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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도연명陶淵明

5言詩 13. 수류시상酬劉柴桑과 화류시상和劉柴桑

화류시상和劉柴桑과 수류시상酬劉柴桑

도연명이 당시 시상현령이었던 유정지와 주고받은 2首

 

1. 수류시상酬劉柴桑 유시상의 시에 응수하여

궁거과인용窮居寡人用 궁벽한 거처엔 사람의 왕래 적어

시망사운주時忘四運周 때로는 사시절 운해를 잊고 살고 있다

 

문정다락엽門庭多落葉 문간 앞뜰에 낙엽이 많아져(門↔종려 려/여櫚)

개연지이추慨然知已秋 개연히 이미 가을임을 알게 되었도다

 

신규울북유新葵鬱北牖 갓 핀 해바라기 북쪽 들창에 울창하고(들창 유牖↔담 용墉)

가수양남주嘉穟養南疇 아름다운 곡식은 남쪽 밭에서 자라는 구나

 

금아불위락今我不爲樂 지금 내가 즐기지 않으면

지유래세불知有來歲不 내년이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명실휴동약命室携童弱 아내에 일러 어린것들 손잡고(이끌 휴携↔이끌 휴攜)

량일등원유良日登遠遊 이 좋은 날 먼 소풍 길에 나서노라

 

►개연慨然 감개무량. 흔쾌함

►‘해바라기 규葵’ 해바라기. 아욱. 접시꽃

►‘들창 유牖’ 들창(들어서 여는 창). 창문

►가수嘉穟 잘 익은 이삭

 

 

<시상현柴桑縣의 유劉현령에게 보냄

 

가난한 집이라 사람 들락거릴 일 적고

가끔은 계절이 바뀐 것도 모르고 산다오.

대문 앞뜨락에 낙엽이 수북하니

이제 가을이 왔음을 감탄하며 깨닫네.

북쪽 들창밖에는 새로 핀 해바라기가 빼곡하고

 

잘 익은 곡식이 남쪽 밭에서 자라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

내년 이맘때까지 살아있을지 어찌 아나.

 

안사람에게 어린 자식들 손잡고 오라하여

좋은 날씨 즐기러 먼 소풍 길을 나서네.

 

 

耕織稱其用,過此奚所須。去去百年外,身名同翳如。

2. 화류시상和劉柴桑 유시상의 시에 화답하여

산택구견초山澤久見招 산과 물로 오랫동안 초대 받았으니

호사내주저胡事乃躊躇 내가 무슨 일로 주저할 것인가

직위친구고直爲親舊故 다만 친한 예 벗들 때문에

미인언색거未忍言索居 살 곳 찾아 가겠다는 말을 차마 못했도다

 

량신입기회良辰入奇懷 좋은 계절에 의외의 생각이 나는 구나

설장환서려挈杖還西廬 지팡이 들고 서쪽 농막으로 돌아가니

황도무귀인荒塗無歸人 황폐한 길에는 오는 사람 하나 없고

시시견폐허時時見廢墟 때때로 폐허만 눈에 뜨는 구나

 

모자이취치茅茨已就治 초가지붕은 이미 이어지고

신주복응여新疇復應畬 두해 째 밭은 다시 3년 밭이 된 것이로다

곡풍전처박谷風轉凄薄 골짝 바람은 차가워지는데

춘료해기구春醪解飢劬 봄 술은 허기와 피로를 풀어 주는 구나

 

약녀수비남弱女雖非男 연약한 딸은 비록 남자는 아니나

위정량승무慰情良勝無 내 마음 달래 주니 정녕 없는 것보다 낫도다

서서세중사栖栖世中事 불안한 세상일은

세월공상소歲月共相疎 세월 따라 함께 서로 멀어만 간다

 

경직칭기용耕織稱其用 밭 갈고 길쌈하면 쓸 것은 마련도리니

과차해소수過此奚所須 이보다 더한 것이야 무엇에 쓰리오

거거백년외去去百年外 인생 백년 살고 난 후에는

신명동예여身名同翳如 몸과 이름은 다 같이 흐려질 것이거늘

 

►胡; 어찌

►索居; 사람을 피(避)하여 한적한 곳에서 혼자 기거함

►良辰; 좋은 날. 좋은 계절. 가신(佳辰). 가절(佳節)

►荒塗; 황폐한 진흙땅

 

►時時; 언제나. 항상(恒常)

►茨; 띠 풀이나 갈대로 지붕을 이음

►畬; 화전(火田) 경작

►凄薄; 서늘하고 메마름

 

►飢劬; 배고프고 힘듦

►弱女; 어린 딸. 약한 여자

►栖栖; 마음이 불안정함

►去去; 멀어져 감. 갈수록 멀다

 

 

<시상현柴桑縣의 유劉현령에게 화답함>

 

산과 물 좋은 곳으로 오랫동안 날 초대했는데

어찌 주저주저하고만 있을 손가.

