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5권 4-11
4 금禽 금수鳥獸
11
개경사開慶寺 곡심수밀谷深樹密 수무절험지강雖無絶險之岡
개경사 골이 깊고 나무가 빽빽한데 비록 험하고 막히는 고개는 없다
이차유운림지상而且有雲林之狀 백조화명百鳥和鳴 주야무시晝夜無時
그런데도 또 구름같은 모습의 숲에 많은 새들이 화합하여 노래하니 낮과 밤이 따로 없다.
가이견민可以遣悶 고방매소고사故倣梅蘇故事 작오금언作五禽言
가히 번민을 떨치고 매요신과 소식의 고사를 본받아 오금언을 짓다.
►개경사開慶寺 조선朝鮮 時代에 태조太祖의 능 옆에 세운 절.
►견민遣悶 우울한 기분을 개운하게 풀다. 갑갑증을 풀다.
►매소梅蘇 보통은 ‘매요신梅堯臣과 소순흠蘇舜欽’이나 여기서는 ‘五禽言’으로 인하여 매요신과 소식이다.
<매요신梅堯臣(1002~1060)>
자 성유聖兪. 호 원릉宛陵. 안후이성[安徽省] 쉬안청[宣城] 출생.
지방의 관리로 전전하다가 친구 구양수歐陽修의 추천으로
중앙의 관리인 국자감직강國子監直講(대학교수)이 되었다.
소순흠蘇舜欽·구양 수 등과 같이 성당盛唐의 시를 본으로 하여 당시 유행하던
서곤체西崑體의 섬교纖巧한 폐풍을 일소하고 새로운 宋詩의 開祖가 되었다.
그는 “시란 대상을 정확하게 잡아서 이것을 세밀하게 서술함에 있다”고 말하며
각고하여 고아高雅한 격조와 신선한 발상의 시를 지었다.
세련되고 정밀한 句法이 특징이며 두보杜甫 이후 최대의 시인이라는 상찬을 받았다.
그의 5行律詩는 왕유王維를 닮았다고 하며 對句이면서 2구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의미를 구성하는 ‘十字格’이라는 특수한 수법을 사용하였다.
그는 정의情義가 두텁고 권귀權貴에 아첨하지 아니하며 담론과 음주飮酒를 즐기고 명사와의 교유가 많았다.
시집으로 <원릉집宛陵集> 60권이 있고 <손자孫子>13편의 주註와 <당재기唐載記> 26권의 저작도 있었다.
<소순흠蘇舜欽(1008~1048)>
북송北宋 때의 관리이자 시인으로 자는 자미子美이고
조상의 본적은 재주梓州 동산銅山이지만 증조부 때부터 개봉開封으로 이주해서 살았다.
현령縣令, 대리평사大理評事, 집현전교리集賢殿校理, 감진주원監進奏院 등을 지냈다.
범중엄範仲淹의 경력혁신慶曆革新을 지지하여 수구파守舊派의 반발이 심했는데
어사중승禦史中丞 왕홍진王拱辰이 부하로 하여금 그를 탄핵하게 하여 파직된 뒤에는 소주蘇州에서 지냈다.
나중에 복직되어 호주장사湖州長史가 되었지만 오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떴다.
책을 읽을 때도 술을 곁에 둘 만큼 술을 좋아했고 속박을 싫어하였다.
宋詩의 開山祖師라고 할 수 있는 매요신梅堯臣과 더불어 ‘매소梅蘇’로 일컬어졌다.
저서로 <소학사문집蘇學士文集>과 <소순흠집蘇舜欽集>(16권)이 있다.
<소식蘇軾(1036~1101)
北宋의 문신. 자는 자첨子瞻ㆍ화중和仲, 호는 동파東坡.
아버지 소순蘇洵, 동생 소철蘇轍과 함께 3蘇라 불리며 같이 당ㆍ송 8대가의 한 사람이다.
