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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도연명陶淵明

부賦 사辭 2. 한정부閑情賦

한정부閑情賦 연정을 누르며

[序]

초장형작정정부初張衡作定情賦 채옹작정정부蔡邕作靜情賦

애초에 장영이 <정정부定情賦>를 지었고 채옹이 <정정부靜情賦>를 지었다.

 

검일사이종담박檢逸辭而宗淡泊 화려한 문체를 제한하고 담박함을 숭상하여

시즉탕이사려始則蕩以思慮 처음에는 많은 생각으로 어지러웠으나

이종귀한정而終歸閑正 나중에는 바른 곳으로 돌아갔다.

 

장이억류탕지사심將以抑流宕之邪心 량유조어풍간諒有助於諷諫

장차 그것으로써 방탕하여 사심으로 흐르는 것을 막으면 진실로 풍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철문지사綴文之士 혁대계작弈代繼作 문장을 짓는 선비들이 대대로 글 짓는 일을 이어왔다.

병인촉류並因觸類 광기사의廣其辭義 본래 모두 비슷한 점이 있으며 그것을 넓혀서 뜻을 알린 것이다.

 

여원려다가余園閭多暇 부염한위지復染翰為之 나는 시골에서 여가가 많아 다시 붓을 적셔 그것을 짓는다.

수문묘부족雖文妙不足 비록 문장의 정교함은 부족하지만

서불류작자지의호庶不謬作者之意乎 대체로 글 짓는 사람의 대의는 그르치지 않았을 것이다.

 

其一

부하괴일지령자夫何瓌逸之令姿 아 진기하고 아름다운 자태

독광세이수군獨曠世以秀群 홀로 세상의 무리에서 빼어나도다

표경성지염색表傾城之艷色 경국지색의 미모를 뽐내니

기유덕어전문期有德於傳聞 전하여 알려지게 되면 덕행에 보탬이 되기 바란다

 

패명옥이비결佩鳴玉以比潔 패옥이 울리니 고결함을 드러내고

제유란이쟁분齊幽蘭以爭芬 그윽한 난초와 향기를 다투네

담유정어속내淡柔情於俗內 세속의 부드러운 정에는 담담하고

부아지어고운負雅志於高雲 고상한 뜻은 높은 구름을 품는다

 

비신희지역석悲晨曦之易夕 새벽의 밝은 빛 저녁마다 바뀜을 슬퍼하고

감인생지장근感人生之長勤 삶의 수고로움을 애달파한다

동일진어백년同一盡於百年 한 나절도 백년과 마찬가지라는데(盡↔晝)

하환과이수은何歡寡而愁殷 어찌 즐거움은 적고 슬픔은 많은가

 

건주위이정좌褰朱幃而正坐 붉은 휘장 걷고 바로 앉아

범청슬이자흔汎淸瑟以自欣 가야금을 연주하여 스스로 맑은 소리를 즐긴다

송섬지지여호送纖指之餘好 섬섬옥수에 남은 여운 보내주네

 

양호수지빈분攘皓袖之繽紛 펄럭이던 흰 소매 자락 걷어 올리고(袖↔腕)

순미목이류면瞬美目以流眄 아름다운 눈 깜박이면서 눈매를 홀기네

함언소이불분含言笑而不分 말과 웃음 머금으나 나누지 않는구나

 

곡조장반曲調將半 곡조가 중간에 이르니

경락서헌景落西軒 해는 서쪽 난간으로 떨어진다

비상고림悲商叩林 가을바람 숲을 스치며 슬피 울고

백운의산白雲依山 흰 구름 서산에 걸리누나

 

앙제천로仰睇天路 우러러 하늘을 바라보고

부촉명현俯促鳴絃 고개 숙여 현을 튕기노니

신의무미神儀嫵媚 신비한 외모 아리땁고

거지상연擧止詳姸 행동거지 얌전하고 고와라

격청음이감여激淸音以感余 맑은 소리 퉁기어 나를 감동시켰으니

원접슬이교언願接膝以交言 바라건대 무릎 맞대고 이야기 나누자(膝↔手)

욕자왕이결서欲自往以結誓 몸소 찾아가서 고백할까나

구모례지위건懼冒禮之爲諐 결례라며 허물하시면 어찌 할런가

 

