간직하고 고요함을 지키는 것은 군자의 돈독한 본성이다.
자진풍고서自真風告逝 대위사흥大偽斯興 그러나 진실한 풍속이 사라지고 큰 거짓이 성행하면서
려염해렴퇴지절閭閻懈廉退之節 마을에서는 청렴과 물러남의 절개가 느슨해지고
시조구역진지심市朝驅易進之心 시장에서는 권모술수로 앞 다투어 나아가려는 마음이 팽배해졌다.
회정지도지사懷正志道之士 올 곧은 뜻을 품고 도를 따르는 선비는
혹잠옥어당년或潛玉於當年 세상에서 자신의 옥과 같은 재능을 감추었고
결기청조지인潔己清操之人 스스로를 깨끗이 지키고 청렴한 절개를 지닌 사람은
혹몰세이도근或沒世以徒勤 헛되이 세월을 보내며 고생만 하였다.
고이호유안귀지탄故夷皓有安歸之嘆 그러므로 은자[夷皓]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라며 탄식하였고
삼려발이의지애三閭發已矣之哀 굴원屈原은 "이미 끝났구나"라며 슬퍼하였다.
비부悲夫 애석하도다!
우형백년寓形百年 인간은 백년을 기약하지만
이순식기진而瞬息己盡 순간의 덧없음 속에 생이 끝나고
립행지난立行之難 바른 행실을 세우기가 어려운데도
이일성막상而一城莫賞 한 도시조차 이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
차고인소이염한강개此古人所以染翰慷慨 이것이 옛사람들이 붓을 들어 비통한 감정을 담아 글을 지었고
루신이불능기자야屢伸而不能己者也 거듭 표현하려 하였으나 멈출 수 없었던 이유이다.
부도달의기夫導達意氣 기유문호其惟文乎
뜻을 펼치고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는 문장보다 더 나은 것이 있겠는가?
무권주저撫卷躊躇 수감이부지遂感而賦之
책을 어루만지며 망설이다가 마침내 감흥을 느끼고 이를 글로 읊는다.
자대괴지수기咨大塊之受氣 아! 큰대지가 기를 부여 하는데
하사인지독령何斯人之獨靈 이 사람들만 홀로 영험함 왜 인가?
품신지이장조稟神智以藏照 신령한 지혜 받고 비춰보는 능력 간직해
병삼오이수명秉三五而垂名 삼강오상 움켜잡고 이름을 드리우는 것이네.
혹격양이자환或擊壤以自歡 어떤 이는 비석치기 하여 스스로 기뻐하고
혹대제어창생或大濟於蒼生 어떤 이들은 뭇 백성을 크게 구제 했다네.
미잠약지비분靡潛躍之非分 평범하나 출세하나 분수 아님이 없으니
상오연이칭정常傲然以稱情 언제나 당당해서 그 마음에 부합했지.
세류랑이수조世流浪而遂徂 세상은 흘러 흘러 마침내 가버리니
물군분이상형物群分以相形 사람들 무리로 갈라져 서로 견주네.
밀망재이어해密網裁而魚駭 빽빽한 그물이 만들어지자 물고기 놀라고
굉라제이조경宏羅制而鳥驚 큰 그물이 만들어지자 새가 놀라는 구나.
피달인지선각彼達人之善覺 저 달인들은 잘 깨달았기에
내도록이귀경乃逃祿而歸耕 이에 벼슬 벗어나 귀농했다네.
산억억이회영山嶷嶷而懷影 산은 우뚝우뚝 그림자를 품어주고
천왕왕이장성川汪汪而藏聲 강은 넘실넘실 목소리를 감춰 주었지.
망헌당이영탄望軒唐而永嘆 헌원씨와 도당씨를 바라며 길게 탄식하나니
감빈천이사영甘貧賤以辭榮 가난을 달갑게 여기면서 영화를 사양했다네.