철종에 중용되어 舊法派의 중심적 인물로 활약하였고 특히 구양수歐陽修와 비교되는 대 문호로서
유명한 <적벽부赤壁賦>를 비롯한 시ㆍ詞ㆍ古文 등에 능하며 재질이 뛰어나고 서화書畫에도 유명하였다.
►오금언五禽言
‘금언禽言’은 새의 울음소리를 음차 또는 훈차 하여 이중의미二重意味를 담아 노래함으로써
표면 진술과 이면 진술 사이에 긴장과 함축을 머금게 하는 독특한 형식의 시체詩體이다.
<오금언五禽言>은 다섯 종류의 새 이름을 읊은 것이다.
<포곡布穀 뻐꾸기>
포곡布穀 뻐꾸기는
고인이탈고동위포곡古人以脫袴同爲布穀 옛 사람들은 태고와 포곡을 같다하였다
금산구야今山鳩也 시지시구시야詩之鳲鳩是也 곧 산비둘기와 詩속의 뻐꾸기이니
동인소언포곡자이차東人所言布穀者異此 동쪽 사람들 말하길 뻐꾸기와 다르고
벽흑무문碧黑無文 사요似鷂 검푸르고 무늬가 없어 새매와 닮았다.
포곡아이하우布穀兒爾何愚 뻐꾸기[곡식과 베, 즉 조세] 너란 아이 얼마나 고지식한지
거세력농수관조去歲力農輸官租 지난해에는 매우 힘들게 농사 지어 관가에 조세로 바쳤네.
금년수욕근롱무今年雖欲勤壟畝 금년에는 아무리 밭이랑에서 힘써 일하려 해도
내차약현위조포奈此藥莧爲朝晡 이 약초들 대처 해 아침저녁으로 다스려야 하네.
원천연년화곡등願天年年禾穀登 해마다 벼와 곡식이 익기를 하늘에 빌지만
전가불용최발고田家不用催鵓鴣 농부의 집에는 쓸모없으니 비둘기와 자고새에게 베풀어주네.
►포곡布穀(뻐꾸기의) 별칭들
뻐꾸기의 이름은 역사상으로 가장 오래된 표현은 詩經에 나오는 시구鳲鳩이다.
뻐꾸기의 ‘뻐꾹 뻐꾹’하는 울음소리를 표현한 이름으로 포곡布穀 길국鴶鵴 삽화揷禾(모를 심어라)
획곡獲穀(곡식을 거둬라) 가가착마家家斵磨(집집마다 깎고 가네)
탈각파고脫脚破袴(찢어진 바지 벗어라) 등도 있다.
이외에 곽공郭公 매귀買䤥 아공阿公 법조法鳥(‘법’ ’법’하는 새) 등이 있고
뻐꾸기를 뜻하는 글자와 새鳥를 합하여 시조鳲鳥 국조鵴鳥 등으로도 표현하기도 한다.
<詩經 국풍國風 조풍曹風> 시구鳲鳩 뻐꾸기
시구재상鳲鳩在桑 뻐꾸기 뽕나무에 앉아있네.
기자칠혜其子七兮 새끼는 일곱 마리.
숙인군자淑人君子 선량한 군자님 같아
기의일혜其儀一兮 그 거동 한결 같아라.
기의일혜其儀一兮 그 거동 한결 같아라.
심여결혜心如結兮 마음도 묶은 듯 단단하여라.
►롱무壟畝 밭두둑. ‘밭두둑 롱(농)壟’
►조포朝晡 아침과 저녁을 아울러 이르는 말.
►발고鵓鴣 산비둘기. ‘집비둘기 발鵓’ ‘자고 고鴣’
<탈폐고脫敝袴>
즉산구야卽山鳩也 담벽무문淡碧無文 상여발고동狀與鵓鴣同
곧 산비둘기라 담백하게 푸르며 무늬가 없다. 모습은 집비둘기와 더불어 자고새와 한가지다.
