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26
일생용라작一生慵懶作 한평생 버릇없고 게으르게 살면서
증중지변경憎重祇便輕 힘든 일 싫어하고 편하고 쉬운 일만 하려 했네.(祇↔只)
타가학사업他家學事業 남들 사업事業 배울 때
여지일권경余持一卷經 나는 불경佛經 한 권 가지고 있었네.
무심장표축無心裝標軸 책 거죽을 꾸미는 데는 관심이 없고(우듬지 표標↔표褾)
래거성인경來去省人擎 오가며 사람 받드는 것만 살폈네.
응병즉설약應病則說藥 병을 앓으면 곧 약을 알려 주고
방편도중생方便度衆生 묘妙한 수단과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을 제도濟度했네.
단자심무사但自心無事 다만 자기의 마음만 아무 탈 없이 편안하면(自心無事 해탈의 경지)
하처불성성何處不惺惺 어디에서든 깨어 있지 않겠는가.
一生慵懶作 어떤 사람 한 生 게으르게 살면서
憎重只便輕 힘든 일 싫어하고 便한 일만 하려했네.
他家學事業 그 사람 功名 쫓아 事業 배울 때
余持一卷經 나는 손에 부처님 經典 들고 있었네.
無心裝褾軸 裝潢하게 꾸미는 것 마음 쓰지 않았고
來去省人擎 오가며 사람 받드는 것 밝혀 살펴서
應病則說藥 病을 알면 맞는 藥을 가르쳐 주고
方便度衆生 이런저런 方策으로 衆生을 濟度했네.
但自心無事 언제나 내 맘 안에 벌이는 일 없는데
何處不惺惺 어디라고 밝디 밝게 깨어있지 못할까.
한평생 게을리 일하며
힘든 일 꺼리고 쉬운 일만 좋아했네.
남들 일을 배울 때
나는 경전 한 권 신봉하고 독송했네.
두루마리 표·축 장식에도 관심 없고
오가며 남에게 펼쳐 보이지도 않네.
병에 따라 약을 알려주고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네.
자신의 마음만 일이 없으면
어디에선들 깨어있지 않으리?
►용라작慵懶作 게으르게 일하다.
‘용라慵懶’ 버릇없고 게으르다. 나태하다.
‘게으를 용慵’ 게으르다, 나태懶怠하다. 게으름을 피우다. 마음이 내키지 아니하다
‘게으를 라(나), 혐오할 뢰(뇌)懶’ 게으르다. 나른하다
►‘땅 귀신 기, 다만 지祇’ 편안便安하다.
►편경便輕 쉬운 일 하기를 좋아하다.
‘편할 편, 똥오줌 변便’ 알맞다. 기꺼이 하다.
►타가他家 다른 사람. 남. ‘家’는 인칭대명사 뒤에 쓰인 어조사로 뜻이 없다.
►‘가질 지持’ 믿고 받들며 독송讀誦하다.
►무심장표축無心裝褾軸 내거생인경來去省人擎
‘장裝’ 꾸미다. 묶다. 싸다.
‘표축標軸’↔표축褾軸 족자를 만들 때 배접을 하는 것.
‘표할 표標’ 나타내다. 기록記錄하다.
‘소맷부리 표褾’ 소매의 끝. 배접褙接하다(여러 겹 포개어 붙이다) 표구表具하다.
‘굴대 축軸’ 두루마리 책을 말기 편리하도록 양 끝에 붙인 둥근 막대.
‘들 경擎’ 들어 올리다.
“일권경一卷經”은 과연 무슨 경經인가?
‘두루마리 표·축 장식에도 관심 없고 오가며 남에게 펼쳐 보이지도 않네.’라고 했으니
그것은 사실 두루마리 책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속에 있는 佛性으로 볼 수 있다.
“사람마다 한권의 책이 있는데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다.
이해하고 전독轉讀(경전의 각 권마다 처음, 가운데, 끝의 중요한 대문이나 제목,
품명만을 읽는 일)하는 사람이 없으며 나도 들을 수 없다.
만일 전독할 수 있다면 이치에 계합하여 無生(모든 법의 實相은 나고 없어짐이 없음)하리라.
보살도를 논할 필요도 없고 부처 역시 애써 이룰 필요도 없다.”/<방거사어록>
►무사無事 작위作爲하지 않음. 해탈의 경지에서 노니는 생활방식.
►성성惺惺 맑다. 분명하다. 또렷하다. 맑게 깨어있는 밝은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