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득시拾得詩 8
차견세간인嗟見世間人 아이고 세상사람 하는 짓 보니
영겁재미진永劫在迷津 어찌할 줄 모르고 헤매고만 사는구나.
불성저개의不省這個意 ‘의意’자 하나 바르게 살펴보지 못하고
수행도고신修行徒苦辛 수행을 한답시고 헛수고만 하는구나.
슬프다, 세상 사람들 보니
영원히 어둔 바다 헤매고 있다.
근본 성품의 뜻도 깨닫지 못하고
도道 닦는다고 헛되이 수고하네.
►미진迷津 나루터를 찾지 못하다. 어찌할 줄 모르고 헤매다.
오悟의 피안彼岸에 대對하여 미迷의 차안此岸을 이르는 말.
불교에서는 3界(欲界·色界·無色界)와 6道(天道·人道·阿修羅道·畜生道·餓鬼道·地獄道)가
모두 길을 잃게 만드는 허무한 경계라고 해서 그것들을 '미진迷津'이라고 부른다.
속세의 중생은 여기에 빠지면 부처의 가르침을 저버리고 정해情海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미진보벌迷津寶筏>
살다 보면 길을 몰라 헤매는 경우가 생긴다.
앞은 강인데 이 강을 건너는 나루는 대체 어디일까?
공자가 제자 자로子路에게 “나루가 어딘지 물어오라”고 한 데서 문진問津이라는 말이 생겼다.
논어 미자微子편에 나온다.
문진은 이상적인 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학제간 연구모임인 문진포럼도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단체다.
그런데 나루가 어디인지 알면 뭐하나?
건널 배가 있어야지.
나루를 몰라 헤매는데 좋은 뗏목이 있다면 얼마나 반가우랴?
바로 미진보벌迷津寶筏이다.
그런 뗏목처럼 좋은 책을 말하는 성어다.
비슷한 말에 암구명촉暗衢明燭이 있다.
어두운 거리의 밝은 촛불이라는 뜻이다.
책은 밝은 빛이며 훌륭한 배다.
보벌寶筏은 본래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각벌覺筏이라고도 쓴다.
고해중생을 피안으로 건너게 해주는 불법이 보벌이다.
이백의 ‘춘일귀산기맹호연春日歸山寄孟浩然’시에도 보벌이 나온다.
그는 맹호연보다 12세나 적었지만 벗처럼 형처럼 잘 지냈고 시도 여러 편 써 보냈다.
주불유진경朱紱遺塵境 관직을 세상에 버려두고
청산알범연靑山謁梵筵 청산에서 부처님 설법을 만나네.
금승개각노金繩開覺路 엄숙히 깨달음의 길 열어
보벌도미천寶筏度迷川 부처님 뗏목으로 미혹의 내를 건넌다.
령수찬비공嶺樹攢飛拱 고개 위 나무는 절 기둥에 모이고
암화복곡천岩花覆谷泉 바위에 핀 꽃은 골짜기 샘을 덮네.
탑형표해월塔形標海月 탑 그림자 바다 속 달에 드러나고
누세출강연樓勢出江煙 절 누각의 기세는 강 안개 위로 솟누나.
향기삼천하香氣三天下 향기는 삼천에서 지상으로 내려오고
종성만학련鍾聲萬壑連 종소리 온 골짜기로 퍼져간다
하추주이만荷秋珠已滿 연꽃은 가을이 되어 열매 가득 차고
송밀개초원松密蓋初圓 빽빽한 소나무는 덮개가 둥글어진다.
조취의문법鳥聚疑聞法 새들은 모여 법어를 듣는 듯
룡삼야호선龍參若護禪 용은 찾아와 참선을 지키는 듯
괴비류수운愧非流水韻 부끄러워라, 유수의 운치를 따르지 못하고
도입백아현叨入伯牙弦 함부로 백아의 현으로 들어가고 말다니
/이투데이 2015-09-04 칼럼
►저개這個 근본 성품. 천진天眞.
►고신苦辛 고생스럽다. 고되다. 애써 힘쓰다(=신고辛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