탈폐고최탈의脫敝袴催脫衣 산심사월춘방비山深四月春芳菲
‘탈폐고’는 옷 벗기를 재촉하니, 사월의 깊은 산속 아름다운 봄 향기 짙구나.
화신풍취한가국花信風吹寒可掬 착고유련청조휘著袴猶戀淸朝暉
꽃 소식에 바람이 부니 추워서 손을 움켜쥘 정도라, 아침 햇볕도 싸늘하여 바지를 입었어도 오히려 아쉽구려.
호거강남춘난지好去江南春暖地 제향용음농차비啼向榕陰穠且肥
봄에는 따뜻한 기운이 있는 강남으로 자주 가, 꽃나무 무성하고 또 넉넉한 보리수 그늘 향해 울어대네.
►탈폐고脫敝袴 뻐꾸기 울음소리가 ‘헤진 바지를 벗어라’로 차의한 것이다. ‘바지 고, 사타구니 과袴’
<기첩부欺妾婦>
기첩부여막한欺妾婦汝莫悍 진시경경정소완盡是卿卿情所玩
너는 첩과 소실을 속이는 걸 성급히 하지 말고, 무릇 사랑하는 아내만 진심으로 사랑하게나.
단수부도봉의상但修婦道縫衣裳 구소신총하족산舊疏新寵何足算
다만 아녀자의 도리를 따라 옷과 치마를 깁고, 옛것을 멀리하고 새것만 사랑하면 어찌 지혜로울지
백년신서수조조百年信誓須朝朝 기즉유안습유반淇則有岸隰有泮
모름지기 매일 아침 백년의 믿음을 새기지만, 기수에는 언덕이 있고 물가에는 진펄이 있네.
<아욕사我欲死>
아욕사매산강我欲死埋山岡 나는 산이나 고개에 묻혀 죽고 싶네.
사월청매여이당四月靑梅如耳璫 사월의 푸른 매실은 귀고리 같지만
심림무과가이식深林無果可以食 깊은 숲속엔 과일이 없으니 가히 먹으리라.
비향고지공단장飛向枯枝空斷腸 마른 가지를 향해 날아가니 빈 창자는 끊어질듯
금혜금혜이하고禽兮禽兮爾何苦 새야, 새야 너 얼마나 괴롭니?
불사백이기수양不思伯夷飢首陽 수양산에서 굶주린 백이를 생각지 못하네.
<불여귀不如歸>
불여귀귀고향不如歸歸故鄕 촉천공활운망망蜀天空闊雲茫茫
돌아감만 못해도 고향에 돌아오니, 촉나라 하늘은 공활하고 구름은 망망하구나.
천봉첩첩불가월千峯疊疊不可越 만목중중무처망萬木重重無處望
수많은 봉우리 첩첩하여 가히 넘지 못하고, 많은 나무들 겹치니 바라볼 곳이 없구나.
욕귀미귀최심장欲歸未歸摧心腸 객중수락도증상客中雖樂徒增傷
돌아가려 하나 돌아가지 못하여 마음은 깨지는 듯, 객지에 있어 즐거울지라도 따르는 이 없어 근심을 더하네.
●오금언五禽言/소식蘇軾
(병서並敘)
매성유상작<사금언>梅聖俞嚐作<四禽言>
매요신梅堯臣(1002~1060 字가 성유)이 일찍이 <사금언>을 지었다.
여체황주餘諦黃州 우거정혜원寓居定惠院 내가 황주에 귀양 가서 정혜원에 우거하고 있을 때
요사개무림수죽繞捨皆茂林修竹 집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모두 무성한 숲의 기다란 대이고
황지포위荒池蒲葦 거친 땅에는 부들이 자랐다.
춘하지교春夏之交 명조백족鳴鳥百族 봄여름이 바꾸니 온갖 새들이 와서 지저귀었다.
토인다이기성지사자명지土人多以其聲之似者名之
그곳 사람들이 대부분 그 울음소리가 비슷한 것으로 새 이름을 지었다.
