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5권 4-1
4 금禽 금수鳥獸
1 탁목啄木 딱다구리
탁목탁목이하궁啄木啄木爾何窮 딱따구리야, 딱따구리야. 네 얼마나 궁하기에
탁아정수성정동啄我庭樹聲丁東 뜰 안의 나무를 따따 닥닥 소리 내며 쪼는 것인가.
탁지부족흡흡명啄之不足恰恰鳴 쪼는 것도 부족한지 호록호록 시끄러이 지저귀다
외인피향심림중畏人避向深林中 사람들이 싫었는지 깊은 숲으로 날아갔도다.
림심산정탁유향林深山靜啄愈響 깊은 숲 고요한 산속에서 요란스레 쪼아대니
습기차아지상충慴幾槎牙枝上蟲 옹이 속과 가지 위의 벌레들이 얼마나 두려울까.
두다충로포여복蠹多蟲老飽汝腹 좀 벌레가 가득하니 네 배는 늘 부를 것이라.
이어탁두다전공爾於啄蠹多全功 좀 벌레를 쪼아대니 네 공이 크기만 하였구나.
세상두물해민자世上蠹物害民者 세상에는 좀 벌레 같은 무리 백성을 해치거니
천백기수무인공千百其數無人攻 그 수가 수천에 수백이라 쫓는 이가 없었구나.
종여리자제목재縱汝利觜除木災 날카로운 네 부리로 나무의 재앙을 없애듯이
인간두혈거능공人間蠹穴詎能空 인간 세상 좀 벌레도 어찌 능히 없앨 수 있으리오.
►흡흡恰恰 꼭. 바로. 마침. 짹짹. 꾀꼴꾀꼴[새가 우는 소리] ‘흡사할 흡恰’
►차아槎牙 나무의 벤 자리에서 나오는 싹. 가지가 얽히고설킨 모양. ‘나무 벨 차, 뗏목 사槎’
►두물蠹物 좀 벌레. 좀 벌레 같은 놈. ‘좀 두蠹’
딱따구리야, 딱따구리야 넌 뭐가 그리 궁하여
뜰에서나 어디서나 그리 뚝딱거려 대느냐
두들겨도 시원찮아 시끄러이 짖어 가며
인간이 싫어서 숲에 숨어 산다지만 숲이 깊을수록 메아리는 더 하더라
붙어사는 벌레는 얼마나 잡았느냐
벌레가 굵직해서 너는 좋겠고 숲을 살리는 공로도 적지 않지만
세상에 백성을 등쳐먹는 놈은 아무리 들끓어도 내버려두니
그 날카로운 부리로 나무는 살리지만
인간을 빠는 벌레는 어쩔 수가 없었구나
/이문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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