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55
어니출가배語你出家輩 그대들 출가자出家者들에게 말하는데
하명위출가何名爲出家 무엇을 출가出家라 하는가?
사화구양활奢華求養活 사치奢侈스럽고 호화豪華롭게 기르며 살기를 구하고
계철족성가繼綴族姓家 권문세가權門勢家에 줄을 대네.
미설첨진자美舌甛唇觜 부드러운 혀와 달콤한 입술과 주둥이로
첨곡심구가諂曲心鉤加 지조志操를 굽혀 아첨阿諂하니 마음까지 갈고리처럼 굽었네.
종일례도량終日禮道場 온종일 도량道場에서 예불禮佛 드리고
지경치공과持經置功課 경전經典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읽고 외는 것을 성과成果로 삼네.
노소신불향爐燒神佛香 향로香爐에 향을 피워 신령神靈과 부처께 바치고(화로 로鑪=爐)
타종고성화打鐘高聲和 종을 치며 크고 높은 목소리로 화답하네.
륙시학객용六時學客舂 하루 여섯 번 남의 방아 찧듯 건성으로 절하느라
주야부득와晝夜不得臥 밤낮으로 눕지도 못하네.
지위애전재祇爲愛錢財 다만 돈과 재물財物만 좋아해서(祇↔只)
심중불탈쇄心中不脫灑 마음속이 맑고 깨끗하지도 않네.
견타고도인見佗高道人 다른 고승高僧들을 보면
각혐비방매卻嫌誹謗罵 도리어 미워하고, 비방誹謗하고, 욕하네.
려시비사향驢屎比麝香 당나귀의 똥을 사향麝香에 견주다니
고재불타야苦哉佛陀耶 괴로우셔라, 부처님이시여!
語你出家輩 너희 출가자들에게 쓴 소리 한번 하겠노라
何名爲出家 무엇을 일러서 출가라고 하는가
奢華求養活 사치스럽고 영화로운 공양 바라고
繼綴族姓家 집 나오기 전 성씨를 그대로 이어가며
美舌甜唇觜 부드러운 혓바닥과 달콤한 주둥이에
諂曲心鉤加 아첨하고 비틀어진 마음까지 더했구나
終日禮道場 하루 종일 도량에서 예를 올리고
持經置功課 경전 들고 다니는 것 공덕으로 치고
爐燒神佛香 향로에 향 살라 신중과 부처님께 바치고
打鐘高聲和 종 울리며 염불소리 높이 외치고
六時學客舂 하루 낮 하루 밤 건성으로 예 올리며
晝夜不得臥 주야로 등 붙여 드러눕지 않으면서도
只爲愛錢財 하는 게 고작 돈 좋아하는 일이라니
心中不脫灑 마음속에 담백함 갖추지 못했구나
見他高道人 자기보다 도 높은 수행자를 보면
卻嫌誹謗罵 오히려 미워하고 욕하고 비방하며
驪屎比麝香 나귀 똥을 사향에 비교하려 하다니
苦哉佛陀耶 오호 통재라 부처님이시여
►출가出家
산스크리트어의 프라브라자(pravrajyā) 또는 프라브라지타(pravrajita)의 번역어.
집을 나와서 불문佛門에 들어가는 것으로 在家의 대립어이다.
가정생활을 버리고 세속적인 집착을 떠나서 오로지 불도를 수행하는 것.
또는 그 사람을 가리키는데 불문에 들어가서 승려가 되는 것이다.
불교도의 집단을 구성하는 七衆 중 재가인 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를 제외하면
비구, 비구니, 식차마나, 사미, 사미니의 五衆은 출가에 들어간다.
머리를 깎고 묵염 등 괴색으로 물들인 옷을 걸치는 상태가 되므로 삭발염의削髮染衣라고 하며
특히 왕후 귀족의 출가를 낙식落飾이라고 하였는데
출가한 자가 재가속인의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을 환속, 복식復飾이라고 한다.
►양활養活 공양供養. 생활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
►계철繼綴 계속해서 이어가다. 잇다. 연결하다.
►족성族姓 세도를 누리는 집안이 번성한 성씨.
►미설첨순취美舌甛脣觜 듣기 좋은 말. 남을 꾀기 위한 달콤한 말.
‘미설美舌’ 아름다운 말.
‘달 첨甛’ 달다.
‘취觜’=취嘴 부리. 주둥이.
►첨곡諂曲 자기의 지조志操를 굽히어 아첨阿諂함. ‘첨諂’ 아첨하다.
►구가鉤加 갈고리처럼 굽어지다.
►도량道場 수행하고 예불禮佛하는 곳.
►지경持經 불교 경전을 신봉하며 독송하다.
►‘둘 치置’ 일을 벌이다.
►공과功課
불교사원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봉행하는 法事(불가에서 행하는 일).
그 예로 아침저녁으로 독송하고, 경전과 주문을 염하고,
삼보에게 예배하고, 범패梵唄(석가여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른다.
►신불神佛 신중神衆과 부처. 신령神靈과 부처.
►타종打鍾 ‘鍾’은 鐘과 같음. 불교사원에 매달아 놓은 악기.
종을 치는 것은 시간을 알리거나 승려들을 소집하거나 법회를 거행할 때 이용된다.
또 불교에서는 종소리가 고통을 소멸하고
재앙을 면하게 할 수 있다 하여 새벽에 종을 친다.
모두가 법사에 해당한다.
►육시六時 불가에서 사용하는 여섯 때를 말한다.
즉 아침, 낮, 일몰, 이른 밤, 가운데 밤, 늦은 밤 등이다.
낮 3시는 새벽, 낮, 저녁으로,
밤 3시는 초저녁, 한밤중,
후야後夜 밤중에서 아침까지로 나눈다.
►객용客舂 방아로 쌀을 찧는 사람이 되어 품삯을 받다.
주인이 아닌 남이 방아를 찧듯이 건성으로 하는 예불을 가리킴.
고덕古德은 이를 만례慢禮라 하여
예배흡사객용禮拜恰似客舂 ‘남의 방아 찧듯 건성으로 예배하는 것은
시지도로무익是知徒勞無益 헛일이고 무익한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탈쇄脫灑 구애되지 않다. 대범하다. 해탈하여 자재한 경지. 걸림이 없는 경지.
►고도인高道人 고승高僧.
►‘꾸짖을 매, 꾸짖을 마罵’ 꾸짖다. 욕하다. 욕설.
►여시驢屎 당나귀의 똥. 여기서는 ‘출가한 사람들’을 비유한 말.
►사향麝香
사향노루 수컷의 하복부에 있는 향낭을 쪼개어 말린 흑갈색의 가루.
여기서는 ‘고승’을 비유한 말.
►고재불타야苦哉佛陀耶 ‘부처님이시여’
불교도가 괴로워서 외치는 소리.
‘불타佛陀’ 佛. 부처. 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