순원율이장분淳源汩以長分 순수한 근원이 흐려져서 영원히 갈라지니
미악작이이도美惡作以異途 아름다움과 추악함 발생해 길을 달리했네.
원백행지유귀原百行之攸貴 모든 행실 귀중하게 여기는 바를 따지고 보면
막위선지가오莫為善之可娛 선행하는 것 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네.
봉상천지성명奉上天之成命 위 하늘의 이루어진 명령을 떠받들고
사성인지유서師聖人之遺書 성인께서 남기신 책을 스승 삼는다네.
발충효어군친發忠孝於君親 임금과 어버이에게 충과 효를 발하고
생신의어향려生信義於鄉閭 마을에서는 신과 의가 생겨나도록 했네.
추성심이획현推誠心而獲顯 진실한 마음 미루어 나가니 드러나지만
불교연이기예不矯然而祈譽 억지로 해서 명예 얻기를 바라지 않았다네.
차호嗟乎 아!
뢰동훼이雷同毀異 부화뇌동해 다른 출신인 나를 비방하고
물악기상物惡其上 사람들은 자기보다 잘난 자를 미워하네.
묘산자위미妙算者謂迷 오묘하게 헤아리는 이를 미혹됐다 하고
직도자운망直道者云妄 곧게 말하는 자를 망령되다고 하네.
탄지공이무시坦至公而無猜 탁 트여 지극히 공정하고 시기가 없거늘
졸몽치이수방卒蒙恥以受謗 끝내 치욕을 뒤집어쓰고 비방을 받게 되네.
수회경이악란雖懷瓊而握蘭 비록 옥을 가슴에 품고난초를 움켜쥔들
도방결이수량徒芳潔而誰亮 괜히 향기롭고 깨끗할 뿐 뉘 밝게 알아줄까?
애재사지불우哀哉士之不遇 슬프도다. 선비가 때를 만나지 못함이여!
이부재염제제괴지세已不在炎帝帝魁之世 이미 염제와 제괴는 세상에 있지 아니하네.
독지수이자근獨祗修以自勤 홀로 공손하게 닦아서 스스로 노력하여
기삼성지혹폐豈三省之或廢 어찌 세 가지 반성을 혹시라도 폐했을까?
서진덕이급시庶進德以及時 덕을 간직해 때에 이르기를 바랐건만
시기지이불혜時既至而不惠 때 이미 이르렀어도 은혜 베풀지 않는구나.
무원생지오언無爰生之晤言 원앙이 만나 이야기한적 없었더라면
념장계지종폐念張季之終蔽 생각건대 장계는 끝내 묻혔을 것이네.
혼풍수어낭서湣馮叟於郎署 낭서에 있던 가여운 풍씨 노인은
뢰위수이납계賴魏守以納計 위 태수 덕에 계책 받아들여졌네.
수근연어필지雖僅然於必知 필히 알아준 분에 의해 겨우 그렇게 되었지만
역고심이광세亦苦心而曠歲 역시 마음고생하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네.
심부시지무호審夫市之無虎 저 시장에 호랑이 없음을 익히 알지만
현삼부지헌설眩三夫之獻說 세 사람이 말을 해 대면 현혹되어 버리네.
도가부지수랑悼賈傅之秀朗 서글프도다! 가의는 빼어나고 밝았지만
우원비어촉계紆遠轡於促界 천리마가 협소한 곳에 얽매인 신세였지.
비동상지연치悲董相之淵致 슬프구나! 동중서는 깊고도 넓었지만
루승위이행제屢乘危而幸濟 자주 위태로웠다가 겨우 구제 되었지.
감철인지무우感哲人之無偶 명철하신 분들이 짝이 없음 느꼈나니
루림랑이쇄몌淚淋浪以灑袂 눈물 주르륵 흘러 옷소매를 적시누나.
승전왕지청회承前王之清誨 선왕의 맑으신 가르침을 계승하나니
왈천도지무친曰天道之無親 천도는 사사롭게 친함이 없다 하셨지.