대봉조이치사待鳯鳥以致辭 기다렸다 봉황 통해 말을 올릴까

공타인지아선恐他人之我先 다른 이가 먼저 가면 어찌 할런가

의황혹이미녕意惶惑而靡寧 어쩌지 못하고 몸살을 앓는데

혼수유이구천魂須臾而九遷 순식간에 혼백은 구천으로 가는구나

 

其二

원재의이위령願在衣而爲領 바라건대 님의 옷깃이 되고 싶소

승화수지여방承華首之餘芳 꽃다운 얼굴의 남은 향기를 품고자 하오나

비라금지소리悲羅襟之宵離 비단 옷깃을 저녁이 되어 벗어버림이 슬프고

원추야지미앙怨秋夜之未央 가을 밤 다하지 못함이 한스럽다오

 

원재상이위대願在裳而爲帶 바라건대 치마의 허리띠 되고자 하오

속요조지섬신束窈窕之纖身 아름다운 가는 허리 묶고 싶으나

차온량지이기嗟溫凉之異氣 서러워라 추위와 더위의 변덕스런 날씨에

혹탈고이복신或脫故而服新 수시로 옷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겠지

 

원재발이위택願在髮而爲澤 바라건대 머리카락에 바르는 기름이 되고 싶소

쇄현빈어퇴견刷玄鬢於頹肩 어깨에 드리운 검은 머리 빛내고자 하오만

비가인지루목悲佳人之屢沐 어여쁜 님이 자주 머리를 감으시니

종백수이고전從白水以枯煎 말간 물에 씻기어 버릴지니 서럽다오

 

원재미이위대願在眉而爲黛 바라건대 눈썹 위에 칠하는 먹이 되고 싶소

수첨시이한양隨瞻視以閒揚 님의 눈매를 따라 살풋살풋 움직이고자 하오

비지분지상선悲脂粉之尙鮮 연지와 분이 더욱 아름다워

혹취훼어화장或取毁於華妝 때로는 아름다운 화장에 지워질까 애달퍼라

 

원재완이위석願在莞而爲席 바라건대 왕골로 자리가 되려 하오

안약체어삼추安弱體於三秋 삼추의 선선한 계절에 여린 몸 쉬게 하고 싶소만

비문인지대어悲文茵之代御 아름다운 이불로 바뀌어

방경년이견구方經年而見求 해를 넘기고 찾게 될 것이 슬프다

 

원재사이위리願在絲而爲履 원컨대 명주가 될 테니 신으로 삼으시오

부소족이주선附素足以周旋 고운 발에 붙어서 돌아다니고 싶사오만

비행지지유절悲行止之有節 행동거지에 절도가 있어서

공위기어상전空委棄於床前 쓸쓸히 침대머리에 벗어둘 것이 슬프구나

 

원재주이위영願在晝而爲影 원컨대 대낮에는 그림자 되려오

상의형이서동常依形而西東 언제나 님의 몸을 따라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싶으나

비고수지다음悲高樹之多蔭 높은 나무 그늘이 얼마나 짙은가

개유시이부동慨有時而不同 때때로 함께 할 수 없음이 한스럽다오

 

원재야이위촉願在夜而爲燭 원컨대 밤에는 등불(관솔불)이 되겠소

조옥용어량영照玉容於兩楹 두 기둥에서 옥 같은 얼굴 비추고 싶소만

비부상지서광悲扶桑之舒光 태양이 빛을 펼치면

엄멸경이장명奄滅景而藏明 문득 빛은 스러지고 밝음이 묻혀버릴까 슬프오

 

원재죽이위선願在竹而爲扇 대나무라면 부채가 되고 싶소

함처표어유악含凄飇於柔握 부드럽게 쥐고 흔들어주면 시원한 바람을 머금고 싶소

비백로지신령悲白露之晨零 백로라 흰서리 내릴 때

고금수이면막顧襟袖以緬邈 소매부리에서 멀리 떨어질 것이 슬프오

 

원재목이위동願在木而爲桐 내가 나무라면 오동나무가 되겠소

작슬상지명금作膝上之鳴琴 무릎 위에서 울리는 오동나무가 되려오

비락극이애래悲樂極以哀來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온다는데

종추아이철음終推我而輟音 나를 밀어내고 연주를 그침이 슬프오

고소원이필위考所願而必違 내 바란 바를 살펴보니 모두가 어긋나고

도계계이고심徒契契以苦心 헛되이 괴로움만 남을 터이니

옹로정이망소擁勞情而罔訴 괴로운 마음 하소할 곳도 없으니

보용여어남림步容與於南林 남쪽 숲에서 멋대로 거닌다

 

