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4-3
4 풍운風雲 바람과 구름
3 령운嶺雲 고개의 구름
령운취작우嶺雲吹作雨 고개의 구름 불러 비를 짓는데
조로점성주朝露點成珠 아침 이슬 방울져 구슬 이룬다.
병후지신건病後知身健 병후에야 몸 건강한 것 안다 하더니
빈래인아우貧來認我愚 가난이 오면 나의 미련한 것 인정되네.
잔년유약물殘年唯藥物 쇠잔해 가는 나이라 오직 약이고
영일애고오永日愛枯梧 긴 날에는 오직 마른 오동[枯梧] 사랑한다.
점각쇠지심漸覺衰遲甚 쇠지衰遲가 심함을 점차 깨달으니
청산불부오靑山不負吾 푸른 산도 나를 버리지 않으리라.
►영운嶺雲 산마루 위에 뜬구름.
●제대유료소각題大儒寮小閣/균계筠溪 이미손李彌遜(1098-1153/南宋)
청혜답진검망산靑鞋踏盡劍鋩山 짚신 신고 칼끝 같은 산 다 밟고
차침승방락조간借枕僧房落照間 스님 방 베개 빌려 낙조 사이에 누웠네
고옥빙허청천어高屋憑虛聽泉語 허공에 기댄 높다란 집에서 샘물소리 들으니
령운응사아신한嶺雲應似我身閑 고갯마루 구름은 이내 몸처럼 한가롭네
►조로朝露 해를 보면 곧 스러지는 아침 이슬.
人生의 덧없음을 아침 이슬에 比喩하는 말.
부운조로浮雲朝露 뜬구름과 아침 이슬. 인생이 덧없음.
인생조로人生朝露 인생은 아침 이슬. 해가 뜨면 마르는 아침 이슬처럼 인생은 짧고 덧없다.
전광조로電光朝露 번갯불과 아침이슬.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만들어진 모든 것(현상계)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 같고 또한 번개 같으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마땅히 이와 같이 볼 것이니라/<金剛經>
●단가행短歌行/조조曹操(155-220)
대주당가對酒當歌 술을 마시며 노래한다.
인생기하人生幾何 인생 길면 얼마나 길겠어.
비여조로譬如朝露 마치 아침이슬 같았건만
거일고다去日苦多 지난 세월 참 힘들었지
개당이강慨當以慷 분개하며 당연히 슬퍼해도
우사난망憂思難忘 근심 걱정 잊혀 지지 않아
하이해우何以解憂 어찌 근심을 풀까
유유두강唯有杜康 오직 술뿐이네.
청청자금青青子衿 푸르고 푸른 그대 옷깃이여
유유아심悠悠我心 내 마음 속에 아득하거늘
단위군고但為君故 단지 그대를 위해
침음지금沈吟至今 이제까지 조용조용 노래했노라
유유록명呦呦鹿鳴 우우 슬피 우는 사슴들은
식야지평食野之苹 들판에서 풀을 뜯고
아유가빈我有嘉賓 내게도 귀한 손님 오면
고슬취생鼓瑟吹笙 흥겨운 잔치하리라
명명여월明明如月 덕망이 밝은 달 같은 사람을
하시가철何時可掇 어느 때 함께 하려나
우종중래憂從中來 마음에 이는 이런 근심을
불가단절不可斷絕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네
월맥도천越陌度阡 논두렁 밭두렁 건너
왕용상존枉用相存 찾아 와 마주하고서
결활담연契闊談讌 마음 통하는 이야기
심념구은心念舊恩 옛 정이 절로 나는구나.
월명성희月明星稀 달 밝아 별빛 희미한데
오작남비烏鵲南飛 까마귀 남쪽으로 날아가네.
요수삼잡繞樹三匝 세 아름의 나무라도
하지가의何枝可依 어느 가지에 의지 할까.
산불염고山不厭高 산은 그 높음을 싫다 않고
해불염심海不厭深 바다는 깊은 걸 꺼리지 않는다.
주공토포周公吐哺 주공이 음식을 뱉듯 그리 한다면
천하귀심天下歸心 천하의 마음도 얻으리라.
►쇠지衰遲 쇠노衰老. 늙어 쇠약해짐.
●불근탄不勤歎 근면勤免하지 않음을 한탄함
/도헌陶軒 류우잠柳友潛(1575-1635 선조8~인조13)
평생소년기방䧺平生少年氣方䧺 평생에 소년 때는 기운이 왕성하나
차복공허부차옹此腹空虛負此翁 이배가 공허함은 이 늙은이 져버렸다
금일쇠지소근력今日衰遲少筋力 오늘엔 쇠지衰遲하여 근력이 적은거니
차옹병라부차복此翁病懶負此腹 이 늙은이 병들고 게을러서 이배에 져버렸다
차옹차복량부부此翁此腹兩負負 늙은이와 이배를 두 가지 져버리니
지자상비향수구只自傷悲向誰咎 스스로 비통해할 뿐 누구를 원망할까
(도정절陶靖節 도잠陶潛)을 늘 사모하여 그의 號도 도헌陶軒이라 했다)
►부오負吾 (자신을, 남을) 저버리지 말라. 배려의 마음.
