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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5권 10-2

매월당 시집 제5권 10-2

10 화초花草

2 사계일타시개四季一朶始開 갓 피어난 장미 한 송이

 

일점연지뇌쇄인一點臙脂惱殺人 한 점의 연지인지 남의 애를 다 태우는데

함수반엄자정신含羞半掩自精神 부끄러워 반 쯤 숨었어도 생기는 감출 수 없어라

약교해어응경국若敎解語應傾國 만약 말을 알아듣도록 했다면 경국지색이 당연할 테니

부독서시여태진不獨西施與太眞 경국지색이 서시와 양귀비만 있던 게 아니었네

 

►연지臙脂

1. 잇꽃의 꽃잎으로 만든 붉은 물건物件. 그림 그리는 데나 女子가 화장化粧할 때에 씀.

2. 中國에서 傳來한 산뜻하고 아름다운 붉은빛의 염료染料.

3. 자색과 적색赤色을 혼합混合한 미술美術 물감.

 

►뇌쇄惱殺 애가 타도록 몹시 괴로워함. 또는 그렇게 괴롭힘.

특히 女子의 아름다움이 男子를 매혹魅惑하여 애가 타게 함을 이른다.

 

►해어解語 말의 뜻을 앎.

‘解語花’ ‘기생妓生’을 달리 이르는 말.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으로 ‘美人’을 이르는 말.

唐나라 때에 玄宗이 양귀비楊貴妃를 가리켜 말하였다는 데서 유래由來한다.

 

 

시인은 장미를 연지 찍은 새색시로 말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은 듯,

좀 더 강렬한 메터퍼(隱喩)를 찾아냈으니, 경국(傾國)이 그것이다.

 

경국은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준말로 한 나라를 망칠만큼 미색이 뛰어난 여자를 일컫는 말이다.

오吳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월越의 미녀 서시西施와

당唐 현종玄宗을 피난케 했던 양귀비楊貴妃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경국이다.

 

이 경국傾國은 뇌쇄惱殺보다 한 등급 강도를 높인 미인에 대한 형용이다.

군주가 나라를 말아먹어도 내려놓지 못하는 여인에게는 미모 이상의 무엇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장미가 단순히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한번 빠지면 도무지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팜므파탈 이미지보다도 강렬한 이미지를 그리고자 한다.

 

뇌쇄惱殺며 경국傾國 같은 말은 장미를 극찬하는 말이지만 상투적 개념이라서 밋밋함을 면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밋밋한 분위기를 살린 것이 초반에 연지臙脂였다면 말미에는 해어解語라는 말이다.

 

말을 할 줄 아는 꽃이라는 뜻의 해어화解語花가 기생妓生을 뜻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말을 할 줄 아는 장미는 경국傾國이나 다름없다는 말은 이 시에 처음 나온다.

 

장미가 만약 말을 할 줄 알았다면 필시 서시西施나 양귀비처럼 나라 하나쯤은

거뜬히 말아먹었을 것이라는 시인의 말은 유머를 곁들인 최고의 찬사이다.

이 유머 하나가 이 시를 감칠맛 나게 하고 나아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충청타임즈 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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