서목란지유로栖木蘭之遺露 목란 떨어지는 이슬에 젖어들고

예청송지여음翳靑松之餘陰 청송에 서린 그늘에 숨는다

 

당행행지유적儻行行之有覿 서성거림 속에 문득 보이노니

교흔구어중심交欣懼於中心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마음아

경적막이무견竟寂寞而無見 결국 적막하리 그 무엇도 보지 못하리

독연상이공심獨悁想以空尋 홀로 근심하며 헛되이 찾았음을

 

其三

렴경거이부로斂輕裾以復路 가벼운 소매 자락을 걷고 오던 길을 되짚는다

첨석양이류탄瞻夕陽而流歎 석양을 바라보며 탄식한다

보사의이망취步徙倚以忘趣 갈 곳을 모르고 배회하노니

색참처이긍안色慘悽而矜顔 처량한 내 안색 굳어 있으리

 

엽섭섭이거조葉燮燮以去條 이파리는 소소히 떨어져 내리네

기처처이취한氣凄凄而就寒 싸늘하여라 추워지누나

일부영이해몰日負影以偕沒 해는 그림자 등에 지고 함께 저물고

월미경어운단月媚景於雲端 달은 구름 사이에서 얼굴을 비춘다

 

鳥悽聲以孤歸鳥悽聲以孤歸 새는 처량하게 울면서 홀로 돌아가고

수색우이불환獸索偶而不還 짝을 찾는 짐승들 돌아오지 않는다

도당년지만모悼當年之晩暮 슬프다 시들어가는 젊음이여

한자세지욕탄恨兹歲之欲殫 이 해가 저물어 감을 한하노라

 

사소몽이종지思宵夢以從之 생각난다 그녀를 쫓아가던 꿈길이

신표요이불안神飄颻而不安 정신이 벌렁벌렁 안정되지 않는구나

약빙주지실도若憑舟之失棹 배를 부리다 노를 잃은 것 같아라

비연애이무반譬緣崖而無攀 벼랑을 오르는데 붙잡을 것이 없어라

 

우시于時 지금은

필묘영헌畢昴盈軒 필성과 묘성의 별빛이 난간을 채우는 계절임에랴

북풍처처北風凄凄 북풍은 쌀쌀하게 뺨을 때린다

심경불매心冏不寐 그녀 모습 가물거리네 잠들지 못하네

중념배회衆念徘徊 온갖 생각 속에서 바자니노라(바자니다=배회하다의 순 우리말)

 

其四

기섭대이사신起攝帶以伺晨 일어나 허리띠 매고 날 밝기를 기다리니

번상찬어소계繁霜粲於素階 수북이 쌓인 서리 흰 섬돌에서 빛난다

계렴시이미명雞斂翅而未鳴 닭은 날개를 접고 울지 않는다

적류원이청애笛流遠以淸哀 피리소리 멀리 퍼지니 맑아서 더 슬프다

 

시묘밀이한화始妙密以閒和 처음에는 섬세하고 평화롭더니(密以↔密勿)

종요량이장최終寥亮而藏摧 끝내 높은 소리로 멀리 퍼지니 슬프고 애달프다.

의부인지재자意夫人之在玆 저 님(부인)이 여기 있다고 생각하고

탁행운이송회託行雲以送懷 떠가는 구름에 마음을 붙인다.

 

행운서이무어行雲逝而無語 떠가는 구름 가고는 말이 없다

시엄염이취과時奄冉而就過 시간은 살처럼 흘러가 버린다

도근사이자비徒勤思以自悲 헛되이 근심하며 스스로 슬퍼하니

종조산이대하終阻山而帶河 끝내 산에 막히고 강에 막힌다

 

영청풍이거루迎淸風以袪累 맑은 바람 맞으며 번뇌를 떨치고

기약지어귀파寄弱志於歸波 약한 뜻일랑 거친 물결에 부친다

우만초지위회尤蔓草之爲會 <만초>는 만남을 탓하고

송소남지여가誦召南之餘歌 <소남>이 전하는 시를 읊는다

 

탄만려이존성坦萬慮以存誠 만 가지 생각에서 벗어나 성실하게 살아야 하리

게요정어팔하憩遙情於八遐 아득한 정회 야만의 땅에다 재우노라.

