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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도연명陶淵明

소疏 제문祭文 3. 제종제경원문祭從弟敬遠文

제문祭文

3. 제종제경원문祭從弟敬遠文 사촌동생 경원에 대한 제문

 

세재신해歲在辛亥 월유중추月惟仲秋 순유구일旬有九日 해는 신해년(411) 달은 9월, 19일에

종제경원從弟敬遠 사촌동생 경원이여,

복진운폄卜辰云窆 영녕후토永寧后土 날을 택해 하관下棺하니, 지하에서 영원히 편안하시라.

 

감평생지유처感平生之游處 평소(함께) 노닐던 곳에 느낌이 일고

비일왕지불반悲一往之不返 한 번 감에 돌아오지 못함이 슬프구나,

 

정측측이최심情惻惻以摧心 측은하여 내 가슴 무너져 내리고

누민민이영안淚愍愍而盈眼 눈물이 애달프게 두 눈에 가득하네.

내이원과시료乃以園果時醪 이에 동산의 과일과 제때에 빚은 술로

조기장행祖其將行 그의 장차 떠남을 전별한다.

 

오호애재嗚乎哀哉 아아! 슬프도다.

어삭오제於鑠吾弟 유조유개有操有槩 아 훌륭한 내 동생은, 지조를 지니고 기개를 지녔으며

효발유령孝發幼齡 우자천애友自天愛 효도는 어린 나이로부터 실천했고, 우애는 타고난 사랑에서 비롯되었네.

 

소사과욕少思寡欲 미집미개靡執靡介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여, 고집이 없었고 독선도 없었지,

후기선인後己先人 림재사혜臨財思惠 자기를 뒤로 하고 남을 앞세웠으며, 재물을 대하면 베풀 것을 생각했네.

 

심유득실心遺得失 정불의세情不依世 마음은 이해관계를 잊었고, 감정은 세속을 따르지 않았지.

기색능온其色能溫 기언즉려其言則厲 그의 안색은 온화하였고, 그의 말은 엄격하였지.

 

락승붕고樂勝朋高 훌륭한 이를 좋아하고 고상한 이를 벗하였으며,

호시문예好是文藝 이렇듯 글 짓는 것을 좋아하였네.

 

요요제향遙遙帝鄕 원감기심爰感奇心 아득한 신선 세계가, 이에 뛰어난 마음을 감동시켜

절립위무絶粒委務 고반산음考槃山陰 곡식을 끊고 세상사를 버렸으며, 산의 북쪽에서 은거하였지.

 

종종현류淙淙懸溜 애애황림曖曖荒林 소리치는 폭포며, 어둑어둑한 거친 숲에서

신채상약晨採上藥 석한소금夕閑素琴 새벽에는 선약仙藥을 뜯고, 저녁에는 소박한 거문고를 익혔지.

 

왈인자수曰仁者壽 절독신지竊獨信之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는 말을, 나름대로 홀로 믿었더니

여하사언如何斯言 도능견기徒能見欺 어찌하여 이 말에, 부질없이 속을 수 있었는가.

 

년보과립年甫過立 엄여세사奄與世辭 나이 겨우 삼십을 넘기고, 갑자기 세상과 하직하여

장귀호리長歸蒿里 막무환기邈無還期 영원히 지하로 돌아가니, 아득히 돌아올 기약 없구나.

 

유아여이惟我與爾 비단친우匪但親友 오직 나와 너는, 단지 가깝고 우애로웠을 뿐 아니라

부즉동생父則同生 모즉종모母則從母 아버지는 형제간이며, 어머니는 자매간이었지.

 

상급초츤相及齠齔 병리편구竝罹偏咎 서로 어린아이일 때에, 모두가 한쪽 상을 당하였으니

사정실심斯情實深 사애실후斯愛實厚 이에 감정은 진실로 깊어지고, 이에 사랑은 진실로 두터워졌지.

 

념피석일念彼昔日 동방지환同房之懽 저 옛날을 생각해 보니, 방을 같이 쓰며 살던 기쁨에

동무온갈冬無縕褐 하갈표단夏渴瓢簞 겨울에는 거친 베옷도 없고, 여름에는 한 바가지 물과 한 그릇 밥도 간절했으나

상장이도相將以道 상개이안相開以顔 서로 도리로 이끌어 주고, 서로 기쁜 안색으로 대했지.

기부다핍豈不多乏 홀망기한忽忘饑寒 어찌 궁핍함이 많지 않았으리오만, 홀연 굶주림과 추위도 잊었었지.

 

여상학사余嘗學仕 전면인사纏緜人事 내가 일찍이 벼슬길에 나섰다가, 세상사에 묶여

류랑무성流浪無成 구부소지懼負素志 떠돌면서 이룬 것 없어, 평소의 뜻을 저버릴까 두려워했지.

 

렴책귀래斂策歸來 이지아의爾知我意 채찍을 거두고 돌아오자, 너는 나의 뜻을 알아주어

상원휴수常願攜手 치피중의寘彼衆議 항상 함께하길 바랐으며, 저 세속의 논의는 버려두었지.