다만 친한 옛 벗들 때문에

은거隱居를 찾아가겠다는 말은 차마 못했네.

 

좋은 계절을 맞아 기발한 생각이 들어

지팡이 짚고 서쪽 오두막으로 돌아간다네.

황폐한 진흙길에는 돌아오는 사람 하나 없고

항상 폐허의 자취만 눈에 띈다네.

 

띠 풀 지붕은 이미 이어놓았고

화전의 새 밭고랑은 땅 심이 좋다네.

차갑고 메마른 계곡바람이 휘도니

봄날의 한잔 술은 허기와 피로를 풀어주네.

 

여릿한 딸내미는 장정들 힘만큼 쓰지 못해도

내 마음을 위로해주니 진정 없는 것 보단 낫네.

불안정한 인간의 세상일은

세월이 흐르면 거기에 묻어가 서로가 멀어진다네.

 

밭 갈고 베 짜면 일용할 만큼은 되니

이보다 더한 것이 생긴들 어디에 쓰랴.

멀고 먼 인생 백년을 살고 나면

몸과 이름 모두가 잊혀져갈 것이거늘.

 

 

●77. 시상행柴桑行

정조正祖의 시문집詩文集인 홍재전서弘齋全書 제1권 <춘저록春邸錄>의 77번째 詩 ‘시상행柴桑行’

(16세 세손 시기 1768년 무자戊子년)

 

1. 시상柴桑 고대 현의 이름. 3가지 의미로 쓰인다.

⓵ 옛 현縣의 이름

옛 현縣의 이름으로 서한西漢에서 설치. 현 남서쪽에 시상산柴桑山이 있었기 때문에 시상현으로 이름 지어짐.

지금의 강서성江西省 구강시九江市 남서쪽에 있었다.

 

⓶ 도연명陶淵明을 지칭

진晉 도잠陶潛(도연명)을 가리키는 말.

그의 고향이 시상이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⓷ 고향故鄕을 지칭

<송서宋書·은일전隱逸傳·도잠陶潛>에 따르면 만년에 고향인 시상柴桑에 은거하였으며

발에 병이 있어 외출하면 둘째 아들을 시켜 바구니를 타고 갔다고 한다.

훗날 이로 인하여 '시상柴桑'이 고향을 대신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시상재천하柴桑在天下 시상이 천하 안에 있어서는

심상일촌명尋常一邨名 평범한 하나의 마을 이름이건만

촌명현어세邨名顯於世 마을 이름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내유도연명乃有陶淵明 곧 도연명이 있었기 때문일세.

 

2. 도연명陶淵明(365-427)은 중국 동진 후기에서 남조 송대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田園詩人이다.

호는 연명淵明, 자는 원량元亮 혹은 연명淵明, 본명은 도잠陶潛이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장시성 주장시 루산시 사람이며 육조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시인들 중 한 명이다.

동진 초기의 군벌의 대인물 도간陶侃의 증손이라 하는데 부조父祖의 이름은 분명치 않다.

하급 귀족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친은 일찍 사망했다.

 

젊어서부터 입신의 포부를 품고 면학에 전념하여

마침내 29세에 州의 좨주祭酒 참군參軍으로서 관직에 임했다.

 

그 후 13년간 지방 관계에 있었으나 입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팽택령彭澤令의 현령을 80일간 지낸 후 향리로 돌아갔다.

 

“내 5斗米(다섯 말)의 녹봉(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라고 한 말은

현縣을 시찰하러 온 군의 관리(군郡 아래 현縣이 있다)에게 절을 할 수 있겠느냐 하고

현령의 자리를 내동댕이쳤을 때의 명문구이다.

그때 전원으로 돌아갈 심경을 말한 것이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그 후에는 심양에서 은일隱逸의 선비로 처세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곳에서 논밭을 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전원시인으로 맑고 깨끗한 시를 많이 썼다.

문장도 뛰어나서 이상의 세계를 그린 <도화원기>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술을 좋아했으며 국화를 사랑하는 온화한 성격이었다.

쉬운 말로 시를 쓴 것이 특징이며 유교와 노장 사상을 흡수하여 인생의 진실한 것을 추구한 시인이었다.

10년 후에는 조정으로부터 좌저작랑佐著作郞(당시 隱士에게 주어진 관직)을 수여받았다.

 

 

지수인인고地遂因人高 땅이 사람 때문에 높아져서

고어석두성高於石頭城 마침내 석두성보다 높아졌도다.

연명천하사淵明天下士 연명은 천하에 으뜸가는 선비로서

거관불이미去官不以微 벼슬 버린 게 낮아서가 아니었다오.

 

►석두성石頭城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산성山城 이름인데 진晉 나라 때 관군장군冠軍將軍 소준蘇峻이 모반謀反하여

궁성宮城을 함락시키고 마침내 진晉 성제成帝를 석두성으로 방축放逐하기까지 했는데

뒤에 도간陶侃 등이 이끄는 관군官軍에게 패하여 죽고 말았다.