 

 

閑情賦는 그가 30세 전후에 쓴 것인데 애정을 주제로 하여 美人을 묘사했다.

부賦는 그 형식이 운문이라기보다는 산문에 가깝고 운문과 산문의 중간 문체라 볼 수 있다.

 

내용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이 지닌 감정과 우수, 인생과 철학을 노래했다

여기서 '한閑'은 한가롭다는 뜻이지만 '막는다'는 의미로 쓰였다.

'정情'은 남녀 간의 애정을 말한다.

'한정'이란 '한가로운 정서'가 아니라 '마음 깊이 솟아나는 애틋한 연정을 절제한다'는 뜻이다.

 

소동파蘇東坡는 도연명의 '한정부'를 평하기를

연명淵明 한정부閑情賦 정소위正所謂 ··· 호색이불음好色而不淫

"연명의 '한정부'는 소위 호색하지도 음란하지 않다" 고 하여 높이 샀다.

 

그의 시는 화려하지 않고 평담平淡한 가운데 풍부한 감정을 드러내되

진정성을 담아서 작위적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담백한 시어로 질박한 아름다움을 잘 나타냈다.

그는 주변의 흔한 소재에서 그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생활 시인이었다.

 

시를 쓰는 것은 술을 마시거나 농사를 짓는 것과 다름없이 삶의 일부였다.

그 자식이 그리고 아내가 굶어 죽던 참담한 궁핍과 가난, 굶주림을 면하고자 벼슬에 나아갔으나

이것도 생활의 일부로서 받아들였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다만 뜻을 거스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어긋나면 그냥 돌아왔으되 고고하다고 뽐내지도 않았다.

 

이 시는 1600년이 지난 세월을 건너 뛰어 오늘 읽어도 이런 사랑이 어디 있으랴 싶다.

전화戰禍로 인한 황폐 가운데 끼니를 걱정하면서도 굳은살 박힌 손으로 노동의 열매를 기다리며

이렇게 한 여인에 대하여 열열하고도 거침없는 사랑의 표현은 정녕 시대를 넘어 매혹적이지 않은가?

 

비막비혜생별리悲莫悲兮生別離 슬프고도 슬프기는 생이별보다 더한 것 없고

락막락혜신상지樂莫樂兮新相知 기쁘고도 기쁘기는 사랑보다 더한 것은 없다

고 했으니 말이다.

 

이 노래처럼 열렬히 사랑하고 넘치는 사랑을 받는 주인공으로 사시기를.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이 직접 쓴

<도연명집서陶淵明集序>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는 도연명의 글을 좋아하여 손에서 놓지 못하였고

항상 그 덕을 떠올리며 동시대에 살지 못함을 한스러워하였다[恨不同時]

 

그러나 그의 작품 중 옥에 작은 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한정부’ 한 편으로

(····)

어찌하여 그가 (이런 글을 짓기 위해) 그 붓끝을 놀려야 했던가?[搖其筆端]

애석하구나! 이는 차라리 없는 것이 좋겠다.”

 

‘한정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흔히 ‘도연명의 열 가지 소원’으로 불리는 다음 내용이 그 압권이다.

 

1) 바라건대 그대의 옷깃이 되고 싶소. ····

꽃다운 얼굴의 남은 향기를 품고자 하오나 비단 옷녁이 되어 벗어버림이 슬프고 ····

가을 밤 다하지 못함이 한스럽다오.

 

2) 바라건대 그대 치마의 허리띠 되고자 하오. ····

아름다운 가는 허리 묶고 싶으나 서러워라 추깃을 저위와 더위의 변덕스런 날씨에

수시로 옷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겠지요.

 

3) 바라건대 머리카락에 바르는 기름이 되고 싶소 ····

어깨에 드리운 검은 머리 빛내고자 하오만 어여쁜 임이 자주 머리를 감으시니

맑은 물에 씻기어 버릴 것이 서럽다오.

 

4) 바라건대 눈썹 위에 칠하는 먹이 되고 싶소. ····

임의 눈매를 따라 살풋살풋 움직이고자 하오.

연지와 분이 더욱 아름다워, 때로는 아름다운 화장에 지워질까 애달프다오.