수용성유체작<오금언>遂用聖俞體作<五禽言>
드디어 매요신의 시체를 사용하여 <오금언>을 지었다.
차의箚疑 <차의箚疑>에
매요신사금언시梅堯臣四禽言詩 유니활활有泥滑滑 제호로提葫蘆 불여귀거등명不如歸去等名
"매요신의 사금언 시는 ‘니활활泥滑滑’ ‘제호로提葫蘆’ ‘불여귀거不如歸去’ 등의 이름이 있다.
소자첨유오금언蘇子瞻有五禽言 유탈고有脫袴 맥숙명麥熟名
소자첨은 오금언 시가 있는데 탈고脫袴 맥숙麥熟의 이름이 있다"라고 하였다.
►안요신사금언시按堯臣四禽言詩 살펴보니 요신의 사금언 시 넷은 다음과 같다.
一
니활활泥滑滑 진흙길 미끄럽네.
고죽강苦竹岡 고죽이 우거진 언덕이여
우소소雨蕭蕭 마상랑馬上郞 빗소리 쏴쏴한대 말 탄 사람이여
마제릉긍우우급馬蹄凌兢雨又急 말발굽은 뒤뚱뒤뚱 비는 또 세차니
차조위군응단장此鳥爲君應斷腸 이새가 그대를 위하여 애간장이 끊어지네.
二
파병초婆餠焦 아불식兒不食 할머니가 구운 떡(파병: 새 이름) 아이가 먹지 않네,
이부향하지爾父向何之 너의 아버지는 어디로 갔는가,
이모산두화위석爾母山頭化爲石 너의 어머니는 산꼭대기에서 변하여 돌이 되었다,
산두화석가내하山頭化石可奈何 산꼭대기가 된 돌은 어찌하는가,
수작미금제불식遂作微禽啼不息 마침내 작은 새가 되어 쉼 없이 운다네.
三
제호로고미주提葫蘆沽美酒 호로병을 가지고 좋은 술을 사서 마셔라,
풍위빈수위우風爲賓樹爲友 바람이 손님이 되고 나무가 벗 되리라.
산화료란목전개山花撩亂目前開 산의 꽃이 눈앞에서 흐드러지게 피었으니
권이금조천만수勸爾今朝千萬壽 오늘 아침 그대에게 장수를 기원하는 술잔을 권하노라
四
불여귀거不如歸去 춘산운모春山雲暮 돌아감만 못하니, 봄 산 구름이 저무네.
만목혜참천萬木兮參天 촉천혜하처蜀天兮何處 수많은 나무 하늘을 찌르니, 촉 땅은 어느 곳인가.
인언유익가귀비人言有翼可歸飛 사람들은 말하기를 '날개가 있으면 날아 돌아갈 수 있으니
안용공제향고수安用空啼向高樹 어찌 속절없이 높은 나무를 향해 지저귀는가?'라고 하네.
►자첨시子瞻詩 자첨의 오금언 시는 다음과 같다.
1
사군향기주使君向蘄州 사군(사또)가 기주로 가니
갱창기주귀更唱蘄州鬼 다시 기주의 귀신을 부르네(새소리가 ‘기주귀’)
아불식사군我不識使君 내가 사군을 모르니
녕지사군사寧知使君死 어찌 사군의 죽음을 알리오.
인생작귀회불면人生作鬼會不免 사람이 귀신이 되는 것은 모름지기 면할 수 없으니,
사군이로지하만使君已老知何晚 사군은 이미 늙었으니 아는 것이 어쩌면 그리도 느린고.
(주註)
수시지의首詩之意 왕원지王元之 첫수의 뜻은 왕원지가 황주에서
자황이기주自黃移蘄州 기주로 폄적지를 옮겼는데
문제조문기명聞啼鳥問其名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그 이름을 물으니
혹대왈차명或對曰此名 기주귀蘄州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새 이름은 '기주혼'이라고 하였다.
