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疏 제문祭文
2. 제정씨매문祭程氏妹文 정씨 집안에 시집간 누이동생의 제문
유진의희삼년사월갑진維晉義熙三年五月甲辰 진나라 의희 3년, 五月甲辰. 5월 갑진일에
정씨매복제재주程氏妹服制再周 정씨에게 시집간 누이동생의 복제가 재차 돌아오니
연명이소뇌지전淵明以少牢之奠 면이뢰지俛而酹之 나는 소뢰의 제물로 머리 숙여 술을 붓노라.
오호애재嗚乎哀哉 아아! 슬프도다.
한왕서래寒往暑來 일월침소日月寢疎 추위가 가고 더위가 오면서, 세월이 점차 멀어졌구나.
량진위적梁塵委積 정초황무庭艸荒蕪 들보 위의 먼지는 쌓여 있고, 정원의 풀들도 거칠어졌다.
요요공실寥寥空室 애애유고哀哀遺孤 쓸쓸한 빈방에, 슬프구나, 남겨진 고아들
효상허전肴觴虛奠 인서언여人逝焉如 안주와 잔은 헛되이 차려져 있는데,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갔는가.
수무형제誰無兄弟 인역동생人亦同生 누군들 형제가 없으리오, 남들도 동기간이 있지만
차아여이嗟我與爾 특백상정特百常情 오직 나와 너만은, 특히 보통 사람의 정보나 백배는 되리라.
자비조세慈妣早世 시상유영時尙孺嬰 자애롭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아직 어린아이로서
아년이륙我年二六 이재구령爾纔九齡 나는 나이가 열두 살이었고, 너는 겨우 아홉 살이었지.
원종미식爰從靡識 무초상성撫髫相成 바로 식견이 없을 때로부터, 머리 어루만지며 함께 컸지.
자이령매咨爾令妹 유덕유조有德有操 아! 너 착한 누이동생이여, 덕을 지니고 지조를 지녔으며
정공선언靖恭鮮言 문선즉락聞善則樂 정숙하고 공손하여 말이 적었고, 착한 일을 들으면 좋아했지.
능정능화能正能和 유우유효惟友惟孝 매우 반듯 하였고 매우 온화하였으며, 아주 우애로웠고 아주 효성스러웠지.
행지중규行止中閨 가상가효可象可傚 규중에서 행동하는 것은, 모범이 될 만하였고 아주 효성스러웠지.
아문위선我聞爲善 경자기답慶自己踏 내가 듣기에 선한 일을 하면, 복은 스스로 받는다고 했는데
피창하편彼蒼何偏 이불사보而不斯報 저 푸른 하늘은 어찌 치우쳐서, 이런 사람에게 보답하지 않았는가.
석재강릉昔在江陵 중리천벌重罹天罰 옛날 강릉에서, 거듭 천벌을 만났는데
형제색거兄弟索居 괴격초월乖隔楚越 형제가 떨어져 살아, 서로 갈라진 것이 초나라와 월나라 사이 같았으니
이아여이伊我與爾 백애시절百哀是切 나와 너는, 온갖 슬픔이 절실했었지.
암암고운黯黯高雲 소소동월蕭蕭冬月 어둡게 높은 구름이 덮인 듯하고, 쓸쓸한 겨울철 같으며
백운엄신白雲掩晨 장풍비절長風悲節 흰 구름이 새벽을 덮은 듯하고, 큰 바람이 슬픈 계절에 부는 듯하구나.
감유붕호感惟崩號 흥언읍혈興言泣血 느낌이 복받쳐 가슴 아프게 통곡하니, 슬픔이 일어나 피눈물이 나는구나.
심념평석尋念平昔 촉사미원觸事未遠 깊이 옛날을 생각하니, 마주치는 일마다 멀지 않고
서소유존書疏猶存 유고만안遺孤滿眼 편지글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남겨진 고아들은 눈에 가득하구나.
여하일왕如何一往 종천불반終天不返 어찌하여 한번 가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가.
적적고당寂寂高堂 하시복천何時復踐 적막한 높은 집을, 언제나 다시 밟아 보겠는가.
막막고녀藐藐孤女 갈의갈시曷依曷恃 어린 고아가 된 딸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누구를 믿겠으며
경경유혼煢煢遊魂 수주수사誰主誰祀 외롭게 떠도는 혼백은, 누가 주관하고 누가 제사 지내리오.
내하정매奈何程妹 어차영이於此永已 어찌하나 정씨누이동생이여, 이제는 영원히 끝이로다.
사여유지死如有知 상견호리相見蒿里 죽어서도 만약 지각이 있다면, 저승에서 서로 만나자.
오호애재嗚乎哀哉 아아! 슬프도다.
►복제服制 상례喪禮에서 정定한 五服의 제도制度.
옷차림에 對한 규정規定. 상복喪服을 입는 일. 또는 상喪을 當한 일.
►소뢰少牢 나라에서 제사祭祀 지낼 때에 양羊을 통째로 제물祭物로 바치던 일. 또는 그 양羊과 돼지
►효상허전肴觴虛奠
‘안주 효肴’=‘익힌 요리 효餚’ 익힌 요리料理. 익힌 어육魚肉. 안주按酒 ‘잔 상觴’
‘정할 전/제사 전, 멈출 정奠’ (터를)정定하다. 제사祭祀 지내다 ‘虛奠’ 헛되이 올리다
►막막藐藐 매우 크다. 광대하다. 높다. ‘멀 묘, 아득할 막藐’
►경경煢煢 외롭고 걱정스러움.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모양. ‘외로울 경煢’
본문의 서두에서‘진晉나라 안제安帝 의희義熙 3년(407) 5월’이라고 날짜를 밝혔듯이 도연명 43세에 지은 글이다.
누이가 의희義熙 원년元年(405) 11월에 무창無昌에서 죽자
도연명은 팽택에서 사임하고 장례식에 참석했다./<歸去來兮辭 序>
형제간의 복제服制인 대공大功 9개월의 2주기를 맞아 누이동생을 추모한 제문이다.
그 내용은 먼저 어려서 함께 자라던 추억을 회상하며 고인과의 돈독했던 우애를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고인의 훌륭한 성품을 칭송하고 남아 있는 자식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피력하였다.
끝으로 저승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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