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초조시방주부등치중怨詩楚調示龐主簿鄧治中
원시 초조를 방주부와 등치중에게 보여 주며
(원한의 시, 초나라 노래를 방주부와 등치중에게 보여주며)
천도유차원天道幽且遠 하늘의 도는 깊고 또 아득하다
귀신망매연鬼神茫昧然 귀신은 망망하고 캄캄하기만 하도다
결발념선사結髮念善事 머리 땋아 올리고서는 착한 일 생각하며
민면육구년僶俛六九年 애써 온 세월이 54년이로다
약관봉세조弱冠逢世阻 약관에 세상 험한 일 만나고
시실상기편始室喪其偏 처음 결혼하여 짝을 잃었도다
염화루분여炎火屢焚如 오르는 불같은 볕은 타는 것 같고
명역자중전螟蜮恣中田 명충과 물여우는 밭에서 우글거리는구나.
풍우종횡지風雨縱橫至 비바람이 마구 불어와
수렴불영전收斂不盈廛 거둬들인 곡식은 곳간에 차지 않는구나.
하일장포기夏日長抱飢 여름날엔 진종일 배를 주리고
한야무피면寒夜無被眠 추운 밤에는 이불도 없이 잠을 자노라
조석사계명造夕思鷄鳴 저녁이 되면 닭이 울기를 생각하지만
급신원오천及晨願烏遷 아침 되면 해가 지기를 바라곤 한다오.
재기하원천在己何怨天 자신 탓이라 어찌 하늘이야 원망하랴만
이우처목전離憂悽目前 이별의 수심에 몰려 눈앞이 처량하도다.
우차신후명吁嗟身後名 아아 이 몸 죽은 후의 명성이란
어아약부연於我若浮煙 나에게는 뜬구름 같도다.
강개독비가慷慨獨悲歌 원통하고 북받쳐 홀로 슬피 노래 부르나니
종기신위현鐘期信爲賢 종자기는 정말로 현명하였구나.
►결발結髮 머리를 묶는 나이, 15세를 가리킴
►민면僶俛 힘써 일함
►시실始室 30세 장년을 의미함.
<禮記·曲禮>서른 살을 장壯이라 하며 결혼을 한다.(三十曰壯 有室)
►명역螟蜮 벼 속을 갉아먹는 병충해
►불영전不盈廛
‘찰 영盈’ 충분하다. 차다. 가득하다. 충만充滿하다. 피둥피둥하다
‘가게 전廛’ 농부 한 사람이 사는 집이나 밭을 말하며 여기서는 한 가족을 가리킴.
►이우離憂 근심을 만나다. 여기서 ‘離’는 만난다는 뜻으로 쓰임.
►종기鍾期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인 종자기鍾子期를 말함.
백아佰牙가 거문고[琴]를 연주하면 종자기가 그 소리를 듣고 거기에 담긴 뜻을 잘 알아주었다고 하여
지음知音(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의 유래가 됨.
여기서 종자기로 방주부와 등치중을 비유하여
그들이 자신의 시에 담긴 뜻을 잘 알아주기를 원한다는 의미로 씀.
도연명은 은일시인 또는 전원시인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지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생활인이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한 시인이자 고전에 해박한 지식인이었지만
안정된 수입이 없어 병충해와 풍수해를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농부였다.
도연명은 소박하고 담담한 언어로 절친들에게 1년 사계절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는 자신의 경지를 토로했다.
그렇다고 도연명이 이런 삶을 후회한 것은 아니다.
마음의 자유를 갈망하는 이 시인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두 번 다시 벼슬길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
어느 해였다.
강주 자사 단도제檀道濟가 몸소 찾아와서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도연명을 보고 권고했다.
“현인들은 세상을 살면서 천하에 도가 없으면 은둔하고 도가 있으면 벼슬을 했습니다.
오늘날 도가 있는 밝은 세상을 만났는데 왜 이렇게 고생을 하십니까?
저에게로 오십시오. 무슨 관직이든 말씀만 하시면 드리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현인이 아닙니다. 저의 뜻과 취미는 현인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렇게 대답한 도연명은 단도제가 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모두 다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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