원지대악지元之大惡之 과졸어기고운果卒於蘄故云
원지가 크게 불길하게 여겼는데 마침내 기주에서 죽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2
남산작야우南山昨夜雨 서계불가도西溪不可渡 지난밤 남산에 비 오니, 서쪽 시내 건널 수 없네.
계변포곡아溪邊布穀兒 권아탈포고勸我脫布袴 시냇가 포곡이 베 바지를 벗으라 하네.
불사탈고계수한不辭脫袴溪水寒 수중조견최조반水中照見催租瘢(조반租瘢↔반류瘢瘤)
거절하지 않고 바지를 벗으니 물이 차가운데, 물속에 조세를 독촉 받은 상처가 비치네.
(주註) 사인위포곡위탈각파고士人謂布穀為脫卻破袴
3
거년맥불숙去年麥不熟 협탄규아육挾彈規我肉 지난해 보리가 익지 않아 새총 끼고 내 살을 엿보네,
금년맥상장今年麥上場 처처유잔속處處有殘粟 금년에 보리를 마당에 올리니 곳곳에 쭉정이로다,
풍년무상하처심豊年無象何處尋 청취송간쾌활음聽取松間快活吟(松↔林)
풍년은 조짐이 없으니 어디서 찾을 것, 소나무 사이에서 쾌활음을 들어보게
(주註) 차조성운此鳥聲云 맥반숙麥飯熟 즉쾌활即快活
4
력작력작力作力作 잠사일백박蠶絲一百箔 경작에 힘쓰라 경작에 힘쓰라 누에고치는 일백 박이로다,
롱상맥두앙壠上麥頭昂 림간상자락林間桑子落 언덕 위에 보리 머리를 높이 들었고 숲속에 뽕나무 열매 떨어졌네,
원농일박천량사願儂一箔千兩絲 소사득용사이추繅絲得蛹飼爾雛
그대 일박에 천량의 실을 얻고, 고치를 켜 번데기를 얻어 너의 새끼 먹이기를 바라노라.
(주註) 차조성운此鳥聲雲 잠사일백박蠶絲一百箔
5
고악고악姑惡姑惡 고불악姑不惡 첩명박妾命薄
시어머니 나쁘다 시어머니 나쁘다, 시어머니는 나쁘지 않고 내 명이 박한 것이다.
군불견君不見 그대는 아는가.
동해효부사작삼년건東海孝婦死作三年乾 불여광한방고거각부환不如廣漢龎姑去却復還
동해 효부가 죽자 3년 가문 것이 광한 땅의 방 씨 시어머니가 죽었다가 도리어 다시 돌아옴만 못하는 말을.
(주注) 고악姑恶 수조야水鸟也 속운부이고학사俗云妇以姑虐死 고기성운故其声云
●오금언화왕중형상서五禽言和王仲衡尙書 오금언, 상서 왕중형에게 화답하다
►왕중형王仲衡 이름이 희여希呂이다.
►아송雅誦 8권 2책. 조선 정조正祖 23년(1799)에 왕명으로 주자朱子의 시문을 뽑아 엮은 책.
사詞·부賦·금조琴操·고·근체시古近體詩·명銘·찬贊·제題·사辭·권학문勸學文 등을 수록하였다.
1 오금언五禽言
제호로고미주提胡蘆沽美酒 호로병을 가지고 맛 좋은 술을 사서 마시라
춘풍호탕취화류春風浩蕩吹花柳 봄바람 호탕하게 붉은 꽃 푸른 버들에 불어오네.
[새우는 소리가 "제호로(술병을 들어라)" "제호로"하기 때문에 이 구절은 모두 새가 하는 소리로 본 것이다]
불용사두쌍옥병不用沙頭雙玉甁 사두의 한 쌍의 옥술병을 쓰지 않아도
조가접무위군수鳥歌蝶舞爲君壽 새들 지저귀고 나비 춤추며 그대 위하여 축수하네.