 

5) 바라건대 왕골로 만든 자리가 되려 하오 ····

삼추의 선선한 계절에 여린 몸 쉬게 하고 싶소만 아름다운 이불로 바뀌어

해를 넘기고 찾게 될 것이 슬프다오.

 

6) 원컨대 명주가 될 테니 신으로 삼아주오. ····

고운 발에 붙어 돌아다니고 싶사오만 행동거지에 절도가 있어 쓸쓸히 침대머리에 벗어둘 것이 슬프다오.

 

7) 원컨대 대낮에는 그대의 그림자 되고 싶소. ····

언제나 임의 몸을 따라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싶으나 높은 나무 그늘이 짙어서

때때로 함께 할 수 없음이 한스럽다오.

 

8) 원컨대 밤에는 등불(관솔불)이 되겠소. ····

두 기둥 사이에서 옥 같은 얼굴 비추고 싶소만 태양이 빛을 펼치면

문득 빛은 스러지고 밝음이 묻혀버릴까 슬프다오.

 

9) 바라건대 대나무라면 부채가 되고 싶소. ····

부드럽게 쥐고 흔들어주면 시원한 바람을 머금고 싶으나

백로라 흰서리 내릴 때면 소매부리에서 멀리 떨어질 것이 슬프다오.

 

10) 원컨대 내가 나무라면 오동나무가 되겠소. ····

무릎 위에서 울리는 오동나무가 되려오.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온다는데 나를 밀어내고 연주를 그침이 슬프다오.

 

문제는 도연명이라는 대시인이 이토록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대상이 누구였는지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브라보마이라이프 2016-03-11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한정부閑情賦

‘한정閑情’은 ‘감정을 막다’ ‘감정을 가라앉히다’의 뜻이다.

이 글은 도연명이 팽택령을 그만두고 돌아와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랑의 감정을 다스려 이성적 경지로 가고자 하는 노력을 비유로 들어 이상의 추구가 좌절된 상황에서

혼란한 마음을 돌려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글로 볼 수 있다.

 

<서문>

初張衡作定情賦 전에 장형이 <정정부定情賦>를 지었고

蔡邕作靜情賦 채옹이 <정정부靜情賦>를 지었는데

檢逸辭而宗澹泊 아름다운 사조를 절제하고 담백함을 중시하여

始則蕩以思慮 처음에는 여러 생각으로 흔들렸지만

而終歸閑正 끝내는 고요함과 반듯함으로 돌아갔다.

 

將以抑流宕之邪心 장차 이것으로 분방한 사심을 억제하고자 하였으니

諒有助於諷諫 진실로 풍자에 도움이 있었다.

 

綴文之士 글을 짓는 선비들이

奕代繼作 대대로 이어서 창작하였으니

並因觸類 모두가 이런 것들에 촉발되어

廣其辭義 그 글의 뜻을 넓혔다.

 

余園閭多暇 내가 전원의 집에서 여가가 많아

復染翰爲之 다시 붓을 적셔 이것을 짓는다.

 

雖文妙不足 비록 문채의 아름다움은 부족하나

庶不謬作者之意乎 바라건대(예전) 작자들의 뜻을 그르치지 않았으면 한다.

 

<본문>

夫何瓌逸之令姿 저 얼마나 아름답고 빼어난 자태인가

獨曠世以秀群 홀로 세상에 없이 무리에서 빼어났네.

表傾城之艶色 성을 기울게 할 아름다운 미모를 드러내며.

期有德於傳聞 덕이 있다고 소문나기를 바라는구나.

 

佩鳴玉以比潔 울리는 구슬을 차고 깨끗함을 비기며

齊幽蘭以爭芬 그윽한 난초와 나란히 하여 향기를 다투네.

淡柔情於俗內 부드러운 마음을 세속에서 담백하게 하고

負雅志於高雲 높은 구름보다도 우아한 뜻을 가졌구나.

 

悲晨曦之易夕 새벽빛이 쉽게 저녁 되는 것이 슬프고

感人生之長勤 인생이 내내 수고롭기만 함에 감개가 이네.

同一盡於百年 모두가 하나같이 백년 내에 사라지는데

何歡寡而愁殷 어찌하여 즐거움은 적고 근심은 많은가.

