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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도연명陶淵明

5言詩 10. 오월단작화대주부五月旦作和戴主簿

5월단작화대주부五月旦作和戴主簿 5월 초하루 글을 써서 대주부에게 화답함

 

허주종일도虛舟縱逸棹 빈 배를 빠르게 노 저어가듯

회복수무궁回復遂無窮 계절의 되돌아옴이 끝이 없구나.

발세시부앙發歲始俯仰 새해가 꾸뻑하는 사이에 시작되더니

성기엄장중星紀奄將中 한 해는(계축년 413년) 어느새 절반쯤에 와 있네.

 

남창한췌물南窗罕悴物 남쪽 창가에는 생기 없는 초목 드물고

북림영차풍北林榮且豐 북쪽 수풀은 무성하고 풍성하구나.

신연사시우神淵寫時雨 비를 주관하는 신평神萍은 때맞춰 비 뿌리고

신색주경풍晨色奏景風 새벽 경치에 여름 바람소리 들려오네.

 

기래숙불거既來孰不去 세상에 났으니 누군들 떠나가지 않으리,

인리고유종人理固有終 인생의 이치에는 본래 끝이 있는 법이네.

거상대기진居常待其盡 평범하게 살면서 죽을 날 기다리며

곡굉기상충曲肱豈傷沖 팔베개하고 누우니 어찌 마음의 평화 해치리오?

 

천화혹이험遷化或夷險 시운의 변화는 평탄하고 험하기도 하니

사지무와륭肆誌無窊隆 뜻에 맞게 산다면 삶에 기복이 없다네.

즉사여이고即事如已高 당장에 일은 높이 서 달관하리니

하필승화숭何必升華嵩 어찌하여 화산華山이나 숭산崇山에 올라야만 하는가!

 

►5월단작화대주부五月旦作和戴主簿 5월 1일 대주부戴主簿에게 화답하여 짓다.

‘5月旦’ 5월 1일.

‘화和’ 시가詩歌에 답장을 하다.

‘대주부戴主簿’ 대戴씨 주부主簿이며 누구인지는 불명확하다.

주부主簿는 관아의 책임자급 문서담당관文書擔當官.

 

►허주虚舟 빈 배. 여기서는 가볍고 빠른 배[輕舟]를 말함.

►일도逸棹 빠르게 노를 저음. 세월이 빠르게 흐름을 비유함.

►발세發歲=개세開歲. 일 년의 첫날[一年之始] 정월 초하루.

►부앙俯仰=면앙俛仰. 내려다보고 올려다 봄. 아래위를 쳐다보는 순식간이란 뜻도 있음

면앙俛仰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으며 뜻은 부앙과 같다.

 

►성기星紀 별자리 이름.

해와 달의 움직임이 한 해 동안 하늘에서 만나는 현상을 12차次라고 하며

성차 가운데 첫 번째의 이름으로 보통 세월의 뜻으로 쓰인다.

 

1년 단위의 성차명星次名. 별자리 28수宿의 순서次例. 이 詩에서는 계축년(413年)을 말함.

만물을 통섭한다는 뜻.

12월이 만물의 생육에서 시작과 끝을 나누는 기준 점 노릇을 하므로 그렇게 이름 붙였다.

 

►엄장중奄將中 문득 중간에 있다. 여기서는 음력 5월을 말한다.

‘문득 엄奄’ 문득, 갑자기. 모두, 전부全部. 고자鼓子, 환관宦官

 

►‘드물 한罕’ 드물다. 희소稀少하다. 새 그물.

►‘파리할 췌, 파리할 취悴’ 초췌憔悴. 시들다, 생기를 잃다.

►영차풍榮且豊 수풀이 무성함.

►신연神淵=신평神萍=평광萍光. 비를 주관하는 우사雨師의 이름.

 

►경풍景風 남쪽에서 불어오는 여름 바람.

►인리人理 인생살이 이치理致

►거상대기진居常待其盡 평범히 살다 죽는 날을 기다린다.

<영계기삼락(榮啓期三樂)>

빈자貧者 사지상야士之常也 가난한 것은 선비에게 늘 있는 일이요,

사자死者 인지종야人之終也 죽는 것은 인생의 끝입니다.

처상득종處常得終 평범한 상태에 처하다가 죽음을 얻는 것이니

당하우재當何憂哉 마땅히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列子열자 천서편天瑞篇>

 

●人生三樂/카페 전우고전연구회

⓵영계기榮啓期 삼락三樂/<열자列子 천서편天瑞篇>과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편六本篇

공자유어태산孔子遊於太山 공자가 太山에서 유유자적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견영계기행호성지야見榮啓期行乎郕之野 노魯나라의 '성郕'이란 마을 어귀에서 영계기와 마주치게 되었다.

 

녹구대삭鹿裘帶索 영계기는 사슴의 털가죽을 두르고 노끈을 허리에 두른 허술한 차림으로

고금이가鼓琴而歌 거문고를 타면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공자문왈孔子問曰 공자가 물었다.

선생소이락先生所以樂 하야何也 "당신은 뭐가 그리 즐겁소?"

대왈對曰 영계기가 대답했다.

오락심다吾樂甚多 "내게는 즐거운 일이 수없이 많소.

 

천생만물天生萬物 유인위귀唯人爲貴 이오득위인而吾得爲人 시일락야是一樂也

우선 하늘이 만든 만물 가운데서 나는 그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이것이 첫째로 즐거운 일이오.