지금일취시군은秪今一醉是君恩 지금 한 번 취하는 것 군주의 은혜이니
작일지수수살인昨日之愁愁殺人 지난날의 근심 사람을 몹시 괴롭게 하네.
►제호로提葫蘆
차의箚疑 <차의>에
조명鳥鳴 "새가 우는소리이다.
자호위제호지성自呼爲提壺之聲 속방지俗放之 여운제호로如云提葫蘆
‘절로 술병을 들고’라는 소리가 되니 세상에서 이를 본떠 제호로 처럼 불리었다.
동파시東坡詩 제호권주의수중提壺勸酒意雖重
소식의 시에 '술병 가지고 술을 권하는 뜻은 비록 두터우나~'라는 구절이 있다"고 하였다.
일명 ‘제호提壺’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호로로피죽새’로 불리는 직박구리란 이름의 텃새다.
►사두쌍옥병沙頭雙玉甁 ‘사두沙頭’는 지금 후베이성 사시沙市 시市이다.
차의箚疑 <차의>에
두시杜詩 주진사두쌍옥병酒盡沙頭雙玉甁
“두시에 '사두 쌍옥병 술을 다 비우고'라는 구절이 있다"고 하였다
2 불여귀거不如歸去
불여귀거不如歸去 돌아감만 못하니
고성월절삼춘모孤城越絶三春暮 외로운 성 멀고도 먼데 봄날이 저무네.
고산지재백운간故山只在白雲間 옛 산은 단지 흰 구름 사이에 있으니
망극운심부지처望極雲深不知處 시야 저편 구름 깊어 있는 곳을 모르겠네.
불여귀거불여귀不如歸去不如歸 돌아감만 못하니 돌아감만 못하니
천인강두일진의千仞岡頭一振衣 천 길 산꼭대기에 한번 옷을 떨치네
(높은 곳에 올라 고향을 한 번 바라보는 모습)
►불여귀거不如歸去
차의箚疑 도악령릉기陶岳零陵記 <차의>의 <도악령릉기陶岳零陵記>에
사귀조思歸鳥 장여구이참색狀如鳩而慘色 ‘사귀조는 새의 모습은 비둘기 같은데 옅은 색이다.
삼월즉명三月則鳴 3월이 되면 우는데
기음운불여귀거其音云不如歸去 그 소리가 <불여귀거>라고 하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
►두견杜鵑=두우杜宇 자규子規 사표謝豹 교부巧婦 촉백蜀魄
안일명두우按一名杜宇 아송雅誦 주注에 두견은 살펴보니 다른 이름으로
일명자규一名子規 일명사표一名謝豹 일명교부一名巧婦 일명촉혼一名蜀魂이라고 하였다.
환우기寰宇記 <환우기>에 기록되어 있다.
황제자창의黃帝子昌意 봉기지서어촉封其支庶於蜀 시칭왕始稱王 자명잠총自名蠶叢
황제 아들 창의가 그 서자를 촉 땅에 봉하여 비로소 제왕이라고 부르고 스스로 잠총이라고 이름 하였다.
후명두우後名杜宇 후에 본래 이름인 두우가
형인오령사荊人鰲靈死 이기시소왕而其尸遡往 지민산하至岷山下 견두우見杜宇
초나라 사람 별령이 죽어 그 시신이 떠내려가다 민산 아래에 이르러 두우가 발견하고
자이덕부여오령自以德不如鰲靈 선위잉망거禪位仍亡去 화위원조化爲怨鳥 자호왈불여귀自呼曰不如歸
자신은 덕이 별령만 못하다고 여겨 선위하고는 도망가서 원한 맺힌 새가 되어 스스로 불여귀라고 불렀다.
촉인문기명蜀人聞其鳴 촉 사람들이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듣고
왈아망제야曰我望帝也 우리 망제[杜宇]라고 하였는데
제즉구문유혈啼則口吻有血 새가 울면 주둥이에 피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귀촉도歸蜀道·주걱새·접동새·임금새 등으로도 불렸다.