 

褰朱幃而正坐 붉은 휘장 걷고 반듯하게 앉아

汎淸瑟以自欣 맑은 거문고 소리 울리며 스스로 즐기네.

送纖指之餘好 가는 손가락으로 여운 있는 아름다움을 전하고

攘皓袖之繽紛 흰 소매 너울너울 펄럭이네.

 

瞬美目以流盼 아름다운 눈 깜박이며 흘긋 쳐다보고

含言笑而不分 말과 웃음이 머금으니(말인지 웃음인지) 구분되지 않는구나.

 

曲調將半 곡조가 막 반쯤 연주되었는데

景落西軒 해는 서쪽 창에 떨어지네.

悲商叩林 쓸쓸한 가을바람은 숲을 두드리고

白雲依山 흰 구름은 산에 걸려 있다.

 

仰睇天路 고개 들어 하늘 길 바라보고

俯促鳴絃 고개 숙여 거문고 소리 재촉하네.

神儀嫵媚 기색과 모습은 아름답고

擧止詳姸 움직임은 차분하고 곱구나.

 

激淸音以感余 맑은 음을 격동시켜 나를 감동시키니

願接膝以交言 바라건대 무릎을 가까이하여 말이라도 나눴으면

欲自往以結誓 직접 가서 맹세를 맺고자 하나

懼冒禮之爲諐 예를 무시하여 허물이 될까 두렵구나.

 

待鳳鳥以致辭 봉황을 기다려 말을 전하려 하나

恐他人之我先 다른 사람이 나보다 앞설까 두렵네.

意惶惑而靡寧 뜻은 두렵고 당황하여 편안치 못하고

魂須臾而九遷 혼은 잠시 동안에 아홉 번이나 바뀌네.

 

願在衣而爲領 상의上衣에서는 옷깃이 되어

承華首之餘芳 화려한 머리의 짙은 향기를 받들기 바라나

悲羅襟之宵離 비단옷이 밤에는 헤어짐이 괴롭고

怨秋夜之未央 가을밤이 끝나지 않음이 원망스러워라.

 

願在裳而爲帶 하의下衣에서는 띠가 되어

束窈窕之纖身 곱고 가는 몸을 두르기 바라나

嗟溫凉之異氣 따뜻하고 서늘함에 기후가 달라져

或脫故而服新 혹시 옛것을 벗고 새것을 입을까 괴롭네.

 

願在髮而爲澤 머릿결에서는 기름이 되어

刷玄鬢于頹肩 흘러내린 어깨의 검은 머리를 빗기 바라나

悲佳人之屢沐 미인이 자주 머리를 감아

從白水以枯煎 깨끗한 물을 따라가 말라 버릴까 괴롭네.

 

願在眉而爲黛 눈썹에서는 눈썹먹이 되어

隨瞻視以閒揚 시선을 따라 우아하게 들려지기 바라나

悲脂粉之尙鮮 연지분이 선명하여

或取毁于華妝 혹시나 화려한 단장을 훼손할까 괴롭네.

 

願在莞而爲席 왕골에서는 자리가 되어

安弱體于三秋 가을날에 약한 몸을 편안케 하기 바라나

悲文茵之代御 문채 나는 깔개가 받들기를 대신하여

方經年而見求 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찾아질까 괴롭네.

 

願在絲而爲履 실에서는 신발이 되어

附素足以周旋 흰 발을 따라 움직이기 바라나

悲行止之有節 가고 머묾에 제한이 있어

空委棄於牀前 그저 침상 앞에 버려질까 괴롭네.

 

願在晝而爲影 낮에는 그림자가 되어

常依形而西東 항상 몸을 따라 왕래하고 싶지만

悲高樹之多蔭 높은 나무가 그늘이 많아

慨有時而不同 때에 따라 함께 하지 못할까 괴롭네.

 

願在夜而爲燭 밤에는 촛불이 되어

照玉容於兩楹 두 기둥 사이에서 옥 같은 얼굴 비치고 싶으나

悲扶桑之舒光 동방에 햇빛이 퍼져

奄減景而藏明 갑자기 빛이 사라지고 밝음이 가려질까 괴롭네.

 

願在竹而爲扇 대나무에서는 부채가 되어

含凄飇於柔握 부드러운 손에 서늘한 바람을 머금게 하고 싶으나

飛白路之晨零 흰 이슬이 새벽에 내려

顧衿袖以緬邈 옷소매 돌아보며 멀어질까 괴롭네.

