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27
아견출가인我見出家人 내가 출가出家한 사람을 보았는데
불입출가학不入出家學 출가한 후 배움의 길에 들지 않았네.
욕지진출가欲知眞出家 출가의 참뜻을 알고 싶으면
심정무승색心淨無繩索 마음이 맑고 깨끗해서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하네.
징징절현묘澄澄絶玄妙 너무나 맑아서 깊고 미묘微妙한 도리道理를 깨치고(絶↔孤)
여여무의탁如如無倚托 변함없이 의지하지 않으니
삼계임종횡三界任縱橫 욕계欲界, 色界, 無色界의 3界를 마음대로 오가고
사생불가박四生不可泊 태생, 난생, 습생, 화생의 네 가지 모습으로 태어나지도 않네.
무위무사인無爲無事人 하는 일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사람이
소요실쾌락逍遙實快樂 이리저리 슬슬 거닐어 돌아다니니 참으로 유쾌하고 즐겁네.
我見出家人 내가 본 出家者 하나 있는데
不入出家學 出家 한 後 배움의 길에 들지 않았네.
欲知眞出家 出家의 참 된 맛을 알고 싶거든
心淨無繩索 마음 맑아 業의 끈에 안 묶여야 하네.
澄澄孤玄妙 티 없이 맑게 홀로 깊은 道理깨치고
如如無倚托 한결 같이 흔들림 없이 기대지 않아야
三界任縱橫 三界를 마음대로 自由로이 노닐고
四生不可泊 네 가지 모습으로 태어나는 일도 없네.
無爲無事人 꾸미지 않고 일 또한 벌이지 않는 사람
逍遙實快樂 그런 이가 맘 便히 거닐어 實로 즐겁네.
내 보건대 출가자들
출가자의 배움에 들지 않네.
참된 출가를 알고 싶으면
마음 맑게 하여 얽매임 없게 하라.
맑고 맑아 현묘한 경지에 완전히 이르면
여여如如하여 의탁할 일 없네.
삼계를 마음대로 왕래하고
사생四生에도 머무르지 않네.
함이 없는 일 없는 사람이라
한가로이 거니니 참으로 유쾌하네.
►출가인出家人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사람.
►불입출가학不入出家學 비록 몸은 출가했어도 出家行을 배우지 않는다.
►심정心淨
마음의 성품이 깨끗하여 번뇌로부터 멀리 떠나 있어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마음의 근본으로부터 도에 도달하나니 마음이 청정해지면 많은 이로움이 돌아온다.
마치 연꽃이 물 밖으로 나오듯 갑자기 깨달아 도의 근원과 화합하게 되면
항상 적멸상寂滅相에 머물고 지혜로 여러 어려움을 벗어나며
홀로 삼계 밖으로 나와 다시는 사바세계를 연연해하지 않는다.“
/<소실육문·심경송>
►승삭繩索 거친 끈. 업의 끈에 묶이는 것을 가리킴. 노와 새끼가 없다. 얽어매는 일이 없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계박繫縛(얽어 맴), 전박纏縛(얽어맴) 등으로 일컫는데
번뇌가 중생을 속박하여 해탈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현묘玄妙 심오하고 미묘한 도리.
심성心性은 오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움을 형용한 말.
‘玄’ 오묘하다. 심오하다. 신묘神妙하다. 깊다.
“텅 빈 심왕心王을 관觀하라.
현묘하여 헤아리기 어렵고 형상이 없으며 대신력大神力이 있다.”
/<경덕전등록·심왕명>
►징징澄澄 티 없이 맑다.
►여여如如 진여眞如의 법성法性이 원융圓融하여 움직이지 않는 모양.
“상相을 취하지 않으면 여여如如하여 움직임이 없다.”/<금강경>
►임종횡任縱橫 마음대로 왕래하다. 자유로워 장애가 없다.
►사생四生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의 네 가지 태어나는 모습.
삼계 육도의 일체중생의 종류.
“이른바 난생은 닭, 참새, 까마귀, 까치, 공작, 뱀, 물고기, 개미 등으로
모두 알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난생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
이른바 사람, 짐승, 내지 두 발 달린 벌레 등은 이름이 태생이다. ···
이른바 썩은 살 속에 사는 벌레, 화장실 속의 벌레 등은
시체 속의 벌레와 같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것들을 모두 인연생이라 이름을 붙인다.···
이른바 여러 하늘세계, 대 지옥, 아귀,
사람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한 것 등은 화생이라고 한다.”
/<증일아함경>
►‘머무를 박/배 댈 박, 잔물결 백泊’ 머무르다. 머물러 살다.
►무위무사인無爲無事人
‘무사無事’ 무심無心, 무구無求와 함께 선종에서 강조하는 삶의 태도 중의 하나
“부처와 조사祖師는 원수의 집에서 태어나 더러운 진흙땅에서 도를 깨친
무위무사인無爲無事人으로 소리와 빛깔을 귀머거리와 장님처럼 대한다.”
/<법연선사어록>
‘無爲無事’ 작위作爲함이 없다. 함이 없다.
“무위무사인無爲無事人이 홍진紅塵 밖으로 뛰어 나갔도다.”
/<속전등록> 담주용흥사정선사
“유有도 떠나고 공空도 떠난 청정한 해탈의 경지에 있으니
함도 없고 일도 없고[無爲無事] 머무름도 없고 집착함도 없으며
적멸寂滅 속에서 한 물건도 짓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보리의 도道이다.”
/<능가사자기서>
‘寂滅’ 열반.
번뇌의 불을 완전히 꺼버리고 寂靜으로 돌아가 일체의 相을 여읜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