 

 

기노악전오寄奴握典午 기노가 전오를 장악하는지라

연명견기기淵明見其機 연명이 그 기틀을 보았던 것인데

시인불식심時人不識心 시인들은 연명의 마음을 모르고

왕설전원귀枉說田園歸 잘못 전원으로 돌아갔다 말하였네.

 

►기노寄奴가 전오典午를 장악하는지라

기노는 남조南朝 송宋 무제武帝 유유劉裕의 소자小字이고

전오는 사마司馬의 별칭으로 사마염司馬炎이 세운 진晉 나라를 가리킨다.

 

유유가 진晉 안제安帝 때에 많은 공을 세워 송공宋公에 봉해졌다가 공제恭帝 때에 이르러서는

끝내 진晉을 찬탈하여 스스로 송나라를 세웠으므로 이른 말이다.

 

 

동리유신황東籬有新黃 동쪽 울타리엔 새 국화가 있고

남산유만취南山有晩翠 남산에는 푸른 소나무가 있도다.

유수요정고流水繞亭臯 흐르는 물은 언덕을 둘러 흐르고

가목향춘미嘉木向春媚 좋은 나무는 봄을 향해 아름다워라

 

►동쪽 …… 있도다

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 시에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면서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 유연히 남산을 쳐다본다.

한데서 온 말이다.

 

<도연명의 음주 시 20首 중에 다섯번째 시>

결려재인경結廬在人境 초가를 엮어 마을 곁에 살아도 수레 끄는 소리

이무거마훤而無車馬喧 말울음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구나.

 

문군하능이問君何能爾 묻노라. 그대는 어찌 능히 그럴 수 있는가?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땅은 절로 멀어진다네.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 한 송이를 꺾어들고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

 

산기일석가山氣日夕佳 산 기운은 해질녘에 더욱 아름답고

비조상여환飛鳥相與還 날던 새들도 서로 모여 둥지로 돌아오네.

 

차중유진의此中有真意 이 속에 인생의 참뜻이 들어 있으니

역변이망언欲辨已忘言 말로 드러내려 해도 이미 말을 잊었노라.

 

양우오방린良友晤芳隣 좋은 이웃에 좋은 친구와 만나고

만사수일취萬事須一醉 만사는 한 번 취함으로 만족했는데

 

곤곤주륜객滾滾朱輪客 권세가 당당한 주륜객들은

거작수가인去作誰家人 가서 누구의 신하가 되었던고

 

►주륜객朱輪客

주륜은 주홍색朱紅色을 칠한 수레바퀴를 이르는데 신분이 귀하고 현달顯達한 사람들이 타는 수레이다.

전하여 고관高官을 의미한다.

 

 

우의도화원寓意桃花源 도화원에 뜻을 부치었다가

탄식불문진歎息不問津 나루를 묻지 못한 걸 탄식했지만

무녕재시상無寧在柴桑 차라리 시상에 남아 있어서

생사위진신生死爲晉臣 생사 간에 진 나라 신하가 되었네.

 

►도화원桃花源에 …… 탄식했지만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하면 진晉 무제武帝 연간에 무릉武陵의 한 어부가 시내를 따라 한없이

올라가다가 도화림桃花林을 지나 별천지別天地인 절경絶境에 들어가서 일찍이 진秦 나라 때에 피난 와서 산다는

사람들을 만나 대접을 잘 받고 돌아왔는데 그 고을 태수太守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그곳을 다시 찾으려고

했으나 길을 찾지 못했고 고사高士인 유자기劉子驥 또한 그곳에 가려고 했으나 가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마침내 나루를 묻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고 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도연명집陶淵明集> 6권

 

 

희황수이원羲皇雖已遠 희황 시대는 이미 멀어졌으나

이인적방불伊人覿髣髴 그 사람에게서 방불함을 보았는데

여자부족론餘子不足論 기타 사람은 논할 것도 없어라

표탕이위물飄蕩爲異物 표탕하여 죽은 사람이 되어 버렸네

 

►희황羲皇

상고 시대 성황聖王인 복희씨伏羲氏를 가리키는데

도연명이 일찍이 스스로 희황상인羲皇上人이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이인伊人 그 사람

여기서는 진秦 나라 말기의 은자隱者였던 상산사호商山四皓인

즉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을 가리킨다.

 

도연명의 도화원桃花源 시에

 

영씨란천기嬴氏亂天紀 진秦 나라가 천기를 어지럽히자

현자피기세賢者避其世 어진 이들이 그 세상을 피하였는데

황기지상산黃綺之商山 하황공, 기리계는 상산으로 갔으나

이인역운서伊人亦云逝 그 사람 또한 가 버렸도다. 한데서 온 말이다.

/청천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