 

願在木而爲桐 나무에서는 오동이 되어

作膝上之鳴僸 무릎 위에서 울리는 거문고가 되기 바라나

悲樂極以哀來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와서

終推我而輟音 끝내는 나를 밀어내고 소리를 그만둘까 괴롭네.

 

考所願而必違 바라는 바를 살펴봄에 반드시 어긋나

徒契契以苦心 부질없이 근심하며 마음을 괴롭히네.

擁勞情而罔訴 힘든 마음을 간직한 채 하소연할 곳 없어

步容與於南林 걸음이 남쪽 숲에서 머뭇거리네.

 

栖木蘭之遺露 목란에 남아 있는 이슬 받기도 하고

翳靑松之餘陰 청송의 짙은 그늘에 가려지기도 하네.

儻行行之有覿 혹시 가고 가다 만나 볼 수 있을까 하여

交欣懼於中襟 마음속에 즐거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네.

 

竟寂寞而無見 끝내 쓸쓸히 만나지 못하고

獨悁想以空尋 홀로 간절한 생각으로 그저 찾기만 하네.

斂輕裾以復路 가벼운 소매 걷고 길을 되돌아오면서

瞻夕陽而流歎 석양을 바라보고 길게 탄식하네.

 

步徙倚以忘趣 걸음은 머뭇거리며 나아가기를 잊고

色慘悽而矜顔 안색은 처참히 괴로운 모습이네.

葉燮燮以去條 나뭇잎은 우수수 가지에서 떨어지고

氣凄凄而就寒 기온은 싸늘하게 차가워지네.

 

日負影以偕沒 해가 그림자를 실은 채 함께 사라지고

月媚景於雲端 달이 구름 가에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네.

鳥悽聲以孤歸 새는 슬픈 소리로 홀로 돌아가는데

獸索偶而不還 짐승은 짝을 찾느라 돌아가지 않는다.

 

悼當年之晩暮 젊은 나이가 저물어 가는 것이 슬프고

恨玆歲之欲殫 이 해가 끝나려는 것이 한스럽네.

思宵夢以從之 생각은 한밤중의 꿈에서도 따르고

神飄颻而不安 정신은 흔들리며 안정되지 않네.

 

若憑舟之失櫂 배를 탔는데 노를 잃어버린 것과 같고

譬綠崖而無攀 절벽을 오르는데 잡을 것이 없는 듯하다.

于時畢昴盈軒 이때 필성과 묘성이 창에 가득하고

 

北風凄凄 북풍은 차가운데

烱烱不寐 말똥말똥 잠 못 든 채

衆念徘徊 뭇 생각만 오락가락 한다.

 

起攝帶以伺晨 일어나 허리띠 두르고 새벽을 기다리는데

繁霜燦於素階 수북이 쌓인 서리 흰 섬돌에서 빛나는데

鷄斂翅而未鳴 닭은 깃을 거둔 채 아직도 울지 않는데

笛流遠以淸哀 피리 소리가 맑고 애처롭게 멀리 퍼진다.

 

始妙密以閑和 처음에는 오묘하고 세밀하여 한가롭고 평화롭다가

終寥亮而藏摧 끝에서는 맑게 퍼지니 슬퍼지네.

 

意夫人之在玆 생각건대 그 여인이 이곳에 있으면

託行雲以送懷 가는 구름에 부탁하여 마음을 보내련만

行雲逝而無語 가는 구름은 멀어지며 말이 없고

時奄冉而就過 시간은 어느 새 흘러가 버렸네.

 

徒勤思以自悲 부질없이 생각을 괴롭히며 스스로 슬퍼하나

終阻山而帶河 끝내는 산에 막히고 강에 둘러싸였네.

迎淸風以祛累 맑은 바람을 맞이하여 얽매인 것을 떨어내고

寄弱志以歸波 흘러가는 물결에 나약한 마음을 보내리라.

 

尤蔓草之爲會 ‘야유만초野有蔓草’의 만남을 허물하며

誦邵南之餘歌 ‘소남’의 전해지는 노래를 읊으리라.

坦萬慮以存誠 온갖 생각을 평온하게 하고 참됨을 간직하여

憩遙情于八遐 팔방으로 멀리 달리는 감정을 쉬리라.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