 

매억유추每憶有秋 아장기예我將其刈 매번 가을 풍년이 들었을 때를 생각하니, 내가 장차 수확하려고 하면

여여해행與汝偕行 방주동제舫舟同濟 너와 함께 떠나, 방주로 같이 물을 건넜지.

 

삼숙수빈三宿水濱 락음천계樂飮川界 삼일 동안 물가에서 자며, 시냇가에서 즐겁게 술을 마셨지.

정월징고靜月澄高 온풍시서溫風始逝 고요한 달이 맑게 솟아오르고, 따뜻한 바람이 막 떠나갈 때

무배이언撫杯而言 물구인취物久人脆 잔 잡고 말하기를, “만물은 장구한데 사람은 취약하다.”라고 하였지만

내하오제奈何吾弟 선아리세先我離世 어찌하여 내 동생은, 나보다 앞서 세상을 떠났는가.

 

사불가심事不可尋 사역하극思亦何極 옛일 찾을 수 없는데, 생각은 또한 어찌 이리 끝이 없는가.

일적월류日積月流 한서대식寒暑代息 해와 달은 가고, 추위와 더위가 바뀜에(積↔徂)

사생리방死生異方 존망유역存亡有域 죽음과 삶이 장소를 달리하니, 남아 있고 없음에 영역이 있구나.

 

후신영귀候晨永歸 지도재척指塗載陟 때를 기다려 영원히 돌아가니, 길을 향하여 오른다.

고고유치呱呱遺稚 미능정언未能正言 앙앙 우는 남겨진 어린것들은, 아직 제대로 말할 줄도 모르는구나.

 

애애리인哀哀嫠人 례의공한禮儀孔閑 슬퍼하는 미망인은, 예절에 매우 익숙하구나.

정수여고庭樹如故 재우곽연齋宇廓然 뜰의 나무는 옛날 그대로인데, 살던 집은 텅 비어 버렸네.

 

숙운경원孰云敬遠 하시부환何時復還 누가‘경원敬遠’이라고 하였는가. 어느 때 다시 돌아오려나.

여유인사余惟人斯 매자근정昧茲近情 나 또한 사람이라, 이렇듯 가까운 정에 눈이 어둡도다.

 

시구유길蓍龜有吉 제아조행制我祖行 점쳐서 길일을 얻어, 나의 전별의 제문을 얻어

망조편편望旐翩翩 집필체영執筆涕盈 만장이 나부끼는 것을 바라보고, 붓을 드니 눈물이 가득하구나.

 

신기유지神其有知 소여중성昭余中誠 혼백이여 혹시 지각이 있거든, 나의 마음속 진정을 알아주소서.

오호애재嗚乎哀哉 아아! 슬프도다.

 

►측측惻惻 측은하다

►최심摧心 가슴이 무너지다. 가슴이 미어지다. 극도로 상심하다.

►민민愍愍 관후寬厚하다.

►‘녹일 삭, 지질 약鑠’ 녹다, 녹아서 없어지다

►‘쓰러질 미, 갈 마靡’ 쓰러지다, 쏠리다. 따르다

 

►종종淙淙 물 흐르는 소리. 금석의 소리. ‘물소리 종, 물 댈 상淙’

►현류懸溜 아슬아슬하다

►애애曖曖 어둡다. 어둑어둑하다. 어두컴컴하다. 흐리멍텅하다. ‘희미할 애曖’

►호리蒿里 악부樂府 상화곡명相和曲名. 만가挽歌.

►초츤齠齔 (어린아이가) 이를 갈다. 새 이가 나다. 유년幼年(=龆年) ‘이 갈 초齠 이 갈 츤齔’

 

►‘둘 치, 메울 전寘’

►리인嫠人 미망인. ‘과부 리(이)嫠’ 과부寡婦. 홀어머니

►시구蓍龜 점칠 때에 쓰는 가새풀과 거북.

‘톱풀 시蓍’ 톱풀(엉거시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가새풀) 시초蓍草) 서죽筮竹(점을 치는 데에 쓰는 댓가지)

‘거북 귀, 땅 이름 구, 터질 균龜’

 

►망조편편望旐翩翩 ‘기 조旐’ 운구運柩 때 앞세우는 기旗

‘편편翩翩’ 훨훨[펄펄] 나는 모양. 경쾌하게 춤추는 모양. 나풀나풀 나는 모양.

 

 

경원은 도연명보다 16세 연하였던 사촌동생으로 동진 안제 의희義熙7년(411)에 31세의 나이로 죽었다.

이 글은 경원이 죽어 안장할 때 지은 제문이다.

 

내용의 구성은 먼저 고인의 훌륭했던 생전 행실들을 칭송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과 함께 했던 여러 일화를 들면서 애도의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끝으로 슬픔의 눈물을 머금고 제문을 지어 영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