●송홍광국성령공지임서하送洪光國晟令公之任西河
서하로 부임하는 홍광국을 전송하며/이용휴李用休(1708-1782)
其二
일립민지혈一粒民之血 한 톨의 곡식도 백성의 피땀에서 나온 것이고
일사민지근一絲民之筋 한 올의 실도 백성의 노고에서 나온 것이네.
어차상존심於此常存心 이 점을 항상 기억하여
방불부오군方不負吾君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지 말게나.
●적의適意 생각나는 대로/이규보李奎報(1168-1241)
독좌자탄금獨坐自彈琴 홀로 앉아 거문고 타고
독음빈거주獨吟頻擧酒 혼자 읊으며 자주 술 마시네
기불부오이旣不負吾耳 일찍이 내 귀 저버리지 않았고
우불부오구又不負吾口 또 내 입 저버리지 않았는데
하수대지음何須待知音 무엇하러 구태여 지음을 기다리랴
역막수음우亦莫須飮友 술벗도 기다리지 말 것이니
적의즉위환適意則爲歡 마음 편한 게 진짜 즐거운 일
차언오필취此言吾必取 이 옛말 내 잊지 않으리
又 또 한 수
1
령운유기심嶺雲有機心 고개 구름도 이상한 마음 있어서
혹권시혹비或卷時或飛 거뒀다가도 때로 날기도 한다.
산월역다정山月亦多情 산의 달도 또한 다정하여서
선연래조의嬋妍來照衣 선연하게 와서 옷에 비친다.
불여한기인不如閑機人 이상한 마음 없는 사람이 있어
고와무시비高卧無是非 높이 누워서 시비是非할 것 없네.
희황시하인羲皇是何人 복희씨[羲皇] 그는 어떤 사람이던가?
혁서오불모赫胥吾不慕 혁서赫胥는 내 사모하지 않는다네.
►기심機心 기계지심機械之心. 기교지심機巧之心.
기회를 보아 움직이는 마음. 책략을 꾸미는 마음.
한음장인왈漢陰丈人曰 한음장인이 말하기를
유기사자有機事者 기구와 기계를 이용하면
필유기심必有機心 반드시 기심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천지天地>
한음장인漢陰丈人 포옹장인抱甕丈人 독을 안은 노인.
자공子貢이 한음漢陰 땅을 지나다 보니 한 노인이 독에 물을 담아 언덕을 오르내리며
밭에 물을 주고 있기에 두릿대[길고桔橰]를 만들어 물을 푸면 쉬울 것인데
힘들게 독을 들고 나르느냐고 하니 노인이 말했다.
‘기계를 쓰는 자는 기사機事가 있고
기사가 있으면 기심機心이 있게 되므로
나는 기계를 쓰지 않는다.’
타거취자지전주墮車醉者只全酒 취한 사람이 수레에서 떨어지면 천진하기에 온전하고
포옹장인녕유기抱甕丈人寧有機 포옹장인에게 무슨 기심 있으리.
/<이규보李奎報 신유5월단거무사화자미성도초당시운辛酉五月端居無事和子美成都草堂詩韻>
녹문자차왕鹿門自此往 여기로부터 방공龐公이 숨어 사는 녹문산에 가서
영식한음기永息漢陰機 한음장인의 기심을 길이 그치리라.
/<두보杜甫 등주장적한양登舟將適漢陽>
●식기息機 기심을 내려놓다/이색李穡(1328-1396)
왕사세여모往事細如毛 터럭같이 자잘한 지난 일들이
명명몽중기明明夢中記 명백히도 꿈이면 기억이 나네
조과욕축유操戈欲逐儒 창을 가지고 유생을 쫓았다는
차언수유리此言殊有理 이 말은 자못 이치가 있거니와
사실혹망처徙室或忘妻 집 옮기고 혹 아내를 잊은 것도
비도우어이非徒偶語爾 우연히 그런 것만은 아니었으리
일병금기년一病今幾年 지금 수년을 병석에 있다 보니
식기승약이息機勝藥餌 기심 없애는 게 약보다 낫고 말고
►선연嬋妍 선연함. 자태가 아리따움. 아름답고 요염한 모양.
►희황羲皇 전설적인 제왕 복희씨.
