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득시拾得詩 11
세간억만인世間億萬人 세간에서 살아가는 억만 사람들
면공불상사面孔不相似 생김새 닮았어도 같지는 않네.
차문하인연借問何因緣 묻건대 그 어떤 인연 있어서
치명견여차致命遣如此 이토록 서로 다르게 보내졌는가(命↔令)
각집일반견各執一般見 사람들 저마다 견해 갖고 있어
호설비겸시互說非兼是 서로가 옳다 그르다 말들이 많네.
단자수기신但自修己身 내 몸과 맘과 말을 닦으면 그 뿐
불요언타이不要言佗已 남에게 이런저런 말할 필요 없네(佗=他)
世間億萬人 세상 사람들 억만이나 되어도
面孔不相似 얼굴과 눈코가 서로 같지 않나니
借問何因緣 내 묻나니 이 무슨 인연으로
致令遣如此 서로 이렇게 다르게 되었는가.
各執一般見 제각기 서로 다른 소견 가지어
互說非兼是 옳다 그르다 서로 따지네.
但自修己身 다만 스스로 제 몸 닦아라.
不要言他已 남의 일은 말할 겨를 없나니.
►면공面孔 얼굴. 비공鼻孔(콧구멍)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5
수우불락愁憂不樂 수우愁憂하면서 즐겁지 않았으며
비혈편종면공출沸血便從面孔出 끓는 피가 바로 면공面孔으로부터 나왔다.
<오등회원五燈會元>18 천복도영薦福道英
거무소재渠無所在 그는 소재가 없으며
거무명자渠無名字 그는 명자가 없으며
거무면공渠無面孔 그는 면공面孔이 없다.
<조흠어록祖欽語錄>4 유마維摩
왕리면공尫羸面孔 왕리尫羸(쇠약함)한 면공面孔이며
혜교두장蹊蹺肚膓 혜교蹊蹺의 두장肚膓이니
우수고뇌憂愁苦惱 우수하고 고뇌하며
사병재상詐病在床 꾀병으로 병상에 있다
설리생사묘법說離生死妙法 생사를 여의는 묘법을 설함은
일묵무쌍一默無雙 일묵一默이 무쌍無雙이다.
‘혜교蹊蹺’=혜교蹊蹻.
기괴ㆍ가의可疑 혹 불평정不平正을 가리킴.
또 화양花樣ㆍ오묘奧妙를 가리킴.
<비공鼻孔> 사람마다 스스로 있는 것,
평상의 자연적인 본래면목, 곧 본성의 불성을 비유로 가리킴.
또 불도를 수행하는 자의 가장 중요한 물건을 가리킴.
뜻이 곧 불도의 근본임.
정문頂門ㆍ안정眼睛(눈동자)과 동류同類의 용어.
<전등록傳燈錄>8 남전보원南泉普願
問 묻되
부모미생시비공재십마처父母未生時鼻孔在什麽處
부모미생 시 콧구멍(鼻孔)이 어느 곳에 있습니까>
師云 스님이 이르되
부모이생료父母已生了 비공재십마처鼻孔在什麽處
부모가 이미 출생하여서는 콧구멍이 어느 곳에 있느냐?
<벽암록碧巖錄>77則 수시운垂示云
향상전거向上轉去 위로 향해向上 굴러(轉)가면
가이천천하인비공可以穿天下人鼻孔 가이可以 천하인의 콧구멍(鼻孔)을 뚫음이
사골착구似鶻捉鳩 송골매가 비둘기를 잡음과 같겠지만
향하전거向下轉去 아래를 향해(向下) 굴러가면
자기비공재별인수리自己鼻孔在別人手裏 자기의 콧구멍이 다른 사람의 손안에 있음이
여구장각如龜藏殼 마치 거북이 껍데기에 숨음과 같다.
개중홀유개출래도箇中忽有箇出來道 개중에 홀연히 어떤 게 나와서 말하되
본래무향상향하本來無向上向下 본래 향상향하向上向下가 없거늘
용전작십마用轉作什麽 전轉을 써서 무엇 하리오? 한다면
지향이도只向伊道 다만 그를 향해 말하되
아야지이향귀굴리작활계我也知爾向鬼窟裏作活計
나는 또 네가 귀굴 속을 향해 활계를 짓는 줄 안다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