징득일이작감澄得一以作鑒 하늘 맑음은 하나 얻어 거울이 되니
항보선이우인恒輔善而佑仁 항상 선을 도와주고 인을 보우하네.
이투로이장기夷投老以長饑 백이는 늙도록 오랫동안 굶주렸고
회조요이우빈回早夭而又貧 안회는 일찍 죽고 또 가나했네.
상청차이비곽傷請車以備槨 수례 청해 곽을 준비함이 비통하고
비여미이운신悲茹薇而殞身 고사리 먹다가 죽어감이 서글프도다.
수호학여행의雖好學與行義 비록 배움 좋아하고 의를 행했지만
하사생지고신何死生之苦辛 어찌하여 죽고 삶이 괴롭고도 힘든가?
의보덕지약자疑報德之若茲 덕에 대한 보답이 이 같은지 의아하고
구사언지허진懼斯言之虛陳 이 말 헛되이 늘어놓았을까 두렵네.
하광세지무재何曠世之無才 시대에 인재가 없음이 어찌 오래겠는가?
한무로지불삽罕無路之不澀 길이 막히지 않음이 없는 경우는 드무네.
이고인지강개伊古人之慷慨 아 옛사람들 비분강개 하나니
병기명지불립病奇名之不立 뛰어난 명성이 서지 못함을 아파함이라.
광결발이종정廣結發以從政 이광은 소년 시절부터 군에 종사해서
불괴상어만읍不愧賞於萬邑 만 읍의 보상에도 부끄럽지 않았더라.
굴웅지어척수屈雄誌於戚豎 외척과 풋내기에게 웅대한 뜻을 굽혔고
경척토지막급竟尺土之莫及 끝내 한 척의 땅에도 이르지 못했더라.
류성신어신후留誠信於身後 죽은 후에 진실과 미더움을 남겼으니
통중인지비읍慟眾人之悲泣 뭇사람의 슬픈 울음을 자아내누나.
상진규이증폐商盡規以拯弊 왕상은 간언을 대해서 폐단을 구제 했으니
언시순이환입言始順而患入 말이 처음은 순조로웠으니 환난 밀려들어 왔더라.
해량진지역경奚良辰之易傾 좋은 때가 쉽게 기울어짐은 왜이며
호해승기내급胡害勝其乃急 왜 뛰어난 자를 해침은 급하단 말인가?
창민하면蒼旻遐緬 푸른 하늘은 멀고도 아득하고
인사무이人事無已 사람의 일들은 끝이 없어라.
유감유매有感有昧 하늘은 감응이 있는지 모르는지
주측기리疇測其理 그 이치를 뉘라서 알겠는가?
녕고궁이제의寧固窮以濟意 차라리 궁함을 지켜서 내 마음을 성취할 것이지
불위곡이루기不委曲而累己 마음 버리고 굽혀 자신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리.
기헌면지비영既軒冕之非榮 좋은 수레 면류관이 영화가 아닌 바에야
기온포지위치豈缊袍之為恥 어찌하여 솜옷인들 부끄러움이 되랴?(헌솜 온缊)
성류회이취졸誠謬會以取拙 진실로 잘못 만나고 서툴렀던 것이니
차흔연이귀지且欣然而歸止 장차 흔쾌하게 돌아와 멈춰야지.
옹고금이필세擁孤襟以畢歲 고독한 마음 안고서 세월을 마칠 일이니
사량가어조시謝良價於朝市 조정과 저자에서의 좋은 가격은 사양하리.
이 글은 도연명이 관직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온 다음 해인 의회 2년(406)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불우不遇’는 때를 만나지 못하여 뜻을 펼치지 못하여 뜻을 펼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재능을 지니고도 뜻을 펴지 못한 옛 선비들의 예를 열거하면서
자신도 같은 처지에서 그들로부터 위안과 용기를 얻고자 하는 내용이다.
결국 곤궁을 초월하여 소박함을 유지한 채 생을 마치겠다는 각오로 글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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