희황상인羲皇上人
‘복희씨伏羲氏 以前의 오랜 옛적 사람’이라는 뜻으로 世上을 잊고 숨어 사는 사람
희황세계羲皇世界
‘아득한 옛적의 世上’이라는 뜻으로 百姓이 閑暇하고 太平하게 사는 世上을 이르는 말.
●北銘北銘/금시습金時習
수일표식일단水一瓢食一簞 쪽박 물과 찬밥을 먹을지언정
절물소찬切勿素餐 자리만 차지하고 공밥 먹지 말라
수일반사일력受一飯使一力 한 그릇 밥 받으면 걸맞은 힘을 써서
수지의적須知義適 의리에 맞는 것을 알아야 하리
무일조지환無一朝之患 하루 닥칠 근심보다는
이우종신지우而憂終身之憂 종신 근심할 일 근심하고
유불병지구有不病之癯 파리함을 괘념하지 말고
이락불개지락而樂不改之樂 뜻 바꾸지 않는 즐거움을 즐겨야 하리
돈상사풍렴치敦尙士風廉恥 염치 지키는 선비 풍모를 숭상하고
경염속태사특輕厭俗態詐慝 간특한 세속의 작태를 미워하라
물희긍예勿喜矜譽 뭇사람 칭찬에 기뻐하지 말고
물진훼욕勿嗔毀辱 뭇사람 깔봄에 노여워 말고
이연순리怡然順理 기꺼이 천리를 따르면
유연유득悠然有得 유연히 깨치게 되리
무심출수지운영無心出岫之雲影 무심히 봉우리 위로 피어나는 구름 그림자같이
불아현공지월색不阿懸空之月色 사심 없이 허공에 달린 달빛과도 같이
동정어묵망형해動靜語默忘形骸 기거동작에서 겉껍데기 육신을 잊어버려
희황상세지순박羲皇上世之淳朴 삼황 때의 순박함을 보존하고
용지궤칙존상상容止軌則存想像 몸가짐과 행동에서 옛 성인을 상상하여
당우삼대지전칙唐虞三代之典則 요순 삼대의 전형을 따라라
기자관성冀子觀省 부디 그대는 반성하여
감어북벽感於北壁 북쪽 벽에서 느끼시라.
►혁서赫胥 상고上古 때의 帝王 이름.
<莊子 마제편馬蹄篇 혁서씨赫胥氏> 소疏에
혁서赫胥 상고제왕야上古帝王也 혁서는 상고의 제왕이다.
언역유혁연지言亦有赫然之 또한 혁연한 덕이 있어서
덕사민서부德使民胥附 백성으로 하여금 서부胥附하게 하였으므로
고왈혁서故曰赫胥 '혁서'라 하였는데
개염제야蓋炎帝也 대개 염제를 말함이다. 했다.
2
단관안전취但觀眼前趣 눈앞의 취미만 볼 것이니
념래즉소우拈來即所遇 집어오는 것이 즉 만나는 거라.
정송락청음庭松落淸陰 뜰의 솔은 맑은 그늘 떨어뜨리고
정초현추로庭草泫秋露 뜰의 풀은 가을 이슬에 젖었다네.
물물자유리物物自有理 물물은 스스로가 이치 있으니
불로구기고不勞求其故 수고하며 그 까닭 구할 것 없다.
일소견청산一笑見靑山 한 번 웃고 푸른 산을 바라보며
타공시완보拖笻時緩步 지팡이 끌고 때때로 느린 걸음 걷는다.
►소우所遇 마주치는 곳.
●감우感遇/장구령张九龄
其四
강남유단귤江南有丹橘 강남에 단귤이 있나니
경동유녹림經冬猶綠林 겨울이 지나도록 오히려 푸른 숲이네
기이지기난豈伊地氣暖 어찌 강남땅의 기운이 따뜻해서냐?
자유세한심自有歲寒心 스스로 추위를 이기는 마음이 있음이지.
가이천가객可以薦嘉客 아름다운 손님에게 바쳐져야 하건만
나하조중심奈何阻重深 어찌하여 막힘이 그리도 깊은가?
운명유소우運命惟所遇 운명이란 오로지 만날 나름이니
순환불가심循環不可尋 天道의 가고 옴은 헤아리지 못할지라.
도언수도리徒言樹桃李 오직 사람들은 복숭아와 오얏만 심으라 하네.
차목개무음此木豈無陰 단귤나무엔들 어찌 쉴만한 그늘이 없으랴?
►‘이슬 빛날 현, 땅 이름 견泫’ 이슬이 빛나다. 눈물을 흘리다
►물물物物 각각各各의 物件. 여러 가지 事物.
►‘끌 타拖’ 끌다. 끌어당기다. 마음대로 내버려 두다
►대 이름 공笻 공죽筇竹(지팡이를 만드는 대)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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