►월절越絶
按柳子詩按柳子詩 살펴보니 유종원의 시 <유주기장인주소주柳州寄丈人周韶州>에
월절고성천만봉越絶孤城千萬峯 멀리 떨어진 외로운 성은 천만의 봉우리요. 라는 구절이 있다.
►일진의一振衣
차의箚疑 선시選詩 <차의> 선시에
진의천인강振衣千仞岡 천길 벼랑에서 옷을 떨치고
간재시簡齋詩 간제시에
천인강두千仞岡頭 일진의一振衣 천길 높은 산등성에서 한 번 옷깃을 떨치네. 했다.
3 니골골泥滑滑
니골골니골골泥滑滑泥滑滑 진흙탕 미끄러워라 진흙탕 미끄러워라
진망운황경호활秦望雲荒鏡湖闊 진망산의 구름 거친데 경호는 시원하게 트였네.
녹앙자수수박제綠秧刺水水拍提 푸른 벼싹이 물을 찌르고 물이 제방을 치니
아기화가능풍발牙旗畫舸凌風發 장군의 깃발을 세우고 화려한 배는 바람을 뚫고 출발하네.
사군항낙삼강두使君行樂三江頭 사군이 삼강의 가에서 행락을 즐기시니
니골수심군막우泥滑水深君莫憂 진흙 미끄럽고 물 깊어도 그대 근심하지 말게나.
►니골골泥滑滑 죽계竹鷄라고도 하며 뜸부기를 말한다.
‘골골滑滑’ 콸콸[물이 흐르거나 솟아나는 소리] ‘미끄러울 활, 익살스러울 골滑’
차의箚疑 <차의>에
돈재한람遯齋閒覽 백의문죽계지성白蟻聞竹鷄之聲 진화위수조盡化爲水鳥 금산림다유지今山林多有之
<돈제한람>에 흰개미가 죽게 소리를 듣고 모두 수죽계가 되었으니 지금 산속에 많이 있다.
기성자호니활활자시야其聲自呼泥滑滑者是也 스스로 ‘니골골’이라고 우는 것이 이것이다.
동파시東坡詩 동파 시에
니심염청계두골泥深厭聽鷄頭鶻 ‘진흙이 깊어 계두골 소리 싫건 듣네'라고 하였으니
촉인위죽계蜀人謂竹鷄 위계두골爲鷄頭鶻 촉인 들은 죽계를 계두골이라고 한다. 하였다.
►진망秦望
지금의 저장성浙江省 소흥부紹興府 동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차의箚疑 <차의>에는
산명山名 산 이름이다.
재항주성남在杭州城南 항주성 남쪽에 있다.
진시황秦始皇 동유등차東遊登此 이망동해고운以望東海故云
진시황이 동쪽으로 놀러와 이곳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라고 하였다.
►경호鏡湖 소흥부紹興府에 있다.
東漢 순제順帝 영화永和 5年(140)에 마진馬臻 회계태수會稽太守가 되어 비로소 경호鏡湖를 팠는데
못은 둘레가 310리이고 구천여 경의 밭에 물을 댈 수가 있다. 물이 거울처럼 평평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녹앙綠秧
차의箚疑 시화蒔禾 위지앙謂之秧 <차의>에 모종 낸 벼를 ‘앙秧’이라 부른다.
고시古詩 영주盈疇 우록앙又綠秧 고시에 '논에 가득한 것은 또 푸른 벼 모종이라'라는 구절이 있다” 했다.
►아기牙旗
한장형동경부漢張衡東京賦 과모약림戈矛若林 아기빈분牙旗繽紛
한나라 장형張衡의 <동경부東京賦>에 “창들이 숲 같고, 대장의 깃발이 펄럭이네”라는 구절의
주註 병서왈아기자兵書曰牙旗者 장군지정將軍之旌 주에 “<병서兵書>에 ‘아기라는 것은 장군의 깃발이다.