 

남녀지별男女之別 남존여비男尊女卑 고이남위귀故以男爲貴 남자와 여자 사이에 남자가 더 귀하지 않소.

오기득위남의吾旣得爲男矣 시이락야是二樂也 그런데 나는 그 남자로 태어났으니 이것이 둘째로 즐거운 일이오.

 

인생유불견일월人生有不見日月 또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햇빛도 못 보고 죽거나

불면강보자不免襁褓者 배내옷을 벗기 전에 죽기도 하는데

오기이행년구십의吾旣已行年九十矣 시삼락야是三樂也 나는 아흔까지 살았으니 이것이 셋째 즐거움이오.

 

빈자貧者 사지상야士之常也 가난한 것은 선비에게 늘 있는 일이요,

사자死者 인지종야人之終也 죽는 것은 인생의 끝입니다.

 

처상득종處常得終 평범한 상태에 처하다가 죽음을 얻는 것이니

당하우재當何憂哉 무엇이 못마땅해 마음을 괴롭힌단 말이오.

 

공자왈孔子曰 공자는 그가 하는 말을 듣고는 감탄했다.

선호善乎 "훌륭하십니다.

능자관자야能自寬者也 참으로 마음에 여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⓶신흠申欽의 人生三樂

문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문 열면 마음에 맞는 손을 맞이하며

문을 나서면 마음에 드는 산천경계를 찾아가는 것이 삼락이라고 한다.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정치가인 申欽의 문집 <상촌집象村集>에 나오는 삼락三樂이다.

 

⓷孟子의 三樂

첫째, 부모형제가 무고한 것이요,

둘째, 하늘 우러러 부끄럼 없는 것이요.

셋째,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 했다.

 

⓸秋史 김정희(1786-1856) 三樂

一讀이라, 책 읽고 글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二色이라,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애정을 나누고,

三酒라, 벗을 청해 술잔 나누며 세상과 인간사 애기하며 가무와 풍류를 즐김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⓹匹夫가 생각하는 三樂

그 첫째는 건강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인간사 끝장이다. 한숨이고 눈물일 뿐 기다리는 건 고통이고 죽음뿐이다.

 

그 두 번째는 벗(친구)이다.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로 외롭게 지나는 노인을 생각해 보라.

그 무료함, 그 외로움은 죽음 보다 더 큰 아픔이 아닌가?

좀 뛰어나지 못하고 덜 가졌으면 어떤가?

 

그 세 번째는 가정이다.

내 인생의 터전, 보금자리, 우리들의 가난한 왕국, 착한 아내가 있고

정진하는 아이들이 있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있는데 무엇이 부족한가!

 

►곡굉曲肱 팔베개.

자왈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반소사음수飯疏食飮水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신 뒤에

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 팔을 베고 누웠으니

락역재기중의樂亦在其中矣 그 가운데도 즐거움이 있도다.

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부귀하게 되는 것은

어아여부운於我如浮雲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논어 술이述而>편

 

►상충傷沖 상처. 괴로움. 沖은 도덕경道德經에서 道의 최고 경지라고도 함

‘화할 충/빌 충/찌를 충沖’ ‘찌를 충冲’ 공허함. 마음의 평화. 도道의 최고 경계.

 

►천화遷化 시운時運의 변화

►이험夷險 평탄함과 험준함.

►사지肆誌 수심임성随心任性. 마음에 맡겨 뜻을 따름. 마음대로 함. 誌는 志와 통함.

►와륭窊隆 움푹 패거나[窊] 높이 솟음[隆]. 높낮이. 기복起伏. 빈부귀천貧富貴賤

►즉사即事 일을 행함에. 바로 당장에 보거나 듣거나 한 일.

►고高; 고답高踏. 세상을 초연하게 삶

►화숭華嵩 오악五嶽의 하나인 화산華山과 숭산嵩山으로

높은 산의 대명사로 신선이 되기 위해 수도하는 곳으로 일컬어진다.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진晋 의희義熙 9년(413) 도연명(陶淵明)의 48세 때 지은 시이다.

5월 초하룻날 대주부의 시에 화답하면서 어느새 5월이라는 계절의 빠른 흐름을 사람의 생사를 관장하는 자연에

비유하고 여름이 다가오는 풍광을 보며 은둔생활을 하는 자신의 마음을 닦는 것이 최선이라고 토로하였다.

 

 

<5월 초하루에 시를 지어 대주부에게 화답하다>

 

빈 배가 노를 빨리 저어가듯

자연의 순환은 끝이 없네.

 

새해가 시작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덧 한 해의 중간에 이르러구나.

 

여름이라 만물이 곳곳에서 생장하고

북쪽 숲엔 꽃 피어 만발하다.

 

깊은 연못에 때맞춰 비 쏟아지고

새벽빛에 따뜻한 바람 불어오누나.

 

이 세상에 왔으면 누군들 떠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인생이란 본래 끝까지 살 수 없는 법.

 

가난한 대로 살며 죽을 때를 기다리리니

팔 괴고 누운들 어찌 담백한 마음 상하리오.

 

세상의 변천 혹 평탄하기도 험난하기도 하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데는 빈부귀천이 따로 없다.

 

임에 임해 이같이 달관한 터에

어찌 꼭 화산華山과 숭산嵩山에 오를 필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