위고자천자출謂古者天子出 건대아기建大牙旗 옛날에 천자가 외출할 때 대아기를 세웠는데
간상이상아식지고竿上以象牙飾之故 운아기云牙旗 깃대 위에 상아로 장식하였기 때문에 아기라고 한다.’ 했다
4 탈고脫袴
탈고脫袴 탈고脫袴 바지를 벗어라 바지를 벗어라
상섭桑葉 음음장하로陰陰牆下路 뽕나무 잎은 담장 아래의 길에 울창하네.
회두홀억사중처回頭忽憶舍中妻 고개 돌려 문득 집의 아내를 생각하니
거년이축타인거去年已逐它人去 작년에 이미 다른 사람 따라 떠났네.
구고탈료각불사舊袴脫了却不辭 옛날 바지 벗어도 도리어 사양치 않으니
신고지교옥수주新袴知敎阿誰做 새 바지는 (모르겠다) 누구에게 짓게 할까(언덕 아, 호칭 옥阿)
►탈고脫袴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음차한 것이다.
다른 이름으로 포곡布穀·탈각파고脫卻破袴·시구鳲鳩 등이 있다.
차의箚疑 동파시東坡詩 <차의>에 소식蘇軾의 <오금언五禽言> 중 <포곡布榖>에
계변포곡아溪邊布穀兒 권아탈파고勸我脫破袴
'시냇가의 뻐꾸기가 나에게 해진 바지를 벗으라고 권하네'라는 구절이 있다" 하였다.
►옥수阿誰 ‘언덕 아, 호칭 옥阿’는 의문사로 쓸 때는 "옥"으로 읽어야 한다.
5 맥숙음麥熟吟
맥숙음麥熟吟 보리 익었다 읊으니
거년종맥유덕음去年種麥有德音 지난해에 심은 보리 덕음이 있네
지금종숙수쾌활秪今種熟誰快活 지금 심은 것 익었으나 누가 쾌활하리오.
종자이와관장음種者已臥官牆陰 심은 사람은 이미 관가의 담장 북쪽에 누웠네
인공유정혜존몰仁公有政惠存歿 어진 공(사또)의 정치는 생사에 은혜를 끼치는데
긍사최조갱휴돌肯使催租更隳突 어찌하여 세금 재촉하여 더욱 헤집고 다니는가.
►맥숙음麥熟吟
차의箚疑 동파오금언주東坡五禽言註 <차의>에 동파 <오금언五禽言> 詩注에
차조성운맥반숙此鳥聲云麥飯熟 즉쾌활卽快活
'이 새의 울음소리가 보리가 익으면 곧 쾌활하리라'라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하였다.
►유덕음有德音 은혜를 베풀어 너그럽게 구휼하는 조서를 이른다.
차의箚疑 시자상유권농지조고운時自上有勸農之詔故云
<차의>에 “당시에 임금께서 농사를 권장하라는 조서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였다”하였다.
►쾌활快活
차의箚疑 강절안락음康節安樂吟 <차의>에 "송宋 소옹邵雍의 <안락음安樂吟>에
위쾌활인爲快活人 륙십사세六十四歲 '쾌활한 사람이 된 것이 64세 일세'라는 구절이 있다"하였다.
►이와관장음已臥官墻陰
차의箚疑 위종맥자謂種麥者 이사매어관장지음야已死埋於官墻之陰也
<차의>에 “보리를 심은 사람은 이미 죽어서 관청 담담의 아래 그늘에 묻혔음을 말한다" 하였다.
►휴돌隳突
차의箚疑 류문포사자설柳文捕蛇者說 <차의>에 유종원柳宗元의 <포사자설捕蛇者說>에
한리지래오린悍吏之來吾鄰 '혹독한 관리가 우리 이웃에 와서
규효호동서叫囂乎東西 동서로 소란을 피우며
휴돌호남북隳突乎南北 남북으로 헤집고 다닌다'라는 구절이 있다고 하였다.
/가욕可欲님의 블로그 신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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